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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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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21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09 08:00
조회
101
추천
6
글자
9쪽

6화.

DUMMY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선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되면 전화라도 해 보던가.”


“걔 전화번호도 몰라.”


옆에서 미진이가 참 어이없어한다..


“야. 너 걔 남친 맞냐?”


“누가 남친이야! 그냥 같은 반 남사친이지.”


“내가 알아봐 줘?”


앞에서 듣고 있던 진환이가 뒤돌아보며 얘기한다.


“됐어. 저러다 나오겠지. 그리고 진환이 네가 여자애 번호 물어보면 그건 범죄야.”


내 말에 모두가 킥킥거린다.


“자식. 또 질투한다. 어떡하겠냐. 이런 조각 같은 잘생긴 친구를 둔 네 잘못이지.”


“미친놈. 자다가 똥 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보다 못한 미진이 한소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때리게.”


나에게도 대드는 진환이가 미진이한테는 꼼짝을 못 한다.


“똥 싸러 화장실 간다.”


말은 관심 없는 척, 퉁명스럽게 얘기했지만, 학교를 나오지 않는 선영이가 걱정이었다.


집으로 한 번 가 볼까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그건 또 아닌 거 같아 접었다.


“내가 개 또라이 싸이코이긴 해도 지난번에 네가 좀 심했어.”


미진이가 나간 사이에 진환이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넌, 뭘 그렇게 뒤져? 미진이한테 맞아 뒈지려고.”


책상을 뒤지던 진환이가 날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미진이가 과자 같은 거 잘 짱박아 놓잖아. 요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여기서 더 살찌면 안 되는데.”


“진환아, 내가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너 정신과 상담 한 번 안 받아 볼래?”


내 말에 진환이가 갑자기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얘들아, 내가 한 말이 2층에서 뛰어내릴 만큼 그렇게 충격적이었냐?”


그때 무언가가 앉아 있던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변태 미친 새끼야! 너 거기 안 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는데, 밖에서 미진이의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다.


미진이는 중학교 때까지 원래 육상부 선수였다.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아였던 탓에 대회 출전은 코치에게 뒷돈을 주고 뽑힌 애들에게 항상 밀려나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참고 참았던 분노가 한순간에 폭발해 선수를 성추행하던 코치의 그것을 발로 차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는 영영 육상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미진이 오늘 그날이라 예민해 있는데, 저 녀석 오늘 뒤졌다.”


뒤에서 태환이 킥킥거린다.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다. 이것저것 다 까발린다.


장담하건대, 모르긴 몰라도 우리 모두 발가벗고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애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저쪽 구석에서 진환이의 고통에 찬 비명이 학교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조금 뒤, 교실 뒷문이 열리고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인지 씩씩대며 들어오는 미진이 뒤로 머리를 쥐어뜯긴 것인지 사방으로 흐트러진 머리와 함께 눈두덩이에 피멍이 든 진환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오늘 저 새끼 파묻어 버릴까 하다가 인생이 불쌍해 봐줬다.”


“그래, 잘했어. 미진아. 저런 싸이코 죽여 봤자 뭐하겠어. 네 손만 더러워지지.”


우리는 미진이를 살살 달랬다.


학교를 마친 우리는 집으로 가는 대신 시내에 있는 어느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우리 7인방 중 마지막 멤버인 지은이가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일 사고만 치고 다니는 문제아투성이인 우리완 달리 지은이는 착하고 성실했다.


사고가 있던 유달리 새 찬 바람이 몰아치던 그 날도 지은이는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러 갔다.


날씨도 나쁘고 기분도 좋지 않다고 생활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우리를 뒤로 한 채,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서라는 말에 우리 중 누군가가 사고를 쳤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경찰 말에 따르면 지은이가 누군가와 다투다가 다쳐서 수술해야 한다는 거였다.


우리는 한달음에 병원으로 가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했다.


병원 측에서는 우리가 모두 미성년자라 안된다 했지만, 할아버지에게 부탁해 고문변호사의 입회하에 보호자란에 서명할 수 있었다.


