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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수는 언제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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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남
작품등록일 :
2024.02.28 15:12
최근연재일 :
2024.06.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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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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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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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3)+

DUMMY

생일 파티가 끝나고 어른들은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르자 미래네 가족은 1층으로 내려갔고 엄마는 혼자 부엌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먼저 잘게요.”

“응. 잘자 아들.”


엄마는 술을 잘 하시지 못했다.

맥주 반 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주량은 맥주 두 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식탁에는 이미 비어버린 맥주 3캔이 놓여 있었다.


“엄마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내일 또 머리 아프면 어떡해?”

“우리 아들 효자네. 내일도 일찍 깨워주면 되지?”

“응.”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으로 성태를 불렀다.


“왜?”

“잠시 앉아봐 엄마가 생일 선물 안 줬잖아. 어디에다 뒀더라? 에궁!”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성태가 급하게 일어나 엄마의 몸을 받쳤다.

어렸을 땐 엄마가 엄청 커 보였는데 지금 엄마의 몸을 자신 혼자서 받칠 수 있다는 것에 성태는 조금 놀랐다.


‘엄마가 이렇게 가벼웠던가?’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비틀거리며 냉장고 위에 박스를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


“생일 축하해 우리 아들.”

“고마워 근데 이거 뭐야?”

“열어봐.”


성태는 포장을 뜯자마자 그 상자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엄마···.”

“어때? 멋지지?”


검은색 박스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왓슨이란 브랜드.

메이저리그행이 확정 난 유승현 선수가 쓰던 브랜드이며 그가 KBO에서 사용했던 글러브와 같은 사양의 프로 선수 글러브였다.


“비쌀 텐데···.”

“얼마 안 하던데?”


지금 쓰고 있는 글러브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노란 글러브.

그것에 비교하면 진한 갈색의 글러브에서는 마치 빛이 나는 듯했다.

성태는 글러브를 받은 것에 대해서 순수하게 기뻐했지만,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엄마 진짜 고마워.”

“음.”


엄마는 술에 취하면 자꾸 눈을 끔뻑거리는 버릇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윙크하는 듯이 왼눈을 감았다. 뜨며 아들을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아들.”

“응?”

“엄마는 있잖아. 우리 아들이 야구를 안 해도 괜찮아.”

“하지 말까?”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우리 아들이 굳이 야구가 아니더라도 그저 하고 싶은 걸 해봤으면 좋겠어 그게 범죄만 아니면 뭐든지, 엄마는 우리 아들이 뭔가에 열중할 때가 그렇게 멋있더라. 지금 당장 아들이 하고 싶은 건 야구잖아 그렇지?”


성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럼 야구를 계속하면 되는 거야 엄마가 무조건 도와줄 테니까 돈 때문이라는 핑계나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리고 돈은 걱정하지 마 봐봐.”


술에 취한 엄마가 한참 동안 가방을 뒤지더니 통장 하나를 꺼내 성태에게 건넸다.

그 통장의 예금주는 전부 다 김성태였다.

가장 오래된 통장은 성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매달 10만 원씩 꼬박꼬박 모여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넣은 10만 원까지 1500만 원 상당의 금액이었다.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계셨다.

성태가 돈 때문에 걱정한다는 걸.


“이거 전부 다 네가 하고 싶은데 써도 되니까 계속해봐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네 편이니까 알겠지?”

“응···.”


방으로 간 성태는 글러브를 꼭 껴안고 누워 생각에 잠겼다.


‘받은 만큼 10배로 돌려줄게요.’


조용히 읊조리던 성태는 따뜻한 방바닥 온기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성태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존경하는 유광현 선수처럼 FA 대박을 터뜨리고 성같이 거대한 3층짜리 집을 사서 엄마에게 선물하는 꿈을.



***



중학생이 된 성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아니 나타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낼 기회가 없었다.

주원중의 야구부 감독 함동주는 그저 개인 영달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선수들을 알아보는 안목은 전혀 없었다.


“제발 나도 주전··· 주전.”

“야 뭐라고 중얼거리냐?”


이제 내년이면 중2가 되는 정일이는 키가 벌써 180CM까지 커서 3학년 선배도 정일이 보다 큰 사람은 이성은 선배 하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성태의 키는 초등학교에서 크게 자라지 않았다.


“아니 그냥 이제 중2가 되잖아 나도 주전으로 뛰었으면 좋겠다고.”

“조금만 기다려 선배들 졸업하고 2학년 선배 중에 너보다 뛰어난 2루수는 없으니까.”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인마.”


성태는 매일 지역신문에 이름을 올리는 정일이가 부러웠다.


