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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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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45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15 08: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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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12화.

DUMMY

신임 이사장 정원술.


무수한 세월이 흘러 외형이 좀 변하긴 했지만, 예전 그 얼굴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던 내 과거가 떠올랐다.


17년 전, 나의 직업은 검사였다.


서울 중앙지검 부장 검사 오성현. 이게 내 직장이었고, 나에게 주어진 직급이었다.


30대 중반의 꽤 이른 나이에 부장 검사에 오른 나름대로 촉망받던 에이스였다.


정원술 저 사람이 바로 내가 있던 곳의 검사장이었다.


검사장이고, 부장 검사라 하면 사무실에서 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선배와 난 사무실보다는 주로 현장에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진급이 더 빨랐다.


오늘 취임식을 하기 위해 강당 무대 위에 서 있는 선배의 얼굴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너구나. 성현이 아들이. 나 성현이 선배야.”


지루했던 취임식이 끝이 나고 이사장실을 가니 선배가 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현태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얼싸안고 아는 체하고 싶었지만, 그가 내민 손을 붙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참 많이 컸구나. 너 백일 때 봤는데, 기억날 리가 없겠지.”


우리가 자주 가던 선술집으로 가 한잔하며 회포를 풀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눌렀다.


“너 여기 들어 올 때. 마치 성현이가 들어오는 줄 알았어.”


근데 아까부터 반가움과는 다른 뭔가 묘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너무 성현이 얘기를 했나? 좋지 않은 기억일 텐데 말이야.”


선배는 의도적으로 죽은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았다.


“괜찮습니다. 너무 어렸을 적 일이라 얼굴도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그의 눈을 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 그 범인을 잡았어야 했는데.”


“범인이라뇨. 전 사고라 들었는데, 그게 아닙니까?”


그가 일부러 그런 것인지 내 반응을 살피고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어차피 3년 후에는 현태 네가 이사장을 맡을 테니까 그렇게 너무 경계할 필요는 없어.”


검사 출신답게 내 상태를 재빨리 캐치 했다.


“검사는 이제 안 하십니까?”


“너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이제 검사 따윈 안 해. 때려치운 지 꽤 됐어.”


검사가 천직이며 사명이라 여겼던 선배였는데, 검사 따위라니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너 수업도 해야 하는데, 내가 널 너무 오래 붙잡아 두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오늘은 그만하고 다음에 식사나 한번 하자.”


자신의 치부가 드러났다고 느낀 것인지 나를 서둘러 내보내려는 눈치였다.


인사를 하고 교실로 가려는데, 한 무리가 이사장실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근데 그 뒷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교실로 돌아와 선생이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빠짐없이 모두 체육관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이사장 새로 왔다고 오늘은 수업을 안 할 모양이네. 아이고 아쉬워라.”


말과는 달리 방송이 나오자마자 진환이가 신이 나서 나갔다.


“다 모이셨으면 모두 조용하고 여기에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뜻밖의 횡재를 만난 학생들은 교장의 말은 가볍게 무시한 채 계속 떠들고 있었다.


“자. 여기 주목!”


스피커에서 삐 하고 하울링이 울리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신임 이사장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체육관의 앞쪽을 바라보니 이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고, 그 옆에는 교장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애새끼들 하나 못 휘어잡으면서 무슨 교장을 하겠다고.”


이사장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체육관에 있던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교감. 교감! 애들 시켜서 이거 어서 치워.”


확실히 예전에 내가 알던 그 정원술이라는 사람은 아니었다.


교감이 선생들과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쓰려져 있던 교장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체육실에는 오롯이 300명 남짓 되는 학생들과 신임 이사장만이 남았다.


“교장은 그동안 모 여선생과 불륜을 저질렀다.”


이사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매우 강압적으로 다가왔다.


“그것도 모자라 교장실에서 낯뜨거운 짓도 했다.”


이사장의 말이 끝나자 대형 스크린에는 전에 내가 교장실에서 봤던 장면이 나왔다.


블러 처리를 했지만, 영상 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두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다 알 수 있었다.


야한 농담을 일삼던 진환이조차 아무 말 없는 걸 보니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체육관에는 그 여선생의 신음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저 여선생에게도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졌다.”


스크린이 꺼지고 이사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설마 죽이거나 하진 않았겠지.’


