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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광복군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총독부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로맨스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20.02.03 04:17
최근연재일 :
2020.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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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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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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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UMMY

현호의 정보원은 길 건너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확실해?’

현호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쏘아보았다.

그래도 정보원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다.

현호가 성민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이 오고갔다.

드디어 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은 드디어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동원된 동네 깡패들이 각목과 낫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맞은편 사무실을 들이닥쳤다.

닥치는 대로 부시고 둘러엎고

그들의 의도는 습격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게 최대의 목표였다.

실제 습격을 당한 일당들은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정확하게 먹혀들어갔다.

그리고 그 공포심은 이성보단 본능이 앞 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럴 땐 집단심리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하나가 도망가면 모두가 도망간다.

현호는 그들이 도망가도록 놔주었다.

아니 오히려 도주하는 것을 사주했는지도 모른다.

군사용어로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그래도 두목만은 놔줄 수가 없었다.

그의 도주만은 방관할 수가 없었다.

두목의 도주를 저지한 그들은 두목을 현호 앞에 꿇어앉혔다.

그러고는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현금과 패물들.

그런 것들은 사무실 전체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금고는 가장 은밀히 곳에 숨겨져 있었다.

현호가 두목의 얼굴에 칼을 들이댔다.

두목은 그런 협박에 익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공포란 그리 숙달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그래도 그는 두목이었다.

깡패 두목도 존심은 있었다.

문제는 존심을 세울 부하들이 달아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가 접한 갈등은 아주 잠시였다.

결론은 하나 밖에 없었다.

달리 선택의 여지란 존재하지를 않았다.

그는 바로 금고를 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는 금고였다.

따라서 금고를 여는 것은 아주 익숙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아주 잠시였지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온갖 진귀한 보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동원된 깡패들에게는 진귀한 보물이었다.

아니 누구에게라도 진귀한 보물이었다.

하지만 현호에겐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단계에서 그런 건 안 중요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현호의 시선을 끄는 건 오직 하나였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보물이었다.

그 보물 하나 때문에 자신이 받은 수욕을 생각하면...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었다.

특히 이 보물은 어떠한 희생도 치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현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총독부가 그리도 목메어 찾던

바로 그 총독의 보물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근배가 드디어 칼을 갖다 대자 민수는 입을 악물었다.

구차한 모습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비록 이들에게 민족반역자였다.

난영에게마저 그럴 수는 있어도 치사하고 비열한 놈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그러고 싶었다.

본능이었다.

아니 모든 걸 포기했다.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그는 죽은 목숨이었다.

모든 건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바로 그 절제절명의 순간.

하지만 구원은 전혀 의외의 곳에서 열렸다.

그가 틀렸다.

그의 운명은 거기까지가 아니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유난히 크게 울리는 소리였다.

이곳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원들 중에서도 극소수였다.

학규와 난영 구속 중인 창훈과 현식 그리고 근배.

그리고 한 둘?

그 외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리고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불길한 눈빛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난영을 향했다.

여자의 운명이었다.

난영이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누구냐며 물었다.

아무 응답도 없었다.

학규와 다시 눈빛을 교환한 난영이 조심스레 지하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온 사람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정작 놀란 사람은 광복군들이 아니었다.

진정 놀란 사람은 바로 민수였다.

반면 1지대장 학규는 조금도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민수만큼이나 놀란 자는 근배였다.

범석은 자신이 처단하겠다던 바로 그자였다.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두 번째 문제였다.

우선은 이 위기를 모면하고 봐야 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얼굴을 가리고 꽁무니를 뺐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광복군의 아지트로 들어온 범석의 표정이었다.

그의 표정과 태도는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온 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범석은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둘이 잠간 이야기 좀 하겠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학규와 난영의 반응은 충격을 넘어 경악이었다.

난영이 두말도 않고 자리를 비워주었다.

학규 역시 범석의 등을 쳐주고는 문을 닫고 나가주었다.

민수는 그저 입만 벌릴 뿐이었다.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건지

조선의 상황은 정말 버라이어티했다.

벌써 조선에 온지가 몇 달이지만 그는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 누구라도 범석이 광복군의 첩자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놀랐군.’

범석은 당연하다는 듯 민수의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때가 되어 반대의 경우가 된다 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거야’

민수는 대꾸할 힘조차 없었다.

줄이 풀어지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범석은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그때가 되면 진짜 친일파들이 가장 열렬한 반일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 행세를 하게 될 거란 말이지.’

주저앉은 민수지만 머리는 돌아갔다.

논리적으로 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민수의 뇌리 속에 방어기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무언가 뒤가 구린 작자들일수록 더 날뛰기 마련이었다.

진짜 반일세력들은 일본제국주의 앞에서 더 충성을 해야만 했다.

