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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살인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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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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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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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505,603

작성
20.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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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

DUMMY

『당신은 일주일 후, 최 인범 (29, 남)에게 살해당합니다.』


어플은 현에게 일주일이라는 사형선고를 때렸다.

창석과의 만남 때문인지 어플의 내용은 현의 심장을 조였다.

현은 방 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바닥과 책상을 닦고, 책들을 모조리 뽑아다 다시 꼽았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흡족하게 방 안을 치웠음에도 마음이 좀체 평화를 되찾지 못했다. 오히려 더 불안하고, 정갈하게 꼽힌 책들이 두렵기만 했다.


‘아닐 거야.’


현은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던 어플로부터 시선을 뜯어냈다.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처럼.’


현이 생각한 그때는 편의점에서 인범을 마주했을 때였다. 최근 이런 환각이나 환청을 잦았다. 병원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그에게 그런 여유는 없었다.

애초에 앞으로 일주일 후에 자신을 지인이 죽이러 온다, 는 살인 예고장을 받은 시점에서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

어플을 통해 받은 살인예고는 현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믿는다. / 믿지 않는다.]


전자를 선택한다면 선택의 폭이 늘어나겠지만, 늘어나는 선택의 폭만큼 위험부담도 많다. 반면에 후자를 선택한다면, 위험부담은 단 하나. 만일에 사태에 대비하는 것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후자야.”


현은 어플을 흘려본다.


“쓰레기 같은 어플.”


현은 어플을 강제 종료시키고,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에 어플과 관련된 정보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살인 예고장을 날리는 어플]

[어플이 갑자기 깔려요.]

[이상한 어플 자동다운]

[당신은 한 달 후,]


하지만 결과적으론 영양가 없는 부스러기 내용뿐이었다. 불안과 절망이 그의 손끝을 떨리게 했다. 그 떨림과 감정이 계속해서 똑같은 부스러기 틈을 헤매게 하였다.

헤집고, 헤집고, 또 헤집던 현의 손가락이 드디어 실낱같은 단서 하나를 집어낸다.


“어느 날, 이상한 어플이 깔렸었음.”


현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글 내용을 중얼거렸다.


“누가 날 죽인다? 그렇게 쓰여 있었던 것 같음.”


현의 눈이 충혈되고, 휴대폰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 갈 듯 매서워진다.


“처음엔 개소리라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계속 떠 있어서 불안했음. 살인예고도 아니고.”


‘살인예고.’


현의 눈이 커졌다.


“날짜 다가올수록 초조해졌음. 혼자 살인앱이라고 막 애들한테 상담도 했었는데, 이상하게 친구들은 그 어플이 안 보인다고 했음. 나보고 잠김 화면 보여주고 지랄한다고 오히려 욕함.”


그다음 줄을 읽기 위해 현의 손가락이 빠르게 화면을 쓸었다.


“근데 다음 날 없어짐. 개꿀. 이상한 경험이었음. 이런 내용 글 소재로 어떰? 씨발!”


현은 글쓴이에게 대답을 토해내며 휴대폰을 집어 던졌다. 휴대폰은 용케 고장 난 부분 하나 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직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현은 바닥에 버려진 휴대폰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의 분노가 바닥을 향해 수차례 토해지고 있을 때, 방문 밖으로 희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뭐해?”


희서의 목소리는 단번에 현의 마음을 다독였다.


“아무것도.”


현은 서둘러 화를 가라앉히며 답했다.


“광호 왔는데, 오빠 밥 같이 먹을 거지?”

“광호가?”


현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희서와 광호가 나란히 서서 미소를 품은 채 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 맛있는 거 해주세요!”


광호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떡볶이!”


희서와 광호가 와르르 웃었다.

둘은 보자 좀 전까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평범한 그만 남아있다.

현은 둘을 데리고 거실로 나와 요리를 시작한다. 고소하고 매콤한 냄새가 오랜만에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했다. 현은 둘을 향해 농담을 주고받으며, 방바닥에 버려진 휴대폰과 그 내용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자, 먹자!”


현이 받침대 위에 커다란 프라이팬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떡볶이가 아직도 보글대고 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했어?”


희서가 막대한 양에 놀라며 물었다.


“재료가 많더라고. 그리고 광호 떡볶이 킬러잖아.”

“그건 맞죠.”


광호가 미소 지으며 단번에 네댓 개의 떡을 붙잡아 입에 집어넣었다.


“저 봐, 저 봐.”

“야아! 어묵도 먹어!”


