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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마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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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9
최근연재일 :
2021.05.13 19:3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10
추천수 :
14
글자수 :
22,558

작성
21.05.12 10:14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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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화 <깨어나다>

DUMMY

1화


‘이상하다’


정신을 차린 후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뭐랄까?, 자궁 속이라면 느껴져야 할 편안함이 없달까?

도리어 불쾌한 끈적임에 몸이 움찔거렸다.


‘몸이...움직여?’


이것도 이상했다.

일반적으로 내가 깨어난 때는 임신 3개월차 남짓, 움찔은 개뿔, 눈코입이나 겨우 생겨날 쯤이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700번도 넘게 똑같았거늘 이번만큼은 다른 것이다.


‘마지막이라고 신놈이 장난친건가?’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니 심각하게 많다.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망할 놈은 장난질 꽤나 좋아하시는 양반이었으니까


‘쯧, 한 대 쥐어박고 왔어야 되는데’


여태껏 단 한번도 실현된 적 없는 꿈이었지만 누가 알겠는가?

신놈도 꺼려한 괴물같은 마신놈을 잡았으니 한 대 정도는 때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뭐 아쉬운건 아쉬운거고... 몸이 움직이는 걸 보면 얼추 7,8개월쯤 된건가?’


다시 한 번 몸을 움찔거리자 미끈거리는 촉감이 느껴진다.

양수라기엔 찐득한 느낌, 역시 처음 느꼈던 이질감이 착각이 아니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이맘때쯤 되면 소리도 들을 수 있을텐데?’


말소리는 물론이고 어머니의 심장박동소리까지, 태아는 생각보다 많은 걸 들을 수 있었다.

헌데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너무 조용해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말이다.


‘움직여볼까?’


툭-


있는 힘껏 뻗어낸 다리가 부드러운 면에 닿았다.

헌데... 반응이 없다?


‘이번 엄마는 둔감한건가?’


그럼 다시 한 번!


툭-!


분명 좀 전 보다 쎘건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뭐여, 설마 자는거야?’


가끔 이럴 경우가 있긴 했다.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의 반응에도 둔감한 사람들, 아무래도 이번 생의 어머님 되실 분은 그런 분이신가보다.


‘어쩔 수 없지, 좀 기다려볼까?’


그리고...


30000초를 세었다.


‘...스벌, 거 어머니 되시는 분 이거 너무한거 아니오!’


어떻게 3만초를!, 그러니까 무려 20시간도 넘게 조용할 수가 있는가!

인간이 20시간도 넘게 자는게 말이나 되냐 이말이다!

임신한 주제 밤에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닌거냐!


‘나도 참을만큼 참았다고!’


난 지금 태아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어필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 짓을 하기 위해선 약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움찔, 움찔-

움찔, 움찔-


우선 어떻게든 몸을 돌려 가로로 누워야했다.

그리고...


‘으으으으으...’


화장실에서 간절히 기도하듯 있는 힘껏 힘을 준 후,


‘일어나라고 망할 엄마야!’


다리를 뻗는다!


퍽-!


‘...엉?’


퍼...퍽이라니, 이 이상한 소리는 뭐냐?, 거기다 시야가 환해졌다.

서...설마...


‘어...어무이!’


기겁하며 빛이 들어오는 부분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말이다.

보통 인간의 피부라면 ‘찢어진다’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냐?

저건 아무리봐도...


‘깨...깨졌는데?’


깨진거다.

의심할것도 없다, 유리 부서진것마냥 깨진 부분 주변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으니까


‘이게 뭔...’


이번 어머님은 몸이 유리조각으로 되어 계신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인간이 진화해서 알을 낳는...


‘그럴 리가 있겠냐!’


꿈틀, 꿈틀-


있는 힘껏 깨진 부분을 통해 기어나왔다.

보이는건 예상처럼 알이었다.

밀려오는 황당함에 멍해있을 때 또 하나의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나... 기어나왔냐 방금?’


갓 태어난 인간아이가 제 손으로 기어나온 것이다.

이정도면 신동이 분명...


‘할 리가 있겠냐!’


가출하려는 정신줄을 부여잡고선 천천히 몸을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보이는 이상한 점들, 일단 손부터 이상했다,

인간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손가락 대신 솜털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가 잔뜩 달라붙은 단단하고도 시커먼 곤충의 발이 보였다.

조금 더 고개를 뻗자 그런것들이 얼추 10개쯤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손인지 발인지 모를게 10개가 붙어있는 괴물이라는 소리였다.


‘...허’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정신줄이 결국 가출해버렸다.

그렇게 멍하니 깨진 알을 바라보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투둑, 투둑-

투둑, 투두둑-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무언가들이 알 속에서 기어나왔다.

내 그것을 닮은 시커먼 다리들이 10개인 녀석들, 그렇다면...


‘내가... 내가 애벌래라고?’


내가 애벌래라는거냐?

진짜?, 레알?, 실화로?


꿈틀, 꿈틀-

꿈틀, 꿈틀-


정신줄이 가출하다 못해 우주로 뛰쳐나가고 있는 사이, 주변이 애벌래들로 가득 차 버렸다.

심지어 내 몸을 기어오르는 놈들도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애벌레들안태 깔려 뒈질 판이었다.


‘일...일단 살고보자고’


생각없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향은 그나마 애벌레들이 없어보이는 곳,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푹-


잘못왔다.


‘흐익-!’


끼이이익-!