“내가 너희를 여기로 부른 이유는? 참 다 자식뻘이고, 조카뻘이니까 양해 좀 구할게.”


그놈의 양해 참 빨리도 구한다.


“요즘 애들 MZ다 뭐다 해서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건 너희들도 잘 알 거다.”


뭐만 하면 MZ 때문이다. 시비를 거는데, 자기네들도 한때는 오렌지니 낑깡이니 X세대니 하면서 기성세대들에게 반항하고 대들었으면서. 그 시대를 한번 살아 봤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말 듣기 지겹지 않니?”


‘어라.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그런 소리 들을 듣지 않게 하려고 오늘부터 모든 수업은 인성교육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수업을 안 한다는 소리를 제일 반길 것 같던 진환이조차 지금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눈치다.


“지금 있는 선생들 가지고는 너희의 인성을 논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 같아서 내가 특별 강사님들을 초청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체육관 2층 난간에 아까 봤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등장에 학생 중 한 명이 피식하고 웃었다.


“누구야? 이사장님이 말씀하시는데, 웃는 새끼가!”


무리 중 긴 머리를 한 사내가 2층에서 점프해 공중제비를 돈 후, 웃음소리가 난 곳으로 훌쩍 뛰었다.


그 사내가 착지한 발밑에는 그에게 목을 밟힌 안창식이 캑캑거리며 누워 있었다.


“어른이 말씀하시면 공손히 들을 줄 알아야지. 버릇없게 어디서 웃어. 그러니까 너희가 싸가지가 없고, 인성이 개쓰레기란 소리를 듣는 거다.”


그는 발밑에 깔린 창식이를 사정없이 밟아 버렸다.


“그만하시죠. 사부.”


그에게 다가가 그를 말렸다.


“여, 오현태 오래간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 이제는 키가 나보다 더 크구나.”


2층에서 나에게 보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조금 웃었기로서니 이렇게까지 애를 반 죽여 놓을 필요는 없잖아.”


심한 발길질에 정신을 잃고 누워 있는 창식의 교복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처음부터 싹수를 고쳐놔야..”


신임 이사장인 정원술이 데려왔다는 무리는 어릴 적부터 나를 단련시키고 그들이 가진 기술을 나에게 전수해 준 나의 무술 사부들이다.


“사부는 이게 싹수를 고치는 거라 생각해? 더는 자라지 못하게 밟아 삐대는 건 아니고.”


나름 그 업계에서는 고수라 칭송받는 실력자들이다. 이 찰랑찰랑한 긴 머리를 자랑하는 루한이라는 자는 세상에 모든 발차기를 익힌 달인이다.


이런 고수들이 어쩌다가 자신들의 자존심까지 구겨가며 돈의 노예가 됐는지.


무슨 말을 더하려다가 2층 쪽을 보더니 껑충 뛰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종석이 형, 얘 병원에 좀 데려다줘.”


종석이 나와 내 사부들의 눈치를 보며 창식이를 부축해 나갔다.


진환이가 물어뜯었던 종석의 귀에는 아직도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오랜만에 수제자를 만나 반갑기는 한데, 우리와 자꾸 맞서려고 하지 마라. 그러다 너까지 다친다. 현태야.”


사부들 중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는 마르테오 사부가 내게 다가와 충고를 한다.


“설령, 내가 잘못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에겐 우리 학교 학생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린 서로 이사장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윽박지르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는 한발 물러섰다.


“오늘은 첫날이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다음부터는 봐주지 않겠다.”


“저도 각오하고 있겠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예를 표한 뒤 물러섰다.


낌새가 이상해 뒤돌아보는데 사부의 발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아직 녹슬지 않았구나.”


사부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나는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휴, 그럼요. 사부님들보다 훨씬 어린데요. 저 아직 열일곱밖에 안 됐습니다.”


오성현이었을 때엔 열 살 때부터 무술을 익혀 서른까지 수련했으니 20년, 오현태인 지금은 10살부터 시작해 7년 도합 27년이다.


저들의 경력과 견주어도 뒤처지거나 하진 않은 실력이다.


“너희 그 소식 들었냐?”


기진맥진한 상태로 교실로 돌아와 엎드려 있는데, 진환이가 후다닥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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