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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밀 님의 서재입니다.

나를 죽인 히로인만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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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풀밀
작품등록일 :
2024.06.06 02:47
최근연재일 :
2024.06.10 15:04
연재수 :
6 회
조회수 :
89
추천수 :
4
글자수 :
41,157

작성
24.06.10 15:04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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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차 시험

DUMMY

에이는 쉽게 흥분했다. 나쁜 쪽으로도, 좋은 쪽으로도 그랬다.


약 천오백명. 같은 목적을 지닌 이들이 이만큼 모이기 위해서는, 터무니없는 수준의 돈, 혹은 터무니없는 수준의 분노가 필요했다.


적어도 에이가 알기로는 그랬고, 그 때문에 그 두가지 요소가 없음에도 이만한 수의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성벽을 따라 걸으니 얼마 안 가 천막으로 된 기다란 통로가 나왔다. 둥근 성벽을 둘러 이어져 있는 터라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통제원, 르펠가오는 그 통로 옆에 섰다. 그리고는 대열을 끊어 수백명 만큼씩만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시작하는 건가.”


발구르는 소리와 웅성거림이 일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늘이 뚫린 곳에서도 이런데, 저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에이가 좋아하는 환경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났다. 열의 마지막에 있던 두 사람이었으나, 통로 앞에 서기까지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너희가 마지막이다. 다른 조에 비해서는 수가 적군. 들어가라. 들어가는 순간부터 1차 시험 시작이다.”


주위에는 약 100명의 인원이 있었다.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불안에 떠는 여자,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내미는 남자. 무심하게 나아가는 남자...


그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목적과 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르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르펠가오는 선두의 이들에게 들어가라 손짓했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강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끝에 선 에이와 하르도 뒤따랐다.


선두부터 천막의 그림자 아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움찔거리거나, 옆 사람을 치며 무언가 전하려 하든가 하였지만, 입으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들어가는 순간 알게 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에이는 감각을 곤두세웠다. 하르와 근처의 지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터벅 터벅, 발구르는 소리가 작아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에이는 하늘과 주위를 보았다. 푸른 하늘과 평야가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두껍고 거대한 천막에 의해 그 모든 것이 가려졌다. 시각적인 부분에 한에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안 들려.”


좌우로는 10명이 일렬로 늘어서도 여유로운 정도였고, 위로도 에이를 4명은 쌓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길이 굽어 끝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고 말이다.


그런 넓은 공간이 압도적인 무음에 짓눌려 있었다. 당장 근처에서 함께 걷는 이들만 백이 넘었는데도...


“...개쩐다 진짜.”


“음. 그 감상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네.”


옆 사람의 말소리는 들리지만, 그 너머는 들리지 않았다. 천막 전체가 소리를 잡아먹는 성법구인 것이다. 신묘한 상황이었다.


“아-아-! 1차 시험을 시작한다. 전 인원! 앞으로 걸어라!”


그러는 와중에도 한 사람의 목소리는 리였다.


지원자들은 일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에이와 하르도 따라서 걸었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대한 대열에 에이는 오한까지 느꼈다.


심장 소리가 시끄러웠다. 그 외에는 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 외의 것이 강하게 다가왔다. 수많은 시선과 감각이 몸을 스쳤다.


“뭘 하려는 걸까.”


하르의 자문적인 말에 에이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이 상황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시험을 위한 시험장이었다.


‘소리를 차단하고 시험하려하는 건... 뭐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심지어 협력하지 말라는 말도 없이 어떤 것과 전투를 치루지는 않을 것이다.


‘먼저 간 행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전진을 멈추지도 않는 일 같고.’


행렬은 에이의 의문과 관계없이, 무음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보통이라면 있어야 할 청력이 들리지 않으니, 그 이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지원자는 너나 할 것 없이 주변의 이들을 관찰했다. 아직은 경쟁적 요소가 없기 때문일까, 그들은 주변의 이들을 판별하려 하였다.


15년을 겨우 넘게 산 아이들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들의 육체와 자신을 비교해보고는 웃거나 울상을 지었고, 얼굴과 가슴팍의 문양을 파악하며 인사를 할지, 그저 비웃을지 정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이는 단연코 에이였다.


“...쯧...”


“에이...”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잘 보였다. 한두 명에서 시작된 웃음은 전염되어 지금은 대부분이 에이를 비웃고 있었다.


들리지 않기에 대놓고 주변의 이들끼리 에이를 가십거리로 삼았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되었다.


저런 녀석도 이곳에 오네. 나보다도 못한 녀석이 있네. 저 녀석 봐요, 제 시종보다도 못하네요.


높은 가문의 이, 혹은 이 시험에 도움이 될만한 이에게 말을 거는데 에이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하르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만해! 기사가 되기 위해 왔다는 이들이 부끄럽지도 않아?!”


하지만 그 목소리는 바로 주위에 있는 몇 명에게 밖에 전해지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던 키가 작은 여자는 깜짝 놀라 몸을 숙였다.


하르는 지금은 뭐라 한들 수용이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놀래킨 소녀에게 사죄하고는 에이를 보았다.


“뭐.”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하르는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 다 쳐 죽이고 싶은데.”


에이도 진지하게 답했다.


“......”


하르가 에이란 생명체에 대한 철학적인 사고를 하려 한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울렸다.


[“자 다들 잘 들리지? 통제원 르펠가오다. 귀찮으니 한번 만 말한다. 다시 물어보면 실격처리할 테니 그리 알아라.”]


에이는 어이 없어서 그가 있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르펠가오와 눈이 마주쳤다. 에이는 본능적으로 눈을 깔았다.


‘보고 있었다고? 시발 왜?’


