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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마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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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9
최근연재일 :
2021.05.13 19:3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11
추천수 :
14
글자수 :
22,558

작성
21.05.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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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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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화<첫 번째 위기>

DUMMY

‘거래’, 주신과 처음 만난 그날에도 녀석은 똑같은 단어를 썼다.

지금으로부터 천년 전 그날, 주신 아스테로스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용사 한 번 되볼 생각 없냐?’


물론 단칼에 거절했다.

애초부터 내 삶의 목표는 가늘고 길게였거든.

그러자 녀석은 내게 거래를 제안했다.


‘그럼 길~~~게 살게 해줄테니 용사님좀 되주라 응?’


이 따위의 말만 거래지 내 동의따윈 어디에도 없는 그런 거래를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번 거래 역시 양심따윈 없었다.


“하여간 그 망할 새끼를 그냥... 하아, 그런대 꽤 심플하네?”


Lv 1 이현우

종족 : 크립티아 웜

고유특성 : 변태

스킬 : 포식(Lv 1), 포이즌 바이트(Lv 1), 실 뿜기(Lv 1)


내 바로 앞에 떠오른 화면에 적힌 것들이었다.

왜 놀라지 않냐고?

그야 당연했다, 이래뵈도 내 776번의 생은 꽤나 다이나믹했거든.

당연히 레벨 시스템도 겪어보았다.


“물론 쓸모는 1도 없었다만”


한 천년쯤 날 내버려뒀다면 마신이고 나발이고 찜쩌 먹었을 수 있었겠지.

문제라면 지프리칸은 언제나 날 10년 내에 찾아왔다는 것.

딴 놈 몸에 들어가던, 다시 태어나건 상관없이 말이다.


“1년이라 그랬나?, 이번에도 딱히 쓸모있을 것 같진 않네”


그래도 없는것보단 나을 것이다.

최소한 이 벌레 몸뚱아리로 할 수 있는것들을 알려주긴 할 테니까


“그런데 변태라니... 뭔가 기분 더럽네 이거, 다른건... 포이즌 바이트는 물면 알아서 사용되는 것 같고, 실뿜기는 어디서 나오는거지?, 입?, 아니면 설마...”


뿌직-!


상당히 불쾌한 소리가 몸 끄트머리쯤에서 들렸다.

설마하며 고개를 돌리자 몸뚱이 맨 끝마디에 달려있는 새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뭐야, 나 싼겨?, 아놔 이렇게 진지할 때 진짜...”


찌이익-


불쾌함에 몸을 돌렸건만 새하얀 무언가는 떨어질 생각이 없어보였다.

떨어지기는 개뿔, 도리어 길게 늘어나는게 오히려 이젠 실처럼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잠깐, 실이라고?”


설마 저 실뿜기가 이 실뿜기였냐?

뭐 이런 모양 빠지는...


스스스-

스스스스스-


이제야 깨닫게 된 실뿜기에 대한 충격으로 허우적거릴 때 들려온 소리였다.

무언가가 기어가는듯한 소리, 벌들과는 다르다.


“맘 같아서야 싸우고 싶다만...”


한번밖에 없는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이유는 없었다.


“일단 튀자고”


그런데 어디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천장마저 제외한다면...


“아래?”


그렇다, 땅 속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 땅속으로 들어가냐는 것이었다.


“방법이...”


상태창을 둘러보던 내 눈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포이즌 바이트, 강한 독은 돌을 녹이기도 하니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었다.


“내가 돌까지 씹어야 될 줄은 몰랐다만...”


덥썩!


매케한 연기가 목구멍을 넘어들어왔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피어난 연기 속, 입 안 가득 물고있는 돌들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말이다.


‘이거 망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이 속도라면 하루 종일 돌을 씹어대도 몸뚱아리나 제대로 숨길 수 있을까?


드드드-

드드드드-


점점 더 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다, 무언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


‘대가리를 굴려 이현우, 분명 방법은 있... 잠깐, 연기?’


돌틈 사이에서 매케한 연기가 세어나오고 있었다.

아까부터 뿌옇던 시야는 이 연기 때문이리라.


“어설프게라도 몸만 숨길 수 있다면...”


밑져야 본전,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분명 최선이었다.


