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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interer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의 시, 얼음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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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Winterer
작품등록일 :
2019.07.01 19:36
최근연재일 :
2019.12.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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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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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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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6장-영원永遠 (6)

DUMMY

싸늘하게 식은 시선들이, 서로의 시야를 가리는 어둠 너머로 교차했다.

그러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설령 그 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멈출 수는 없다는 듯, 사람들의 환각이 깨어나는 가운데도 노래만큼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슬픈 거울아

외로움 속에서 걸어 나와주렴

마주치지 않는 그림자 대신

마주 웃을 수 있는

그런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렴


아스트라를 빗겨쏜 티엘은 필사적으로 주위의 마력을 살폈다.

다행히 아이셀레니가 휘청거리는 것을 기점으로 주변을 지배하던 마력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한 번 흐름을 끊었다면, 그 빈틈을 파고들어 방해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이미 좌석 아래나 미세한 틈을 이용해 극장 전체에 가늘게 퍼져있던 슈니엘의 마력이 일제히 공기중으로 녹아들었다.

환각계와 탐색계, 서로 상반되는 마력은 짙고 옅은 것과 무관하게 서로 상쇄되는 경향이 강하다.

슈니엘의 약하디 약한 마력이라도, 환각계의 마력을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없을 정도로 깎아내는 데는 충분했다.

지니고 있던 마력의 대부분을 쏟아넣었던 티엘은 조금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꾹 누르면서도 슬쩍 미소지었다.

꿈에서 깨어나듯 조금씩 당황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노고가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만족스럽게 가슴을 쓸어내린 티엘은 무대 위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모자라.'

당장 체포는 불가능하다. 티엘이 수집한 증거들은 아이셀레니를 범인으로 확정하기에는 다소 모자랐고, 더군다나 물리적으로 형체가 남는 것들도 아니다.

결정적인 증거 없이는 오히려 무고한 사람을 몰아붙인다는 혐오감만 끌어모을 것이다.

마침 무대 위에서는 아이셀레니가 노래를 마치고 우아하게 몸을 숙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몸을 일으킨 사람들이 말 그대로 우레와 같은 박수와 갈채를 쏟아내는 혼란한 상황에서, 굳이 흑마법사의 존재를 드러내 혼란을 가중시킬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티엘이 맡은 배역은 끝났다.

아이셀레니의 마력을 끊어내는 것으로 역할을 마친 배우는 무대 뒤로 사라져 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문득 옷 앞섶에 아직 꽂혀있던 흰 꽃잎의 장미를 깨달은 티엘은 그 꽃을 아이셀레니가 서있는 무대를 향해 던졌다.

하얀 꽃잎이 흩어지며 소소한 꽃비를 내리자, 그 뒤를 이어 열성적인 관객들의 꽃세례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 * *




서서히 밝아져오는 무대가 순식간에 꽃잎으로 한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치맛자락을 살짝 치켜든 아이셀레니가 우아하게 찬사를 받았다.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에 대한 인사였다.

성공, 아니, 대성공이다.

무대는 더없는 환호에 물들어 어마어마한 찬사를 한 몸에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셀레니는 그것으로는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가슴 한 곳에 남은 한 조각의 결락.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전에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한 조각의 결핍이, 오히려 그 미소에 애수를 더해주며 한층 더 뜨거운 박수를 자아냈다.

'······시작은, 지금부터. 아직 멈춰설 수 없어.'

어딘지 쓸쓸한 눈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청중을 담았다.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내비치지는 않는다. 함부로 감정을 내보이는 것 조차, 그녀의 자리에서는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었다.

미소짓는 가면을 쓴 것처럼 화사한 미소를 유지하던 아이셀레니는 문득 문 밖으로 나서는 한 소녀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혼신의 힘을 다 한 뒤라 약간 어지러웠고, 그래서 잘못 본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녀의 뒷모습은 날카롭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아이셀레니에게, 그리고 그녀의 노래에, 아무런 애정도, 환희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새카만 머리칼을 늘어뜨린 소녀가 눈길을 끈 이유는, 그녀가 가장 먼저 꽃을 던진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셀레니는 그녀가 단 한 번의 박수도, 환호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불안해.'

그 뒤로도 허공을 수놓기라도 하듯 수없는 꽃들이 뒤이어 날아올랐지만, 흰 꽃은 최초의 단 한송이 뿐이었다.

아이셀레니는 그 꽃이 불편했다.