진짜 독립운동과 연계된 사람들은 그만큼 일제에 더 충성해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야만 했다.

그래도 민수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태평하게 범석은 그 앞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가 태연하게 찾고 있는 것은 술병이었다.

맞았다.

만일 때가 되면 켕기는 놈일수록 더욱더 민족주의자 행세를 하려할 것이다.

친일파를 때려죽이자고 앞장을 설 것이다.

방어기재였다.

정신분석이었다.

과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한가한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었다.

드디어 범석이 구석에서 술병과 술잔을 찾았다.

그리고 술잔을 건넸다.

민수는 원 샷으로 들이키고 다시 술잔을 내밀었다.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도 속여 온 이 새끼를 한 대 갈겨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큰절을 해야 하는 건지

당연히 범석은 그런 것에 관심도 없었다.

그가 이리 찾아온 것은

그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이나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

절박한 범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네가 나를 고발하게.’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한 민수는 범석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첩자를 잡았다고 말이야.’

술에 또 술을 퍼 넣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내가 첩자인 것과 위장이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야. 차라리 니가 날 고발하는 게 나아.’

그건 그럴 것이다.

만일 위장이 탄로 난 상황이라면

하지만 그것은 민수자신이 이들 편이라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민수는 이들 편에 설 마음이 없었다.

자신의 찬란한 미래를 두고 이들 찌질이들과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민수는 목소리의 톤을 조절했다.

‘왜?’

‘광복군의 입장에선 당연히 고등경찰 안에 우리 편이 필요하고.’

하지만 민수가 묻는 것은 그게 아니다.

‘대체 왜?’

대체 왜 이런 것들의 첩자냐는 말까지는 절제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범석도 민수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도 원 샷을 해봤다.

그리고 민수에게도 술잔을 채워줬다.

이야기가 길어진다는 뜻이다.

‘이 박사와 김구 선생이 맥아더를 만났네.’

민수도 꼴깍 술잔을 넘겼다.

이 박사가 누군지도

김구가 누군지도

맥아더가 누군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조합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일본 본토 대신 조선반도에 상륙을 요청했어. 여기엔 2개 사단 밖에 없고 우리 민족은 미군을 지지할 테니 본토보다 훨씬 쉬운 전쟁이지. 일본에는 치명타를 줄 수 있고.’

민수의 질문은 진지했다.

이제부터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들이 수락했나요?’

아주 짧은 대화지만 범석도 민수의 변화를 직감하고 있었다.

‘전제는 있어.’

민수는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질문을 던졌다.

‘군사정보?’

민수는 질문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바로 그거야. 상륙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의 실력과 의지도 시험해 보고.’

범석이 다시 민수의 술잔을 채웠다.

주변을 둘러보던 민수의 눈에는 근배에게 빼앗긴 명단이 들어왔다.

‘잘 안 됐군요.’

범석이 끄덕였다.

‘그런데 그들이 상륙하면 뭐가 달라지죠?’

민수는 다시 한 번 명단을 쳐다봤다.

‘미국은 우리를 식민지로 취급 안 해?’

범석은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민수가 자신의 편에 서길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술병이 떨어졌다.

병에 술이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술병을 가지러 간 사이에 민수는 근배에게 빼앗긴 명단을 몰래 품에 넣는데 성공했다.

‘뭐야? 갑자기 순진해 지신 거에요?’

무언가 어색해진 민수는 질문을 이어갔다.

‘누구나 그렇게 말해요. 일본 놈들은 안 그랬나?’

‘하지만 우리 실력이 안 되면 어차피 결과는 똑같아요.’

‘맞아. 그러니 실력을 키워야 하고 미국이 도와줄 거야.’

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순진한 소리. 일본은 돕질 않아 우리가 이 모양 이 꼴인가?’

‘미국은 달라. 이들보다 훨씬 낫다구.’

‘아니 누가 나은지를 어떻게 안다는 거죠?’

민수는 전투를 각오했다.

논쟁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야라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 온 그였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공부하고 총독부에서 일해 온 그였다.

민족반역자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녔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온 그였기에 그 분야에 대한 논쟁이라면 그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었다.

그런 민수를 범석이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그의 의중을 안다는 것만 같았다.

민수는 목소리의 톤을 올렸다.

‘그리고 그걸 누가 결정해요?’

범석은 그런 민수와의 논쟁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느낀 것일까?

논쟁을 중지하고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목소리의 톤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네 혹시 박원명 대감이라고 들어봤나?’

범석이 무언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면 성공이었다.

민수 역시 범석을 따라 논쟁의 전혀 다른 장으로 넘어갔다.

‘갑자기 저희 부친은 왜?’

눈이 동그레진 민수에게 범석은 질문을 계속했다.

