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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47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10 08:00
조회
99
추천
4
글자
9쪽

7화.

DUMMY

최석훈.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오현태가 아닌 오성현이었을 때, 나에겐 친구라 할만한 녀석이 딱 하나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서로 취향도 비슷해 금방 절친이 될 수 있었다.


녀석과는 조, 중, 고는 물론이고, 군대와 대학까지 같았다.


너무 꼭 붙어 다니는 탓에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냐는 말에 둘이 사귀냐는 말까지 듣기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선영이까지 우리 사이를 의심할 정도였다.


선영이와는 우연히 나간 미팅 자리에서 만났다.


먼저 커플이 된 건 석훈이와 선영이었다. 근데, 내가 선영이를 마음에 둔 걸 눈치챈 석훈이가 나에게 양보를 하는 바람에 선영이와 내가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그때 만약 내가 아닌 석훈이와 결혼을 했더라면 나 때문에, 선영이가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었을 텐데, 괜히 15년 전 나와 함께 죽은 선영이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결혼할 때도 제일 먼저 찾아와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고, 빈소를 찾아와 누구보다 우리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 준, 단 한 사람이 바로 석훈이었다.


“나 나중에 결혼해 딸 낳으면, 이름 선영이라고 짓는다.”


결혼식 전날, 한잔하며 석훈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석훈이 녀석 정치를 해보고 싶다 그랬지.’


난 다시 한번 TV에 나오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자기야, 가지 마.”


“아. 이 새끼 또 지랄한다. 이놈은 술만 먹었다 하면 이런다니까.”


내가 추억에 잠겨 있는 동안 일어난 태환이가 엉겨 붙어 술주정을 부린다.


조촐하게 마련된 지은이의 퇴원 축하 파티는 진환이가 내 머리에다가 자기가 먹은 걸 전부 확인하는 바람에 끝났다.


다음 날, 우리는 숙취로 모두 책상 위에 뻗어 있었다.


내가 앉았던 미진이 옆자리는 원래 주인인 지은이에게 돌려주고 난 맨 뒤로 옮겼다.


“안녕.”


“현태야, 선영이 왔다. 선영이.”


선영의 등장에 앞에 앉은 태환이 덩치에 맞지도 않는 호들갑을 떤다.


“어. 너 뭐해?”


가만히 있던 진환이 내 자리로 와 얼마 있지도 않은 짐을 챙긴다.


“저 앞으로 자리 옮길 거잖아. 그래서 내가 도와주려고.”


“이 새끼가 돌았나!”


내 급정색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잠시 주춤대던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녀석이 내게 등을 보이는 순간 발로 녀석의 궁둥이를 밀어 버렸다.


무게 중심을 이기지 못해 고꾸라진 진환이 앞에 덩치가 산만 한 놈들이 서 있었다.


‘못 보던 얼굴들인데, 새로 전학 온 애들인가?’


바닥에 엎드려진 채 그들을 올려다보던 진환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터주었다.


그런 진환이를 보고 내가 속삭였다.


“진환아, 감히 네 앞길을 막아섰는데, 한판 붙어야지.”


“내가 아무리 또라이 싸이코라지만, 나도 사리 분별할 줄 안다. 나 되도록 오래 살고 싶어.”


평소의 진환이였다면, 가오를 잡기 위해 어떻게든 시비를 걸어 물고 뜯었을 것인데 의외였다.


천방지축으로 나대는 진환이조차도 한 수 접을 만큼 놈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주눅 들어 있는 진환이를 한번 쓱 보더니 우리를 그대로 지나쳐 가버렸다.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선영이가 있는 자리였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놈들은 선영이 옆자리에 있던 애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선영이 주변을 빙 둘러싸고 앉았다.


그 모습이 마치 선영이를 보호하려는 거 같았다.


선영이도 그들을 아는 눈치였다.


“야, 너 이제 어떡하냐? 네가 처리해야 할 라이벌이 다섯이나 있다.”


“뭐래.”


태환이 약 올리듯 킥킥거린다.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그들에게 둘러싸인 선영이의 모습이 눈에 자꾸 밟혔다.


그들은 선영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다녔다.


“아이씨. 저놈들 뭐야! 화장실까지 쳐들어와서 지랄이야!”


화장실을 갔다 온 미진이가 짜증을 냈다.


“왜? 화장실까지 쫓아 와?”


진환이가 괜히 미진이 앞에서 깐족대다가 한 대 맞았다.


“선생들은 있으나 마나고, 경찰에 신고 한다니까 하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했어?”


“내가 했을 거 같니!”


“그럼, 다음번에 너희 화장실 갈 때, 나도 같이 가도 돼?”


“그래, 같이 가. 네 ㅈ대가리 아주 아작을 내줄테니까.”


미진이에게 그 말을 들은 진환이 조용히 자기 자리에 가서 앉는다.