“오늘도 학교 끝나고 서울 가?”

“가야지.”


정일이에게 부러운 건 그것만은 아니었다.

매주 금요일 학교가 끝나면 녀석은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가서 개인지도를 받고 월요일에 다시 주원군으로 돌아온다.


“가면 뭐 배워?”

“그냥 이것저것 다 배우지 왜?”

“아니 그냥 너 배운 거 나한테 좀 알려줄 수 있는지 해서.”

“내가 배우는 거?”

“응 뭐 수비 팁이나 타격 팁 같은 거.”

“알려주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알려준다고 해도 네가 할 수 있겠어?”


정일이가 성태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마구 흔들었다.


“간다, 월요일에 보자.”

“어 조심해서 가.”


요새 정일이는 성태보다 현제랑 더 자주 어울린다.

아마 둘이 같은 곳에서 같이 레슨을 받다 보니 그럴 것이다.

성태는 조금 서운했지만 그걸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정일이가 현제의 어깨에 팔을 얹고 교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다 퍼뜩 정신을 차려 자신도 가방을 챙겨 교문을 빠져나갔다.

성태가 향한 곳은 주원초등학교였다.


주원초등학교는 7시에 모든 훈련이 종료되기에 오후 8시인 현재는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아니 꺼져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타격훈련장은 불이 켜져 있었고 성태는 당연하단 듯 그곳으로 향해 가방을 내려놓고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카앙!!!

카앙!!!


T바에 올려져 있는 공에 배트를 정확하게 때리자 공은 힘을 받고 그물망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 소리가 초등학교 운동장에 울려 퍼졌고 이내 한 사람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종이컵을 들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성태를 봐주던 김구현 코치였다.


“참 부지런도 하다, 하루쯤 쉬어도 되잖아?”

“코치님 오셨습니까!”


코치가 다가오자 성태는 모자를 벗고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늘 있던 일인 듯 코치가 한 손을 들고 인사를 받았고 카트에 실린 공을 하나를 들어 던졌다.

부웅!!

카앙!!


“힘 빼고 또 안 좋은 습관 나왔네, 결대로 치라니까? 맞추는 데 급급하지 말라고.”

“넵!”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성태가 초등학생 마지막 생일파티 때 엄마가 준 통장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했다.

엄마는 정일이처럼 서울로 가서 레슨을 받길 원했지만, 성태는 고심 끝에 평소 자신을 챙겨주던 김구현 코치와 상의했다.


“성태야 우선 레슨 말고 그 돈은 나중에 네가 중학교나 고등학교 야구부 회비로 쓰는 게 나을 거 같아. 왜냐면 훈련비 버스비 등등하면 초등학교 때보다 내야 하는 돈이 훨씬 많아지거든. 우리 초등학교야 지원비가 많이 나오지만, 중학교부터는 아니야.”

“그런가요?”


사실 성태도 전 프로에게 개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김 코치의 냉정한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태의 표정을 보던 코치가 무심하게 말을 뱉었다.


“대신 학교 연습 끝나고 일로와 코치가 봐줄게.”

“정말요?”

“그래 인마 이 코치가 이래 봬도 퓨처스리그 2루타 왕까지 해본 사람 아니겠냐!”

“2루타도 왕이 있어요?”

“아니 그냥 내가 2루타를 많이 쳐서 스스로한테 타이틀을 붙여줬지···.”

“아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원중학교 야구부는 1학년들에겐 야간 훈련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성태는 매일 훈련이 끝난 뒤 주원초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

코치는 처음에는 평일에만 알려줬으나 성태가 주말에도 나와 혼자 연습하는 걸 보곤 주말에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참 배트를 휘두르고 온몸이 땀에 젖은 성태를 향해 코치가 요구르트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성태야 넌 타자보다 투수 쪽에 더 재능이 있는 거 같은데 공도 던지고 있지?”

“제가요?”

“그래 인마 공이 지저분하잖아. 특히 직구가 아주 더러워. 더러워서 사람 화나게 하는 공이야.”

“그러면 나쁜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공이 더러워야 타자가 쳐도 땅볼이 나오지, 음 어머니의 키가 크셔?”

“어···.”


성태는 엄마의 키를 정확하게 몰랐지만, 미래네 아주머니보단 크셨기 때문에 크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너도 나중에 한 번에 클 가능성이 있으니까 투수 연습도 게을리하지 말고 알겠지?”

“넵!”


그렇게 성태의 중학교 1학년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



성태는 중학교 1학년 때에는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아니 1학년 중 대회에 출전 할 수 있는 건 박정일과 변현제 정도.

