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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수는 언제나 성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조자남
작품등록일 :
2024.02.28 15:12
최근연재일 :
2024.06.28 21:1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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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
글자수 :
785,640

작성
24.03.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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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 탓이 아니오. (3)

DUMMY

집으로 돌아온 성태는 다시 멍하니 티비를 바라봤다.

오늘 박영호 선수에게 칭찬을 받았던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걸렸지만 이내 야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성태는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정했고 평소 야구 중계를 제외하곤 보지 않던 티비에 집중했다.

그래야 잡생각이 사라졌으니까.

한참 동안 티비에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던 성태는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찰칵.


“우리 아들 안 자고 있었어? 엄마 기다렸어?”


평소에 피곤에 찌든 얼굴이 아닌 밝게 웃는 얼굴로 성태를 향해 다가오는 엄마.

그녀는 혹여나 자신이 슬픈 표정을 하면 가뜩이나 힘든 아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해 문밖에서 몇 번을 웃는 연습을 하고 들어왔다.


“응.”


하지만 성태는 평소에 보지도 않던 만화에만 시선을 두며 짧게 대답했다.

성태의 뒤로 가 꼭 안아주는 엄마.


“아들 뭣 좀 먹을래?”

“아니 괜찮아.”


아들과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대화의 진전은 없었다.

엄마 혼자 떠들고 아들은 그저 응 아니 괜찮아 라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처음 일이 터지고 나선 매일같이 베개를 부여잡고 울던 아들이었다.

그때마다 엄마 또한 숨죽여 울었다.

그다음부턴 지금까지 계속 이 상태였다.

엄마로서 가장 힘든 건 아들이 이런 상태인데 해줄 게 하나 없었다는 것 그게 가장 엄마를 힘들게 만들었다.


일이 터지고 처음엔 학교로 찾아가 따졌다.

학교폭력의 실체도 없는데 야구부를 강제로 그만두게 해도 되냐고 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온 대답은 이미 다결정이 난 사항이며 다른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성태를 야구부로 다시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나중에는 빌었다.

제발 아들이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했고 다른 학교에도 문의했지만 어째서인지 전부 다 거절당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심정으로 주원중 학부모들에게도 호소해봤지만, 혹여나 자기 아들에게 불이익이 갈까 나서는 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때쯤이었을 거다, 아들이 고생하는 엄마를 보다 못 참았는지 한마디 했다.


“나 이제 야구 안 해도 괜찮아 야구··· 질렸거든.”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하고 초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을 때 방방 뛰며 좋아하던 아이.

프로에 가서 엄마를 편하게 모실 거라고 했던 아이가 겨우 생각해낸 이야기가 고작 야구가 질렸다는 말이었다.

엄마는 좌절했지만 이내 이 좌절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런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그저 멍하니 학교로 향하는 아들을 바라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밖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던 중 주원초 코치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야구 관련 종사자라면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꼭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길래 짬을 내서 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사실 그녀 또한 그 코치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성태를 도와주던 김구현 코치.


“성태··· 야구 아직도 하고 싶어 하나요?”


야구란 말이 나오자마자 성태의 어머니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김구현 코치가 당황해서 휴지를 뜯으며 엄마를 달랬다.


“아니··· 진정하세요. 어떡하면 성태가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요.”

“야구를요?”

“네, 근데 어머니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후우···.”


김구현 코치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 겨우 입을 뗐다.



***



엄마가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아들과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슬슬 겨울이 찾아오며 날은 쌀쌀했지만, 아들의 표정은 겨울의 추위보다 더 냉랭해 보였다.

전에 김구현 코치가 말해줬던 내용을 속으로 몇 번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성태의 엄마는 이내 결심한 듯 성태를 불렀다.


“아들 야구··· 하고 싶어?”

“아니.”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야구란 소리를 듣고 눈동자가 떨렸다는 걸 엄마는 놓치지 않았다.


“아들 야구 할 수 있으면 엄마가 도와줄 테니까 해볼래?”

“나 안 해도 괜찮아. 진짜야.”

“엄마는 성태가 무슨 선택을 하든지 무조건 성태의 편이야 성태가 태어나고 그렇게 정했어.”


성태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눈에 눈물이 고이자 성태의 엄마가 성태의 머리를 부여잡고 꼭 껴안았다.

어느새 성태의 키는 엄마보다 훨씬 커져 있었지만, 엄마의 눈에는 아직도 작은 아이였을 뿐이었다.


“아들 우리 야구 하자. 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바에는 그냥 지금 해버리자.”

“나··· 야구 해도 돼?”

“당연하지 누가 하지 말래?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가늘게 떨고 있는 아들의 몸을 느끼며 엄마는 결심했다.

성태를 낳았을 때 이 작은 핏덩이를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는 결심을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엄마가 결심을 굳히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집으로 돌아온 뒤 한 시간 후에 누군가 집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성태에게는 앉아있으라고 한 뒤 엄마가 문을 열었고 들어오는 남자는 성태 또한 잘 아는 사람이었다.


“코치님?”

“안녕 성태야 너 요새 야구부에 안나오더라? 혼날래?”


성태는 코치님이 집에 찾아온 게 조금 당혹스러웠다.

