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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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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20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16 08:00
조회
41
추천
3
글자
9쪽

13화.

DUMMY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체육관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평소완 다르게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 당분간은 집에 못 간대. 학교에서 먹고 자고 하라고 공고 떴어.”


“햐. 사람 이리저리 열 받게 하네.”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학생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새로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엿보고 있을 할아버지에게 전화해 이게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묻고 싶은데, 전화도 뺏긴 지 오래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학교에 고립되었다.


“어떻게 학교를 탈출할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할 수 있으면 해봐. 담을 넘는 순간 어찌 되나 보게.”


“산으로 한번 가볼까?”


“그래 가보라니까. 그 인간들이 산에 뭘 풀어놨는지 보게.”


“이게 아주 날 실험용 쥐로 쓸 생각이네.”


“앗! 들켰다.”


“두고 봐. 내가 이곳을 탈출하는지 안 하는지.”


학교라는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궁리를 하는 진환이를 뒤로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선영에게로 갔다.


“넌 괜찮아? 어디 몸이 좋지 않거나 한 건 아니고.”


“괜찮아.”


“근데 왜 너답지 않게 축 처져 있어?”


“아니, 난 그냥 혹시라도 네가 다칠까 봐.”


“이거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는데, 너한테만 얘기해 줄게. 사실 나 싸움 딥다 잘해.”


나를 한참 바라보던 선영이 어이가 없었던지 웃기 시작했다.


“그래, 넌 그렇게 웃는 게 예뻐. 아이쿠! 본심이 나와 버렸네. 이거.”


“이것들 봐라. 누구는 어떻게 이 위험천만한 곳을 빠져나갈 것인가 고민 중인데, 어떤 것들은 사랑놀이하느라 바쁘네! 바빠. 아주 깨가 쏟아져.”


“어머. 아주머님, 오셨어요.”


“아주머님?! 그럼 제수씨라고 불러야 하나.”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정신이 가출했구만. 선영이 너까지 왜 그래? 그리고 진환아, 제수씨가 아니고 형수님이라 불러야지. 생일이 내가 더 빨라.”


우리의 생쇼를 본 친구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을 먹고는 대책을 세우기 위해 유도부실로 모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은 각 학년의 대표와 얼마 전 선출된 학생회장, 그리고 힘 좀 쓴다는 일진들이었다.


“맞은 데는 괜찮냐?”


병원에 갔었던 안창식이 치료를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정말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창식이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사내 녀석이 뭐 그런 거 갖고 질질 짜고 그러냐. 앞으로 애들 괴롭히지 마라. 그땐 나한테 죽는다.”


유도부실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학생회장, 뭐 생각한 거라도 있어?”


대답 대신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선에서 얘기하자면, 그들이 뭉쳐 있는 지금으로선 솔직히 방법이 없어.”


모두 실망하는 눈빛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실망하긴 일러. 저들은 고작해야 6명이고 우리는 대충 300명 정도야. 한 놈당 50명이 달라붙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


아까완 달리 눈이 반짝거렸다.


“근데, 전부 고수들인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형! 왜 자신 없어? 저 수많은 트로피 전부 돈 주고 사 온 거야?”


걱정하듯 물어 오는 종석이를 살짝 도발했다.


“저들이 아무리 고수라지만, 전부 노땅들이야. 형 설마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됐던 거야?”


“무슨 소리야! 나 유도부 주장 종석이야. 한 놈은 내가 맡는다.”


축 처져 있던 종석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다들 여기 숨어서 뭐해?”


그때, 문이 열리고 하얀 도복을 입은 고수 한 명이 유도부실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담배도 피우고, 우리끼리 잡담도 나누고, 우리 사부님들 흉도 좀 보고 있습니다.”


“현태 너를 봐서 오늘 한 번은 봐주겠지만, 다음부턴 우리 허락 없이 이렇게 모여 있지 마라. 앞으론 담배도 피우지 말고. 어서 교실로 돌아가라!”


“네! 잘 알겠습니다.”


그가 가고 나서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에 계속 있다간 그들의 의심을 살 수 있어서 우리는 일단 교실로 가기로 했다.


교실로 돌아온 나는 애들과 함께 책걸상들로 앞문과 뒷문을 막고 최후의 저지선을 구축했다.