마치 조의를 표하는 듯, 새빨간 꽃잎들 사이에서 기괴한 백색으로 타오르는 흰 꽃잎.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듣지 못할 속삭임이었지만, 아이셀레니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잔영을 향해 속삭였다.



* * *




공연장을 나선 티엘은 건물 뒷편으로 향하는 복도로 접어들었다.

아무리 초청 가수를 위한 특별 공연이라지만, 공연의 총 시간은 다섯 시간이나 이어진다.

게다가 공연 일수도 기본 사흘, 반응이 좋으면 최대 이레를 넘기는 일도 다반사.

가히 살인적이라고 해야 할 일정을 한 사람이 소화해내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결국, 이 기간 동안은 중간중간 극단에서 키우는 가수들을 내보내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그 시간 동안 짧게나마 휴식을 취한 아이셀레니가 다시 나오는 식으로 여러 차례 교대로 무대에 세우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일정 시간마다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아이셀레니의 뒤를 캐려는 티엘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문제는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다.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운이 좋았는지, 때마침 한 명의 직원이 가까운 대기실로 들어가려는 것이 보였다.

티엘의 입가에 어렴풋이 미소가 걸렸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조금 머뭇거리는 척을 하며 태연하게 직원에게 다가간 티엘은 일부러 조금 목소리를 떨었다.

곤경에 처한 소녀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계를 늦추고 어느 정도 마음을 여는 법이다.

게다가 상대는 티엘과 그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어린 여성이었다.

좋은 기회다.

"무슨 일이세요, 손님? 이쪽은 출연자 대기실이라, 이쪽으로 들어오시면 안돼요."

"그, 그게 처음 와 봐서 길을 잘 모르겠어요. 소극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이셀레니의 공연이 있는 대극장 외에도, 일상적으로 자잘한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 역시 지금 어떤 작품을 올리고 있다 들었다. 변명거리로는 나쁘지 않은 구실이다.

예상대로 소녀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티엘이 걸어온 방향을 가리켜보였다.

"저런, 그럼 길을 한참 잘못드셨어요. 소극장은 대극장을 빙 돌아서 저쪽으로-"

"애냐."

친절을 이용하는 데에는 약간의 가책이 느껴졌지만, 때로는 이런 일도 있는 법.

웃는 얼굴로 길을 가르쳐주려던 직원의 뒷목에 마력을 머금은 손이 살짝 스쳤다.

주문이나 동작도 필요없는 간단한 수면 주문이었다.

따로 훈련이라도 받았다면 마력을 쓸 줄 모르더라도 간단한 주문에는 다소나마 저항이 가능할테지만, 고위층 인사도 아닌 일반인이 주문 저항 훈련같은 것을 받았을리가 없다.

휘청 쓰러지는 직원을 조심스레 받아안은 티엘은 직원의 체구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에 쓴웃음을 지었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자 간단한 비품들을 넣어두는 듯한 창고가 보였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것을 확인한 티엘은 곧바로 극장 직원을 그 안에 눕혔다.

그리고 조그만 보석을 꺼내 촉매로 삼아, 조금 전과 같은 주문을 한 번 더 걸어두었다.

재빨리 창고를 빠져나온 티엘은 이내 애냐의 마력으로 직원의 옷차림을 재현해냈다.

주문을 좀 강하게 걸었으니 네 시간쯤은 푹 잘 것이다.

주문의 촉매로 사용한 보석은 마법이 끝나면 보통의 보석으로 돌아갈테고, 거기에 흔적도 남지 않도록 일부러 신경써 두었다.

나름대로는 제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였다.

'머리도 바꾸는게 낫겠지.'

한 쪽으로 늘어뜨린 머리채로 단검이 번뜩인 뒤, 등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칼은 단숨에 절반도 넘게 잘려나갔다.

턱에 간신히 닿을 정도로 짧아진 머리칼이 볼품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티엘은 아무런 감흥도 없이 잘라낸 머리칼을 꼬아 주머니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마력을 품고있는 신체 일부는 함부로 버릴 수 없다.

저주의 촉매가 될 때도 있고 마령을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

드문 일이지만 임시 영장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니 그냥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기도 했다.

벽에 걸린 놋쇠 거울을 들여다보며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던 중 눈동자에 걸었던 환영이 조금 옅어진 것이 보였다.

티엘은 다시 애냐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감았다.

잠시 감았다 뜬 눈동자는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다.

