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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수는 언제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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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남
작품등록일 :
2024.02.28 15:12
최근연재일 :
2024.06.28 21:1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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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22
추천수 :
820
글자수 :
785,640

작성
24.03.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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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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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5)

DUMMY

“야 김성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마무리 운동을 하는 선수들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어? 너 여기 왜 왔냐?”

“엄마가 우리 집에서 밥 먹으래.”

“오, 미래 오랜만?”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던 정일이 일어나 미래에게 다가갔다.


“넌 키가 더 큰 거 같다?”

“나야 뭐 늘 크지?”

“됐고, 언제 끝나?”

“나? 이제 끝났지?”

“그럼 가자.”


성태가 곤란한 듯 코치를 바라보자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제 들어가 봐.”

“고생하셨습니다!”


선수들이 각자 짐을 챙기고 훈련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성태 또한 자신의 가방을 챙기고 훈련장을 빠져나오자 그곳엔 미래와 정일이 서 있었다.

둘이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일이는 웃고 있었다.


“좀 따 집에서 봐.”


성태가 미래를 향해 말하자 미래는 황당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자전거 같이 타고 가면 되잖아.”

“싫어.”


성태는 중학생이 된 자신을 아직도 애처럼 취급하는 미래에게 반항했다.

물론 정일이가 전에 ‘이제 중학생인데 누나랑 붙어 다니는 건 좀 아니지 않아?’라고 말했던 게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미래는 성태의 반항에 어이없다는 듯 화를 냈다.


“뭐가 싫어 죽을래?”


미래가 자전거를 끌고 성태에게 다가가자 뒤에 있던 정일이 말했다.


“성태가 안 탈 거면 나 태워줘, 많이 던졌더니 팔이 아프네.”


그 모습에 미래는 어이가 없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야 널 어떻게 태워 성태는 작으니까 태우는 거지.”

“그럼 내가 끌 테니까 네가 뒤에 타.”


정일은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며 자전거를 향해 걸어갔다.

미래는 그런 정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왜?”


미래의 말에 정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멈췄고 세 명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입을 먼저 연 건 어색함이 싫었던 성태였다.


“그래 너희 둘이 타고 가, 난 걸어갈래.”

“뭐래. 엄마가 너 데려오랬어 빨리 타기나 해, 가서 점심 먹게.”


강제로 성태의 옷깃을 잡아끄는 미래.

성태는 종잇장처럼 끌려가 가방을 앞에 메고 자전거 뒤에 앉았다.

기어도 없는 자전거였지만 어차피 내리막길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간다, 언니 허리 꽉 잡아.”

“언니는 무슨.”


성태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쭉 내밀었고 미래는 일어서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뒤에 서 있던 정일은 두 사람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자 표정이 굳어갔다.


“야 뭐해? 레슨 받으러 안가?”


어느새 짐을 챙겨 나온 현제는 정일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오늘은 안 가려고 했는데 가야지. 아니 가자.”


현제가 시야에서 사라져 가던 성태와 미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쟤네는 부부야 뭐야 맨날 붙어 다녀.”


미래를 처음 본건 정일이가 주원초에 전학을 오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집으로 돌아가던 자신을 향해 강아지풀을 흔들며 달려오던 성태.

녀석은 앞을 제대로 보지 않다가 혼자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흘렀다.


“아야야.”

“멍청이.”


바보같이 넘어지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던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당시 4학년이던 미래는 빠른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다가와 성태를 마구 혼냈다.


“바보냐? 앞을 보고 다녀야지! 멍청이처럼 하고 다니니까 맨날 상처투성이잖아!”

“왜? 뭐. 어쩌라고!”


소심하게 반항하는 성태의 머리를 세게 때린 미래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무릎의 피를 닦아냈다.


“하지 마!”

“뭘 하지 마야 상처 덧난다?”

“괜찮아!”


그때의 성태는 의기소침한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피를 닦는 미래를 보며 괜찮다며 벌떡 일어나 나비를 쫓아다니는 개처럼 뛰어다니는 성태.


“쟤 바보 아니야?”


정일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에게 말했고 미래는 정일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 어쩌라고 말 걸지 마.”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했다.

물론 뒤에서 욕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앞에서는 뭐라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선생님도, 야구부 감독, 코치님도 그리고 주변 동네 어른들도 아빠의 팬이라는 사람들도.

그는 자신에게 적개심을 보내는 미래를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왜 이렇게 성태를 챙기는 거야?”


페달을 밟으려던 미래는 정일을 바라보며 ‘남이사’라고 말하곤 앞서가던 성태를 쫓아갔다.

그날부터 정일은 성태와 붙어 다녔다.

그와 같이 있으면 언제나 미래가 세트로 따라왔으니까.


앞서 걸어가던 정일은 생각을 끝냈는지 현제의 질문에 답했다.