먹는 속도가 느린 희서는 매번 광호에게 떡을 빼앗겼던 게 억울했는지 그리 소리쳤다. 광호는 그런 희서의 그릇에 떡을 놓아주며 웃으며 말한다.


“네 건 미리미리 덜어놔.”

“아니, 상관없이 네가 떡을 다 먹어 버리잖아.”

“어묵을 안 좋아하는데 어떡해?”

“그래도 몇 개 정도는 주워 먹어야 밸런스가 맞지.”


광호와 희서가 별것도 아닌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걸 현은 행복하게 바라봤다.


“매일이 오늘만 같으면 좋을 텐데·········.”


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희서와 광호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한다.


“맨날 이러지 않나?”

“그니까.”


그리고 언제 다퉜느냐는 듯, 와르르 웃고 떡볶이를 입안에 밀어 넣었다. 현은 둘을 위해 어묵만 덜어 먹는다.


“그러고 보니, 나 어제 이상한 사람 봤어.”


광호가 말했다.


“이상한 사람?”


희서가 아까 전부터 씹고 있던 떡을 넘기며 물었다.


“응. 선글라스에 중절모에. 검은색 코트까지. 만화나 영화에서 봤던 잠복수사? 그런 분위기였는데, 하여튼 이상했어.”


광호의 말에 희서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현을 바라봤다. 얼마 전, 현이 피투성이가 된 옷으로 돌아왔었던 걸 떠올려서였다.


“오빠, 그때······.”

“괜찮아. 만약 그런 거라면, 우리 지켜주는 형사일 테니까.”


현이 희서의 손을 잡아 안심시켰다.


“무슨 일 있었어요?”


광호의 물음에 소연이 최대한 목소리를 죽이고 말해준다.


“얼마 전에 저기, 골목 편의점 알바생 살해당했잖아.”

“그 모퉁이?”

“어어. 그때 오빠가 같이 있었대.”

“진짜?!”


광호의 호들갑에 떡볶이를 담은 프라이팬이 흔들렸다.

현은 표정이 굳는다.


“그만. 됐어. 떡볶이나 먹어.”


싸늘한 현의 말투에 광호는 호들갑을 잠재우고 숨까지 죽였다.


“근데, 오빠.”

“응?”

“나도 봤었어.”

“수상한 사람?”

“응. 광호랑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비슷한 거 같아.”


희서가 봤다는 말에 현은 조금 걱정이 됐다.


“조심해. 요즘 세상 흉흉하니까.”

“응······. 근데, 그 사람. 집에 찾아왔었어.”


현의 고개가 희서에게로 돌아갔다.


“뭐?”

“오빠, 찾던데?”


* * * *


확실했다.

끝까지 부정하려던 생각은 이제 없다.

최인범이 조금씩, 현의 주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희서의 말 따라 이젠 주위가 아닌,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현은 휴대폰을 켠다.


『당신은 앞으로 삼 일 후, 최인범 (29세, 남)에게 살해당합니다.』


현을 죽이기 위해 그는 마치 사자와 같이 몸을 잔뜩 움츠러트리고 접근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먹잇감은 조용히 풀이나 뜯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할 수 없다. 이 어플은 살인 예고장이나 다름없다는 걸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현은 가슴이 철렁했다.

죽을지도 모른다, 에서.

죽는다, 로 바뀐 순간. 그 무게가 달랐다.

현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쇳소리를 내었다.


“아냐, 진정해. 예상했던 거잖아.”


믿지 않았을 때의 위험부담. 이제 이것에만 집중하면 됐다.

남은 시간은 삼일.

침착하기만 하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무엇을 어떻게 대비할 거지?

날짜와 범인만 알뿐.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대비한단 말인가.

현은 떨리는 손으로 장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현아.”

“팀장님······. 저 삼일 정도만 쉬어도 될까요?”

“삼일?”


현은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으깨지지 않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현은 답한다.


“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그건 현의 아주 좋은 핑계였다.

장 팀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병원이 어디고, 무엇 때문인지를 깨달은 그는 오히려 쩔쩔매며 쉬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냐, 몸조리 잘하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라.”

“네.”


현은 삼일의 시간을 벌었다.

죽지 않기 위한 시간.

살기 위한 준비.

현은 가만히 이불 속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어릴 때 자주 했던 자신만의 공간. 어떠한 상상의 나래도 가능한 또 다른 작은 세상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요번 주 내용은 어떠셨나요?

5월의 마지막 주, 다들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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