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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밀 님의 서재입니다.

나를 죽인 히로인만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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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풀밀
작품등록일 :
2024.06.06 02:47
최근연재일 :
2024.06.10 15:04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0
추천수 :
4
글자수 :
41,157

작성
24.06.07 18:00
조회
12
추천
1
글자
12쪽

싸우고도 친해질 수 있다면 좋은 친구

DUMMY

하늘색의 소년은 참으로 주인공 같은 포즈를 취하며 걸어왔다. 그리고는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성우(聖羽)]"


그가 그리 외치자 그의 몸 주위에 성력의 깃털이 퍼트려졌다. 소년은 주위의 성력으로 기류를 만들어 천천히나마 그 깃털이 쓰러진 사람들 위로 떨어지게 했다.


소년은 마 코우에게도 깃털을 건넸다. 마 코우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고, 곧 몸에 성력이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치유 스킬이야? 부럽다...'


변방 출신인 마 코우에게 스킬은 존재 자체로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으나, 아카데미로 오는 길 내내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절대 치울 수 없을 것 같은 바위를 자신과 같은 인간이 부숴버렸다. 수백 년은 될 듯한 고목을 단 수십 초 만에 자라나게 하였고,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뽑아내렷다.


자신과 달리 그들의 스킬은 기술이 아니라 기적이었다.


그리고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의 소년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괜찮아?"


그 소년은 부드럽게 말했다. 고향에서 아버지가 비싼 돈을 주고 산 조각보다 잘 생겼다. 선이 연하고 여린 듯하면서도, 턱과 코의 각이 날카로웠다. 그러면서도 피부에는 사소한 여드름도 없었다.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 있다.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다가, 뒤에서 신음을 흘리는 에이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이...개새끼가아...!"


소년은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것에 놀라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검을 뽑았다.


"...아니! 너 오해하고 있어! 쟤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일을 벌인 거라고!"


"어?"


소년은 검을 뽑아 든 채로 한 번 더 놀라, 마 코우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막지 못했다. 에이의 크고 거친 손이 소년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당겼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소년 그는 뒤로 누운 채 에이를 보았다.


"씨발 년아...!"


피 철갑을 한 채 충혈된 눈을 부라리는 에이는 마족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실제로 마족이기도 했지만.


"잠깐! 아무래도 우리 오해가...!"


"오해? 그래 오해 풀어야지. 나도 좀 패고!"


바닥은 에이의 영역이었다. 그 만큼 바닥에 어울리는 이는 없었다. 그는 바닥의 신이었다. 그는 그냥 바닥 그 자체였다.


"으아악...!"


그토록 고고했던 소년이 에이의 흙과 피가 묻어 뒷골목 땅개가 되었다.

.

.

.

"......"


마 코우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동안 몸을 의탁했던 상단은 그에게 침을 뱉고는 그냥 돌아가 주었다. 모두 이 두 사람 덕분이었다.


"헉....헉...헉..."


"이...씨....발..."


힘이 다 빠져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 두 사람 말이다.


"저기... 우리 이제 대화를 좀 해볼까...?"


마 코우의 조심스러운 중재에 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말이야. 아카데미 지원자면 행동보다 말이 먼저 나가야 하는 거야. 양아치도 아니고!"


소년는 도대체 방금까지 자기를 팬 건 누구냐 외치고 싶었으나 입을 앙물었다. 그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었다.


"그래... 내가 먼저 공격해서 미안해."


그 대답에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에이였다. 사과란 것을 들은 것 자체가 거의 몇 년 만이었다.


"...그래 임마. 난 저기 저 마코랑 친구라고. 그래서 도와준 거란 말이야.“


에이는 무안해서 어거지로 뻣댔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편협한 거였어. 미안해. 마코."


소년은 마 코우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니, 그렇게까지... 잠깐. 내 이름은 코우야. 마 코우. 마코가 아니라."


"어? 근데 쟤는 너보고 마코라고 했는데?"


"쟤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야!"


"...친구 아니야?"


소년의 물음에 마 코우는 그제야 그와 만남을 떠올렸다. 친구라는 게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거였다면 단 한 사람의 친구도 필요가 없었다.


