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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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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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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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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제141화 이오니아의 어진 여왕님

DUMMY

아르피아 대륙 북서쪽에 위치해 있는 이오니아. 그곳을 다스리는 아린 여왕의 선정 아래, 대륙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에서 유독 얼굴에서 근심을 감추지 못하는 여인이 있었다.

현재 시간 자정이 훨씬 넘어 진즉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도 모자랄 상황이었지만, 여인은 굳게 닫혀 있는 방문 앞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초조하게 서있었다.


덜컥


오랜 시간 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갈색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걸어 나왔다. 손에 들려 있는 가죽가방에 온갖 약초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의사처럼 보이는데.


“선생님, 우리 그이는 어떤 가요? 혹시, 많이 안 좋은가요?”

“······.”


여인에게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 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반쯤 열려 있는 출입문을 응시했고, 잠시 후 똑같은 갈색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급히 들어와 나무 상자를 건네주었다.


“환자를 보면서 심부름을 보냈는데, 때를 맞춰 잘 돌아왔군요.”


나무상자를 건네받는 그 자에게서 어린 소녀의 음성이 흘러나왔지만, 여인은 남편의 상태에만 관심이 쏠려 제대로 듣지 못했다. 간절하게 그 자를 바라보며 남편의 상태에 대한 대답을 기다릴 뿐.


“현재 남편 분은 영양실조가 극심한 상태입니다. 일단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겼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다른 방편을 서둘러야 합니다.”

“영양실조라고요? 아아, 여보······.”


여인은 망연자실한 표정과 함께 풀썩 주저앉았다. 자칫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의 영양실조였다는 사실이 적잖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여기, 동료가 가지고 온 나무상자에 약이 들어 있으니 우리가 돌아가면 먹이도록 하세요. 그리고 약 외에 환자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 또한 그렇게 해주세요.”

‘그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다 먹도록 해주라고? 선생님이 우리 집 형편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 걸까?’


여인의 눈에서 원망어린 감정이 피어올랐다. 머물고 있는 이 집이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이라는 사실은 그만두고라도, 먹을 것이라고 빵 한 조각, 우유 한 모금조차 보이지 않고 그릇에는 대체 언제 식사를 했는지 먼지만 가득 앉은 게 뻔히 보이는데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이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원망을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었다. 직접 집으로 찾아온 왕진부터 지금 건네준 약까지 모두 무료로 해주겠노라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살펴가십시오.”


늦은 시간에 조금도 불편한 기색 없이 왕진을 온 그 자가 동료를 데리고 집을 나서자, 굶주림에 시달리다 지쳐 새우잠이 들었던 어린 남매가 벌떡 일어나 여인을 보채기 시작했다.


“엄마, 밥 좀 줘! 배고파서 잠이 안 와, 엉엉!”

“그래, 그래, 얘들아. 먼저 아빠 약부터 챙겨드리고 엄마가 맛있는 것 만들어 줄게.”


여인이 아무리 포근한 엄마 미소를 보여도, 앙상한 뼈에 가죽만 걸쳐진 남매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비 오듯 흘러내리는 눈물을 꾹 참으며 일단 가장 건강이 나쁜 남편부터 챙기기 위해 서둘러 나무상자를 여는데.


“이, 이게 약이라고?!”


흘러내리던 눈물이 딱 멈출 만큼 여인의 놀라움은 컸다. 쓰디쓴 가루약이나 물약이 들어있으리라 여겼던 나무상자 안이 번쩍이는 빛이 선명한 금화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엄마! 문 밖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

“문 밖에서? 그러고 보니······.”


이 밤중에 누군가 음식을 만드는 걸까? 저절로 군침이 도는 맛있는 냄새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매가 급히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와아! 스프다, 스프!”

“내가 좋아하는 채소랑 고기가 많이많이 들어 있어!”


커다란 냄비에 누군가 갓 끓인 것으로 보이는 건더기가 푸짐한 스프를 보자, 남매는 지금까지 느꼈던 배고픔도 잊은 채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감사하게도 누가 이 스프를··· 응? 이건 편지?”


말을 잇지 못하던 여인은 냄비 옆에 놓여 있는 편지를 집어 들었다.


「오랜 굶주림 뒤의 식사는 위장을 자극할 수 있으니, 먼저 소화가 잘되는 스프로 허기를 달랠 것」


“아아······.”


여인은 집안에서처럼 다시 풀썩 주저앉으며 저 멀리 허공을 바라보았다. 각자 백마와 조랑말에 올라타 부지런히 갈 길을 가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오니아의 아린 여왕님. 백성 한 명 한 명을 가족처럼 소중하게 대해주시고 행복을 안겨주신다는 어진 군주님.”