머리도 한 번 더 매만지는 것으로 짙은 갈색으로 바꾼 티엘은 직원이 들고있던 쟁반을 손에 들었다.

연기자 대기실의 문패에는 아이셀레니 엘라비스라고 적혀 있었다.

일이 지나치게 잘 풀리는 느낌이라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티엘은 조심스레 손마디로 문을 두드렸다.

"리에? 늦었잖니. 어서 들어와."

대놓고는 아니었지만, 다소나마 질책하는 분위기가 섞여있었다.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가운데도 안에서 청소를 하던 직원은 티엘을 보며 살짝 눈을 흘겼다.

그러나 티엘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면서도 눈을 바쁘게 움직여 방 안을 살폈다.

무대 의상이나 악보 같은 것이 어지럽게 널려있는데다, 공연 중간중간 사용할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도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 중에, 과연 아이셀레니의 비밀을 담은 무언가가 있을 것인가.

'조바심 낼 필요는 없어. 천천히. 천천히 기회를 잡자.'

쓸데없는 긴장으로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자연스레 몸을 일으킨 티엘은 직원에게 다가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쟁반을 건네주었다.

"얘는, 아이셀레니씨 들어오기 전에 끝내야한다고 말했잖니."

"죄송해요. 갑자기 어떤 손님이 길을 여쭤보셔서요."

지금 직원은 티엘을 리에-아까 그 직원의 이름일 것이다-라고 믿고 있을 터였다.

평소의 언행을 무시하고, 상대의 기억에 교모하게 끼어드는 이런 재주는 환각계의 생령인 애냐의 덕분이었다.

최초에는 모습만을 '리에'라는 사람으로 바꾸었지만, 늦었다고 사과하는 척 하며 대량으로 애냐의 마력을 방 안에 흩뿌려둔 상태였다.

티엘이 몰래 건 주문의 정확한 효과는 암시.

목소리가 달라도, 심지어 행동거지가 평소의 리에와 정 반대라고 해도 동일인물이라고 믿게 만들 정도의 강력한 암시를 걸었다.

물론 암시를 유지하는 동안 소모되는 마력량은 결코 적지 않다.

애냐가 비슷한 수준의 타 생령들에 비해 제법 강한 편이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정령급일 뿐이다. 강한 환각을 걸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마력을 소비한다.

티엘은 남은 마력이 조금씩 줄어가는 것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력이 다하기 전에 최대한 파고들어 캐낼 수 있는 정보는 다 캐내야했다.

"뭘 이렇게 많이 가져온거야? 쯧쯧. 고생했네. 안무거웠어?"

"이 정도야 거뜬하죠."

창문을 열고 청소중이었던 직원은 티엘이 가져온 쟁반을 보며 혀를 찼다.

막 우려낸 듯한 찻주전자와 수북히 담긴 쿠키가 먹어달라 외치고 있었다.

뚜껑달린 자그만 그릇에서는 안에 가득 들어있는 각설탕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오후의 간식에 딱 어울리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었다.

단지 그 양이 엄청나게 많을 뿐.

찻잔의 수를 보면 분명 아이셀레니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지만, 과자의 양은 세 사람 이상은 배불리 먹일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그럼 다행이네. 어디, 아이셀레니 아가씨 오기 전에 조금 맛이라도 보려무나."

"그래도 돼요?"

"이렇게 많은데, 티도 안날걸."

확실히 다과의 양은 엄청났다.

그냥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많았으니, 아마 반의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남길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티엘은 순순히 쿠키를 하나 집어들었다.

별로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이런 고급 과자를 맛볼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하나쯤 먹어주는 쪽이 그럴듯하다.

"윽!"

그러나 무심결에 한 입 베어무는 순간 티엘의 안색이 확 변했다.

달다.

쿠키에 박힌 견과류의 맛은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농후한 단 맛이 입안에 뿌려졌다.

밀가루가 아니라 설탕으로 반죽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단 맛에 순식간에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였다.

아무리 음식을 가리지 않는 티엘이라도 이 것 만큼은 무리였다.

티엘은 급히 입을 가리며 휴지통에 쿠키를 뱉어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입안엔 설탕 덩어리가 사라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몸서리를 치던 티엘은 함부로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것도 잊은 채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차를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으읍, 흑!"

하지만 홍차 역시 쿠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다.

찻잎보다 설탕을 더 많이 넣은 듯 지독한 단 맛에 헛구역질이 치밀어올랐다.

