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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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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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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7.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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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안한 동업

DUMMY

< 실종 다음날 >


“ 엄마~ 앙앙! 엄마~ 앙앙! ”


“ 어.. 어... 아가... 그만...”


아침에 눈을 뜬 나나가 자지러지게 운다. 분명 자기 침대에서 엄마와 함께 낮잠을 잤는데 눈을 떠보니 이상한 곳에 와 있었다. 아무리 울어도 엄마가 오지 않자 땅바닥을 구르면서 울기 시작했다. 한씨는 나나를 달래려고 애를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 지가 울다 지치면 포기할거야.. 조금만 그냥 나둬요 ”


장로는 우는 나나를 보며 좀 있음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나는 2시간이 넘게 계속 엄마를 찾으며 운다. 한씨는 저러다 아이가 넘어가는 게 아닌 가 걱정됐다.


갓난이도 그랬다. 뇌병변 장애가 있었던 갓난이는 몸이 아파서 그런지 자주 울었다. 한번 울면 그치질 않았다. 서씨는 밤에 갓난이가 울면 소리를 지르며 한씨에게 화를 냈었다. 그러면 한씨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 없는 곳에 가곤 했었다.


한씨도 예쁘고 똑똑한 아이의 엄마이고 싶었다. 한 번도 입 밖으로 말한 적 없지만 한씨도 너무 힘이 들었다. 희망없는 아이를 이렇게 붙들고 있는 게 미련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명이 붙어있는 내 자식을 병신이든 등신이든 간에 내가 보살펴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씨는 그저 아이에게 미안했었다. 건강한 육체를 물려주지 못하고 장애가 있는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이 자기 죄 같았다.


나나가 울다 지쳤는지 울음 소리가 잦아졌다. 한씨가 조용히 다가가서 나나에게 손을 뻗쳤다. 나나가 발버둥을 치며 손과 발로 한씨를 밀어냈다.


‘ 배고플텐데... ’


나나가 좋아하는 잣죽을 아침에 만들어서 아이 방으로 가져왔었다. 한씨는 장로에게 아이에 대해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을 받았다.


< 좋아하는 음식 >

잣죽, 호박죽, 팥죽, 녹두부침개, 메밀국수, 김, 김치부침개, 고등어, 조기, 고구마, 감자, 호박 볶음, 소고기


< 싫어하는 음식 >

콩 종류, 매운 거, 짠 거, 냄새가 독한 거, 오징어


대소변 가림, 기저귀 필요 없음, 오강 준비


유총장이 적어 준 쪽지였다. 유총장은 나나를 며칠간만 잡아둘 생각이었다. 황검사가 심리적 타격을 입어 태극선교단 수사를 중단하면 나나를 돌려주려 했다.


아이를 유괴하는 것은 큰 범죄다. 그런데 유총장은 자기 편의대로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려주면 그만이라고 믿었다.


이런 사람이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이니 대학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입학비리는 늘 있는 연례행사였고, 교수 채용도 뒷돈을 받고 해주는 건 당연한 통과의례였다. 정치권 압력을 이용해서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뜯어내는 일도 그저 솔솔한 재미거리였다.


유총장 입장에서는 대학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일을 한다기 보다는 대학을 통해 돈을 벌고 사회적 인프라를 형성해서 정치권과 협업을 해나가는 게 보람이었다. 더 나아가 바라건대 자신이 정치에 진출하는 것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었다.



< 자유당 의원 회의실 >


자유당 당대표 김한석 의원은 긴급하게 의원들 회의를 소집했다. 어제 전국대학교수협의회의 시국 선언장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을 의논하기 위해 의원들을 모이라고 했다.


“ 사학법 개정 가지고 우리당은 이미 의견을 모은 것 같은데.. 아니었어요 ? ”


“ 다른 의견 있으신 분 계셨던가요 ? 말씀을 하시지 ..... ”


“ 이렇게 사고처 놓으면 뒤 수습을 누가 합니까 ?”


