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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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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27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18 08:00
조회
42
추천
4
글자
9쪽

15화.

DUMMY

“아.. 아파. 현태야. 이것 좀 놔줘.”


“ㅎ! 엄살은.”


“엄살 아니야. 이거 봐. 네가 너무 꽉 쥐어서 손목이 빨갛잖아.”


“됐고. 너 왜 나 속인 거야?”


“속이긴 누가 속였다는 거야? 나 너 안 속였어.”


잔뜩 흥분해 있는 나완 달리 선영인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그럼, 아까 체육관에서는 뭔데? 뭐냐고!”

절규와도 같은 외침엔 선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가서 얘기하자.”


난 다시 한번 선영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단둘만의 장소를 찾다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으로 가는 도중 혹여라도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해 선영이에게 맞아 죽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친구들과 같이 갈 걸 그랬나?’


‘이러다가 죽으면 이것도 예정에 없던 죽음이 되는 건가?’


‘그럼 또 그 죽음의 관리자들을 또 보는 건가?’


‘그들이 분명, 50여 년 후에나 보게 될 거라 했는데, 또 뭐라 설명을 해 줘야 하나?’


‘이히히. 오냐오냐해 주니까 네가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널 갈기갈기 찢어 버려 주마.’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걸음이 딱 멈췄다.


앞으로 가려고 해도 제자리걸음만 할 뿐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선영이가 내 옷 소매를 붙잡고 그 자리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 옥상 끝이야.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너 죽어.”


선영의 말에 앞을 보니 정말 난간 끝에 서 있었다.


잡생각에 사로잡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근데, 한 발자국만 더 가면 죽는다는 선영의 말이 나에겐 다르게 다가왔다.


그 공포심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춥니? 너 닭살 돋았어.”


“조금.”


“조금 작겠지만, 내가 걸치고 있는 숄더라도 줘?”


“그 정도까진 아니야.”


나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고수, 그것도 두 명을 아주 손쉽게 해치운 애와 단둘이 있다는 게 살짝 두렵긴 했지만, 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야. 지금까지는 네가 날 지켜줬잖아. 그래서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그녀는 다시 16살의 수줍은 여고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아까는 왜 그랬어?”


“현태 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맞는 게 싫었어.”


선영의 말에 창피하기도 하고 마땅히 둘러댈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애들 기다리겠다. 그만 내려가자.”


선영인 말 없이 내 뒤를 따랐다.


“야, 괜찮냐? 어디 부러지거나 터지지 않았어?”


“이 의리 없는 놈들! 너희는 친구가 끌려가는데 아무도 와 보질 않냐. 이것들아!”


“고수들도 한 방에 보내 버리는데, 우리가 가 봤자 뭐 어떻게 하겠냐. 우리라도 살아야지.”


“야.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네가 끌려간 게 아니라 네가 끌고 갔어.”


교실로 돌아온 나를 보고는 친구 놈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얘들아,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밥 금방 해 줄게.”


“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너희 갑자기 존댓말을 써? 나 불편해. 전처럼 편하게 대해줘.”


선영의 한마디에 모두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어제도 그렇고 오늘 산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여고생이라면 몇 번이고 지치고 쓰러졌을 텐데, 선영이는 이상하리만큼 아무렇지 않았다.


물론 어릴 적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미진이는 예외다.


내가 왜 빨리 눈치를 못 챘는지.


아무리 요령껏 했다고 한들 반나절은 달리기를 했고, 반나절은 팔굽혀펴기를 했는데, 그날 저녁 선영이는 힘들어하기는커녕 상쾌한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어디 그것뿐인가 30명이 먹을 만큼 많은 양의 국을 끓일 수 있는 사람 하나는 들어가고도 충분히 남는 이 커다란 냄비는 또 어떻게 옮긴 것인지. 왜 그때는 이상하다 못 느꼈는지.


오늘은 또 어떻고 자기보다 훨씬 무거운 배낭을 아무렇지 않은 듯 등에 메고 가볍게 산을 탔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이다.


꿈을 꿨는데, 꿈에서 선영이와 결혼을 한 듯 보였다.


무슨 일인지 의견이 맞지 않아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화가 난 선영이가 날 툭 치니까 우주 끝까지 날아가 버렸다.


이번엔 또 누워 있는 나에게 선영이 다가와 안기는데, 가위에 눌린 거처럼 몸이 꼼짝도 하지 않고 점점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분명, 꿈이란 걸 인지 했는데도 진짜 숨이 막히는 거처럼 느껴졌다.