꿈틀, 꿈틀-

꿈틀, 꿈틀-!


눈앞에서 무언가에 몸이 꿰뚫린 애벌레 하나가 땅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이...이 방향이 아닌 모양이여...’


그렇다면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


우웅...

웅웅웅...


사방에서 벌의 날개소리를 연상시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처음보다 시야도 어두워진 듯 했다.

동굴인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밝았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설마...


푹-!

푸욱-!


‘저게 다 벌들이었냐!’


허공을 가득 메운 시커먼 것들, 저 모두가 벌들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저 벌들, 애벌레들 몸속에 침을 박아넣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들어본 적 있었다.

어떤 벌들은 애벌레를 마취만 시켜 집으로 데려간다더라.

그리고 자기 자식들에게 생으로 먹인다지?

그러니까...


‘생으로 잡아먹힌다는 소리 아냐 스벌!’


한번에도 아닌 천천히!

이보다 더 끔찍한 죽음이 어디있겠는가?

마졸놈에게 몸이 갈갈이 찢어질때나 빈사상태로 헬하운드에게 던져질때는 빨리 죽기라도 했었는데!


‘...정서상으론 비슷한가?’


에라, 누구 정서교육 시킬 것도 아닌데 그게 뭔 상관이냐.

내가 최악이라면 최악인거지


‘일단 살고보자’


죽기 싫다 생각하니 머리가 맑아졌다. 방법?


‘간단하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전신을 고양시키는 익숙한 흥분감에 픽 하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다 때려잡으면 되잖아?’


참으로 단순하고도 명쾌한 답 아닌가!, 몸뚱이가 이따구라도 저딴 날벌레 하나 못잡을까.


우우우웅-!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쪽으로 쏘아져오는 벌 한 마리가 보였다.

변화따윈 없는 일직선 경로, 저딴건 대가리 한방이...


‘...엉?’


스벌?, 손이 좀... 아니 많이 짧다?


우우우우웅-!


‘히익!’


푸욱-!


아슬아슬했다.

간신히 비켜간 벌 녀석은 바닥에 침을 박은 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콰득!


녀석의 몸통 가운데 부분을 물어뜯었다.


우웅-!

우우웅-!


녀석의 빨라진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기에...


으득, 으득-


잘근 잘근 씹어주었다.

전쟁에서 버둥거리는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건 단 하나뿐이었으니까.


...툭-


몸통이 분리된 벌의 몸뚱아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곤충이란 놈들의 특성인지 반쪼가리 된 몸으로 버둥거려보지만 그게 끝이었다.

어느덧 잠잠해진 녀석에 입꼬리가 히죽 말려올라갔다.


‘개싸움은 오랜만이라 그런가 기분이 새롭네 흐흐흐...’


익숙한 광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천년간 전장을 굴렀던 영혼만큼은 그대로임이라!


“새끼들, 다 뒤졌...”


우웅-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



웅웅대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고개를 드니 보이는 허공을 시꺼멓게 메운 벌들, 하나같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 않았다고 아하하하... 우리 벌님들 만수무강하시고 대대손손 번창하셔야지 고럼 고럼”


광기는 개뿔, 경험상 광기랑 객기는 도찐개찐이었다.


“그런 의미로다가 우리 다음에 볼까? 하하하...”


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


휴전협상을 거절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내 전부 대가리를 깨부숴버...


푸욱!


“히이익!”


푸욱! 푸욱!


“으헉!, 타임! 타이임!!, 다구리는 치사하잖아 새끼들아아아아!!!”


***


“허억... 허억... 뒈지는 줄 알았네 스벌”


간발의 차이였다.

만약 땅 틈 사이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애벌레님들의 영양만점 간식이 되어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냐?”


동굴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전보다 시야도 깜깜한 것이 분명 더 깊은 곳일테지


“너무 당연한 소린가?, 아무튼 살아는 있는 것 같은데...까득!”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려왔다.

불현 듯 떠오른 내 처지 때문이었다.


“왜 내가 사람이 아닌거지?”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776번, 이 모든 삶에서 난 인간으로 태어났다.

인간과 비슷하다는 수인족이나 엘프따위도 아닌 완벽한 인간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끝난 지금, 난 왠 벌레 따위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번건 장난질이 좀 심한데 말야”


무려 천년간 개고생한 댓가가 이따위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다.

어떻게하지?

목 메달고 다시 신놈 만나러 갈까?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할 용의가 있다.

다만 문제는...


“내 영혼이 다시 천계로 가겠냐는 거지”


바로 이것이다.

일반적인 영혼은 천계가 아닌 윤회의 수레바퀴에 던져진다.

나야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천계를 제집처럼 들락거렸지만 이젠 그것도 아니었다.

즉, 이번에 죽으면 정말 끝일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럴 순 없지”


맞다, 그럴 순 없다.

복수할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릴 순 없잖은가?

그렇다면 복수할 방법이 뭐가 있...


“있네, 딱 하나 있어”


뇌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에 입꼬리가 슬그머니 말려올라갔다.

그래, 그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다.


“니가 날 가지고 장난을 치셨다 이거지?”


그럼...


“뒈져보라고 흐흐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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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첫 번째 위기> +1 21.05.13 32 3 11쪽
3 2화 <거래를 시작하자고> 21.05.12 36 3 10쪽
» 1화 <깨어나다> 21.05.12 55 3 10쪽
1 The Prologue <마신을 죽이다> 21.05.12 6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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