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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작가는 재벌이 부럽지 않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4.03.04 08:30
최근연재일 :
2024.03.20 08:3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0,881
추천수 :
683
글자수 :
108,216

작성
24.03.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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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5
추천
44
글자
12쪽

14화. 존재의 증명(3)

DUMMY

14화. 존재의 증명(3)






-할머니는 우리를 정말로 소나 말로 취급을 했다.


“이 짐승 새끼들아!! 밥을 처먹었으면 밥값을 해야지. 나가서 나무를 해오든, 산짐승을 잡아 오든 해라. 오늘 할 일 다 못하면 밥 못 처먹을 줄 알아!”


백발이 성성한 머리칼에 옷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껴입은 우리 할머니. 얼굴 주름 사이로 때가 더께를 이루어 흡사 도깨비 같은 얼굴이다. 쭈글쭈글한 탈바가지 같은 얼굴이었지만 우리는 할머니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우리 형제가 힘을 합한다면 할머니 정도야 가벼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엄마의 엄마니까 헤칠 수는 없다. 우리는 할머니의 모진 구박을 받으면서도 헤실헤실 웃으며 나무를 하러갔다. 겨울이었다. 이런 추위에도 우리는 거적 같은 옷만 걸치고 밖을 나섰다. 숲에 갔는데 거기서 어떤 소녀를 만났다.


“니들. 거지 할망구네 사는 아이들이구나.”


우리보다 더 얇은 홀 겹을 입은 여자 아이가 우리를 아는 체했다. 사팔뜨기였다. 사팔뜨기를 처음 본 우리는 호기심이 생겨 그 아이에게로 갔다. 사팔뜨기가 신비로운 눈을 들어 우리를 뚫어져라 봤다. 아이는 우리가 똑바로 보이기나 하는 걸까? 아니면 둘로 보이는 걸까.


“너희들 혹시 먹을 것 좀 있어? 아, 배고파 뒤지겠네. 있으면 좀 나눠 줘.”


사팔뜨기가 갑자기 우리 몸을 수색했다. 주먹밥 한 덩이가 나왔다.


“얘들아 이거 나주면 좋을 거 해 줄게.”

“좋은 거?”

“응. 좋은 거.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

“꿀꺽...”


동생과 난 동시에 얼굴이 벌게졌다.


“아, 씨.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니들 나무하러 온 거 아니야? 저쪽으로 가면 죽은 나무들이 엄청 많아. 다 좋은 나무들이야. 아직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먹을 것을 주면 내가 길을 안내할 수 있어.”

“니 말을 어떻게 믿어?”

“속고만 살았니? 난 거짓말 안 해. 거짓말은 어른들이나 하는 거야. 좋아. 그럼 주먹밥 반개만 나주고 내 말이 맞으면 그걸 다 줘도 돼.”


우리는 이 숲이 처음이었다. 소녀는 이 숲에 사는 아이였고.


“좋아.”


동생과 난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소녀의 뒤를 따랐다. 눈이 흩날리고 소녀의 언 발이 찢어진 신발 사이로 보였다. 발이 앵두 빛이었다. 소녀는 우리가 준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걸었다.


소녀의 말대로 죽은 나무숲이 나타났다. 시꺼멓고 음습한 냄새를 풍기는 숲. 떨어진 나뭇가지가 아주 많았기에 나무를 하는 수고는 적어 보인다. 우리는 말없이 나무를 줍기 시작했다. 소녀는 그 모습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추운데 너는 그만 집으로 가렴.”

"집은 더 추워. 답답하고 차라리 여기가 나아.”

“그러다 얼어 죽겠어.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왜 그런 꼴을 하고 다녀.”

“그럼 니가 입은 옷을 나한테 줄래? 그럼 한결 따뜻할 것 같아.”


잠시 망설이다 소녀에게 내가 걸친 거적을 주었다.


“우아, 따뜻하다.”


사팔뜨기가 웃었다.


“너희들 우리 집 갈래? 날이 점점 추워질 거야. 그리고 이 숲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살고 있어. 너희들 어쩌면 잡아먹힐 거야.”


나와 동생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우린 그런 거 안 믿어. 하지만 너희 집에는 갈게. 잠깐 몸은 녹여야겠어. 너무 춥다. 이렇게 추은 날은 처음이야.”


