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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02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6.27 12:49
조회
353
추천
7
글자
7쪽

은폐

DUMMY

차반장을 불러 박서장은 몇가지 업무 지시를 했다.


"............"


차반장은 말이 없다. 아까부터 책상위에 놓여 있는 서류에 눈이 꽂혀있다.


"야! ....... 뭐 ? "


"아니...아니요... 그러니까요... 다시 봐야하지..."


번쩍 주먹이 날아왔다. 박서장은 바닥에 쓰러진 차반장을 담요로 덮더니 무지막지하게 발로 걷어찼다.


박서장의 욕설과 물건 부서지는 굉음을 듣고 문 앞으로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발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분이 안 풀렸는지 연신 씩씩거리며 박서장은 말했다.


" 야! 이 새끼야! 미쳤어? 죽고 싶어 환장했어? .... 내가 그만 하자고 했지! "


박서장은 성냥불을 붙여 책상 위에 놓여있던 서류를 태웠다. 쓰레기통에 잔해를 버리며 그는 중얼거렸다.


" 운전 기사 새끼... 손 잘 봐 놓으랬는데... "


쫓기듯이 박서장은 문을 열고 나갔다. 운전기사 김씨가 있는 방으로 가는 듯 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평소의 박서장은 입이 좀 가볍고 술 먹으면 징하게 변하긴 해도, 적어도 '냉혈' '양아치' 과는 아니었다. 다만 밑천은 없으면서 출세욕은 있어서 '알랑방구' 라는 별명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그런 박서장이 이상하게 변했다. 뭘까? 뭐가 박서장을 저렇게 만든 걸까?


요새 교회에 나가더니 말이 좀 많아지긴 했었다. 말도 안 되는 설교도 자주 하고..


"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불쌍히 여기셔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어 "


" 천만다행이지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잖아, 이 조그만 나라에도 드디어 쨍하고 해가 뜬거야 "


" 예수님께 잘 보이면 무지렁이도 장교, 선생 다 만들어주고 빼앗긴 거 다시 되찾아서 우리에게 돌려주신다고 했어 "


'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


예수님께서 기도를 하시면 금은보화가 우르르 쏟아지고, 미인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박서장이 그런 말도 소리를 할 때마다 옆에서 듣던 직원들은 하는 수 없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면 더 신이 나서 예수님께서 자기 말을 하나님께 잘 해주시면 벼락출세를 할 수 있다고 낄낄거리며 웃을 때도 있었다.


누군가 박서장을 정말 위했다면 바른말을 해줬겠지만 박서장은 그만큼 외로운 사람이었다. 앞에서는 윗사람이라 다들 ' 네네 '하며 굽신거리지만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은 없었다.


차반장은 사람들은 다 남 모를 아픔이 있는 거려니 여기며 측은지심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박서장이 요새 들어 이상해지긴 했었다. 뭐에 씌인 사람 같았다.




같은 시각, 정신없이 시끄러워야할 서대문서 기자실은 텅 비어 있었다. 기사를 써야할 기자들은 낮부터 대포집에 모여 술을 푸고 있었다.


" 아~얏... 염병할... "


아까 맞은 가슴이 꽤 욱씬거렸다. 사건 브리핑 이후 질문 안 받겠다고 나가는 서장을 붙잡았는데 옆에 있던 한 덩치하는 경찰 놈이 팔꿈치를 세우며 일부러 부딛 혔다. 경찰들과 기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지만.. 몸싸움에서 기자들이 불리했다.


" 에이 씨.... "


죄없는 술잔과 탁자에다 화풀이 중이였다. 한국신문 장기자는 나나 사건이 공개로 전환되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추가 취재도 들어갔었다.


유괴사건의 경우 사건 초기 비공개로 진행하다 수사의 진척이 없으면 공개로 전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유가 좀 달랐지만 나나 사건도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한 사건이다.


공개로 전환한 이유는 결정적인 제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망을 조금만 좁히면 독안에 든 쥐를 잡듯 아이와 범인을 잡을 수 있다나....


하지만 공개수사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아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사코 이런 장기자의 질문을 단칼에 자르며 박서장은 확신에 찬 말을 했다.


" 범인이 아이를 죽일 생각은 없다 "

' 어떻게 경찰이 이것을 확신하지 ? 유괴범이랑 내통이라도 했나 ? '


장기자는 이런 우려를 담아 기사를 써서 올렸다. 나나 찾는 기사 바로 옆에 박스기사로 편집해서..


경찰측에서는 당장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장기자 기사를 문제 삼으며 신문사에 항의를 해왔다.