"이런, 괜찮아? 평소에는 단거 좋아하더니, 너라도 이건 무리인가보네."

"욱, 우욱······."

단맛에 진저리치는 티엘을 본 직원이 황급히 물을 한 잔 가져다 주었다.

티엘은 물을 입안에 황급히 털어넣었다.

몇 번이나 입을 헹궈가며 물을 마신 뒤에야 간신히 숨이 트인 티엘은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며 입가를 훔쳤다.

"이게 대체 뭐에요?"

"나도 이렇게 만들어달라는 거 보고 놀랐다니까. 무슨 아가씨가 음식을 이렇게 먹는건지. 간식에는 거의 설탕을 한 푸대씩 넣어서 만들더라고. 식사용으로 만드는 음식에는 반대로 소금을 그렇게 많이 친다더라. 무슨 식성이 그런가 싶더라니까."

"으흐윽······."

티엘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맛이 있다 없다 수준이 아니다.

혀를 학대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이상 사람이 먹을만한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음식을 매일같이 먹으라면 차라리 굶는 것을 택할 정도로.

쯧쯧 혀를 차던 직원은 티엘이 건드린 찻잔을 급히 닦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을 거의 못느낀다나? 이 정도로 해도 가끔은 맛을 모르겠다며 물리곤 했다던데?"

감각 마비?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영체역류.

생령의 마력이 인간에게 역류하며 육신에 과부하를 걸고, 결과적으로 몸의 일부나 감각이 마비되는 현상.

물론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 꼭 영체역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법사에게서 가장 흔한 마비의 원인이 바로 역류 현상이니 뭔가 연관이 있을 확률이 컸다.

게다가 마력을 직접 다루는 사지가 아닌, 미각이라는 애매한 위치에서의 감각마비라면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었다.

'말······. 목소리에 마력을 싣는다면······.'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지만, 만일 가능하다면 말 그대로 마성이 깃든 목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듣는 이를 매혹시키고, 지배할 듯한 목소리.

사람들이 입을 모아 바치던 찬사는 조금도 틀리지 않은 셈이었다.

아이셀레니는 자신의 목소리 자체를 영장으로 삼아 마력을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건 반칙이잖아.'

마력이란 어디까지나 가변성이 뛰어난 힘이다.

물론 응집시켜 물질로 화할 수도, 술식을 통해 원소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특정한 실체를 통해 이변을 일으키는 것 뿐이다.

때문에 마법사들은 영장을 통해 마력을 응집하거나, 술식을 통해 마력의 성질을 바꾸어 사역한다.

때문에 목소리에 마력을 실는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실체가 없는 울림, 파동에 마력을 실었다면, 그 근원이 되는 곳은 이미 마력이 넘칠 정도로 응집되었을 것이다.

이론으로 짜는 것도 어려웠지만, 애써 상상력을 펼쳐보자 경악할 만한 가설이 이루어졌다.

이미 생령에게 반 이상 먹혀서, 거의 본능적으로 마력을 뿌려 목소리에 마력을 섞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참, 나 이제 가봐야 돼. 아가씨 쉬는동안 시중 잘 들어드리고."

"네? 아, 네."

"얼지 말고! 그렇게 어려운 사람은 아니래. 동생처럼 귀여워해줄지도 모르니까, 힘내!"

나이 많은 직원은 티엘의 어깨를 힘있게 두드려준 뒤 먼저 방을 나갔다.

겨우 혼자 남은 티엘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걸리적거리던 직원이 사라진 후, 오히려 티엘의 얼굴은 더더욱 수심에 잠겼다.

마법사가 영장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 영장의 마력 증폭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주문 구사를 위해서.

둘째, 몸에 쌓이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특히 두 번째의 이유 때문에, 최고위 마법사들조차도 영장 없이 주문을 쓰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

육신을 직접 강화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영과 싸우는 '마권사'의 경우에는 평균 수명이 겨우 서른 살도 되지 않는다.

생령의 침식을 염려하는 흑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몸 자체를 마력의 저항으로 삼아 막대한 반발력을 이겨내며 쌓이는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티엘 역시 활을 다루며 흔히 육체강화를 사용하지만, 오랫동안 단련을 거치며 강화 자체도 활을 당기는데 필요한 최소한으로만 사용해 가능한 한 반발을 억제하고 있기에 겨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매번 활을 걸 때마다 몸이 마비가 되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성장하며 비교적 마력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십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미각이 마비될 정도로 마력을 끌어냈다면 대단하다는 것을 넘어 비참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이셀레니 스스로도 한 발 한 발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노래 한 곡을 마칠 때마다 목이 갈라지고 혀가 찢기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을테니.

