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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밀 님의 서재입니다.

나를 죽인 히로인만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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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풀밀
작품등록일 :
2024.06.06 02:47
최근연재일 :
2024.06.10 15:04
연재수 :
6 회
조회수 :
88
추천수 :
4
글자수 :
41,157

작성
24.06.06 12:00
조회
16
추천
2
글자
14쪽

시작은 착각으로

DUMMY

아카데미아 성 아랫마을에 아침 해가 밝았다. 권력과 돈을 위해 모인 이들이 가장 활기찬 오늘은 아카데미 입학시험의 날이었다.


많은 이들이 긴장과 기대를 품고 이곳에 모였으나, 그중 눈에 띄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거리의 성력을 모아 인간으로 위장한 히델족 남자는 뒷골목에서 나와 아카데미를 올려다 보았다.


작은 나라 하나 크기의 언덕에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성벽이 둘려져 있었다. 아카데미. 기대하고 기원하였던 꿈의 장소였다.


'드디어 돌아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수많은 사람과 '기사'들을 보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 도망쳤다. 그때는 심신 양면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장소 가리지 않고 구르고 굴렀다. 배우고, 알고, 익히고, 키웠다. 마음속으로는 사실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머리가 알았다.


밖에서 구르는 것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이제부터 새로 시작하는거야."


그는 소녀를 떠올렸다. 지난 시간 망설임이 들 때면 언제나 이랬다. 그에게 소녀는 자신이 가야 할 이상향이었다.


'...?'


루틴이나 다름없은 이미지에 노이즈가 꼈다. 이미지에는 소녀가 성장한 듯한 여성이 있었다. 아름다웠으나, 신성하지는 못했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이 이 세상 속의 존재 같았다.


"...? 어제 그 개꿈 탓인가."


그는 휘휘 고개를 저어 생각을 날려버리고는 다시 제대로 다짐했다.


"여기서 새롭게 시작한다. 아카데미에서, 명예를 아는 기사가 된다...!"


그때였다.


"풉!"


거리를 지나가던 소년 한 명이 참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자기랑 비슷한 나잇대의 남자가 나래이션 까는 것 마냥 혼잣말하고 있으니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야. 야 너. 뭘 처 꼬라보냐?"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앞의 이는 마족이었다.


"윽. 아니. 그 미안. 합니다."


"병신 새끼."


에이는 그대로 침을 탁 뱉으려다 급히 삼켰다. 그제야 생각이란 걸 한 것이다.


"...같은 사람이랑 꼭 친구를 하고 싶었어."


친절하다. 불의를 참지 않고, 정의롭다. 그것이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길이었다. 에이는 그 소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


소년은 당황해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하지만 에이는 강제로 그의 손을 잡아끌어 악수하고는 말했다.


"친구야. 내 이름은 에이야. 곤란한 일 있으면 언제든 불러."


지금이 당장 에이를 부르고 싶은 소년이었다.


"으, 응. 그럴게."


소년은 그리 말하고는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하지만 에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소년의 손을 잡고있는 손을 포함해서 말이다.


"......"


"......"


'왜 손을 안 놔주는 걸까. 괴롭힘인가? 돈인가? 돈을 줘야 하나?'


"그, 지갑에 돈이 있는데..."


"그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으아아악!'


소년은 숨이 막혔다. 조용히 울었다. 고향 마을에서도 몇 번 삥 뜯긴 적이 있었고,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도 수없이 시비에 걸렸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에이와 눈이 마주쳤다.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빛은 양아치 그 자체였다. 손을 털어 보았으나 꽉 쥐어져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두 사람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게 이어졌다. 도대체 이 일은 언제 끝나는 걸까. 소년은 울고 싶었다.


"이름."


"어?"


"너 이름."


설마. 그 단어가 소년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난 마 코우야. 앞으로 잘 지내자아..."


"하하핫!! 그래그래. 마코? 잘 지내자 마코! 이야 벌써부터 친구도 사귀고. 시작이 좋구만~!"


에이는 쾌활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던지듯 놓아 버렸다. 마 코우는 이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럼 시험장으로 빨리 가자고."


"어? 갑자기? 둘이서?"


"그래. 친구 먹었잖아. 우리."


이제는 다시 갈 길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던 마 코우는 절망했다. 아니라고 말하면 죽을 것 같았다. 그는 고민하다 결국 한숨을 쉬며 답했다.


"응. 그래. 가자..."


에이는 크게 웃었다. 마 코우는 억지로 웃었다. 그는 어지간한 고집에는 순응해주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화를 내지 않고 말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에 에이는 생각했다.