“부부는 무슨 누가 봐도 누나랑 동생이지.”

“근데 너 미래랑 친했어? 아니면 저런 오크가 타입이야?”


현제가 농담을 던지며 정일이의 어깨를 두들겼지만, 정일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크가 취향일지도?”

“뭐라는 거야 미친놈인가?”

“됐고 가자.”

“그건 그렇고 팔꿈치는 괜찮아?”

“뭐가?”

“아니··· 그냥 네가 좀 무리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오늘도 네가 올라갈 필요는 없었잖아.”

“그걸 정하는 건 나야.”


현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레슨을 받았기에 정일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투수에 대한 욕심은 그 누구보다 강력했기에 초등학교 때는 선발 자리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그건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마찬가지 정일이 때문에 투수 지망이었던 선수들은 대부분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갔다.


“성태도 공은 좀 던지는데 걔 투수시키면 네가 좀 편하지 않을까?”

“야.”

“응?”

“내가 정하는 거라고.”

“아··· 응.”


현제가 정일이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이내 평소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둘은 앞으로 걸어갔다.



***


중원중은 6월에 있던 전국 중학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타격에서는 성공적이었으나 투수의 부재가 문제였다.

3학년들 중에선 특출난 투수가 보이지 않았고 에이스인 박정일이 대부분 이닝을 책임을 지는 형태라 정일이가 무너지면 팀도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감독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투수로 키우려고 했지만 8월에 있는 대회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누구 쓸만한 애 없을까?”

“글쎄요, 현제도 공을 좀 던지긴 하는데 이 친구만큼 유격수를 볼 애가 없어서요.”

“하··· 곤란하구먼.”


선수 목록을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던 감독은 귀찮은 듯 A4용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번 대회에선 실적을 좀 내야 하는데.”


전국 중학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의 성적은 처참했다.

1차전에서는 박정일을 선발로 내세워 무실점으로 이기고 2차전 또한 박정일이 선발로 나서며 무난하게 승리했다.

문제는 3차전에서 선발로 냈던 3학년 경태가 크게 실점하며 박정일이 마운드로 향했지만, 경태의 실점이 결승점이 되며 탈락하고 말았다.

작년에도 실적을 내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실적을 내고 싶었다.


“수종이는 좀 어때?”

“수종이요? 아··· 걔는 공은 빠른데 컨트롤이 전혀 안 돼요, 아시잖아요.”

“야, 그럼 성태는 어때? 걔 어깨 좋잖아? 키는 작아도.”

“성태요? 음··· 괜찮죠. 한번 던져 보라고 할까요?”


전에 성태를 투수로서 키워볼 생각을 가졌기에 코치는 감독의 말에 호응했다.

감독은 그냥 대충 해본 말이지만 코치의 반응이 좋게 나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체크해봐 애가 느낌이 있어.”

“알겠습니다.”


성태는 전국 중학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14타수 8안타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2루수로서도 합격점 키가 작은 게 흠이었지만 눈이 좋은지 타구 판단을 미리 하고 움직여 작은 키를 커버했다.

하지만 내년 주전 포수로 키울 생각이었기에 2루수보다는 포수로서의 출장이 잦았다.

야구부실을 나온 코치가 공을 줍던 1학년을 불렀다.


“거, 누구냐 일성아 성태 좀 불러와.”

“넵!”


일성이라 불린 1학년이 불펜에서 정일이의 공을 받아주던 성태를 향해 뛰어갔다.


“선배님 코치님이 부르십니다.”

“나? 왜?”

“모르겠습니다.”


성태는 정일이를 향해 손을 올렸고 정일이가 천천히 걸어왔다.


“왜?”

“코치님이 날 부르신다는데?”

“그래? 갔다 와.”


쿨하게 의자로 걸어가는 정일.

그리고 성태는 코치를 향해 뛰어갔다.


“부르셨습니까?”

“너 뽈 좀 던지니?”

“공요?”

“투수 연습한 적 있냐고.”

“중학교에 올라와선 없는데요.”

“그래?”


코치는 포수미트를 착용하고 성태를 마운드로 올렸다.

의자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던 정일은 성태가 마운드로 올라가자 급하게 뛰어왔다.


“코치님 무슨 일이에요?”

“뭘 무슨 일이야 인마.”


코치가 대수롭지 않게 정일을 밀어내고 마운드 위에 성태를 향해 외쳤다.


“던져봐.”


코치가 미트를 퍽퍽 치며 공을 받을 준비를 했고 성태는 별생각 없이 천천히 공을 던졌다.

쉬이익!

퍼억!


코치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공을 성태에게 던졌다.


“음 나쁘지 않네, 상현이한테 장비 좀 입으라고 해봐.”


상현이라 불린 3학년 포수가 장비를 챙겨입고 불펜으로 왔다.