"방금 전에 막 만났어. 그 사람들한테 걸린 것도 쟤 때문이고."


"이새끼. 배신이냐!"


에이의 고함에 마 코우는 몸을 움츠렸다. 소년은 그 앞을 가로막고 에이를 보았다.


"너. 뭐가 목적이야?"


에이는 당장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팔을 뻗은 직후 그만두었다.


'...성력이 부족해.'


그에게 성력의 고갈은 단순히 지치는 것 이상을 의미했다. 마왕군의 군단장도 아카데미의 모든 인간을 혼자서 죽일 수는 없었다. 일개 히델족인 그는 이 거리조차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으리라.


"...그거 하고 싶어서."


에이는 마지 못해 순순히 불었다.


"그거?"


"아까 네가 한 거! 기사가 사람들 도울 때 말하는 그거!"


"불의를 눈앞에 두고 참음은 도리가 아니니... 기사도문 말하는 거야?"


"그래 임마! 내가 그거 한번 말해 보겠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


"너...! 이봐. 사람을 돕는 건 그 사람을 돕는 게 목적이 되어야 해. 그래서는 그저 자기만족이야."


마 코우와 에이는 소년의 외침에 당혹감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저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겠지만, 이 소년의 경우에는 그 말에 걸맞은 분위기가 있었다.


"새끼가 말은...!


"그래선 안 돼!"


두 사람의 말싸움은 계속되었다. 마 코우는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두 사람을 말리지도 못했다.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고, 결국 참지 못한 마 코우가 외쳤다.


"너희 입학시험 보러 가는 거 맞지?!"


"어, 엉."


"아. 응. 맞아."


"시간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마 코우는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태양이 하늘에 정 중앙에 떠 이 뒷골목이 밝아져 있었다. 세 사람의 얼굴에 당혹과 공포가 떠올랐다.


"좆됐..."


시험 시작 시각은 정오. 즉 지금이었다.


"난 먼저 갈 거니까!"


마 코우는 그리 말하고 먼저 뛰어 달려갔다. 소년 또한 그를 뒤따르려 했으나 에이의 신음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윽... 씨발..."


그는 만신창이에 성력도 거의 바닥이었다. 거의 다가 자신이 한 것은 아니었지만, 죄책감을 느꼈다.


"...너 이름이 뭐야?"


"앙? 에이."


"난 하르야."


하르는 그리 말하며 성우를 사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력의 깃털을 에이에게 던졌다. 깃털임에도 마치 표창처럼 빠르게 에이의 몸에 꽂혔다.


"윽!"


"아파도 참아."


피하지 못한 에이는 당황하며 그것을 뽑으려 했으나 곧 그만두었다. 상처가 치유되며, 성력이 들어차고 있었다. 그것이 중요했다. 성력이, 성력이 채워지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장터에서 4일은 버텨야 모일 성력이 한 번에 들어왔어.'


에이는 '그런 식'으로 싸워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소모의 타격은 남들 이상이었다. 고갈이 곧 죽음을 의미했으니.


그 때문에 언제나 고갈을 신경써야 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몸뚱어리를 모두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스킬이 있다면... 그런 상상을 한순간이었다.


"윽."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린 것처럼, 아니면 있어야 할 다음 계단이 없었던 것처럼, 이어져야 할 시간 사이의 틈에 빠졌다.


위화감, 그리고 기시감. 상반된 듯 연속적인 감정의 흐름에 표류하던 에이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하르 너 여자 아니었나?"


맥락을 세계 단위에서 무시한 듯한 질문에 하르의 잘생긴 얼굴이 심각하게 구겨졌다.


"내, 내가 어딜 봐서?!"


에이는 이상했다. 스스로가 그리 느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고맙다. 덕분에 시험을 볼 수 있겠어."


"......"


털털하고 시원한 감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에이의 행동거지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하르였으나, 이것만큼은 싫지 않았다.


하르는 순순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별말씀을."


잠시 마주 보던 두 사람-틀린 말이다-은 곧 지금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근데 가만히 있을 때 아니지 않냐."


"...응."


이제 해가 반대편으로 눕기 시작해 다시금 골목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직 몸 이곳저곳에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길을 들어 채운 인파를 가로지르는 두 사람. 하지만 모든 면에서 에이보다 뛰어난 하르가 오히려 뒤처지고 있었다.