아무것도 없는 빈 몸뚱이만 끌고 이오니아로 이주해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인은 어진 아린 여왕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여왕님, 보잘것없는 저희 가족의 목숨을 구해주신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십시오.”


저 멀리 조그만 점이 되어가는 아린 여왕과 동료의 뒷모습을 보며, 여인은 즉시 엎드려 경배를 올렸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어서 들어가 스프를 먹자고 보챘지만, 여인은 땅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감동의 눈물과 함께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


한편 어려운 가족들을 멋지게 도와주고 부지런히 갈 길을 가던 그 자··· 아니, 이곳 이오니아의 지도자 아린 여왕은 로브가 답답한지 모자를 뒤로 젖히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 했다.

10대 중후반 소녀의 새하얀 얼굴이 드러나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머리가 찰랑거렸다.


“여왕님, 괜찮으십니까?”


아린이 동료라고 소개했던 자도 모자를 젖히자, 20대 초반 갈색머리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뭐가 말인가요, 리오?”


아린은 리오의 진지한 말투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생글생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아닙니다. 오늘따라 말이 헛 나왔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리오도 참. 살면서 말이 헛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걸로 그렇게 진지하게 용서를 구하고 그러세요?”


태연한 아린의 태도가 당황스러웠는지, 리오는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급히 얼버무렸다. 아린은 그런 리오의 태도가 싱겁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었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계속 말을 몰다보니 어느새 왕궁 앞에 다다랐다.


“오늘도 수고해줘서 고마워요, 리오. 저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많이 피곤할 텐데, 미안해요.”

“미안하시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호위기사로서 어디를 가시든 여왕님을 지켜드리는 건 당연한 의무니까요.”


아린이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도록 침실까지 호위를 마친 리오는 예상치 못한 사과에 당황하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리오. 그런데······.”


리오의 손사래에도 아린은 미안한 감정을 계속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그렇게 잘 생각인가요?”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부자리에 누운 자신과 달리, 리오는 로브 안에 불편한 갑옷을 입고, 검은 인형처럼 꼭 껴안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는 도중에 어떤 불상사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끔.


“여왕님, 그 끔찍한 일을 겪으신지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그 천인공노할 자들이 버젓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이상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미 아린에게 침실에서 편안하게 잘 것을 여러 차례 권유받았지만 그때마다 단호한 호위기사 리오였다.


“리오,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단정 짓는 건 위험해요. 이미 그 일은 제가 자객을 용서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고요.”

“정말 답답하십니다, 여왕님. 물질적인 증거가 없다 해도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감히 인자하신 여왕님께 자객을 보내는 끔찍한 짓거리를 할 수 있는 자는 총리대신 베론 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리오! 베론 숙부님이 배후라는 증거는 없다고 이미 여러 차례 얘기한 걸로 아는데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 그만하세요.”


순간 아린의 미소가 사라지며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그제야 리오는 충성어린 간언이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죄, 죄송합니다, 여왕님. 호위기사가 주제도 모르고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습니다. 부디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리오가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잘 알고 있어요. 다음부터는 각별히 조심해주기 바래요.”


아린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리오를 타이르고 이제 그만 수면을 취하기 위해 이불을 끌어 올렸다.


“여왕님, 아까 밖에서 여쭙던 것을 다시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용서를 받고 눈치를 살피던 리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밖에서라면······.”

“여왕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이렇게 계속 어려운 백성들을 보살펴주시는 것 말입니다.”


리오의 안타까운 시선이 아린이 누워 있는 이부자리에 고정되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이부자리는 누구나 흔히 가지고 있는 푹신한 솜 침대가 아닌 바닥에 짚을 깔고 그 위에 카펫을 씌운 것이었다.


“그 굶주린 백성에게 쥐어준 돈과 음식은, 여왕님의 침대를 팔아 마련한 것입니다. 근심 가득한 백성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여왕님께서 고초를 겪게 되시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표정에 슬픔이 가득한 리오가 아린의 이부자리에서 시선을 떼고 침실을 죽 둘러보니, 이제는 두 눈에 눈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가구라곤 방금 전의 엉성한 짚 침대와 테이블, 그리고 작은 옷장이 전부인 침실. 그림이나 장식품 하나 없이 휑한 이 공간을 누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침실이라고 생각할까?


“어쩔 수 없잖아요, 리오? 아무리 왕이라도 국고의 돈을 함부로 손댈 수는 없으니 제가 가진 것을 팔아서 백성들을 도와줄 수밖에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해맑은 웃음을 보였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안타까운 리오. 아린 또한 리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최근에 흉년이 들어서 백성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지금도 배고파 울고 있는 백성들이 눈에 선한데 어떻게 저 혼자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그 고통을 함께 나눠야지요?”

