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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광복군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총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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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20.02.03 04:17
최근연재일 :
2020.03.07 06: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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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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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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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UMMY

조선에서의 일상은 드라마틱과 버라이어티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주로 업무적이거나 혹은 정치적인 그리고 일상적인 범위였다.

그러다가 오늘은 문화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민수는 이러한 조선의 문화체험이 몹시 기대되기 시작했다.

어느 모로 봐도 난영은 미인이었다.

하지만 미인의 범주에만 넣을 수는 없었다.

민수는 그녀의 몸과 마음 깊숙이 내재된 매력에 눈을 떴다.

무언지 실체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미나미와의 만남 속에서도 민수의 뇌리에는 난영이 떠올랐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매력에 그는 빠져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짝사랑이 보답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그의 기대는 다시금 하늘을 날고 있었다.

끝도 없이 하늘 끝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오르기만 하는 것이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오를 만큼 오르면 떨어져야 하는 법이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너무 빨리 떨어졌다는 것이다.

너무 높이 오른 탓도 있었다.

하지만 진정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그녀를 따라 골목을 돌자마자 그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너무도 허무했다.

광복군들이 몽둥이를 들고 그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들이 광복군이라는 것은 그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불량배들이었다.

그 불량배들에게 민수는 저항을 해보려다 했다.

하지만 자신은 문관이지 무관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항을 포기했다.

순순히 그들에게 끌려갔다.

그들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후좌우가 분명했다.

모든 것은 이미 기획된 시나리오였다.

민수는 난영을 쳐다봤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술집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이던 그녀의 자태는 아니었다.

잔뜩 폼을 잡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너무도 멋있고 매력적이던

지금은 그저 풀죽은 여인이었다.

잘못을 아는 건지

선택에 자신이 없는 건지

그런 자신에게 실망한 건지

그녀의 심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획인 건 틀림없다.

그녀의 각본 그녀의 연출과 주연이었다.

민수는 그녀에게 항의하고 싶었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도와주려던 것뿐이었다.

친절을 베푼 것뿐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민수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입을 열면 불리할 거 같았다.

모든 기획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들어보기까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분명 사유를 밝힐 것이다.

어차피 끌려갈 운명이었다.

여기서 저항해봐야 꼴만 우스워진다.

난영은 고개를 들고 민수를 쏘아봤다.

진정 분노의 눈빛이었다.

아까 고개를 숙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다시 무언가 기억을 떠올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분명했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었다.


민수는 골목을 돌아 어느 건물 지하실로 끌려왔다.

거기에는 그보다 먼저 끌려온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는 모를 수가 없었다.

민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직원 중의 하나였다.

그는 총독부 경무국의 순사였고 법석의 부하 직원이었으며 바로 영철의 거세에 직접 가담했던 자였다.

민수는 그의 옆에 묶였다.

민수는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같은 처지라는 것이 반가웠다.

하지만 옆의 직원을 본 그는 기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하 직원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같은 처지라는 생각을 취소하기로 했다.

자신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 직원과는 다른 처지여야 했다.

어찌 이런 일이?

어찌 감히 천황폐하의 충실한 부하에게 이런 짓을?

어찌 이런 천인공노할 일을?

하지만 천인공노할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진짜 천인공노할 놀라운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지금까지의 것은 실로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영은 민수를 쏘아보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민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화가 난 난영의 옆에 근배가 보였다.

현식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사람이 두 명 더 있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근배가 칼을 갈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였다.

민수가 들어오기 전부터

다만 이제 들리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설마?

온갖 나쁜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머릿속과는 별개로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조선에는 칼이 난무했다.

첫날의 그놈에게서 시작해서

총독부 지하 심문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오늘 다시 또...

대체 누구를 왜?

그 때 갑자기 민수의 입에서 신음이 뛰쳐나올 뻔 했다.

설마?

최악의 시나리오가 민수의 머리를 스쳐갔다.

설마?

그러는 동안에 칼 가는 소리가 멈추었다.

칼 가는 소리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운 침묵이 지하에 흐르기 시작했다.

근배가 칼갈이를 마친 거 같았다.

칼 갈이를 마친 근배가 민수의 시선을 끌었다.

그가 칼끝을 이리저리 조사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사용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칼 끝을 만져보던 그가 미소 지었다.

만족스런 모습이었다.

만족스럽다니 다행이긴 했다.

하지만 그의 만족스런 미소가 이토록 공포를 불러 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제발 최악의 시나리오만 아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건 분명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일이었다.

인간으로 상상도 못할 짓이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근배가 곁에 서있던 두 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두 명이 만신창이가 된 민수 옆의 직원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직원의 바지를 벗겼다.

‘안 돼!’

저항은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묶인 그가 어쩔 방법은 없었다.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민수의 시선이 난영을 향했다.

그녀는 민수의 시선을 철저히 외면했다.