동장군이 점점 거세졌다. 이런 지랄 맞은 날씨에 할머니는 우리더러 나무를 해오라니.


비로소 소녀의 집이다. 소녀는 엄마와 단 둘이 살았다. 집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누추했지만 살림살이가 제법 갖춰져 있었다. 소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화로에 불을 켰다. 아이 엄마는 방 한 켠에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냄새가 고약하지? 엄마가 좀 아파.”


아줌마 얼굴이 청색이었다. 난 이런 사람을 이전 동네에서 많이 봤었다. 역병에 걸린 건지 아니면 몹쓸 남자한테 맞아서 저리 된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아줌마의 몸에는 저승 사자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내 눈엔 그게 확실히 보였다.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폭설이라 집에 갈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사팔뜨기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산짐승을 잡으러 잠기 밖으로 나갔다. 오다가 뱀 굴을 봐둔 게 있었다. 우리는 뱀을 잡아서 소녀와 함께 구워 먹었다.


눈은 내리고 또 내렸다.

무거운 눈덩이가 나무들을 짓누르고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마치 비명 소리처럼 들렸다. 나무들의 비명소리와 아주머니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렸다. 아줌마는 밤새도록 죽여 달라고 소리쳤다. 소녀와 우리 형제는 귀를 막고 그런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눈 나리는 밤. 3일 째 되던 날. 나는 잠들지 못한 채 비명소리를 듣고 있었다. 깊은 새벽이다. 나는 어떤 영감에 사로잡혀 동생을 깨워 말했다.


“우린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맞아, 맞아.”

“저 소녀도 마찬가지야. 저 아이 엄마도 마찬가지고. 모두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우리는 의식을 치루는 준비를 했다. 행복을 위한 의식은 그 형태는 잔인할지 몰라도 성스러운 행위다. 우리는 아주머니의 숨통을 한 번에 끊고 놓았다. 그리고 영혼을 해방시켜줘다. 죽음의 사자가 아주머니를 끌고 가는 환영을 본다. 자유로운 영혼은 나비처럼 아름다웠다.


찰나의 순간 영혼을 해방시켰지만 아직 육신에게 자유를 주지 못했다. 나와 동생은 아주머니를 죽음의 숲으로 데려갔다. 아줌마가 무척 가벼웠기에 힘들지 않았다. 시신을 정확히 13조각으로 토막을 내 여기 저기 뿌려 놓았다.


굳이 이런 작업을 한 이유는 어른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조각난 고기는 짐승들의 창자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죄의식은 없었다. 영혼이 떠난 육신은 고깃덩이에 불가하니까. 그 육신은 당연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놀랍게도 우리에게 이것은 첫 살인이 아니다.

강해지기 위해 우린 많은 사람을 죽였다. 아이였기에 어른을 죽이는 일은 더 쉬웠다. 우리는 어떤 계기로 이런 세계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신성에 가까운 살인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강하해기 위해 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의무감이 든다. 우리는 소악마들이다. 천사들이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한다.-



***



“크오오오!”


감자기 정하음 편집자가 시뻘건 울음을 토했다.


“미쳤다...정말 미쳤다, 정말 이거 미쳤다, 진짜로....”


눈앞에 놓인 글을 보고 하음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 반응은 보통 두 가지다. 정말 괴로운 잡 글을 보았거나, 흥분되는 명작을 보았거나.


“미쳐, 미쳐. 이게 13살짜리 작품이라고? 가만 있어보자 셰익스피어는 몇 살 때 첫 소설을 썼더라?”


그는 야후 검색창에서 셰익스피어를 쳤다.

셰익스피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글을 썼다. 그의 첫 소설의 연대는 정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학자들은 어림잡아 10세에서 13세 사이에 장편을 썼을 거라 짐작했다.


