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83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19.03.11 18:30
조회
88
추천
3
글자
12쪽

제130화 우울할 땐 담배 한 모금

DUMMY

“휴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잠을 청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휘수는 눈은 물론 정신까지 말똥말똥하여 결국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야 했다.


“갑자기 잠자리가 바뀌어서, 아마 그래서일 거야.”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잠시 사방을 둘러보는 휘수. 칠흑 같은 암흑으로 가득 찬 동굴 내부. 약간이나마 시야를 밝힐 수 있도록 벽에 걸려 있는 양촛불 아래에 세 개의 침대가 나타났다.

자신들의 진정한 임금님의 친구 분들이란 말에, 히드라들이 가장 푹신한 침대를 즉시 대령해와 제법 근사한 침실이 마련된 상태다.


“친구들은 아늑한 집보다 험한 바깥 생활에 익숙해서 불편한 점이 전혀 없나봐.”


자신과 달리 쿨쿨 잘 자고 있는 친구들을 살펴보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데,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은 자신의 실버 드래곤 여자친구 알카디우스였다.


“동굴 안이 제법 쌀쌀한데, 이불 좀 잘 올리고 자지.”


잠든 표정을 보여주기 싫어서일까? 휘수는 옆으로 돌아누워 최대한 머리를 숙이고 있는 알카디우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살며시 허리 아래로 내려간 이불을 끌어올려주었다.

푹신하고 따뜻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지만 편안한 숙소와는 공기 자체가 다른 동굴 안이다 보니 잠든 알카디우스의 표정에서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내일은 불편하지 않도록 편안한 숙소에서 자면 좋겠는데······.”


지금 서있는 동굴 주변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둘러보던 휘수는 곧 옆 침대에서 자고 있을 친구들을 보러 발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카디우스에게 돌아온 휘수는, 그녀의 어두운 얼굴을 안쓰럽게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고운 은발을 쓰다듬어주었다.


“난 정말 괜찮으니까, 부디 편안한 밤 보냈으면 좋겠어.”


휘수는 혹시나 그녀가 깨지 않도록 모기울음소리보다도 작게 중얼거리며 곧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응? 다들······.”


어두워서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누워서 쿨쿨 자고 있어야 할 친구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휘수 자신의 기억대로라면 지금 눈앞의 침대에서 샤키라가 능구렁이로 변한 리스를 안고, 그 옆 침대에서는 세나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어야 하는데.


“······.”


기존의 기억과 크게 어긋나 있지만 그다지 놀랄 거리는 못되는지, 휘수는 빈 침대에서 미련 없이 시선을 떼고 자신의 재킷을 챙겨 동굴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히드라들을 지나쳐 숲에 놓여 있는 평평한 바위에 털썩 앉았다.


스윽


차갑지만 숲속 특유의 향긋한 풀 향기가 섞인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휘수는 재킷 주머니에서 두툼한 담뱃갑을 꺼냈다.


“차안을 정말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건데, 벌써 이렇게나 많이 피웠나?”


두툼한 겉모습과 달리 담뱃갑 안에 들어 있는 담배는 겨우 다섯 개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마지막 담배인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선뜻 불을 붙이기가 꺼려졌다.


“기적이 벌어져서,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갑만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내 사랑(?) 애마가 주인을 위해 어디에 꽁꽁 감춰둔 담배 한 갑을 꺼내놓았으면!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동그란 보름달도 떠있어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데도 안성맞춤이었다.


“후우······.”


달님이 간절한 내 마음을 알고 분명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리라! 휘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여 마음껏 니코틴을 흡입했다.

숨이 콱콱 막히는 뿌연 담배연기와 니코틴 특유의 따가움이 완벽한 콤비를 이루는 흡연에, 휘수의 입가에는 어느새 만족스러운 미소가 머금어졌다.


“내일부터는, 뭘 해야 할까?”


기분 좋던 미소도 잠시,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휘수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응? 벌써 이렇게 쪼그라들었어? 몇 모금 안 빨았는데 혹시 불량품인가?”


휘수는 혹시라도 숲에 불이 날까 꽁초를 바위에 문질러 확실하게 끄고, 곧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다시 밤하늘 감상과 흡연을 병행하며 어두운 표정이 말해주듯 고민의 늪에 빠져드는데.


“휘수.”

‘응? 이 목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낯익은 목소리에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알카디우스가 수면을 위해 벗어두었던 미스릴 갑옷을 착용한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알카디우스 또한 휘수와 마찬가지로 애초에 잠이 든 게 아니었던 건지, 루비눈동자가 졸린 기색이 전혀 없이 말똥말똥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일어났는데, 휘수가 보이지 않아서 찾으러 나와 봤어. 여기서 바람 쐬고 있었던 거야?”