대체 무엇을 품었기에 그런 고통을 몇 년이나 견딜 수 있을까.

어떤 감정에 미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적이 있기에, 티엘은 불현듯 아이셀레니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당신도, 나도, 무언가에 묶여있다는건 마찬가지로군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안타깝다.

이렇게 몰릴 때, 내심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얼마나 절실하게 갈구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그러나 의미없는 행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정은 동정일 뿐이다.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령을 불러내 누군가의 피를 받아내려는 자라면 내버려둘 수 없다.

티엘은 손을 들어 마력각인을 어루만졌다.

손끝에 묻어난 마력이 공기중으로 녹아들며 잘 보이지 않던 미세한 먼지들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슈니엘."

반짝이는 금빛 먼지들이 한 방향으로 소리없이 흘렀다.

잠시 후 진홍색의 몰드피안 잉크가 한가득 담긴 자그만 병이 금색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본체의 마력은 어떤 방식으로 숨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작은 잉크병에 남은 마력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아이셀레니의 마력을 머금은 잉크는 이미 희미해져버린 홍보지의 서명과는 달랐다.

조금 전 회장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한 기척이 손에 만져질 듯 짙게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분명 각인까지 형성되었을 터.

더이상 '어리다', '잘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한 명의 마법사로 완성되었다는 증거다.

'마법사대 마법사로.'

각인을 따라 마력이 느릿하게 흘렀다.

방 안의 화분에서 고운 흙을 한 줌 집어 바닥에 뿌린 티엘은 그 위로 심장의 고동을 따라 부드럽게 물결치는 마력을 흘려보냈다.

마력을 머금은 모래가 스스로 움직여 티엘이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과 동일한 마법진을 완성했다.

"슈니엘, 애냐. 나의 눈은 하늘에, 발자국 없는 바람을 쫓으리."

순간적으로 금빛이 번뜩이고, 그 직후 자색의 안개가 빛을 집어삼킨 뒤 홀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두 생령의 마력은 빠르게 주위로 퍼져가고 있었다.

서로 반대되는 속성이라 튕겨나가지 않을까 걱정했던 티엘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뿌린 흙 위로 손을 가져갔다.

슈니엘에게서 빌린 마력으로 비춰본 형상이 흙을 통해 정교한 그림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일종의 지도였다.

극장에 들어오며 한 차례 확인했던 실내 구조와 함께, 이번에는 사람들의 움직임까지도 조금씩이나마 나타낸 살아 움직이는 지도.

'뭐지?'

티엘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아이셀레니의 마력 자체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슈니엘의 마력을 빌려온 이상, 이미 한 번 읽어낸 적이 있는 건물 안에서 누군가를 놓칠리는 없다.

하지만 다시 마력을 숨긴 것인지, 아이셀레니의 기척은 극장 안의 어느 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휴식을 취하기 위해 대기실로 오고 있었을 터인데도.

"슈니엘!"

티엘의 일갈과 함께 마력을 통제하는 주체가 바뀌었다.

티엘에게서 마력을 넘겨받은 슈니엘은 극장에서부터 희미하게 이어지는 아이셀레니의 흔적을 읽어냈다.

슈니엘이 마력을 움직이는동안, 티엘은 즉시 눈을 감고 감각을 연결했다.

바닥을 미끄러지는 뱀처럼 빠르게 옮겨가던 시선이 가까스로 아이셀레니의 모습을 잡아냈다.

실내가 아니다.

바깥, 그것도 나무가 점점 우거지기 시작하는 위치.

야트막한 산이었다. 어느새 극장을 벗어나 상당한 거리까지 멀어진 상태였다.

'눈치챈건가?'

"바람을 딛어라!"

창틀로 뛰어내린 티엘은 마치 물을 차는 제비처럼 새하얀 마법진을 딛으며 재빠르게 날아올랐다.

선풍의 질주가 발을 받쳐주는 것은 세 번 뿐.

단숨에 호수 한복판으로 날아들 수는 있지만, 완전히 가로지르기에는 다소 모자랐다.

마지막 도약과 동시에 양 손을 뻗어 단번에 마력을 일으켰다.