이건 다른 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걸상을 밀고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무엇보다 유도부실을 나오면서 애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저들에게 있어 책걸상으로 입구를 막아 놓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놓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우리의 의중을 알아준 것인지 저들 중 한 명이 교실을 둘러보고는 그냥 가버렸다.


5월 중순이라고는 하지만, 한밤의 교실은 추웠다.


박스며, 어찌어찌해 구해 온 것들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고, 서로의 체온을 의지한 채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우리는 아침 일찍 운동장에 모였다.


“오늘부터 너희의 썩어 빠진 정신머리를 개조시켜 주겠다.”


꼭두새벽부터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모두 엎드려뻗쳐!”


조회대에 서서 그들 중 하나가 사자후를 시전하니 학교 전체가 들썩거렸다.


“내가 그만할 때까지 팔굽혀펴기한다. 모두 실시!”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요즘은 군대에서도 이러지 않을 것이다.


저들의 기세에 눌린 우리는 하나둘 엎드리더니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루카 사부.”


팔굽혀펴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등에 묵직한 게 느껴져 돌아보니 그들 중 한 명이 내 등에 앉아 있었다.


“솔직히 너에겐 이건 껌이잖아. 이 녀석아.”


“사부, 도대체 우리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어제 들었잖아.”


“그런 개소리 집어치우시고.”


“이놈 봐라. 자기 사부한테 개소리라니.”


“솔직히 사부가 생각해도 그렇잖아요. 명분을 만들려면 좀 그럴싸한 걸 들고 오던가. 지금 사부들이 하는 게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넌 그냥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어제처럼 네가 나설수록 우리 입장만 난처해져.”


“됐고. 이제, 그만하시죠. 이러다 애들 잡겠습니다.”


우리 주변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던 학생들이 픽픽 쓰려졌다.


“아직 멀었다.”


“에이!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허. 이놈 봐라.”


내가 일어나는 바람에 그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꼬꾸라졌다.


“너 정말 이럴 거냐?”


“몸도 풀렸겠다 정 그러시면 저랑 한 판 붙던가요.”


나는 주먹을 쥐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루카 그는 격투기 고수였다.


“그만!”


바로 그때, 조회대에서 또 한 번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어휴, 막커스 저 양반은 예나 지금이나 소리부터 지르는 건 그대로네.”


“이번에는 달리기다.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뛴다. 실시!”


“사부, 근데 밥은 안 주나요? 배고픈데.”


“요 녀석아. 잔말 말고 뛰기나 해!”


루카는 자신이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내 팔과 다리에 채운 뒤 달아나듯 가버렸다.


“25kg씩 100kg이네. 그래, 누가 먼저 쓰러지나 해 보자!”


지금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 보고 있을 누군가에게 항의라도 하듯 전속력으로 운동장을 돌았다.


사실 한창 수련할 때는 300kg이 훨씬 넘는 쇳덩이를 몸에 달고 밥 먹듯 산을 타서 100kg쯤은 거뜬했다.


“진짜 밥 안 줘요?”


난 조회대 앞을 지날 때마다 그들에게 한마디씩 했다.


“이제 그만하시죠.”


신경에 거슬렸던지 내가 한마디씩 할 때마다 그들은 잔뜩 인상을 구겼다.


혹시 쓰러지지나 않을까 선영이를 보니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있었다.


얼마를 달린 것인지 나조차도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달리던 걸 멈출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서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오전에 하던 걸 계속한다.”


화가 났지만, 몸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는 저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게 자명한 일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교실에 도착하니 즉석밥과 통조림 등 밑반찬들이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먹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먹어둬.”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조차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입에 들어간 밥알이 마치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운동장에 모여 해가 질 때까지 팔굽혀펴기와 달리기를 무한 반복했다.


애들 입에서 곡소리가 나긴 했지만, 애들 나름대로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힘겹게 교실로 돌아온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바닥에 엎어졌다.


하루 만에 적응이 된 것인지 어제 그렇게 올라오던 냉기는 더는 올라오지 않았다.


오늘 고생한 아이들에게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몸이 안 움직였다.


너무 피곤해 잠깐 잠이 들었던 것인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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