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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내 카드는 [X. 운명의 수레바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6
최근연재일 :
2023.10.31 18:20
연재수 :
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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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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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4,227

작성
23.10.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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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4.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

DUMMY

“ 불길한 태양이군. “

“ 불길하네요.. “

“ 조금 기분 나쁠지도. “

“ .... “

[XX. 심판(Judgement)]도, 나린도, 하이드도, 심지어 스텔라까지 진지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본다.

아디나는 조금 심하게 다친 탓에 [단 하나의 잔(Ace of Cups)]을 이용해 치료를 받았는데도 아직은 엎드려서 조금 더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탓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는 못했다.

“ 으음... 그렇게 불길해요? 별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

물론 하늘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히 다를 게 있나 싶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보려고 해도..

“ 안돼 아디나. 아직 움직이지 마. “

나린이 이렇게 저지해버린다.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게 아디나가 움직일 수 있게끔 허락받은 시간은 태양이 거의 다 지고 붉은 노을이 아디나의 하얀 피부를 붉게 적실 때쯤이었다.

물론 밤이니까 이곳에서 야영한 뒤에 올라간다.

분명 나린은 이것을 노리고 아디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것이리라.


정말 길었던 낮이 지나가고 밤이 찾아온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지고 온 장작을 전부 사용해 주위를 밝히고 한 자리에 둘러앉은 모두는 남아있는 식량까지도 대부분 소모한다.

그렇게 예쁘게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하이드였다.

“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빵이 좀 오래된 것 같다고? 나도 알고 있기는 한데 그냥 먹고 있어. “

“ 아마 괜찮을 거다. 단지 발효 빵이라 그럴 뿐이니 안심하고 먹어라. “

나린과 [XX. 심판(Judgement)]의 주고받는 말에 하이드는 살며시 미소를 보이고서는 빵을 한입 물어뜯는다.

“ 저는 내려가 볼까 합니다. “

그 순간 모두가 식사를 멈춘다.

아니..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 빼고..

“ 겁먹은 거야..? 멍청이.. “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농담에 하이드는 미소지으며 바라본다.

“ 예. 겁도 먹었지요. 그보다.. 악마는 아래쪽에서 왔습니다. 저는.. 아르카나 중에서도 [단 하나의 잔(Ace of Cups)].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분명 탑 밖에는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병들어 있을 겁니다. 제가 가서 치료해주는 편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거에요. “

사람을 살린다.

그것도 그들은 이전에 하이드가 관리하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구한다.

나중에...

아디나가 [XIII. 죽음(Death)]과 [XV. 악마(The Devil)]를 저지하고 난 뒤에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면

탑으로 들어가도 좋고, 탑 바깥을 더욱 발전시켜도 좋으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하이드가 지금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

“ 진심이야? “

“ ...예. “

하이드를 제외한 모두는.. 아니.. 육포를 뜯는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도 제외하고 모두가 눈을 맞추고 씁쓸한 미소를 띤다.

그리고 나린이 아디나를 부른다.

“ 아디나. “

“ 응? “

“ 네가 해. “

엇... 이런 곳에서는 말을 잘하는 나린이 하는 게 맞지 않나...?

“ 너 아니었으면 우리는 모이지도 못했어. 그러니 리더인 네가 하는 게 맞아. “

아디나가 당황하며 [XX. 심판(Judgement)]을 바라보자 [XX. 심판(Judgement)]은 오히려 눈을 감아버린다.

“ 난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못 한다. “

으으.. 어쩔 수 없나...

“ ..다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하이드는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한지 한 명씩 쳐다본다.

그래 모르겠지..

“ 크흠.. 하이드. “

“ 네 아디나님. “

“ 네 진심은 그게 아니잖아. 똑바로 말해야지. “

순간 하이드가 움찔했지만 아주 잠깐이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아디나와 다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하이드가 입을 뗀다.

“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지 않습니까. “

“ 눈도 떨리고 손도 떨리고 입술도 떨리면서 거짓말은... 어린애도 안 속아.. “

아껴먹으라고 준 육포를 이미 다 먹었는지 손가락마저 쪽쪽 빨던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말이 하이드에게 치명적으로 들릴 것이다.

음..

지금은 아디나가 말할 때인데 말이지.

크흠..

“ 솔직히 말해 하이드. 괜찮으니까. “

그런 아디나의 온화한 미소에.

하얀 눈동자에.

하이드는 자기도 모르게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메이저 아르카나를 들고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사용해 왔기에 자신의 손발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XIII. 죽음(Death)]과 [XV. 악마(The Devil)]는..

아니..

[XVII. 별(The Star)], [XVIII. 달(The moon)], [XIX. 태양(The Sun)].