오른손은 허공을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수면 위에 네 번째의 도약대를 만들어냈고, 동시에 왼손에 끌어모은 마력은 계약한 생령을 불러내는 소환진을 그렸다.

"애냐! 리아를 불러줘!"

순간적으로 무리한 양의 마력을 끌어올린 탓에 짧게 현기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펼친 소환진에서는 애냐가 날아올라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그 사이, 티엘은 옷 안쪽으로 숨겨두었던 별의 서를 펼쳐 그 안의 마력으로 재차 주문을 발동시켰다.

마력의 낭비가 심하지만, 연속으로 사용하는 도약주문은 사실상 비행이나 다름없는 반칙 기술이다.

땅을 달리는, 그것도 평지조차 아닌 산지를 달리는 아이셀레니로서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점점 나무가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발 딛는 것조차 어려울 빽빽한 숲이라면 모를까, 드문드문 자라난 관목들 정도라면 오히려 도약주문의 발판이 되어줄 뿐이다.

티엘은 점점 긴장으로 달아오르는 몸을 도사리며 가까운 나뭇가지 위에 날렵하게 내려섰다.

"멈춰요!"

그 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티엘의 발을 잡아챘다.

마지막까지 슈니엘로 읽어냈던 곳과 조금 어긋난 장소, 흰 머리칼의 가수가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굵은 나뭇가지에 다리를 걸어 빠르게 몸을 멈춰세운 티엘은 그 반동으로 미끄러지듯 몸을 일으키며 활시위를 당겼다.

사실 시위에 걸린 것은 일반적인 아스트라가 아닌, 위협용의 가짜 화살이었다.

직접 맞더라도 멍이 드는 수준에서 그칠 가벼운 마력 덩어리다.

아이셀레니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이상, 처음부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아이셀레니는 거친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다.

흐트러진 호흡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는 지금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두 손의 움직임이나 잔뜩 움츠러든 어깨,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모르는 불안정한 시선 등 싸움이라는 것 자체에도 익숙치 않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괜한 피를 보고 싶지는 않다.

이대로, 찬찬히 설득하면 평화적으로 따라와 줄 지도 모른다.

티엘은 일부러 겨냥을 조금 비틀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갑작스레 시야가 뒤집히며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이슬에 맺힌 상처럼 기괴하게 뒤틀린 세상 속에서, 티엘은 어디로 날아갈지도 모르는 아스트라를 황급히 멈춰세우려 했다.

그러나 시위를 잡아두려던 의지와는 달리, 이미 티엘의 손은 아스트라를 해방하고 있었다.

화살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날아가, 아이셀레니로부터 한참 떨어진 애먼 나뭇가지를 끊어놓았다.

그리고 뒤이어 약한 폭발이 일어난 뒤에야, 가까스로 티엘의 시야도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이건 조종당한 건가······?'

아이셀레니는 창백한 얼굴로 아스트라가 꺾어버린 나뭇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셀레니를 제외하면 과연 누가 티엘의 의지를 꺾었을까.

극히 짧은 시간 뿐이었지만 분명 아이셀레니는 티엘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었다.

긴장 속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슈니엘의 마력을 가득 머금은 활시위가 천천히 당겨졌다.

"그, 그만 둬요!"

"움직이지 말아요."

티엘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조금 전 일로, 봐주거나 동정심을 가지기에는 상대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한 탓이었다.

활을 겨누고 있는 것은 티엘이지만, 둘 중 누가 더 긴장하고 있는지는 쉽게 가릴 수 없었다.

환각계에 속하는 마력이 유독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 번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이 순간 아스트라를 날려보내지 않는 것 자체가 이미 상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점이 티엘의 평정심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대, 대체 누구시길래, 제가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짓을 하시는거죠? 전 아무-"

"검은 가지의 기사, 이스티엘 라피다멘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하, 하지만 전 흑마법사가 아니에요!"

억울하다는, 비통하기까지 한 비명소리.

하지만 이미 늦었다. 티엘은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뇨. 이미 당신의 마력을 읽었고, 정화석 또한 반응을 보였어요. 혹 마령을 강림시킨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극장 내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집어삼키는 것도 봤죠. 발뺌하기에는 이미 늦었어요. 슈니엘."

미리 소환해두었던 생령이 아이셀레니의 등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당황해서 몸을 피하려는 아이셀레니보다 슈니엘의 마력이 퍼지는 것이 더 빨랐다.