" 새파란 새끼가 건방져가지고... "


서대문서 박서장이 장기자 면전에 한 욕이었다. 장기자의 우려대로 공개수사 이틀만에 나나로 추정되는 여아 시체가 발견됐다. 이건 엄청난 문제였다. 경찰이 수사를 잘못해서 아이가 죽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나 사건에 대한 서대문서 브리핑은 실로 쇼크였다. 이런저런 너저분한 형식적인 브리핑 말미에 핵심은 간단했다.


' 기사 쓰지 마라.. 보도지침이다 '


사건개요는 ‘운전기사가 개인적 원한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돈을 요구하려다 실수로 아이를 죽였다’였다. 굉장히 상투적이었다. 짜맞힌 듯...


덧붙여 사회고위층 자제를 유괴해서 잔인하게 살인한 사건이라 건전한 사회분위기를 해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고히 하려는 유신헌법 정신에도 어긋나고, 위에서 내려 온 보도지침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남편이 아내를 무참히 살해하고 토막 내서 버린 사건도 보도하고 무더기로 묻혀있는 변사체도 보도하는 마당에 너무 잔인한 사건 어쩌구 하면서 보도하지 말라니...


이 사건은 피해자가 3살 여아라는 것 외에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대대적으로 공개수사를 시작해서 보도까지 크게 때려놓고 시체 나오고 범인 잡혔는데 보도 금지라니..


' 그래, 처음부터 이상했어 '


사실 아이 없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사건화 되어서 대대적으로 경찰이 찾아 나서고 언론이 들썩이는 것이 이례적이지. 아이 아버지가 검사고, 명망가 집안이라 그 영향 때문에 이 난리법석인 줄 알았다.


' 근데 어라.. 이거 뭔가 냄새가 난다. 이해 안 되는 면이 너무 많네.. '


장기자는 일단 궁금하면 못 참았다. 꼭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공부도 똑 부러지게 했다. 근데 판검사하지 힘들게 공부해서 고작 기자질 하냐고 어머니는 늘 핀잔을 준다.


' 펜은 칼보다 강하다 '


촌부 어머니께 할 말은 아니라 그냥 속으로만 읊조리고 마는 말이다.


" 이런 염병할... "


안경 다리가 뚝 부러져 떨어졌다. 아까 몸싸움 할 때 안경까지 해먹은 거 같다. 장기자는 안경없이는 장님이다. 대포집 이모가 일단 노란 고무줄로 AS를 했다.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나네 집에 가봐야겠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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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검사딸살인사건 작품 소개 17.07.12 224 0 -
38 생명을 살리는 힘 +4 17.07.24 141 5 12쪽
37 각설탕 +4 17.07.21 123 7 9쪽
36 펜은 칼보다 강하다 +4 17.07.20 115 7 7쪽
35 박선택의 몰락 +4 17.07.20 115 7 7쪽
34 개과천선 +6 17.07.19 119 7 9쪽
33 장기자와 예선이 +4 17.07.19 107 7 8쪽
32 공개수사 = 사냥 +4 17.07.18 139 7 13쪽
31 뒤집기 +4 17.07.17 113 6 14쪽
30 증거인멸 +4 17.07.14 110 6 14쪽
29 불안한 동업 +4 17.07.13 103 6 11쪽
28 협박전화 +4 17.07.13 92 7 10쪽
27 더러운 거래 +4 17.07.12 95 6 10쪽
26 실종 D-day +4 17.07.12 90 7 11쪽
25 음모 +4 17.07.11 100 7 8쪽
24 해결사 +6 17.07.11 91 7 9쪽
23 집안의 보물 +4 17.07.10 95 7 9쪽
22 한끼 식사 +4 17.07.10 115 7 10쪽
21 갓난이 +4 17.07.09 114 7 9쪽
20 혈액형 +4 17.07.09 98 7 7쪽
19 상희와 옥희 +4 17.07.08 115 7 10쪽
18 가족 +4 17.07.08 107 7 9쪽
17 암살 +4 17.07.07 152 7 11쪽
16 복수 +4 17.07.07 129 6 9쪽
15 사이비 종교 +4 17.07.06 123 7 9쪽
14 탈출 +4 17.07.06 114 8 9쪽
13 예선이의 고백 +4 17.07.05 227 7 7쪽
12 천도제 +4 17.07.05 139 6 7쪽
11 집안의 우환 +4 17.07.04 241 6 8쪽
10 돌아온 여고생 +4 17.07.03 24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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