이들에게 있어서도 하이드는 무엇하나 내세울 수 없었다.

짐덩이.

자신의 현재 위치는 이들과는 현저히 멀리 있다는 것을 본인이 제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저는.. 방해입니다. 가지고 있는 아르카나도 적고... 그마저도 메이저 아르카나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보호해주시다가 오히려 힘들어지기만 하고 있어요. 딱 한 번 전투를 했지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어울리지 않아요. “

이것이 하이드의 진심.

격차를 느껴버린 것이다.

모두의 도움이 되는 방법은 자신이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그래.. 맞아. 너는 싸움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못 해. 어쩌면 내려가는 게 맞지. “

아디나라면 절대 아니라며 부정할 줄 알았는데.. 아니 부정하는 게 지금의 흐름으로는 맞는데 갑자기 아디나가 긍정해버리는 바람에 모두가 아주 조금은 당황한다.

아디나는 하이드의 말을 듣고 자신의 속마음을 말한다.

“ 하이드 너가 그러지 않았어? 내가 살던 곳에서 내가 얼마나 괴롭고 힘들고 외로웠을지... 조금은 알게 됐다고. “

“ ...네 그랬죠. “

“ 그러면 대체 왜 너는 그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랑 멀어지려고 하는 거야? “

하이드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나는 너희가 전투를 지원해주길 원하는 게 아니야. “

아디나는 여전히 미소짓고 있다.

“ 내 옆에서 내가 더는 외롭지 않도록 나를 지탱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

이들이 강한 아르카나를 가지고 있든, 약한 아르카나를 가지고 있든 상관없다.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주는 가족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서는 안 된다.

“ ..정말.. 저라도 괜찮나요..? “

“ 당연하지. 너도 이미 내.. 가족인걸. “

너무나도 부끄러운 말에 아디나의 새하얀 얼굴이 붉게 물들지는 않았지만 대신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나린도 살며시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빵을 물어뜯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그 말에 구원받은 듯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디나님.. “

이 추운 밤에 따뜻하고도 부끄러운 말들이 오간다.

그리고 생각보다 [XX. 심판(Judgement)]은 자신이 말하는 것만 싫을 뿐 듣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는 듯이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하늘을 바라본다.

“ 참 좋은 말이지 않나? 듣고 있겠지? [XVIII. 달(The moon)]. “

“ ..ㄴ... 네????? “

[XVIII. 달(The moon)]...?

아니..

어쩌면 당연한 말 아닌가.

태양이 지고 달이 떴다.

저 달이 떴다는 것은 [XVIII. 달(The moon)]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모두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달이 가려진다.

그렇게 어둠이 찾아오고 다시 밝아진다.

“ ...인간 놈들의 말 따위. 관심 없어. “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순간 목소리가 들린 지상으로 내려간다.

[XVIII. 달(The moon)]...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낮에 만났을 때는 굉장히 졸려 보였는데 지금은 한참 활동할 때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앞에 두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매가 이렇게 매서운 사람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녀의 차가운 눈매처럼 모든 서리를 머금은듯한 차가운 초승달 검이 그녀의 손에서 아름답게 빛난다.

이렇게 평화롭게 밥 먹고 있는데 갑자기 부를 줄 몰랐는데.. 말이라도 해주지..

아니... 오히려 언제든 죽이러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알려서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는 것이었을까.

[XX. 심판(Judgement)]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서 [XVIII. 달(The moon)]을 바라본다.

“ 흥. 낭만도 없군.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 “

“ 이봐요 말 좀 예쁘게..! “

“ 아무리 우리가 싸우지 않겠다고 한들 저 녀석은 우리를 향해 검을 뽑아 들고 있지 않냐. 그런 상대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 “

“ ..그 녀석 말대로다. 나는 너희 모두를 죽이러 온 거니까. “

그제서야 [XX. 심판(Judgement)]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와 [XVIII. 달(The moon)]을 마주한다.

“ 대화할 마음은 조금도 없겠지? “

“ 당연하다. “

참 안타깝다.

저 [XVIII. 달(The moon)]을 설득하고 [XVII. 별(The Star)]까지도 설득하는 데 성공해야 [XIX. 태양(The Sun)]도 마음을 돌려줄 것이다.

...이미 저렇게까지 적대하는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라는 건지 참..

“ 아디나. 먼저 가라. “

“ 네? “

[XX. 심판(Judgement)]의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가 당황한다.