‘그분의 절친 김철민 대감이라고는 들어봤나?’

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어린 나이에 부친의 친구 손에 맡겨져 자라면서 부친의 이름 석 자 정도만 기억할 뿐이지 더 이상은 아는 바가 없었다.

‘그 두 분들은 둘도 없는 가까운 사이였어.’

‘뜬금없이 왜 족보를 들먹이는 거에요?’

범석은 민수의 항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더 이상은 단순히 귀여운 후배 놈이 아니었다.

‘당연히 신원조사를 했겠죠. 그런데 왜?’

‘김 대감님 슬하에는 여식들 밖에 없었어.’

민수는 아직 범석의 이야기에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이자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그 중에도 유난히 예쁘고 똑똑한 아가씨가 있었지.’

‘두 가문 간에 정혼이라도 있었다. 뭐 이런 이야기라도 하시려는 거에요?’

민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에게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금 그 처자와 혼인이라도 하라는 거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안했는지 민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분위기에 그게 어울리는 말 같아요? 죽일 건지 살릴 건지 남의 목숨이 오고 가는 마당에?’

민수의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범석이 받아쳤다.

‘그 처자의 이름이 뭔 줄 아나?

당연히 범석이 알 리가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지금 목숨이 오고가는 마당에 이렇게 한가한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지금 자신은 죽음의 직전에 놓여 있다.

거세 후의 죽음인지 아니면 그냥 죽음인지

다행히도 그냥 죽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그럴 거 같지가 않다.

그런데 이게 무슨 황당한?

민수는 참고 있던 짜증이 폭발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범석의 입에서 나온 그녀의 이름 석 자가 그의 영혼을 강타했다.

완전히 영혼이 떠나가 버리는 느낌이었다.

시간도 멈추고 공간도 떠나가고

지금 자신이 어디서 뭘 하는지 아무 것도 인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범석이 먼저 일어나 민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그를 일으켰다.

민수는 일어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시간은 정지된 상태였다.

공간도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도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뜬금없는 황당한 이야기는 멀리 떠나보내고 진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범석이 논쟁을 피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

논쟁을 우회한 범석이 다시 현실로 민수를 이끌어야 했다.

더 이상의 논쟁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논쟁의 승패여부도 중요하지 않았다.

논쟁의 승패가 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했다.

지금 조선이 맞이한 상황은

그리고 그 백성들이 처한 현실은 논쟁의 승패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논리로 설명될 상황도 아니었다.

이론으로야 뭐라고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을 반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민수가 아무리 자신을 합리화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것임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진실이라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

자신의 현실을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

적어도 그 분야에서 민수는 범석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한 범석이 문을 열고 민수를 밀어냈다.

‘결정을 해야 돼!’

그렇게 민수는 현실로 내몰렸다.

결정을 해야 했다.

그걸 누가 모르나?

반항을 하려는 민수의 눈에 현실이 들어왔다.

거기에는 학규와 근배 그리고 난영이 서있었다.

민수는 난영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옆에 서 있던 근배는 그를 풀어주는 것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근배는 범석의 결정에 항의를 하려 나서보았다.

하지만 학규가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근배의 불만은 가득했지만 함부로 항명을 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도 지금의 분위기가 얼마나 엄중한지 정도는 파악이 가능했다.

그래도 불만의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반면 민수가 용기를 내 훔쳐 본 그녀의 표정은 난해하기 그지없었다.

민수는 여전히 망설였다.

그런 민수에게 학규는 가도 좋다는 뜻으로 골목길을 가리켜 주었다.

다시 한 번 현실로 내몰리는 느낌이었다.

민수가 무언가 어색한 발걸음을 몰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불만에 가득한 근배가 따라 나섰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이를 아는 학규가 근배를 막았다.

‘그를 건드리면 안 돼!’

근배는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그렇다고 학규와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분위기 파악이 최우선 임무였다.

그래서 알았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소중한 애장품 칼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민수와 반대방향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세 사람만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자 지하실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웠다.

그 무거운 공기 위로 세 사람의 무거운 시선이 오고갔다.

누군가 먼저 입을 열어야 했다.

그게 자신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학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역시 무거운 주제였다.

‘그가 불면 모든 게 끝장이야.’

‘하지만 그가 아니면 누구도 정보를 뺄 수 없어.’

범석이 남은 술을 입에다 털어 넣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의 존재이유도 없고.’

이때 근배가 뺏은 명단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사색이 된 난영이 소리를 질렀다.

‘명단이 없어요.’

무거운 분위기가 더 무거워졌다.

숨을 쉬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세 명의 무거운 시선이 부지런히 오고갔다.

난영이 제일 먼저 이 무거운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절망감에 바닥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이를 본 학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수를 잡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범석이 그를 잡았다.

학규는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난영이 옆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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