금색의 빛무리가 아이셀레니의 왼쪽 어깨로 엉겨붙었다.

얇디 얇은 무대 의상 아래, 수레바퀴처럼 엮여진 세 갈래의 덩굴의 형상이 떠올랐다.

마력각인이었다.

순간 이를 악물던 아이셀레니의 손이 빠르게 교차했다.

수인을 맺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그 직후 아이셀레니로부터 불길한 기운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똑똑하게 느낄 수 있었다.

"슈니엘, 돌아-"

"이제 그만!"

비명에 가까운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비로소 아이셀레니로부터 마력이 터져나왔다.

희미한 검은 색의 파도가 아이셀레니로부터 밀려나오며 주변을 휩쓸었다.

그와 동시에 아이셀레니에게 꼭 붙어있었던 슈니엘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튕겨나갔다.

순간적으로 슈니엘의 마력이 엉망으로 일그러지며 폭주한 탓이었다.

그것은 티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력이 일부 역류하며, 시위에 걸려있던 아스트라가 제멋대로 폭발하해 예리한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반사적으로 팔을 틀어 얼굴을 보호하려 했지만 아스트라를 쥐고 있던 두 손은 이미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미처 다 피하지 못한 파편 중 일부가 스친 덕에 뺨과 이마에서도 핏방울이 가늘게 흐르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에 불어넣은 마력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손바닥은 보기 흉할 정도로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움직이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슈니엘은 티엘과 달리 상당히 위중한 상태였다.

아이셀레니의 곁에서 생각 이상으로 강한 타격을 받은 슈니엘은 비척이며 가까스로 티엘에게 되돌아왔다.

불안하게 떨리는 마력은, 사람으로 치면 턱끝에 닿은 가쁜 숨소리나 마찬가지다.

자칫하다간 소멸할 뻔 했을 정도로 상처입은 생령은 자연스레 영체화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느 정도 회복하기 전까지, 더이상 슈니엘의 힘을 빌릴 수는 없다.

'슈니엘, 괜찮아야 할텐데······. 생각보다 더 상황이 나빠. 이번엔 마력으로 눌러 터뜨렸어.'

핏방울을 무심결에 손으로 닦아낸 티엘은 하얗게 질린 아이셀레니를 노려보았다.

몇 번이고 숨을 몰아쉬던 아이셀레니가 앙칼지게 외쳤다.

"이, 이래도 물러나지 않을건가요!"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티엘의 예측대로, 아이셀레니의 목소리에는 생각 이상으로 진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흥분과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그대로 마력을 실은 채 주변을 잠식해간다.

하지만 티엘은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방금 것으로 세 번째. 아니, 극장에서부터 치자면 네 번째다.

이제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아이셀레니가 마력을 퍼뜨리는 방식은 오로지 단 하나 뿐이었다.

목소리라는 형체 없는 매개를 이용하기에 분명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일대일의 전투에서는 상당히 효율이 떨어진다.

전방위로 낭비되는 마력을 한 점으로 모아, 티엘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더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그 것을 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유는 하나.

"자신 있나요? 그 힘을 과연 어디까지 다룰 수 있죠? 이 것 말고 다른 수단, 없지 않나요?"

아이셀레니가 스스로 흑마법사임을 부인하는 이유.

순간적인 출력은 높지만, 지속적으로 마력반응이 검출되지는 않는 이유.

그것은, 아이셀레니가 흑마법의 자질이 있었을 뿐, 정식으로 마법을 배우거나 단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단지 마력을 가지고 있을 뿐인 일반인이라는 의미다.

마력을 일으킬 줄을 모르기에, 평소에는 몸에 마력을 쌓아두지 않는다.

그러나 노래하거나,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지면 본능적으로 마력이 형성되어, 단발성으로 주위를 휩쓸고 다시 흩어져버린다.

이래서야, 자각없는 마령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아이셀레니의 얼굴이 한 층 더 하얗게 질렸다.

"항복 해요. 이대로 가다간 스스로의 힘에 먹혀버릴테니까."

"물러나!"

그러나 아이셀레니는 순순히 포기하는 대신, 상처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작가의말

환각계는 그리 드문 속성도 아니면서, 범죄에 써먹기 굉장히 좋은 속성이라 여러모로 골치가 아픕니다. 환각계가 왜 드물지 않냐고요? 생령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잘 먹히거든요, 저 속성.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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