“현태야, 선생님이 좀 보자는데.”


점심시간이 다 끝나갈 때쯤, 반장이 나에게 와서 말을 전하고 갔다.


“야, 짐 싸.”


“왜. 우리 단체로 짤렸어.”


진환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유를 물었다.


“담임이 다른 반으로 좀 옮겨 달래.”


조금 전, 반장의 말에 교무실에 가보니 담임이 난처한 얼굴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현태야. 귀찮게 오라 가라 해서 미안하구나.”


“됐고,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그게 말이지. 너희 일곱 명이 다른 반으로 좀 옮겨줬으면 하는데.”


생각 같아선 뭣 때문에 그러냐고 멱살이라도 잡고서라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냥 그러겠다고 하고 나와 버렸다.


그 이유를 대충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들 때문이냐? 담탱이가 우리보고 반을 옮기라고 한 게.”


“그렇다고 하면 네가 가서 따지기라도 할 거냐? 쫄아서 눈도 못 마주치는 놈이.”


“아까는 현태 네가 갑자기 내 엉덩이를 주 까서 그렇고. 지금은 사정이 또 달라.”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에 놈들 중 한 녀석이 우리 쪽을 쳐다보다가 서로 얼굴이 마주쳤는데, 진환이가 황급히 눈을 피한다.


“아이고 이 자식아, 가만히나 있던지.”


우리는 돌아가며, 진환이를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여기는 양아치 놈들뿐이네.”


조금 전과는 달리 진환이가 기세등등하게 교실 앞문을 세게 열어젖혔다.


우리가 옮기게 된 반은 문제아들만 한곳에 모아놓은 7반이었다.


“뭘 봐. 이 새끼야! 왜? 기분 나빠! 한판 뜰까?”


진환이 녀석이 아까 3반에서 당한 수모를 여기에서 다 풀고 있다.


“저 또라이 또 시작이다.”


“초장에 이렇게 해야 못 덤빈다니까.”


보다 못한 동민이가 진환이를 번쩍 들어 빈자리에 집어 던지듯 내려놓았다.


“에이 쌍! 뭐야. 어떤 새끼가 잠자는데 시끄럽게 떠들어!”


갑작스러운 소란에 뒷자리에서 잠을 자던 녀석이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환규야, 너 여기에 있었구나. 형이야.”


녀석이 진환이의 얼굴을 보고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야. 환규. 너 많이 컸다. 같은 학년이라고 이제 맞먹을 줄도 알고. 이참에 서열 다시 정할까. 난 언제나 오케인데.”


“형님이신 줄 몰라뵙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가 지면 너한테 형님이라고 부를게.”


“아, 새끼 또 지랄이네. 애들 좀 그만 괴롭혀. 네가 이러니까 우리가 여기까지 쫓겨 왔잖아.”


미진이가 나서자 진환이가 조용히 자리에 가 앉는다.


환규라는 녀석은 진환이가 보호 감찰소에 있을 때 만났다는데, 진환이한테 까불다가 죽지 않을 만큼 얻어터졌었다고 한다.


“근데, 여기는 선생들 수업하러 안 들어오냐?”


“꽤 됐습니다. 우리야 공부하고 담쌓은 지 오래고, 사고만 안 치면 다행이죠.”


“그딴 게 어딨어. 여기에 있는 우리도 같은 학생인데.”


“현태야, 나 여기가 참 마음에 들어. 진작에 여기로 올 걸 그랬다.”


환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려는데, 진환이가 끼어들었다.


“저건 또 뭐야?”


진환이를 보며, 인상을 쓰는데, 한쪽 구석에서 퀴퀴한 담배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죽고 싶어서 아주 환장을 했구나. 빨리 담배 안 꺼!”


순간 화가 난 나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놈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앉아 있던 의자를 집어 던졌다.


바닥에서 한번 튕긴 의자는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떨어졌다.


내 행동에 친구 녀석들도 긴장했고, 순식간에 교실 분위기는 살벌하게 변했다.


“이놈들아. 이 형님도 안 하는 짓을 너희가 하고 자빠졌냐. 아, 요즘 애들 참 겁 없어.”


잠시 멈칫해 있던 진환이가 내 눈치를 보더니 애들을 구슬리기 시작했다.


진환이가 하는 말이 참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시답지 않은 훈계는 하지 않을 게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담배 피우다 나한테 걸리지 마라. 피우다 걸리면 나한테 진짜 죽는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효과 만점일 때가 있다.


다음날부터 애들을 데리고 교실과 학교 주위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야. 너 아침부터 어디가?”


“학교.”


집을 나서려는데, 화장실을 갔다 나오는 태환이와 마주쳤다.


“저게 돌았나. 오늘 토요일인데 학교는 왜 가는 거야.”


태환이의 말대로 오늘은 토요일인데 난 학교로 갔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이사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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