잃어가는 의식을 겨우 붙잡아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진환이가 마치 날 자기 침대처럼 깔아 문대고 자고 있었다.


날이 밝고 우리는 다시 운동장에 모였고, 사부들 역시 평소대로 조회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지만, 선영에게 일격을 당한 그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첫날 그랬던 거처럼, 우리는 그들의 지시에 따라 팔굽혀펴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가며 했다.


단지, 첫날과 달라진 게 있다면, 팔굽혀펴기와 달리기 중간에 팔 벌려 뛰기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첫날에는 힘들어하며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적응을 한 것인지 이제는 곧잘 따라 한다.


조회대 쪽을 보니 사부들이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기 사부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점심시간, 그나마 만만한 다곤 사부를 조용히 불러냈다.


“또 왜? 루카와 루한이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그 두 사람이야 사부님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셨겠죠. 근데 진짜 왜 이러는 거요?”


“뭘 말하는 것이냐?”


“사부님들이 처음에 왔을 때는 분명 우리를 잡아 죽이기라도 할 분위기였는데, 우리를 괴롭히는 척 체력을 길러 주는 거잖아요.”


그랬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그들만의 훈련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무술의 기본인 체력을 기르고, 어느 정도 체력이 갖춰지면 그때부터 기술을 가르친다.


내가 오성현이었을 때도, 현태가 사부들에게 무술을 처음 배울 때도 그랬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찜찜해 하던 게 바로 이거였다.


첫날에는 설마 하고 긴가민가했고, 어제는 혹시 그러지 않을까 의심했으며, 오늘 확실해졌다.


“그래서, 뭐.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러니까 무엇 때문에 우리를 훈련 시키는 거냐고요?”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회장님이 지시하신 대로 하는 거뿐이야. 그럼, 난 이만.”


“에이 씨. 나한텐 이런 환술 안 통한다니까!”


가짜를 만들어 꽃씨처럼 흩날리게 보이고는 뒤에 몰래 숨어 달아나려는 그의 팔목을 있는 힘껏 잡았다.


“현태야. 제발 나 좀 나 줘. 네가 이럴수록 내 입장만 난처해진다는 거 잘 알잖아.”


저들의 의중은 대충 알았으니 나에게 붙잡혀 사정사정하는 그를 그냥 풀어 주었다.


그 이후에도 기초 체력 훈련은 일주일간이나 계속되었다.


반복된 훈련의 결과 다른 아이들도 이쯤은 이제 식은 죽 먹기가 되어버렸다.


일주일 전, 비실거리며 비틀대던 좀비 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부, 괜찮아요?”


다시 월요일 아침이 왔고,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루카, 루한 사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우리 앞에 나선 건 발차기 고수인 루한 사부였다.


“오늘부터 여러분이 할 훈련은..”


‘발차기다.’


“발차기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그 전에 먼저, 여러분의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해..”


‘기마자세겠지.’


“기마자세다. 기마자세의 기본은 단전에 기를 모으는 것이다.”


귀에 딱지가 날 만큼 들은 거라 슬슬 지겨워졌다.


그 이후로 지루한 이론이 이어졌다.


“.....이론은 이쯤 하면 됐고, 모두 날 잘 보고 따라 하도록.”


그는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약간 구부린 뒤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모두 그를 보고 같은 자세를 취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 자세로 뭐든지 할 수 있다.


훈련을 받으며 밥은 물론이고 샤워에 심지어 볼일까지 이 자세로 봤었다.


“자. 다리에 힘을 주지 말고, 단전에 힘을 주란 말이다. 단전에.”


두 사람은 애들 사이사이를 돌며 자세 하나하나를 직접 코치해 주었다.


“너무 힘을 주다가 보면 다른 게 나오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하도록.”


며칠 같이 지냈다고 이제 농담까지 한다.


“사부님, 제 자세도 좀 봐 주십시오.”


절대 저런 말을 할 진환이가 아닌데, 불안하다.


“허리를 더 세우고, 엉덩이는 더 빼고.”


루카 사부가 진환이의 자세를 봐주기 위해 엉덩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뿡!


진환이가 있는 힘껏 방귀를 뀌었다.


그 모습을 본 애들이 킥킥거리며 웃고 난리도 아니었다.


“에휴, 이 녀석아. 뭘 처먹었길래 냄새가 이렇게 고약하냐. 근데 똥은 안 지렸냐?”


“조금 나온 거 같습니다.”


그 말에 운동장은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조금은 여유로워진 상황에서도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신경이 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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