“일단 돌부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변 돌들을 주워 모으는 것이었다.

적응 안되는 몸뚱아리를 꿈틀대며 돌을 옮겨야한다는 것 외에 문제는 없었다.


“이만하면 된 것 같은데...”


내 머리높이보다 높게 쌓인 돌들이 벽면에 기대어져 있었다.

돌틈 사이로 미약하게나마 연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만하면 완벽하다 하겠다.

그럼 이제 남은건...


덥썩!


치치치치-


“더럽게 딱딱하네 쓰벌”


내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것 외 또 뭐가 있겠는가?

이 작업을 위해 가운데를 엉성하게 만들어놓기도 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한층 더 커진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녹아라 좀!”


으득, 으득-!

치치, 치치치-


으득, 으드득-!

치치치치-


씹을 때 마다 치솟는 매캐한 연기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몇 번쯤 더 씹었을까?

엉덩이, 아니 이제는 몸뚱이의 끝마디라 불러야 할 부분에서 돌의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됐다!’


이제 남은건 단 하나, 놈들이 그냥 지나치길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쿵쿵쿵쿵-

쿵쿵쿵쿵쿵-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아슬아슬했던 모양이었다.


‘휴우... 뒈질 뻔 했네 진짜’


크륵?


크르르?


쿵쿵대는 진동음 속에 섞인 소리였다.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이제는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툭-


‘모른척...모른척하는...’


덥썩!


툭, 투르르르...!


‘젠장!’


우악스런 무언가에 잡힌 몸뚱이가 끌려나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뒈질게 분명했다.


‘뭐라도 해야되’


죽어있는 작은 벌레들과 지독한 악취, 끌려나가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들이었다.

망설임?, 그딴 태평한 소리를 시부릴 시간따윈 없었다.


‘에라!’


푹-!


있는 힘껏 박아넣은 발들이 바닥에 찍혔다.


드드드득-


몸은 여전히 끌려나가고 있었으나 속도는 느려졌다.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퍽!, 드득,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


뭉게진 벌레에대한 불쾌감따위 느낄 여유도 없었다.

그저 손에 묻은 벌레들의 채액을 몸 곳곳에 문지르기도 바빴다.


드득-!


드드득-!


‘이런 써그...’


드드득 푸욱-!


결국 버티다 못한 몸뚱이가 밖으로 뽑혀나왔다.

나오자마자 보인 녀석은 거무튀튀한 몸뚱이에 거친 털, 늑대를 연상시키는 주둥이까지, 흔히 말하는 늑대인간을 닮아있었다.


크르르...


날 한손에 쥐어잡은 체 올려보던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이거 먹을 수 있는거냐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맛대가리 없으니까 궁금해하지 말라고 멍멍아’


크르?, 크르 크르!


뭔가 결정한 모양인지 녀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녀석의 주둥이가 벌려졌다.


‘시팔!’


이렇게 죽는다고?

태어난지 몇시간도 안됐는데?

뭐 그딴 말도 안되는...


‘이렇게 뒈질소냐!’


솨아아아-!


엉덩이에서 나온 실이 녀석의 손을 휘감았다.

그런데 이놈, 반응이 없다.

움찔거리는 반응이라도 할...


부웅-


‘...엉?’


뭐지?, 내 몸이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온다.

이건 마치 그 옛날 가지고 놀던 요요라도 된 기분이 아닌가?


‘가 아니라 진짜 요요잖아!’


크르?

크르르?


요요신세가 된 내 모습이 신기했음인가?

제 갈길 가던 늑대인간 녀석들의 시선도 내쪽으로 모여들었다.

연기로 몸을 가린다는 내 원대한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염병’


크르르...

크르르르...

...


하나 둘 내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다가오는 늑대인간들을 경계라도 하듯 날 요요로 만든 녀석이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


녀석의 위협에 늑대인간들이 물러섰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날 자신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양치질좀 하고살지 새끼’


녀석의 시뻘건 아가리가 보였다.


‘더 이상의 방법?, 없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봐도 이 허접한 몸뚱이와 짧은 손들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물며 실 뿜었다가 요요신세가 되어버렸지 않은가?