물론 중학교 2학년이 되어도 성태의 자리는 없었다.

그저 엉덩이로 벤치를 데우는 것 그것 빼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성태의 마음이 조급해져 가는 사이 용문중학교와 연습경기가 잡혔고 언제나 그렇듯 성태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도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2번 2루수 양용범.”

“넵~”


마른 몸의 양용범 선배가 한 손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서렸다.


“7번 유격수 변현제.”

“넵!”

“8번 포수 김성태.”

“...”

“김성태?”


옆에 서 있던 박정일이 성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제야 고개를 들고 감독과 눈이 마주친 성태.


“네? 넵!!”

“인마 정신 차려. 너 8번 포수 나가라고.”

“제가요?”

“니가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기용.

하지만 포수의 보직으로 경기를 나가는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포수로 연습을 따로 한 적도 없었으니까.

성태가 포수를 볼 때는 정일이의 공을 받아줄 포수가 없을 때뿐이었다.


‘설마 정일이가?’


장비를 차던 성태가 고개를 돌리자 어깨를 으쓱하는 정일.

성태는 정일이에게 엄지를 날리곤 웃는 얼굴로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오늘 잘해보자 연습경기라고 대충 하지 말고 알았지?”


3학년 주장 강일태가 선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학생들이 큰소리로 대답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어이구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왔어? 함 감독? 애들 상태 좋네?”

“어휴 아니에요. 앞길이 깜깜합니다.”


바쁘게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정반대로 감독들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서로 악수를 주고받았다.

용문중학교는 대통령기 준결승에서 주원 중을 상대로 7대2로 꺾고 결국 우승을 차지한 학교다.

후배였던 주원 중 함 감독이 용문중 선수들을 천천히 살폈다.

확실히 야구 명문 중학교로 이름이 높아서인지 주원군 출신의 학생들만 받는 주원중에 비해선 선수들의 피지컬은 압도적이었다.

오직 정일이 정도만 용문중 선수들보다 꿀리지 않는 피지컬을 가졌을 뿐.


“저기 쟤 누구야? 저 키 큰 놈 작년에도 있었나?”

“아. 우리 정일이요? 작년에도 있었죠. 그 있잖아요. 준결승 때 2루타 치고 마무리로 던졌던 애.”

“아아, 영호 선수 아들? 키 많이 컸네. 재는 뽈도 좀 던지나?”

“에이 선배님 작년에도 저만했어요. 이제 더 커야죠. 오늘 선발로 내보려고요.”


정일이가 몸을 풀기 위해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포수는 빠른 공을 별 무리 없이 받아내곤 투수에게 공을 던졌다.


“캬 공 좋네 한 130킬로는 던지나?”

“최고 좋은 공은 한 140까지도 찍히는데 한번 지켜봐야죠.”

“뭐? 140을 던져?”

“어쩌다 한번 찍은 거긴 한데 앞으로 몸 계속 만들면 더 좋아지겠죠?”

“이제 2학년 아니야?”

“유전자 어디 안 가더라고요.”

“부럽네! 부러워 우리 학교나 오지 이런 시골로 오나?”


빠악!!

빠악!!!


포수의 미트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용문중의 선수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쟤는 누구야?”

“정일이라니까요?”

“아니, 저 키 작은놈.”


빠악!!


용문중학교 감독은 정일이도 눈에 들어왔지만 작은 몸짓의 포수 또한 눈여겨보고 있었다.

130 후반대의 공을 가볍게 잡아내는 포수.


“쟤는 김성태라고요. 이제 2학년인데 미트가 좋아요. 잘 잡아.”


이번 경기 아니 경기 자체를 처음 내보냈지만 함 감독은 선배 앞에서 모르는 티를 낼 수 없어 대충 둘러댔다.


“그래? 근데 포수치곤 너무 작지 않나?”

“그렇긴 한데 정일이 공이 워낙 좋잖아요? 3학년들도 정일이 공을 잘 못 잡길래 파격 기용해봤죠.”

“그런 공을 쟤가 잡아?”


감독들의 수다는 뒷전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초반에 긴장한 탓인지 성태가 공을 놓치며 2실점을 한 것 빼고는 순조로웠다.

문제는 용문중학교의 투수 또한 정일이 못지않은 좋은 공을 던졌고 5회까지 무실점으로 주원중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7회 말 2-0 원아웃 주자 1, 3루 타석에는 긴장한 성태가 서 있었다.

이미 첫 타석에서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내야 땅볼로 아웃을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결과를 내야 했다.


“후··· 쳐내야 해.”

초6 정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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