“ 오늘 아침 신문에 기사 난거 보셨어요 ? 일면 탑으로 다 났어요. 이거 봐요 ”


“ 여기 머리 허연 교수가 새파랗게 젊은 놈한테 몽둥이찜질 당하는 게 사진으로 그대로 나왔다고... ”


“ 대학생 부모들이 교수들에게 항의한거라고 누가 믿겠어요 ? 이걸 누가..., 여당에서 정치 깡패 동원했다고 난리에요. 지금,, ”


“ 어제 교수들 병원 실려 간 사람들 빼고 다 국회로 몰려와서 나 만나 거 알아요 ? 몰라요 ? ”


“ 왜 아무 말들이 없으세요 ? ”


당대표는 아침 조간에 어제 사건이 대문짝만하게 실리자 엄청 화가 났다. 야당과 대학교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학법 개정안도 협상카드로 내놓고, 나름 요동치는 정국을 안정시켜 보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이제 다 틀렸다. 야당이고 교수들이고 어제 일로 다 뒤집어졌다.


“ 이제 암살단을 보내시겠네, 언제까지 그렇게 구닥다리 정치를 할 겁니까 ? ”


“ 앞에서는 협상한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뒤통수 칠 방법 연구하고.. ”


“ 우리 야당은 이런 식이면 더 이상 협상 안합니다. 장외투쟁 나설 겁니다. ”


민주당 김대민 대표는 어제 대학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몇 여당의원들이 고성을 질렀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어제 일이 좀 과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적절하지도 않았다. 다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여당 당대표가 여당 의원들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어제 일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누군지 배후 밝히겠습니다. 정치적 책임 물을 텐데,,, 빨리 이실직고 하시면 정상 참작은 될 겁니다. 이건 엄연히 해당행위입니다. 당의 의견과 다르게 단독 행동을 했어요. 누군가가.... 빨리 실토하세요 ”


“......................”



“ 꽝! 꽝! ”


김대표는 책상을 옆에 있는 마이크로 세게 내리쳤다. 마이크 머리가 부러져서 튕겨나갔다. 김대표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다.


“ 안 나온다 이거지! 나 김한석이야! 당대표를 뭘로 봐... ! ”


“ 못 찾아낼 것 같아 ! 각오해... 누군지... 에~잇 ! 씨 ! "


김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가 버렸다. 의원들은 술렁였다.


“ 누구야..누가 사고쳤어 ? ”


“ 김대표 그냥 안 넘어 갈 것 같은데... ”


“ 중정 라인 돌리겠구만 ”


“ 중정 라인 ? 그게 뭐야 ?”


“ 박의원 왜 그래 ? 벌써 치맨가 ? 중앙정보부 불러서 알아보게 한다고... 걔들이 도사잖아 ,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


“ 오늘 안으로 범인 나온다에 한 표.. ”


“ 그리고 내일 비리 정치인으로 신문에 나온다에 두 표 ”


“ 빨리 신고해서 광명 찾읍시다. 김대표 중정 라인 돌리기 전에.. 그럼 무슨 개망신입니까 ? ”


자유당 의원들도 어제 사건에 대해서는 다 들 싸늘한 반응들이었다. 교수들을 정권의 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짓 같았다. 교수들 입장에서는 어제 일을 전면전 선포 정도로 받아들였다. 교수들은 야당과 연합해서 유신독재반대 거리 투쟁을 계획하고 있었다.


박선택 의원은 회의장에서 담배 핀다고 나왔다. 똥줄이 타서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오는 박의원을 몇 의원이 처다 봤다. 박의원은 낯이 뜨거워졌다.


어제 장충체육관에 출동해 있던 경찰들을 태극선교단 신도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철수시킨 사람이 바로 박의원이었다.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지시했었다. 경찰청장은 아마 자유당 대표자격으로 박의원이 전화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여당에서 시키는 일이니 신속하게 경찰차를 철수시켰다.


김대표는 정말 오늘 내로 어제 폭력사태의 배후를 밝혀낼 것 같았다. 박의원은 골치가 아팠다.


“ 자수할까 ? ”


“ 버틸까 ? ”


“ 에이~ 씨 ! ”


태극선교단과 사학법 개정은 등가가 될 수 없는 거였다. 사학법 개정문제는 정치적으로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박의원은 자기 발등의 불을 꺼야한다는 욕심에 사안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잘 못 건드린 거다. 돌이킬 수 없었다. .


의원실로 들어서는 데 누군가가 팔을 잡았다. 골똘히 생각하다 의원실 방문 옆에 서 있는 사람들 보지 못했다.