'이새끼 개호구네.'


진짜 개새끼가 따로 없었다.


'이 보기만 해도 놀리고 싶어지는 얼빠진 얼굴과 성격 하며, 이용해먹기 쉬운 성격, 성력의 양도 그리 크지 않다. 즉, 이녀석은 천성이 괴롭힘을 당할 운명이야.'


에이는 슬쩍 주위를 돌아보았다.


"마코. 너 보니까 귀족은 아닌 것 같은데. 시험 보러 온 건 맞지?"


"마코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니야. 응. 시험 보러 왔지."


"혼자서는 아닐 거고. 누구랑?"


"그, 그건..."


마 코우는 당황해 머뭇거렸다. 에이는 그 행색과 태도를 보고 판단했다. 이 녀석은 상단에 몸을 의탁해 이곳까지 왔고, 얼마 전 도망쳤다. 돈은 없는데 멀리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기에 흔히 있는 일이었다.


씨익


에이는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이건 '그걸'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영웅담의 초입부에 항상 나오는 그것 말이다. 기대하던 대로, 그 기회는 금방 찾아 왔다.


"마 코우!!! 어디야! 빨리 나와!!!"


"윽."


돌연 거리에서 들린 외침에 마 코우는 몸을 움찔했다. 곧장 몸을 돌려 뒤로 도망치려 했으나 늦었다. 그 등은 에이의 손에 붙잡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 친구야"


"제발! 나 진짜 가야 해! 돈 줄 테니까! 다 줄 테니까."


"무슨 소리니 친구야 섭섭하게."


에이는 마 코우를 잡아 당겨 끈 후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는 휙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찾았다. 야 여깄어! 빨리 와!"


골목의 앞에 선 남자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에 속속히 그의 동료로 보이는 이들이 모여들었고,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마 코우의 얼굴에 사과 하나 분의 붉은 색이 사라져갔다.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되었을 때쯤.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마 코우. 먹여주고 재워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이래서 어린 새끼들은 받아 주면 안 되는 건데."


그의 말에 마 코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단에 일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도망치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지 않았을 양심을 마 코우는 가지고 있었다.


"죄, 죄송..."


어렵사리 말을 꺼내려는 마 코우의 입을 에이가 막았다.


"잠깐만요 행님덜. 제 친구가 무서워 하지 않습니까. 표정좀 풀지요?"


"허. 넌 뭐 하는 놈이지?"


"말했잖슴까. 마코 친구라고."


"마코?"


남자는 의아해하면서도 에이의 등에 매인 검을 보고 그가 아카데미 입시생임을 알았다. 그리고 하나 더 안 것이 있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크, 크하하하! 빈약하기로 짝이 없는 성력이구나!"


그는 박장대소하며 에이를 비웃었다. 뒤늦게 에이의 성력을 파악한 주위의 이들도 그를 따라 웃었다. 좁은 골목에 기분 나쁜 웃음이 퍼져 울렸다.


마 코우는 긴장해 숨을 삼켰다. 상인의 말은 진짜였다. 에이의 성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총량은 평균인 자신의 1/3. 수준에 성력의 질은 길거리에 떠다니는 수준이었다.


'조졌다. 아 젠장. 다 이 녀석 때문이야...!'


마 코우는 이제 어떻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사이 상인 무리의 웃음이 그쳤다. 그들은 자기들의 호신용 무기를 들며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고, 에이는 그런 그들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다 웃었냐?“


비릿한 미소를 흘리는 상단장.


"건방진 새끼. 불쌍할 지경이다."


"그래? 난 너가 더 불쌍한데."


"?"


상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 성력은 힘 그 자체였다. 설령 갓난아기라도 해도 성력이 많다면 건장한 성인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자신과 에이의 성력의 차이는 '배' 단위였다.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에이는 당당히 남자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 새끼가...'


"나는 상단의 단장이다. 힘없는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남자는 경고했다. 대화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에이는 답했다.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너가 상단 단장이면."


빡쳤다. 상단장은 팔을 휘두르기 위해 들어 올렸다. 상당한 성력이었다. 에이가 그만한 성력을 뿜어내기 위해서는 집중과 긴 시간이 필요했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나무봉이 에이의 팔을 뭉개버리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남자는 에이에게 동정을 느꼈지만, 죄책감을 조금 피워낼 뿐 그것이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철조차도 가를 일격이 인간으로 위장한 마족에게 작렬했다.


"커헉!"


하지만 비명을 지른 것은 상단장 남자였다. 상단의 일원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멍한 채였고, 마 코우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뭐야. 진짜야? 말이 돼?'


