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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30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08 11:00
조회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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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3화.

DUMMY

“모시고 오셨다.”


선영이를 나에게 넘긴 미진이 산에서 내려가는 척, 몸을 숨기고는 다른 애들처럼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숨을 거면 좀 잘 좀 숨을 것이지 다 보이잖아.’


“나 왜 보자고 그랬어?”


“그게 말이지. 선배가 어제 너한테 못된 짓 한 거 같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보자고 했어.”


겁에 질려 혼이 빠질 대로 빠진 녀석을 일으켜 세웠다.


녀석의 옆구리를 콕하고 찌르자 녀석이 무릎을 꿇고 사정없이 빌기 시작했다.


“어제는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살려. 아니. 용서해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선영이 놈의 앞으로 가더니 녀석의 따귀를 몇 차례 때렸다.


“이제 됐어. 그만 내려가자.”



***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난 이미 죽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임을 당했다. 바로 우리 아버지로부터.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해외 출장으로 인해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평소보다 늦은 퇴근길, 저수지를 지날 무렵, 맞은편에서 차가 돌진해 내가 탄 차를 그대로 밀어 버렸다.


저수지에 빠진 차는 그대로 밑바닥까지 떨어졌고, 난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내 옆자리에 아내의 모습도 보였다.


아내를 깨워보려 몸을 움직여 봤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가 두 번째로 눈을 떴을 땐 사방이 깜깜한 암흑천지였다.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제가 죽은 겁니까? 아니면 산 겁니까?”


누군가의 대꾸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건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주위를 더듬거리며 한 걸음씩 내디디고 있을 때, 눈앞에서 밝은 불빛이 켜졌다.


“오성현 씨 맞으십니까?”


“네, 제가 오성현이 맞습니다. 근데 누구시죠?”


목소리는 들렸지만, 그 주인공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과 당신 부인은 죽은 게 확실합니다. 다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목소리가 망설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다만, 예정에 없던 죽음이라 우리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예정에 없던 죽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리고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요?”


“예정에 없던, 말 그대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계획도 없던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의 죽음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목숨을 취하지도 척을 둔 것도 아닌데, 대체 나를 누가 죽였다는 겁니까?”


이 말을 하고 나서 찰나의 순간 내가 살아온 기억을 되짚어 봤다.


“당신을 죽인 건 바로 당신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이런 씨팔! 대체 누가 누굴 죽였다는 거야! 우리 아버지가 왜 날 죽여!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호구로 보여!”


그들의 말을 듣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옥이야 금이야 애지중지 나를 아끼시던 아버지가 나를 죽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내 장례식장이었다.


빈소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우리 부부의 영정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람들을 찾아 장례식장을 두리번거리는데,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곳에는 태양 그룹의 오너인 아버지와 그의 고문변호사가 있었다.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조치를 잘해 두었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승계작업은 잘 되고 있겠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망할 놈의 주주들 때문에 이게 웬 고생이야! 내 나이 이제 60밖에 안 됐는데 벌써 아들놈에게 물려 주라니. 이 회사를 내가 어떻게 세웠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씀입니다. 아드님 일은 참, 안 됐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약간의 시간은 버셨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지만, 어떡하겠나. 지금 나에겐 가족보다 회사가 우선이니 말이야. 이 일이 새어나갔다간 나뿐만 아니라 자네까지 모든 걸 잃게 되니. 조심하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회장님.”


“근데 말이야, 손자놈이 성인이 될 때까지도 내 욕심이 사그라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서로를 보며 깔깔대며 웃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악마 같아 보였다.


나의 아버지가 나와 내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고 믿어지지 않아 화조차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아까의 장소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옥, 천국 둘 중 어디로 가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죽음을 관리한다는 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예정대로라면 당신은 50년 뒤에나 우리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라 난감합니다. 돌려보내려 해도 당신의 몸은 지금 불타고 있고, 설령 당신을 다시 보낸다 한들 그대의 아버지로부터 지금, 이 상황이 50년 동안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나 보고 어쩌라는 거야!”


무책임한 그들의 말에 난 또 한 번 욱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진 않지만, 어찌할 줄 모르는 게 느껴졌다.


“오성현,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겠습니다.”


“선택권 두 개요?”


“지금 당장 천국과 지옥,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당신 아들의 몸에 들어가 나머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런, 씨팔! 그럼, 지금 나보고 우리 현태 몸에 빙의해 살라는 거야!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너희 당장 나와!”


“지.. 진정하십시오.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당신 아들, 오현태 군은 당신과 달리 17세가 되는 해에 죽기로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 아들이 열일곱에 죽는다고?”


그들의 말에 눈물이 났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걸 바꾸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아들의 몸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사는 겁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근데, 제 아내는 어떻게 됐습니까? 저와 같은 처지입니까?”


“그건 극비라 가르쳐드릴 수 없습니다. 오성현 씨 이제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순간 나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지금에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단념했다.


“오성현 씨. 오성현 씨.”


“제 아들의 몸에 들어가 살겠습니다.”


“네, 그럼 지금부터 곁에서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당신이 아들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줄 수는 없습니다.”


난 그렇게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15년 동안 옆에서 묵묵히 지켜봤다.


한순간에 부모를 잃었음에도 아들은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어릴 적부터 몸을 단련하고 고수들에게서 무술을 전수 받았다.


할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른들을 상대로 얻어터지고, 베이고, 찢기며 그가 만족할 때까지 수없이 테스트를 받았다.


내가 어릴 때에도 아버지는 늘 저런 식이었다.


‘엄마 없는 자식이라 놀림 받으면 그놈들을 때려 눕힐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어쩌면 난, 지금껏 아버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를 죽인 저 사람을 원망하거나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니.


그러나, 내 아들은 달랐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할아버지를 찾아가 자기도 이제 다 컸으니 독립하겠다 선언했다.


약간의 생활비만 지원해 주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또한 지원해 주는 생활비도 성인이 되면 이자까지 쳐서 다 갚겠노라 호기롭게 대답했다.


나는 저 나이 때, 저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참 기특한 녀석.’


내가 살아있다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내 처지가 한심스러웠다.


아버지도 그런 손자놈이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현태야, 사내라면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 또한 남자 대 남자가 하는 약속이니 각서를 하나 썼으면 좋겠구나. 내가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대신 곤란한 일이 생겨도 죽기 전에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기로 말이다.”


아버지가 내민 조건에 현태는 각서를 써주고는 다음 날, 약간의 돈을 가지고, 그동안 보육원 같은 곳을 돌며 사귀게 된 버려진 친구들과 함께 우리 가족이 살던 집으로 들어왔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란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그리고 1년 전, 현태가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 할아버지가 손자의 집을 찾아왔다.


“이 할애비는 3년 후, 그러니까 현태 네가 성인이 되는 날, 회사를 비롯 내 모든 걸 너에게 물려 줄 것이다.”


“그래서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뭔가요?”


순간 현태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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