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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마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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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9
최근연재일 :
2021.05.13 19:3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13
추천수 :
14
글자수 :
22,558

작성
21.05.12 10:13
조회
65
추천
3
글자
9쪽

The Prologue <마신을 죽이다>

DUMMY

쿠웅...!


“쓰...쓰러졌다!, 진짜 쓰러졌어!”


“지프리켄이 죽었다!”


“우아아아아!!”


“우..아..아..”


고막에 문제라도 생겼음인가?

함성소리가 뭉게지고 있었다.

왜... 가 아니구나


“...염병”


픽 하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세는 것조차 귀찮을만큼 겪어온 일이거늘 이제와 모른 척 하기도 그러잖은가


“또 죽냐 십... 쿨럭!”


보랏빛 독성으로 오염된 대지 위, 내 선홍빛 피가 흩뿌려졌다.

그것만이 아니다.

몸속은 더 난장판이었다.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오장육부는 이미 갈갈이 찢겨져 있음이라.


“현우 경!, 괜찮은가!”


멀어져가는 의식 속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였지만 내 자손뻘 되는 아이, 플라톤의 국왕 클리앙이었다.


“왔...냐”


“말하지 말게!, 오튼!, 오튼 없느냐!”


“지랄...말...라고, 나도 좀 가자...”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갈 때 가더라도 장가는 가야지, 그리 입에 달고 살았지 않나!”


“장...가는 무슨”


녀석의 헛소리에 픽 하니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긴 내가 좀 여자 여자 거리고 살긴 했었다.


“여...여보게!, 정신 좀 차려보게!, 현우 이사람아!”


거친 손길에 몸이 흔들렸다.

덕분에 저 멀리 날아가던 의식이 잠시나마 되돌아왔다.


“끄...끄어어억!, 아파 이 망할 영감탱이야!”


“허헛!, 뭐야 아직 살아있었잖은가, 사람 놀래키기는 허허헛!”


흐릿한 시야 속 안도하는 녀석이 보였다.

그런 녀석에 억지로나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제 간...다.”


“엉?, 가다니 그게 무슨...”


화아악-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당활할 이유는 없다.

수백번도 더 겪은 현상, 난 죽은 것이다.


“이열~, 드디어 해냈네?”


뿌옇던 시야가 선명해지며 삐죽머리 힙합퍼 한명이 보였다.

믿을놈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놈이 바로 신이었다.


“그 말 하는 것 보니 지프리켄이 죽긴 죽었나봐?”


“왜 저번처럼 되살아날까봐 쫄려?”


“안쫄리겠냐?, 그짓만 3번을 겪었는데”


“하긴...”


신이란 녀석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올라갔다.

만족스러운 얼굴, 그 모습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염려를 털어낼 수 있었다.


“끝나긴 끝났나보네... 도대체 얼마나 걸린거냐?”


“776번의 윤회, 세월로는... 천년쯤인가?”


“오래도 걸렸네 써글”


“그래도 해냈다는게 중요한거지, Result is everything, 니가 좋아하는 말이잖아”


“내가 그런 재수없는 말을 좋아했었나?”


“천년전엔”


“무드없는 새끼였네”


“큭...크크크큭...”


“푸흡, 푸흐흐흐...”


긴장이 풀린 탓일까?

재미없는 농담에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히히덕거리길 한참, 신 녀석이 따스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돌아갈거냐?”


“거기 아니면 갈 곳도 없다고”


“마력도 없는 세계다, 분명 적응하기 힘들테지. 어쩌면 천년전의 너처럼 회사라는 곳에 처박혀 있어야할지도 모르고”


“그건... 좀 지루하겠네, 그럼 아스리안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그것도 나쁘진 않지, 거기 엘프 누님들이 흐흐...”


“미안하지만 거긴 다시 못가”


“아 왜!, 776번이나 거기서 살아왔는데!”


“지프리칸이 죽었으니까, 네가 그 세계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거지”


“...분명 이유가 어쩌고 따져봐도 씨알도 안먹히겠지?”


“알면서 뭘 물어?”


재수없는 새끼


“재수없는 새끼”


“어이어이, 보통은 생각과 말 두 개가 따로 나오지 않냐?, 이러면 욕을 두 번 먹는 것 같잖아”


“그러라고 한거야 임마”


“하여간... 원한다면 다른 차원이라도 찾아줄게”


“됐다, 어차피 아는 동네라곤 두곳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는 안된다며, 더 고민해서 뭐하냐”


“네 뜻이 그렇다면야... 대신 원하는 것 하나 정도는 들어줄게, 신님께 소원 한번 빌어보라고”


“소원...이라”


소원?, 내 소원이 뭐였지?

그런걸 가져본 적이 있던가?

길고도 끔찍한 삶이었다.

수없이 죽었고 수많은 이들을 잃었다.

그 과정에서 소원이나 맹세 따위의 단어들은 잊혀져갔다.

결코 지켜지지 않을 것들이었으니까


“없어?, 하다못해 갑부 아들내미로 태어난다던가, 세계 제일의 미남으로 태어나게 해달라던가”


신놈의 독촉에도 딱히 생각나는게 없었다.