초등학교 야구부에 나오지 않기 시작할 때 집으로 전화를 하신 적은 있었지만 찾아온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코치님 뒤에 누군가 서 있는걸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성태가 한번 만나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 주성일보 한선태 기자라고 합니다.”


엄마는 기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성태에 대한 기사들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사과는 바라지도 않으니 정정 보도만 내달라고 빌고 빌었지만, 거절당했고 그 어느 기자도 상대해주지 않았다.


“구현이랑, 아니 김구현 코치랑 말하다가 찾아왔습니다, 일단 추운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네 들어오세요.”


살짝 거북하기는 했지만 믿고 있는 김구현 코치의 소개였기에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집안으로 안내했다.

한 기자가 두리번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넓진 않았지만 두 사람만 사는 집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는 부엌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성태가 앉아 있는 걸 보곤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안녕 성태야 저번에 한번 봤지?”


한 기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성태 또한 기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안녕, 하세요.”


한 기자가 익숙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안내하는 대로 부엌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커피를 내왔고 잠깐 뜸을 들이던 김구현 코치가 입을 열었다.


“어머님,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성태가 지금 한국에서는 야구를 하기는 조금 힘들어요.”


학교폭력에 대한 진상은 모두 해결되었으나 각종 뉴스에서는 자신들의 실수를 정정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리고 다른 학교들은 중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것도 아니고 괜히 이슈가 있는 성태를 욕을 먹으면서까지 받으려는 학교는 없었다.

코치의 말에 성태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져 가자 한선태 기자가 말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굳이 한국에서만 야구를 할 필요는 없죠. 야구 하는 나라가 한국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한 기자의 말에 성태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럼 저번에 말씀해주신 대로 대만으로 가면 되는 건가요?”


엄마의 말에 김구현 코치가 입을 열려고 했으나 한선태 기자가 조금 더 빨랐다.


“그게 굳이 대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을 거 같아요. 이 친구가 저한테 좀 알아봐 달라 해서 제가 좀 알아봤거든요? 일본이랑 미국도 갈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돈이죠.”

“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성태 엄마가 단호한 어투로 말했지만, 김구현 코치는 성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처음 대만을 말했던 건 솔직히 금전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그런데 굳이 대만으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무슨 말이시죠?”

“장학금을 받으면서 야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장학금이요?”

“우선, 제가 확인한 곳은 세 군데인데요. 사실 지원할 수 있는 학교는 한 수백 개도 더 될 겁니다. 장학금이랑 기숙사까지 지원해주는 형태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들요. 물론 실력은 뛰어나야겠죠.”


김구현 코치의 말에 성태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지. 코치가 널 본 기간이 얼만데.”

“근데 이게 우리가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요. 아직 모집 중인 학교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려면 성태 학생이 직접 일본에 가서 테스트를 봐야 해요. 그쪽 학생들도 테스트를 받고 학교에 입학하고요. 이른바 야구 특기생이죠.”


한선태 기자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에요. 실력이 좋아도 어느 정도 학업도 받쳐줘야 합니다. 일본 고교야구는 우리나라하고 시스템 달라서 학업을 못 따라가면 야구도 못하게 하거든요. 성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학교성적이 안 좋으면 야구도 못하는 건가요?”

“그렇지 실제로도 아무리 실력 뛰어나도 학교성적이 낮으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더라.”


성태는 잠깐 고민했지만, 야구를 할 수 있다면야 다른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심지어 돈 걱정도 없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만 하면 되나요?”

“그··· 그렇지?”


한선태 기자는 성태의 대답이 바로 나오자 조금 당황했다.

지금까지 운동만 한 놈이 공부를 잘 할 리가 없었고 일본어도 공부해야 하는데 말이다.


“할게요. 저 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제가 한 기자랑 학교를 좀 골라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어머님?”

“제가 부탁드려야죠.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솔직히 이번 일은 정말 말도 안 됩니다. 특히나 한 기자 사과드려야지.”


김 코치의 말에 한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돈하고 넥타이를 제대로 당겨 멘 뒤 성태와 엄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성태의 엄마가 당황하며 일으키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특종이라는 생각에 기사를 썼던 저와 그리고 모든 기자를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용서해만 해주신다면 성태가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한 기자가 직접 쓴 글은 아니었다.

그의 후배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함동주 감독이 한 말만 믿고 작성했던 기사로 한 학생이 야구를 그만둘뻔했다.

그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언제나 마음의 짐이 있었다.

엄마가 성태를 바라보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한 기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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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 탓이 아니오. (1) +4 24.03.08 838 14 15쪽
10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한 놈 누구야? +1 24.03.07 826 13 13쪽
9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3) +1 24.03.06 829 15 14쪽
8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2) +1 24.03.05 837 15 13쪽
7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 +1 24.03.04 883 15 11쪽
6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근데 춥긴 하다. +1 24.03.03 906 17 11쪽
5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5) +1 24.03.02 931 15 13쪽
4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4) +1 24.03.01 989 17 13쪽
3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3)+ +1 24.03.01 1,054 15 13쪽
2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2)+ +1 24.02.29 1,276 17 12쪽
1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1)+ +1 24.02.29 1,986 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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