"야? 너 뭔 짐을 그렇게 챙기는 거야?!"


이유는 하르가 골목을 나오자마자 챙긴 거대한 등짐 때문이었다.


"여기서 산 것들이야!"


"뭐? 뭘?"


"...몰라."


달리는 와중에도 열이 뻗쳤다. 에이의 눈빛에 하르는 쩔쩔매며 변명했다.


"다들 필사적으로 와서 파시는데 어떻게 안 사! 한 분은 이 가방 만드는데 자기 전 재산을 썼다고 했어!"


가방도 산 거였냐! 에이는 그 고함을 꾹 참고 하르에게 손을 뻗었다.


"같이 들어 주는 거야?"


화색을 짓는 하르. 에이는 웃으며 하르의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집어 던졌다.


"으악! 너 뭐 하는...!"


하르는 항의 하려 했지만, 에이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저거 가지러 가서 지각하든가. 아님 빨리 오든가."


하르는 이를 악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각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더 중요했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에이를 따라 달리면서도 성우를 사용해 자신과 에이를 치료하는 하르였다.

.

.

.

[운반자]


마 코우의 스킬은 다른 대부분의 스킬과 같이 미묘한 기적이었다. 분명 본래 세상의 법칙대로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이루기는 했지만, 그리 특별하지도, 큰 효과가 있는 일도 아니었다.


물건을 옮길 때 그것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충격에 잘 버티게 된다.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장비와 능력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수준의 평범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 코우는 그 스킬에 더 없이 감사했다.


"...아슬아슬하게도 오는구만. 너까지가 끝이다."


시험의 통제관으로 보이는 긴 코트의 남자가 그리 말하며 띠를 쳤다. 그 뒤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지 땀을 폭포 처럼 쏟으며 달린 또래 아이들이 절망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모습만이라면 코우도 비슷했다. 단숨에 긴장이 풀린 마 코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웬만한 장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북적거림이 그의 심장 박동에는 묻혀 기를 펴지 못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그 옆에선 사람이 마 코우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마 코우씨 인가요?"


갑작스레 등장하는 자신의 이름에 마 코우는 지친 와중에도 고개를 치켜들었다.


“네?”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몸을 의탁한 그 상단밖에는 없을 터. 허나 고개를 들어서 보인 그녀는 상단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흑갈색 후드로 가렸음에도 채 숨기지 못한 화려한 머리카락과 고귀한 분위기가 겨울바람처럼 마 코우를 습격했다.


안 그래도 지친 심신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 때문에 사고가 나아가지 못했다.


“네, 넵. 마 코우입니다.”


흙갈색 후드를 입은 여성은 안도했다는 양 가슴에 손을 올리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 코우는 정신이 붕괴하여 감을 느꼈다.


비록 시골이긴 하나 나름 영지를 가진 기사의 아들인 마 코우였다. 여성과 만날 기회는 어릴 때부터 있었고, 때문에 여성에게 환상을 갖지 않았다.


부족한 미모를 가리기 위해, 얼굴에 다른 얼굴을 그려 넣고, 존재하지 않는 부를 자랑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의문인 장인의 장신구와 옷으로 누더기를 만드는...


한걸음 멀리서 본다면 추하기를 넘어 불쌍한 기분이 드는 이들이 마 코우가 가진 처녀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는 어떤가. 움직임에 의해 후드가 살랑일 때야 겨우 얼굴의 일부가 보였음에도, 그것으로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더러운 흑갈색 후드로 전신을 가렸는데도 그 기품이 다 가려지지 않았다. 감정에 흔들리는 목소리임에도 노래를 듣는 듯 감미로웠고, 새어 나오는 성력은 그야말로 성스러웠다.


“고마워요.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봐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마 코우는 얼굴을 붉힌 여성이 사라진 곳을 홀린 듯... 아니. 홀린 채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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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차 시험 24.06.10 7 0 11쪽
5 그의 기억 24.06.09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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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고도 친해질 수 있다면 좋은 친구 24.06.07 13 1 12쪽
2 시작은 착각으로 24.06.06 17 2 14쪽
1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의 이야기 24.06.06 34 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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