“부르셨습니까?”

“뽈 좀 잡아봐.”

“정일이요?”

“아니 성태.”

“성태요?”


상현이 인상을 구기며 마운드에 올라간 성태를 노려봤다.

하지만 코치가 바라보고 있어 쭈그려 앉은 뒤 자세를 잡았다.


“야 긴장하지 말고 던져.”


평소에 투수들에게 해주는 말을 성태에게 해줬고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곤 투구판에 발을 갖다 붙였다.


“후우···.”


한숨을 내쉰 뒤 천천히 와인드업을 시작하는 성태.

코치는 그의 뒤에서 자세를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라렸다.

쉬이익!!


공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포수를 향해 날아갔고 상현은 별생각 없이 미트를 뻗어 공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퍼억!


상현은 우타자 몸쪽으로 오는 공을 잡아채려 손을 뻗었지만, 홈플레이트 인근에서 공이 떠오르는듯한 착각을 받았다.

급하게 미트를 살짝 들어 공을 받아내려 했지만, 공은 미트 하단에 맞으며 바닥을 굴렀다.

공을 놓친 게 당혹스러운지 얼굴이 빨개진 상현과는 정반대로 코치는 살짝 흥분한 채 성태를 향해 다가갔다.


“너 공 어떤 식으로 쥐냐?”

“공이요? 이렇게요.”


뭔가 혼나는 분위기라 주눅이 든 성태는 자신의 그립을 보여줬다.

평범한 직구 그립이었다.


“흠.”


코치가 이상하다는 듯 성태의 손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렸지만, 딱히 특별한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시 던져봐. 이번엔 힘 빼지 말고 제대로 던져봐.”

“넵···.”


성태는 속으로 뭔갈 잘못했나? 라고 생각했지만 던지라니 던질 수밖에 없었다.

포수 자리에 있던 상현이 일어서서 외쳤다.


“야 내가 미트 댄 곳으로 던져 인마.”

“아··· 넵, 죄송합니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공을 놓쳐서 상현은 괜히 코치의 눈치를 살폈다.

특히나 주전 포수인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성태였기에 코치 앞에서 공을 놓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성태가 다시 천천히 와인드업을 시작하고 상현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우타자 몸쪽으로 포수미트를 가져다 댔다.

쉬이익!!


공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갔지만 제구가 조금 흔들렸는지 홈플레이트 한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다.

상현이 속으로 욕을 하며 미트를 가운데로 가져다 댔지만, 이번에는 미트의 상단 부분을 때리며 포수 마스크와 충돌했다.


“악!”


상현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성태가 상현을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코치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 투수 배워본 적 있어?”

“초등학교 때 코치님한테 배우긴 했었는데 투수로 나간 적은 없습니다.”

“그래? 왜?”

“어··· 글쎄요.”


정일이 쓰러져있던 상현을 부축해 일으키자 그는 포수 마스크를 거칠게 벗고 성태에게 달려가 어깨를 강하게 밀었다.


“잘 던져 새꺄 미트 안 보여?”

“죄송합니다.”


코치는 상현의 다혈질적인 면을 알고 있었기에 상현을 말렸다.


“상현아 성태 공 어때?”

“공도 느리고 뭣보다 제구력이 너무 쓰레기예요.”

“그래? 공의 위력은? 내가 볼 땐 괜찮아 보였는데.”


자신이 못 받은 걸 제구 탓으로 무마하려는 상현.

코치가 어깨를 으쓱인 뒤 몇 번 더 공을 던지라고 주문했다.

그다음 공부터는 상현이 공을 놓치는 일은 없었고 코치는 만족한 듯 마무리 운동을 주문했다.

감독실을 향하던 코치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친 뒤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중 고개를 끄덕일 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정일이를 보곤 깜짝 놀랐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성태 투수 시키실 겁니까?”

“아직 몰라 왜?”

“아니 내년에 주전 포수 없잖아요. 우리 팀.”


정일이가 전에도 주전 포수인 신상현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고 성태를 주전 포수로 키우자고 제안을 해왔기에 코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건 그런데. 세컨 투수를 먼저 생각해야지.”

“코치님. 성태는 투수보다 타격에 재능이 있어요.”

“인마. 어렸을 땐 다 해보는 거야, 해보면서 재능을 찾는 거지 일성이도 포수로 키울 거고 너무 걱정하지 마, 알겠지?”


코치는 몸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고 정일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코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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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 탓이 아니오. (1) +4 24.03.08 833 14 15쪽
10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한 놈 누구야? +1 24.03.07 825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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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2) +1 24.03.05 833 15 13쪽
7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 +1 24.03.04 881 15 11쪽
6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근데 춥긴 하다. +1 24.03.03 903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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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4) +1 24.03.01 985 17 13쪽
3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3)+ +1 24.03.01 1,051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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