“으응. 원래는 안 그랬는데, 장소만 바뀌었다 하면 이놈의 몸뚱이가 통 적응을 못해서 말이지. 너도 잠자리가 많이 불편했구나?”

“아마도 그런 것 같아. 그래도 과거에는 동굴에서 오랫동안 살아 익숙한 줄 알았는데 참······.”


서로 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자연스럽지 않은 대화가 끝나고, 휘수와 알카디우스는 계속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에 점점 당혹감을 느꼈다.


“알카디우스, 괜찮다면 여기서 같이 바람이나 쐬고 들어갈래?”


휘수가 자신이 앉아 있는 바위를 손바닥으로 툭툭 건드리며 앉을 것을 권했다. 숨 막히는 담배 연기가 알카디우스의 후각을 자극할까 염려되어 살며시 옆에 내려놓는 것은 센스.


“좋아.”


알카디우스는 남자친구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어 즉시 그의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곧 그의 어깨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고, 기운 없어 보이던 알카디우스의 표정에서 조금이나마 미소가 나타났다.


‘후우······.’


알카디우스의 미소를 보며 분위기가 점차 밝아질 거란 전망은, 아쉽게도 휘수의 착각이었던 듯싶다.

사이좋게 나란히 앉은 휘수와 알카디우스는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원하게 불고 있는 밤바람을 만끽할 뿐, 서로에게 말을 걸 생각은 전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이럴 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까?’


힐끗 알카디우스의 표정을 살펴보니 입가에 머금고 있는 미소 뒤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루비눈동자와 어두운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동굴 침대에 누워 있을 때도 그런 표정이었는데······.’


저 기운 없는 표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휘수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파 무슨 이야기든 정답게 나누며 우울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날려버렸으면 좋겠는데.


“알카디우스.”

“응?”


휘수가 조용히 알카디우스를 부르자, 밤하늘에 향해져 있던 그녀의 시선이 휘수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러니까······.”


휘수는 알카디우스의 시선을 피하며 잠시 뜸을 들이다,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재킷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보였다.


“이건, 담배잖아? 휘수가 가끔씩 우리와 멀리 떨어져서 혼자 피우고 오는.”


휘수의 손에 들려 있는 담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통 알 수가 없어 어느새 알카디우스의 어리둥절한 얼굴에서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오늘 그 망할 블루 드래곤이랑 그린 드래곤 때문에 우리 모두 죽도록 고생했잖아? 특히 알카디우스, 너는 내 손과 친구들은 물론 심하게 부상을 당한 히드라들에게도 회복마법을 걸어줬고.”


담배를 쥐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는 휘수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블루 드래곤 케이렉스에게 용감하게 맞서다 손 전체가 숯덩이가 되어 갔었는데, 알카디우스의 기가 막힌 회복마법 덕분에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지 않은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잠도 오지 않으면 기분도 우울하고. 이 담배라는 게 그런 마음을 달래는데 아주 제격이거든.”

“그래? 휘수의 말대로라면, 그건 정말 유용한 물건이겠구나?”


어느새 휘수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알카디우스의 손에 쥐어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눈 가까이에 가져가 유심히 살펴보고, 또 킁킁 냄새를 맡아보는 등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이게 또 신기한 게 뭐냐 하면, 냄새는 무척 지독한데 맛은 꿀맛처럼 달콤하다는 거야.”

“······?!”


냄새는 당장 인상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지독한데 맛은 달콤하다고?! 담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전적으로 휘수의 설명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당장 그녀의 눈매가 의심과 함께 날카로워졌다.


“내가 불을 붙여주면, 편안하게 스으읍 하며 빨아들이면 돼. 이렇게 나처럼······.”


휘수가 옆에 놓아두었던 담배를 집어 태연하게 한 모금 빨고 연기까지 완벽하게 뿜어보였다.

그녀의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평범한 연기를 평범하지 않은 도넛 모양으로 만드는 건 센스.


‘휘수,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알카디우스는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휘수의 표정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순순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잘 생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여주는 휘수. 이어서 알카디우스도 그가 알려준 대로 니코틴을 흡입했더니.


“웁?! 콜록! 콜록! 콜록!”


니코틴이 폐를 자극하기가 무섭게, 알카디우스는 가슴을 움켜잡고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댔다.


“휘수, 이 거짓말쟁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푸하하하! 바보야, 세상에 꿀맛처럼 달콤한 담배가 어디 있냐?”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치는 알카디우스에게, 휘수는 약 올리는 듯 대놓고 웃음을 터뜨려 보였다.