“ 의원님.. 왜 이렇게 늦게 오세요~ ”


유총장이었다. 의원실 복도에서 박의원이 걸어오는 걸 보고는 몇 번을 인사를 건네며 서 있었다. 유총장은 박의원이 무척 반가웠다. ‘ 유 장관~ ’ 이라고 부르며 박의원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 왜 이러나 ! 참~.. 할머니..... 생각 없어요.. ”


유총장의 팔을 뿌리치며 인상을 썼다. 박의원은 고개를 돌리며 의원실로 쌩소리를 내며 들어가 버렸다. 유총장은 멋쩍었다. 마치 집안 잔치에 불륜녀가 찾아와 당황하는 것처럼 박의원은 누가 볼까 창피해하며 유총장을 밀어냈다.


유총장은 상황 정리가 잠시 안됐다. 당황스러웠다. 박의원이 시키는 대로.. 그건 아니다. 박의원이 시킨 건 없었다.


유총장이 박의원에게 잘 보일려고 알아서 긴 거였다. 박의원은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총장은 서운했다.


“ 내가 자기를 위해 그렇게 까지 해줬는데 나를 이렇게 취급해 ! ”


“ 내가 뭐 잘 못했어.. 뭐야 ! 쓰고 필요 없어지니깐 버리는 거야 ? ”


자기 손에 피를 묻혀주면 박의원이 유총장을 높게 취급해주며 둘 사이에 신뢰가 돈독해 질 거라고 예상했다. 왜냐면 우리는 서로 비밀과 이익을 나눈 사이니깐...유부남 유부녀가 서로 눈 맞아 불륜을 저지르듯.. 우리는 은밀한 깊은 사이가 되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유총장의 생각과 달리 정치인들은 자기 밑 닦는 존재를 걸레나 휴지 정도로 생각하지 신뢰를 쌓는 협업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종관계지...


그리고 상대방도 약점이 있으니깐 정치인 밑 닦고 비벼대는 거다. 자기가 꼴려서 하겠다는 데 말릴 생각은 없지만 대단하게 생각해주고 싶지도 않다. 립 서비스 수준에서 대충 끝내도 대부분 그 정도면 충분했다.


‘ 장관~’ 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립서비스의 하나였다. 이런 말에 큰 의미를 둔 건 유총장이었다. 유총장 안의 어린아이는 자기 유리한 대로 생각하는 아이라... 이런 것을 사리분별할만큼 냉철하지 못했다.


유총장은 화가 났다.


“ 뭐야! 박의원 이 영감탱이가 날 뭘로 보는 거야 ? ”


“ 다 끝났어.... ”


유총장은 운전기사에게 안산 선교원으로 가자고 했다. 나교주를 만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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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검사딸살인사건 작품 소개 17.07.12 224 0 -
38 생명을 살리는 힘 +4 17.07.24 141 5 12쪽
37 각설탕 +4 17.07.21 123 7 9쪽
36 펜은 칼보다 강하다 +4 17.07.20 115 7 7쪽
35 박선택의 몰락 +4 17.07.20 114 7 7쪽
34 개과천선 +6 17.07.19 118 7 9쪽
33 장기자와 예선이 +4 17.07.19 107 7 8쪽
32 공개수사 = 사냥 +4 17.07.18 139 7 13쪽
31 뒤집기 +4 17.07.17 113 6 14쪽
30 증거인멸 +4 17.07.14 110 6 14쪽
» 불안한 동업 +4 17.07.13 103 6 11쪽
28 협박전화 +4 17.07.13 92 7 10쪽
27 더러운 거래 +4 17.07.12 95 6 10쪽
26 실종 D-day +4 17.07.12 90 7 11쪽
25 음모 +4 17.07.11 100 7 8쪽
24 해결사 +6 17.07.11 91 7 9쪽
23 집안의 보물 +4 17.07.10 95 7 9쪽
22 한끼 식사 +4 17.07.10 115 7 10쪽
21 갓난이 +4 17.07.09 114 7 9쪽
20 혈액형 +4 17.07.09 98 7 7쪽
19 상희와 옥희 +4 17.07.08 115 7 10쪽
18 가족 +4 17.07.08 107 7 9쪽
17 암살 +4 17.07.07 152 7 11쪽
16 복수 +4 17.07.07 129 6 9쪽
15 사이비 종교 +4 17.07.06 123 7 9쪽
14 탈출 +4 17.07.06 114 8 9쪽
13 예선이의 고백 +4 17.07.05 227 7 7쪽
12 천도제 +4 17.07.05 138 6 7쪽
11 집안의 우환 +4 17.07.04 241 6 8쪽
10 돌아온 여고생 +4 17.07.03 24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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