“그래!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셰익스피어도 십 대 초반에 글을 썼잖아! 인간은 계속 진화하니까, 똑똑해지니까 그 보다 더 어린 나이에도 장편 소설이라는 걸 쓸 수 있지. 불가능한 건 아니지! 그런데, 그렇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이건 내용이...내용이 겁나 살벌하다. 이제 겨우 그림책을 떼고 얇은 문고판이나 읽고 위인전이나 읽을 아이가 엽기 소설에 준하는 문학작품을 썼다. 장중한 주제, 어두운 유머와 해학, 단번에 소설의 세계로 끌고 가는 미친듯한 흡입력. 온갖 미사여구와 난해한 문장 조합이 판을 치는 순문학계에서 이 아이가 쓴 간결한 문체는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


이 순진한 문체로 이야기하는 12살 아이의 연쇄살인 이야기라니. 정말 기함할 노릇이었다.


정하음은 자신의 책상에서 황급히 한약 한 봉지를 꺼냈다. 봉지를 절개하고는 그걸 쭈욱, 빨아 마신다. 마치 흡혈귀가 혈액을 흡혈 것같이 정하음의 창백한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흐아.,, 살 것 같다. 원고를 읽으며 이렇게 기 빨려 본 적도 처음이네.”


몇 년 만에 이런 강렬한 작품을 만난 것인지...그러나 흥분도 잠시.


“근데 이를 어쩐다. 이걸 공모전에 출품하겠다고? 작품 퀄리티는 제쳐 두고라도 작가 나이가 13살이라는 건 어쩔 건데.”


이건 부장님 말투를 따라 해봤다. 난감하다. 분명 문제적 작품이긴 한데, 발표만 된다면 토네이드 급 충격을 안겨 줄 작품이긴 한데 원래가 이런 공모전은 문제적 작품을 발굴할 작정으로 만든 공모전이 아니다.

출판사에게 무한으로 원고를 공급해 줄 생산자를 찾는 것이다. 그렇기에 10대 아이에게 문학마을 신인상을 줄 일은 결단코 없었다. 정하음은 고민 끝에 원고를 추천해 준 최율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판사님? 저, 정 실장입니다.”


현직 판사이면서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장르소설가인 최율은 문학마을의 또 다른 레이블인 [블러드 레인]의 간판 작가이다. 최율이 쓴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제1회 [블러드 레인] 공모전에서 수상하였고 발행 1년 만에 작품이 30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 작품을 알아 본 게 바로 정하음이었다. 정하음은 그렇게 장르소설 파트에서 실력을 쌓은 후 문학마을의 본체인 순문학 파트로 부서 이동을 했다.


최율과는 당연히 막역한 사이였고 그에게 추천 받은 원고라 정하음도 가볍게 원고를 대할 수는 없었다. 읽고 난 후 그는 충격에 휩싸였다. 역시나 추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원석을 발견하고도 세공하지 못할 처지라는 걸...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작가님. 이 작품... 꼭 공모전에 출품해야 하는 겁니까? 당선 여부야 제가 알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어차피 이 작품은 신인작가 공모전 성격과는 맞지 않아요. 작가 나이 문제가 제일 걸립니다. 올해 13년째인 문학마을 신인상은 20대 초반 소설가마저도 없었어요. 당연히 40대 후반 신인상 작가도 없고요. 공식적인 나이 제한은 없지만 나이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가 최대 마지노선이죠. 일단 공모전은 윗선들의 개입이 너무 심해서 아이의 작품이라면 두 번 고민 할 것 없이 떨어뜨릴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일단 제가 이 아이를 만나보고 싶은데요.”


어렵게 말문을 열었지만 웬일인지 말이 술술 나왔다.


“네,네 작가님. 아, 감상이요? 하, 제가 그걸 빼 먹었네요. 제 첫 소감은 말이죠. 마치 악마를 본 기분입니다. 독자인생 30년 동안 이렇게 강렬하게 작품에 빨려들어 간 적은 없었어요. 이건 뭐 거부할 수 없는 마력, 그 자체이던걸요. 과한 칭찬이 아닙니다. 작가님도 그걸 알아보시고 제게 추천해 주신 거 아닙니까. 그 소악마를,,,아니 어린 작가님을 제가 한 번 꼭 만나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런 앙큼한 문체로 그런 끔직한 얘기들을 줄줄줄 할 수 있는지. 소년을 만나보고 싶어요. 정말이지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정하음은 침을 튀기며 작품 얘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대체 이 작품을 어떻게 살려내야 할지 난감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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