눈으로 본 것을 믿지 못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처음으로 본 사람처럼, 명확한 현실을 꿈과 같이 느꼈다.


막대는 성력을 담아 에이에게로 휘둘러졌다. 그는 침착하게 두 눈으로 그것을 보고는, 그냥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


'성력으로 강화한 공격을, 그냥 힘으로 받았다고?'


상단장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당연히 이어졌어야 할 흐름이 끊겼기에 그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땅에 주저앉은 채, 영문을 몰라 따지듯 외쳤다.


"너, 지금 뭘...?!"


에이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코웃음 쳤다.


"뭐야. 눈치도 못 채? 진짜 불쌍하다."


상단장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분노했다.


"이것들아! 연장 들어!"


그 고함에 뒤에 서 있던 짐꾼과 상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에이는 웃었고, 마 코우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

.

.

"커, 커헉...!"


좁은 골목에 피투성이의 사람이 꽉 들어찼다. 약간 남은 곳은 피로 물들어 지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신을 잃은 이들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다행일까 불행일까.


유일하게 서 있는 이는 피 묻은 손을 털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자신의 피였다.


"씨이발, 뒤지는 줄 알았네."


마 코우는 경악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이라 생각되는 이에게 공포를 느꼈다. 그는 강하긴커녕 약했다. 고향 마을의 농노 수준의 성력이었다.


그런 그가 저 많은 사람을 의식 불명을 만들었다. 쥐가 사람을 죽인 것을 본 것 같았다. 그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보았음에도, 그 결과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상단장은 피가 흐르는 목을 부여잡으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뭐냐... 너.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에이는 쓰러진 사람들 이상으로 걸래 짝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들과 차이점은 쓰러져 있는가, 서 있는 가의 차이뿐이었다.


상단장은 손익의 파악과 흐름을 보는 눈이 있었다. 그래서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알았다. 크게 세 가지, 세 가지나 오판을 내렸다.


첫째로, 에이는 일 대 다의 싸움에 능했다. 상대를 이용해 숨고, 상대로 상대를 막고, 상대로 상대를 제압하는 법을 알았다.


둘째로, 에이는 잔인하고 비도 했다. 강한 공격으로 목숨에 지장이 없는 부위를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공격으로 치명적인 급소를 찔렀다.


마지막으로, 에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 아카데미 시험이라는 녀석이 손가락이 꺾이고 날붙이가 몸에 박혀도 도망치기는커녕 이빨로 사람을 물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이었고, 성향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


그 말에 에이는 기다렸다는 듯, 오로지 그 답을 하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때였다.


"불의를 눈앞에 두고 참음은 기사의 도리가 아니니."


정신을 차리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그 신성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골목을 향해 들어오는 빛을 등지고, 하늘과 같이 푸르른 머리칼의 소년이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남자도 반할 듯한 조각 같은 얼굴, 멍하니 느껴버리게 되는 정순한 성력. 일체의 틈도 없이 견고한 자세.


마 코우는 부끄럽게도 어릴적 어머니가 들려준 옛이야기에서 들은 용사를 그 모습에 빗대었다.


검이 움직였다. 거의 하얀 빛에 가까운 성력이 그 검에 깃들었다. 이 피비린내 나는 골목에서도 그 검은 홀로 고고했다. 하지만 고립적이지는 않았다. 천천히 내려온 빛이 이 땅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주었다.


단 한 명만 빼고.


"이 씨발 년아! 그거 내 대사야!"


꿈 속에서도 연습을 했었다. 지나가다가 괴롭힘을 당하는 녀석을 보면 칼에 맞아 가면서도 도와주었고, 지금까지는 모두 실패했다.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나고도 일어서서 말을 할 기회가 생긴 건데.


'그걸... 그걸... 그냥 뺐어?!?'


에이는 좆같다 못해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피 묻은 검을 닿지도 않는 거리에서 휘둘렀다. 그것이 소년의 잘못된 판단에 등을 밀어주었다.


"네놈이 이 일을 일으킨 불한당이구나!"


"뭐?!"


에이는 어이가 없어 소리쳤다. 그리고 소년은 그것을 공격이라 받아들였다. 1초도 안 되어 자세를 잡았고, '스킬'을 사용했다.


"[낙성]"


빛줄기가 에이를 꿰뚫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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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차 시험 24.06.10 6 0 11쪽
5 그의 기억 24.06.09 9 0 11쪽
4 지각한 자들 24.06.08 1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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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착각으로 24.06.06 17 2 14쪽
1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의 이야기 24.06.06 34 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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