다만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있었다.


“혹시... 이번에 태어나면 기억도 지워지냐?”


“눈치깠냐?”


“바보도 아니고, 네놈이 날 이대로 보낼리 없잖아”


“...어쩔 수 없잖아, 그정도는 이해해주라고, 게다가... 이번 생조차 지옥에서 살고 싶냐?, 이젠 좀 벗어나라고”


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

대의라는 미명아래 내 대신 희생한 이들이 수천, 적어도 내게 기억이란놈은 거대한 죄였다.

그래도...


“그럼 기억을 가져가지”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진심이냐?”


“내 머릿속을 꿰뚫어보시는 대단한 분께서 뭐하러 또 묻는거야?”


“어이가 없어서 묻는거다 어이가 없어서, 생명이란 고통에서 도망치고 싶은게 정상이라고”


“한 800번쯤 되살아나니 득도라도 했나보지, 붓다 모르냐?”


“붓다같은 소리하고 있네... 에휴, 마지막 기회다, 바꿀 생각 진짜 없어?”


“그래”


“진짜 후회 없지?”


“자꾸 똑같은거 물을래?”


“성깔은... 출구는 뒤쪽이다.”


우웅-


신의 손가락을 따라가자 새하얀 문이 보였다.

수백번도 넘게 본 파란색이 아닌 하얀색, 차원마다 고유 색감이라도 있는걸까?


“알게뭐야”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각오나 투지따위를 다질 필요없는 더없이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하얗기만 한 공간이 보였다.

이제 저 안으로 몸을 내던지기만 하면 되리라.


움찔-


“뭐야, 안가?”


내 움찔거림에 대한 신의 의문성이었다.

그에 픽하니 웃으며 뒤돌아봤다.


“어이 아스테로스, 마지막으로 뭐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마음대로”


“왜 나였지?”


“왜 널 선택했냐고?”


“그래, 난 그냥 욕처먹는게 일상인 회사원일 뿐이었잖아”


“알고싶냐?, 알면 개쪽팔릴텐데”


“가기전에 칼춤이라도 한 번 쳐줘?”


“농담이라도 그런 끔찍한 소리는 마라, 지난번에 애들이 얼마나 갈구던지 어휴...”


“그러니까 대답이나 하라고”


“정 궁금하시다면야... 누구보다 살고 싶어 했거든”


뭐지?, 내 천년간의 삶 중에도 손에 꼽히는 개소리였다.


“...뭔 개소리야?, 천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날만큼 상사가 개새끼였는데, 옥상에서 뛰어내리지 않은게 용할 정도였다고”


“그래?, 그럼 내가 잘못봤나보지 뭐 히히히히, 이제 와 그게 중요하냐”


순간 저놈 면상에 주먹 휘두르는 상큼한 짓을 할 뻔 했다.


“...됐다, 다신 보지 말자고 아스테로스”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놈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찝찝함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알게뭔가. 이제 정말 끝인데 말이다.


“그럼... 돌아가자고”


화아악-


***


“새끼, 까칠하기는”


새하얀 세상 속, 혼자 남은 주신, 아스테로스의 중얼거림이었다.

삐죽 튀어나온 입으로 한참을 투덜거리고 있을 때,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위로 드리워졌다.


“갔습니까?”


“갔어”


“...감당 되시겠습니까, 이현우 그놈 분명 쫒아온다 날뛸겁니다”


“그건 좀 무서운데... 그래도 놈이 선택한거라고, 난 정말 갑부집 아들내미로 태어나게 해줄려 했다니까?”


“기억을 버렸다면 말이군요”


“당연하지, 기억을 냅둔 체 그랬다간 이번엔 기회도 안주는거냐며 지랄발광을 할텐데 감당 되겠냐”


“...전 안됩니다.”


“그렇지?, 흐흐흐.... 그놈 열받으면 뭔 짓을 할지 모르는 놈이라”


“굳이 나쁜 기억을 상기시켜주지 마시죠... 그런데 아스테로스님”


“엉?”


“저 차원 게이트... 지구로 향하는 것 맞습니까?”


“아 저거?”


어색한 웃음을 베어 문 신의 고개가 슬며시 돌아갔다.

그곳엔 이현우가 들어간 새하얀, 아니 새하얬던 문이 있었다.

지금은 불길하기 짝이 없는 보랏빛을 띄고 있는 문 말이다.


“저거 설마... 마계입니까?”


“험험!, 1년 뒤면 지구를 집어삼킬텐데 그게 그거 아니겠냐? 하하하핫!”


“그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마계엔 인간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이현우는 뭐로...”


“아 그거?”


그림자의 불안한 목소리에 싱긋 웃은 신이 서랍을 열었다.

그곳엔 ‘거미입니다만’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소설 한권이 놓여 있었다.


“글쎄?, 나도 그놈이 뭐가 될까 궁금하긴 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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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첫 번째 위기> +1 21.05.13 33 3 11쪽
3 2화 <거래를 시작하자고> 21.05.12 36 3 10쪽
2 1화 <깨어나다> 21.05.12 55 3 10쪽
» The Prologue <마신을 죽이다> 21.05.12 6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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