포이즌 바이트?, 내가 녀석을 무는 것보다 저 냄새나는 이빨이 내 몸에 꽂히는게 먼저일 것이다.


‘...더럽게 허무하네 쓰벌’


턱-


허탈한 중얼거림과 동시에 녀석의 이빨이 내 몸뚱이에 닿았다.

그리고...


크라라라라!


훽!


괴성을 내지르며 날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퍽-!


떼구르르르...툭!


벽면에 부딪힌 몸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욱신거리는 몸뚱이와 어지러움에도 억지로 눈을 떠냈다.

기회가 두 번은 오지 않을테니까


“일단 도망...”


키에에에엑-!!


쿵-!, 쿵-!, 쿵-!


녀석의 발버둥에 도망가려던 몸을 멈춰세웠다.

저놈... 몸이 녹고 있었다.


“저게 뭔...”


쿵-!, 쿵-, 쿵...쿠....웅!


마침내 녀석의 발버둥이 멈췄다.

주둥이부터 녹아내리더니 이제는 두개골이 훤히 보이는 녀석, 다른 늑대인간들은 겁이라도 집어먹은건지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띠링-


[세포독이 중화됩니다, 세포독 내성을 획득하였습니다]


타이밍좋게 울린 알림음이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연이어 알림음이 울려퍼졌다.


띠링-


[부식독이 중화됩니다, 부식독 내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


띠링-!


[독 내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독 내성?”


갑자기 독 내성이라니... 이것 또한 뜬금없다.

내가 독을 쳐먹은것도 아니고 왜 독 내성이 생긴단 말인가?


“잠깐, 이거 설마?”


염산이라도 들이마신것마냥 녹아버린 늑대인간놈과 독내성, 뭔가 그럴 듯 하지 않은가?

녀석이 저지경이 된 것은 내 몸뚱이에 이빨이 닿은 직후, 그 말은 내 몸뚱이에 묻은 무언가가 녀석을 저지경으로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내 몸에 묻은것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독물이었나?’


내가 짓이겨 몸에 덕지덕지 처바른 것 말이다. 아마 독성이 강한 독물이었던 모양이었다.


‘난 왜 멀쩡한지는 모르겠다만...’


스으윽-


고개를 들자 슬금슬금 물러서고 있는 늑대인간놈들이 보였다.

그냥 놔둬도 물러설테지만...


‘다신 개기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방법?, 간단했다.


퉤-!


크...크라라라!


와다다다다!


퉤!


와다다다다다다!!


침 몇 번 뱉어주면 끝날 일이었으니까

내 몸이 독덩어리라 생각하는 녀석들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남겨진 것은 두개골이 훤히 들어나 있는 늑대인간 녀석과 나 둘뿐이었다.

이제야 좀 편히 쉴 수 있으리라.


“상태창”


Lv 1 이현우

종족 : 크립티아 웜

고유특성 : 변태

스킬 : 포식(Lv 1), 포이즌 바이트(Lv 1), 실 뿜기(Lv 1)


내성 - 독 내성(C)


내성, 처음보는 카테고리였다.

아까 전 울렸던 알림음이 잘못들은 것 아닌 모양이었다.


“보자...”


툭-


독 내성 - C

100가지 독에 대한 내성을 가진다.

다음 단계까지 0/100%


독 내성이란 글자를 클릭하자 간단한 설명이 펼쳐졌다.

C급이 높은건가?, 잘 모르겠다.

다만 저 ‘다음 단계’라는 단어는 내 천년간의 삶에서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다음 단계’, 분명 더 강해진다는 의미이리라.

만약 모든 능력에 ‘다음 단계’라는게 있다면?


“공들여 만들었다더니... 그딴 말을 한 이유가 있다 이거지?”


시도해볼 가치는 차고 넘쳤다.


“까짓거 해보지 뭐, 뒈지기야 하겠...”


스스스슥...


투둑, 투둑-


내 말이라도 들은걸까?

때마침 녹아 부스러지는 늑대인간의 뼈에 어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일단 피부에 양보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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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거래를 시작하자고> 21.05.12 36 3 10쪽
2 1화 <깨어나다> 21.05.12 55 3 10쪽
1 The Prologue <마신을 죽이다> 21.05.12 6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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