“여왕님······.”


소신을 밝혔지만 여전히 안타까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리오를 위해, 아린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제 자신을 잘 챙겨한다고 리오가 늘 해주던 말,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리오가 걱정하지 않도록 저 스스로 조심 또 조심할게요.”

“저처럼 보잘것없는 자의 말을 기억해주시다니. 황송합니다, 여왕님.”


리오는 자신을 진심으로 존중해주는 아린의 망극한 말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늦은 시간이지만 이제라도 그녀가 편안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말을 아꼈다.


새근새근


늦은 시간 변두리 마을을 방문해 어려운 백성을 도와주느라 피곤했던지, 불편한 잠자리에서도 아린이 새근새근 편안하게 잠들었다.

평화 그 자체인 아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리오는 곧 눈을 부릅뜨며 침실 출입문을 쏘아보았다.


‘이오니아 최고의 성군 아린 여왕님. 여왕님의 당부를 어길 수 없어 지금은 이렇게 있지만 총리대신 베론! 언제든지 증거만 나타난다면 내가 직접 그 반역죄를 엄히 물을 것이다!’


******


“여왕님! 여왕님! 큰일 났습니다!”


이오니아에 새 아침이 밝기가 무섭게, 한 무리의 신하들이 부서져라 침실 문을 두들겼다.


“여왕님께서 이제 막 일어나셨는데, 이게 대체 무슨 무례입니까?!”

“괜찮아요, 리오. 무슨 일들이신지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헝클어져 있던 머리를 빗고 단정한 가운을 걸친 아린이 여왕다운 위엄을 보이며 나타나자, 가장 나이가 많은 신하가 대표로 앞으로 나섰다.


“여왕님, 이오니아에 무서운 역병이 발생하여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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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148화 위험한 오해 (上) +1 19.04.20 83 3 14쪽
147 제147화 역병의 정체 (下) +1 19.04.14 99 3 13쪽
146 제146화 역병의 정체 (上) +1 19.04.13 86 4 12쪽
145 제145화 여신의 강림?! +1 19.04.07 110 3 14쪽
144 제144화 여왕님과 답답한 대화 +1 19.04.06 100 4 15쪽
143 제143화 악마의 탈을 쓴 여왕 (下) +1 19.03.31 137 3 14쪽
142 제142화 악마의 탈을 쓴 여왕 (上) +2 19.03.30 98 3 13쪽
» 제141화 이오니아의 어진 여왕님 +1 19.03.25 76 4 12쪽
140 제140화 왕보다 친구가 먼저! +1 19.03.23 99 3 14쪽
139 제139화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슈퍼 카! +1 19.03.21 98 3 13쪽
138 제138화 드래곤 하트 활용법이란 +1 19.03.20 97 3 14쪽
137 제137화 고리대금업자의 반성 +1 19.03.19 91 4 14쪽
136 제136화 옛다, 이거 먹고 떨어져라! +1 19.03.18 115 4 15쪽
135 제135화 우리와 함께 살아요 +1 19.03.17 109 4 14쪽
134 제134화 새 임금님 말씀 +1 19.03.15 100 4 15쪽
133 제133화 우울할 땐 소주 한 잔 (下) +1 19.03.14 109 5 12쪽
132 제132화 우울할 땐 소주 한 잔 (上) +1 19.03.13 135 3 14쪽
131 제131화 철없는 괴수들 +1 19.03.12 73 3 13쪽
130 제130화 우울할 땐 담배 한 모금 +1 19.03.11 89 3 12쪽
129 제129화 레드 드래곤의 당부 +1 19.03.11 121 3 14쪽
128 제128화 히드라의 보물 +1 19.03.10 88 3 15쪽
127 제127화 빼앗긴 신물 +1 19.03.09 83 3 14쪽
126 제126화 일어나, 히드라 리스! (下) +1 19.03.09 82 3 13쪽
125 제125화 일어나, 히드라 리스! (上) +1 19.03.08 102 3 13쪽
124 제124화 인간, 최후의 발악 +1 19.03.07 83 3 13쪽
123 제123화 반격 시작이다! (下) +1 19.03.07 84 3 13쪽
122 제122화 반격 시작이다! (上) +1 19.03.06 86 3 13쪽
121 제121화 블루 드래곤 (下) +1 19.03.06 146 3 15쪽
120 제120화 블루 드래곤 (上) +1 19.03.05 78 3 13쪽
119 제119화 드래곤과 잡종의 계약 +1 19.03.05 10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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