지은이와 미진이는 같은 보육원에서 자랐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 누워 있는 지은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깨진 머리는 봉합한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고,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는 멍투성이였으며, 팔과 다리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은이가 알바하던 편의점으로 가 사장에게 물어보니 새벽에 한 무리가 들어와 지은이가 혼자 있는 걸 걸 확인한 놈들이 지은이를 정말 참혹할 정도로 패고는 돈을 가지고 달아났다는 거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우리는 놈들을 찾아 지은이의 복수를 해 주려 했지만, 물불 가리지 않던 우리를 걱정한 지은이가 말리는 바람에 수소문 끝에 놈들을 찾아 몇 대 패 주고는 경찰에 넘겼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나고, 우리 7인방은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지은아, 너 이제 알바 같은 거 하지 마.”


“알았어. 고마워. 얘들아.”


참 뭉클하고 애틋한 분위기를 진환이가 와장창 깨부쉈다.


“아냐. 지은아, 너 알바 실컷 해. 그 대신 내가 너 보디가드로 따라 다닐게.”


진환이의 말에 지금까지 함께 사는 동안 험한 말은 입에도 담지 않던 착한 지은이가 진심으로 진환이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진환이의 천적이 미진이 말고 하나 더 생긴 거 같다.


“야. 너 왜 그래? 아는 사람이라도 봤어?”


“아냐. 가자. 가.”


애들과 병원을 나오는데, 어렴풋이 선영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얘들아, 너희 먼저 가. 곧 뒤따라갈게.”


애들을 택시에 태워 먼저 보낸 뒤, 선영이를 찾기 위해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현태야, 여기는 어쩐 일이야?”


병원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한 병실에서 나오는 선영이와 마주쳤다.


“나.. 그냥 볼일 보러. 근데, 넌 학교도 안 나오고 여기서 뭐 해?”


나를 보며 선영이 머뭇거렸다.


“혹시, 그때 그일 땜에 안 나오는 거야? 나한테 실망해서..”


“아니야. 그때 나 구하려고 한 말이잖아.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고.”


“야! 넌 어쩜 그렇게 말하냐? 사람 서운하게. 그럼 왜?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던 선영이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며칠 동안 좀 보살펴 주느라고..”


“넌, 이런 일이 생겼으면 학교를 며칠 빠질 거 같다 톡이라도 주던가. 난 또 무슨 일 생겼나 걱정했잖아.”


“네 전화번호 나 모르는데, 선생님하고 반장한텐 얘기했어. 근데, 너 나 걱정했니?”


난 아차 싶었다.


“키우던 똥개 새끼가 안 보여도 걱정하는데, 하물며 같은 반 친구가 갑자기 안 나오는데 걱정을 하지. 넌 안 하냐!”


시뻘게진 얼굴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 날 보고 선영이 재밌다는 듯 한참을 웃었다.


“아마 내일부터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야.”


짧은 여운을 남긴 채 선영이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물론 서로의 연락처는 주고받았다.


선영이와 헤어지고 병원을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는데,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야! 넌 어디 갔다가 와?”


거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고 미진이가 마치 추궁이라도 하듯 물었다.


“뭐. 그냥 답답해서 좀 쏘다니다 왔어.”


병원에서 선영이를 만나고 왔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놈들에게 또 공격받을 게 뻔하기에 에둘러 대답했다.


“근데, 나만 쏙 빼놓고 너희끼리만 환영회 했냐? 이 의리 없는 놈들아.”


거실에는 배달음식이며 각종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근데 이 새끼는 얼마나 처마신 거야?”


태환이가 바닥에 누워 걸리적거리길래 발로 살살 밀며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말도 마라. 그 새끼 소주 딱 한 잔 마시더니 뻗었다.”


생긴 건 말술을 마셔도 끄떡없을 거 같은데 의외로 술이 약한 태환이었다.


“저기 지은이 너 있던 병원 아니냐?”


기분 좋게 맥주를 한 캔 쭉 들이키는데, 우식이 TV를 가리켰다.


TV에는 아까 선영이를 만났던 병원과 함께 이틀 전 대통령이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아까 봤던 사람들이 경호원인가.”


“뭘 혼자 중얼거려?”


“아냐. 아냐.”


자료화면으로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친밀감이 들었다.


내가 죽기 전이나 현태의 몸으로 다시 살아난 지금이나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지금 TV에 나오는 저 양반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할아버지 집에 인사하러 가면 식사를 하시면서 ‘사람이 너무 정직하고 올곧으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너무 외골수다 보니 여든 야든 미움만 받고 온통 적들뿐이다.’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러다 문득 기억 저편에서 어느 한 얼굴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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