에이는 의문을 느꼈다. 반복하지만, 그가 의문을 느낀들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자. 소리 안 들리는 건 적응 했지? 1차 시험의 합격 조건은 단순하다. 나보다 뒤처지지 않고, 앞의 통제원을 넘지 않고, 살아서 끝까지 도착하기만 하면 돼.”]


그 말에 안락한 곳에서 살아온 아이들은 이 말에 화색을 지었다. 험한 곳에서 살아온 이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똑똑한 이들은 즉시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에이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처음부터 한 번도 긴장을 푼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가 기른 더블러가 각 행렬에 하나씩 숨어들어 있다. 그 녀석들에게는 단 한 명이라도 죽인다면 생존을 약속했다. 유명한 마족이지? 모르면 옆 사람한테 물어봐라.]


그 말에 소리 없는 비명이 공동에 가득 찼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혼란에 빠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시해도 될 자와 친해져야 할 자를 구분하던 눈이, 죽여야 할 자와 주의해야 할 자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좌우에는 한계가 있었고, 뒤로 쳐지면 그대로 탈락이었다.


[”아, 양 손을 들고 기권한다 외치면 그대로 이곳에서 내보내 주지. 물론 탈락이다.“]


긴장감이 무거운 무음 위에 쌓였다. 시선이 이리저리 겹치고, 너나 할 거 없이 무기를 들었다.


한 놈만 빼고.


”...저기 에이. 더블러가 뭐야?“


”?“


에이는 세상 멍청한 표정으로 하르를 보았다.


”아니, 더블러를 몰라? 진짜? 진심으로?“


어쩐지 포지션이 반대가 된 것 같아 하르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으읏... 나, 난 시골에서 살아서 할아버지가 알려준 것 말고는 잘 몰라...“


에이는 굉장히 짜친 눈으로 하르를 보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협력이 필요했다.


”더블러는 인간의 탈을 쓰는 마족이야. 지능도 높은 편이고, 탈취한 인간의 탈이 강하다면, 그 힘도 그대로 사용 할 수 있지.“


”...무섭네.“


”그래. 그러니까...“


”빨리 찾아서 죽여야겠어.“


하르는 담담히 내뱉었다. 살의(殺意)는 없었다. 집안에 숨어든 독충을 죽이는 데 필요한 것은 기술과 능력이지, 살의가 아니었다.


”.......그렇지.“


숨어든 독충은 그리 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상황은 다른 이들보다 자신에게 시험하는 것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씨발거.’


주위로 눈을 돌렸다. 그 한 동작 만으로 20명 이상과 눈이 마주쳤다. 문자 그대로 상대 속을 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에이의 위장, 즉 히델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성력을 몸 안에 들이고 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이 에이의 ‘속’을 살피면 빈약하고 흐릿하나 인간의 성력만이 느껴지는 것이다.


히델족 자체가 원래 인간에 가까웠고, 성장기 내내 인간의 성력으로 살아왔기에, 적어도 외견상 인간의 모습과 구별되는 부위는 없었다. 이력적, 외견적으로도 에이가 마족임을 알 수 있는 수는 없었다.


에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그랬다.


‘내가 스킬이 있다면... 까발려진다. 그리고 그 순간...’


에이는 하르를 보았다. 부드럽지만 강직한 눈이 죽여야 할 독충을 찾고 있었다.


주변도...마찬가지였다.


”...젠장.“


에이는 숨을 삼켰다.

.

.

.

”베, 베레스님?“


”안녕하세요. 제임스.“


아카데미 말단 일꾼 제임스는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출생의 비밀을 들었을 때보다 놀랐다.


”잠시 관전을 해도 될까요?“


아카데미 성문 바로 앞의 작은 건물 ‘감시소’는 아카데미 전역에 걸친 성법을 유지하고 있는 장소였다.


그 성법은 이름에서 유추 할 수 있듯 감시의 성법. 특정한 성법구로 빛 자체를 받아 출력하는 기술이었다.


지금 피어오른 연기에 비치는 것은 15개의 빛의 상. 베레스는 그중 가장 마지막의 영상을 보았다.


지원자들은 방황하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완전히 벌어질 수 없었기에, 여러 개의 작은 무리를 만들어 각각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겁을 먹고 움츠러든 이도, 분노하며 시비를 거는 이도 있었으나,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이는 역시나 에이였다.


베레스는 눈을 감고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을 회상했다.


‘그래. 운이 좋았어. 더블러는 내가 있던 쪽으로 오지 않아, 적당히 피하는 것으로 1차를 합격했지.’


눈을 뜬 베레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직후였다.


[‘흠. 시작 위치는 저 무리로 하지.’]


르펠가오의 신호가 들어오고, 관리자는 승인했다.


”어?“


숨어든 더블러가 이동했다. 한걸음 한걸음. 생사를 가르는 필사적인 마음이 역으로 다른 지원자들과 구분을 어렵해 했다.


그는 어느 무리로 이동해 조용히 한 남자 곁으로 다가갔다.


에이. 그가 있는 곳이었다.


왜 일이 복잡해졌나. 그것을 유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방금 베레스 자신이 르펠가오에게 한 말 탓에, 그가 에이를 신경 쓰게 된 것이다.


겨우 그것으로, 에이는 겪지 않아도 될 시련을 겪게 되었다.


”...내가... 나 때문에... 또...‘


베레스는 장갑 낀 오른손을 꽉 쥐었다.

.

.

.


작가의말

아, 이거 안될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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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의 기억 24.06.09 9 0 11쪽
4 지각한 자들 24.06.08 11 0 18쪽
3 싸우고도 친해질 수 있다면 좋은 친구 24.06.07 12 1 12쪽
2 시작은 착각으로 24.06.06 17 2 14쪽
1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의 이야기 24.06.06 34 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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