“ 저 녀석은 너를 노리고 있지. 네 녀석이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저 녀석의 검은 이곳에서 춤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맡아서 설득하도록 하지. “

“ ...정정해. 나는 [XV. 악마(The Devil)]의 씨앗이 될 수 있는 ‘ 모든 인간 ‘ 을 전부 죽이기로 결정했으니까. “

“ ..뭐. 그렇다는군. 네 녀석은 누군가를 해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그래야 네 녀석이 대재앙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될 테니까 말이다. “

“ 그.. 그렇다고 여기에 당신을 놓고 간다는 건.. “

조금 전까지 가족 같은 존재라고 하지 않았는가.

함께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XVIII. 달(The moon)]이라는 존재와 싸운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싸워서는 [XIX. 태양(The Sun)]에게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 아디나님. 제가 함께 남겠습니다. “

“ 하이드.. 방금 말했잖아. “

아디나가 하이드를 쳐다보자 하이드는 아까 전 아디나가 내비친 온화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흔든다.

“ 아닙니다 아디나님. 그때는 저 스스로가 한심하고 짐덩이가 될 것 같아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

그리고 [XX. 심판(Judgement)]의 뒤로 가서 아르카나를 만들어 낸다.

“ [XX. 심판(Judgement)]. 당신도 [XVIII. 달(The moon)]을 상대로 싸움이 아닌 설득을 하려면 여러모로 고생하겠죠? 제가 당신을 보조하겠습니다. “

[XX. 심판(Judgement)]은 [XVIII. 달(The moon)]을 설득한다.

하지만 [XVIII. 달(The moon)]은 [XX. 심판(Judgement)]을 죽이려 할 것이다.

한쪽만이 죽이려는 이 싸움이 얼마나 불리한지는 아디나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하이드가 남는다.

[단 하나의 잔(Ace of Cups)]

[세번째 펜타클(Three of Pentacles)]

이 두 장의 아르카나로 [XX. 심판(Judgement)]의 싸움을.. 아니.. 설득을 지원한다.

“ 이건 상관없겠지? 네 녀석이 결국 나를 죽인다면 그 뒤에 쫓아가면 되는 문제니까 말이야. “

[XVIII. 달(The moon)]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 멋대로 하든가. 어차피 멀리 가지 못하고 죽을 테니까. “

그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 [XX. 심판(Judgement)]은 아르카나를 만들어 낸다.

그가 이렇게까지 자신 있게 남을 수 있는 이유.

[XVIII. 달(The moon)]도 심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 들었지? 가라 아디나. 금방 저 멍청이를 설득하고 따라갈 테니. [XX. 심판(Judgement) - 심판의 창] “


작가의말

아르카나의 한글 명칭은 진행에 맞게 임의로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문은 타로카드명칭 그대로 적어놓았기 때문에

한글이름과 영문이름에 조금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부분이 불편하시다면..

죄.. 죄송....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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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5. 속죄의 끝 23.10.30 12 0 15쪽
145 144. 어떻게든 해봐야죠 23.10.27 14 0 13쪽
144 143. 후회 23.10.26 15 0 13쪽
143 142. 이길 수 없는 적 23.10.25 16 0 18쪽
142 141. 재앙의 끝 23.10.24 15 0 14쪽
141 140. 길고도 길었던 속죄 23.10.23 17 0 13쪽
140 139. 종장 23.10.20 16 0 13쪽
139 138. 믿음이 아닌 시험 23.10.19 14 0 13쪽
138 137. 별 23.10.18 16 0 13쪽
137 136. 믿기 싫은 마지막 희망 23.10.17 14 0 13쪽
136 135. 치사한 선택 23.10.16 16 0 19쪽
» 134.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 23.10.13 18 0 13쪽
134 133. 선물 23.10.12 19 0 13쪽
133 132. 악마다운 전투 23.10.11 16 0 15쪽
132 131. 악마의 행방 23.10.10 19 0 14쪽
131 130. 증명 23.10.09 19 0 16쪽
130 129. 서늘한 햇살 23.10.06 20 0 15쪽
129 128. 최상의 메인 디쉬 23.10.05 18 0 13쪽
128 127. 변하지 않은 사람 23.10.04 18 0 14쪽
127 126. 시작과 끝 23.10.03 23 0 14쪽
126 125. 너는 필요 없어 23.10.02 19 0 14쪽
125 124. 달빛 속의 어둠 23.09.29 19 0 12쪽
124 123. 인간이 아닌 존재 23.09.28 19 0 14쪽
123 122. 유난히 빠르게 찾아온 밤 23.09.27 21 0 13쪽
122 121. 과거의 형제는 23.09.26 22 0 15쪽
121 120. 마무리를 짓기 위한 거래 23.09.25 20 0 14쪽
120 119. 악마의 속삭임 23.09.22 22 0 14쪽
119 118. 새로 생긴 가족 23.09.21 1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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