‘이게 담배라는 거야?! 세상에, 폐가 불에 타 녹아버리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이야! 이런 걸 휘수는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당장 폐부터 시작하여 입 안까지 온통 지독한 니코틴으로 가득 차 지금도 기침과 함께 눈물이 맺히고, 머리는 빙빙 도는 것이 당장 철퍼덕 엎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결국 알카디우스는 당장 앉아 있던 바위에서 벌떡 일어나 휘수를 무섭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현휘수! 꿀맛처럼 달콤하여 마음을 달랠 수 있다더니, 이런 식으로 친구 골탕이나 먹이고! 괴로워하는 내 모습이 재미있어 죽을 지경이니?! 응?!”


휘수에게 어떠한 변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침까지 튀기며 쉴 새 없이 쏘아붙이는 알카디우스. 가뜩이나 기운 없는 상황에서 남자친구에게 짓궂은 장난과 함께 놀림까지 받은 꼴이 되었으니, 알카디우스의 분노가 가라앉으려면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 그래. 차라리 그렇게 화를 내라. 그게 얼굴도 훨씬 예쁘고, 아까보다 백배 나으니까.” “뭐, 뭐라고?! 허참! 기가 막혀서······.”


자신은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데, 저 인간은 여전히 방긋 웃음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얄밉게 보인다.


“흥! 상대할 가치도 없어.”


마음 같아서는 뺨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너무 얄미운 나머지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 콧방귀와 함께 팔짱을 낀 채 등을 휙 돌려버렸다.


“미안해, 알카디우스. 이렇게라도 우울한 분위기가 전환되었으면 해서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치게 되었어.”

“······.”


여전히 입술을 꾹 다문 채 불평·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알카디우스. 휘수는 그녀의 분노를 달래주기 위해 서둘러 담배를 끄고 살며시 어깨를 감쌌다.

갑작스럽게 어깨부터 전해져오는 따뜻한 체온에 움찔했지만 굳이 뿌리치려고 하지는 않았다.


“아까 동굴에서도 얘기했는데, 나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더 이상 나로 인해 그런 기운 없는 표정은 그만 지었으면 좋겠어.”

“휘수······.”


사뭇 진지한 휘수의 말투에 알카디우스의 시선이 다시 돌아왔다. 휘수의 맑은 눈동자와 함께 입가에 지어진 따뜻한 미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최강 파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8 제148화 위험한 오해 (上) +1 19.04.20 83 3 14쪽
147 제147화 역병의 정체 (下) +1 19.04.14 99 3 13쪽
146 제146화 역병의 정체 (上) +1 19.04.13 86 4 12쪽
145 제145화 여신의 강림?! +1 19.04.07 110 3 14쪽
144 제144화 여왕님과 답답한 대화 +1 19.04.06 100 4 15쪽
143 제143화 악마의 탈을 쓴 여왕 (下) +1 19.03.31 137 3 14쪽
142 제142화 악마의 탈을 쓴 여왕 (上) +2 19.03.30 98 3 13쪽
141 제141화 이오니아의 어진 여왕님 +1 19.03.25 75 4 12쪽
140 제140화 왕보다 친구가 먼저! +1 19.03.23 99 3 14쪽
139 제139화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슈퍼 카! +1 19.03.21 98 3 13쪽
138 제138화 드래곤 하트 활용법이란 +1 19.03.20 97 3 14쪽
137 제137화 고리대금업자의 반성 +1 19.03.19 90 4 14쪽
136 제136화 옛다, 이거 먹고 떨어져라! +1 19.03.18 115 4 15쪽
135 제135화 우리와 함께 살아요 +1 19.03.17 109 4 14쪽
134 제134화 새 임금님 말씀 +1 19.03.15 100 4 15쪽
133 제133화 우울할 땐 소주 한 잔 (下) +1 19.03.14 109 5 12쪽
132 제132화 우울할 땐 소주 한 잔 (上) +1 19.03.13 135 3 14쪽
131 제131화 철없는 괴수들 +1 19.03.12 73 3 13쪽
» 제130화 우울할 땐 담배 한 모금 +1 19.03.11 89 3 12쪽
129 제129화 레드 드래곤의 당부 +1 19.03.11 121 3 14쪽
128 제128화 히드라의 보물 +1 19.03.10 88 3 15쪽
127 제127화 빼앗긴 신물 +1 19.03.09 83 3 14쪽
126 제126화 일어나, 히드라 리스! (下) +1 19.03.09 82 3 13쪽
125 제125화 일어나, 히드라 리스! (上) +1 19.03.08 102 3 13쪽
124 제124화 인간, 최후의 발악 +1 19.03.07 83 3 13쪽
123 제123화 반격 시작이다! (下) +1 19.03.07 84 3 13쪽
122 제122화 반격 시작이다! (上) +1 19.03.06 86 3 13쪽
121 제121화 블루 드래곤 (下) +1 19.03.06 146 3 15쪽
120 제120화 블루 드래곤 (上) +1 19.03.05 78 3 13쪽
119 제119화 드래곤과 잡종의 계약 +1 19.03.05 100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