동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그녀에게 기대할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민수가 근배를 상대로 소리를 질렀다.

‘안 돼!’

근배의 비웃음이 지하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칼끝을 들이대며 민수에게 다가왔다.

‘왜?’

민수는 자기가 아는 한에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영철을 해한 것은 조선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체벌은 반일운동과는 거리 멀었다.

그는 단순히 성범죄자를 처벌했을 뿐이었다.

민수는 필사적으로 직원을 변호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들의 반응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근배는 민수를 비웃었다.

말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가치조차 없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이것은 거대한 임무의 일부분이었다.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친일분자의 처단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복잡한 공작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민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근배도 말조심에 대한 주의를 들었다.

그도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건방진 놈을 떠들도록 둘 수는 없었다.

근배가 다가와 민수의 얼굴에 대었다.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은 조선 최대의 킹 카였다.

이런 킹 카의 얼굴에 칼을 대다니

죽으면 죽었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죽이라고 하고 싶었다.

물론 말이 목구멍을 넘지는 못했다.

대신 말이 근배의 목구멍을 넘었다.

‘조금만 기다려’

‘니 차례는 다음이야’

뭐?

왜?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정말 나는 구경 밖에 안 했는데?

수많은 항변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역시 목구멍을 넘지는 못했다.

민수의 시선이 다시 난영을 향했다.

그녀도 그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난영의 눈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난영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민수도 다 알고 있었다.

저 눈빛이 분명 존경의 눈빛은 아니라는 걸

자신에 대한 호감도 아니라는 걸

사랑의 눈빛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는 걸.

그녀에게 기대할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그녀의 눈빛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 할 즈음

어마어마한 비명 소리가 지하실을 뒤흔들고 있었다.

근배가 직원에게 칼을 댄 것이었다.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직원의 비명과 절규는 또다른 칼날이 되어 민수의 마음을 도려내고 있었다.

마치 진짜 그의 살갗을 베어내는 것만 같았다.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에려왔다.

진짜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민수의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었다.

직원은 쉬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고통의 신음이었다.

그의 비명이

그의 절규가

고통의 신음이

민수의 마음을 계속해서 찌르고 있었다.

민수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그의 온 몸을 송곳으로 찔렀다.

민수의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손과 발이 떨렸다.

민수는 다시 한 번 시선을 그녀를 향했다.

기대할 건 없었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선은 그녀를 향했다.

민수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근배는 손의 피를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대로 두면 죽어!’

근배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리고 같지 않다는 듯 손에 묻은 피를 구석구석 닦아냈다.

‘이 미개한 조센징들아!’

갑자기 지하실이 조용해졌다.

고요했다.

반응은 획기적이고 엄청난 반응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저지르고야 사태를 깨닫는 경우가 있다.

민수의 경우가 그러했다.

지금까지 듣는 둥 마는 둥하던 그들이었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순식간이었다.

당연히 눈빛의 질은 좋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다고?’

거기까지는 기세가 좋았다.

기백이 넘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목소리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근배 놈의 살기등등한 눈빛 때문이었다.

손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근배가 다시 칼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민수에게 다가왔다.

민수는 최대한 꼬리를 내렸다.

목소리는 어느 순간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살인을 하면 나쁘잖아?’

그의 고개도 땅으로 떨구었다.

‘살인죄는 형이 무거워’

그의 부드러운 말씨는 효과를 발휘했다.

근배가 칼을 내렸다.

곁에 서있던 대원들도 민수의 바지를 벗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직원의 신음도 끝나지 않았다.

흐르는 피도 멈추지 않았다.

끔찍한 현장이었다.

대체 뭐하는 자들인가?

생각이 있는 건가?

당연히 이들도 생각이 있었다.

총독부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총독부는 의사를 부른 반면

이들은 근본적으로 고통을 없애주었다.

근배가 다시 칼을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민수가 기다리라고 외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근배가 직원의 거세한 윗부분에 칼을 찔렀다.

복부의 정통이었다.

칼을 꽂으려면 그렇게 힘을 줘야하는지 민수는 처음 알았다.

사람 죽이는 장면이 처음이었다.

칼을 들고 장난을 치는 것도 조선에 와서 처음 본 일이었다.

칼의 본 고장 일본에서는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이번에는 직원의 복부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다.

대신 피가 튀었다.

콸콸 넘치고 있었다.

부하 직원의 피가 넘쳐 민수의 발을 적셨다.

근배는 자랑스럽게 외쳤다.

일파 놈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보라며 뿌듯한 자신의 업적을 과시했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의 손의 피를 다시 닦았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두 사람은 근배의 등을 두드렸다.

하지만 난영은 시선을 외면했다.

그러더니 민수를 향했다.

그를 노려보았다.

그를 쏘아보았다.

소름이 돋을 것만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민수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대체 내게 왜 그러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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