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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현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 드래곤이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이현
작품등록일 :
2022.05.14 19:46
최근연재일 :
2022.06.13 20:44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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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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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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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화 사건의 전조

DUMMY

세계에서 단 한 명뿐인 신기(神器) 제작자가 될 여자, 주예나.


나는 지금 그 예나와 아카데미의 학식을 먹고 있다.


어쩌다 보니 우연치 않게 그녀와 안면을 트게 됐다. 이후에는 연락처 교환도 하고, 학식도 몇 번인가 같이 먹으면서 기본적인 단조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어차피 예나가 내 앞에 나타난 이상 내가 직접 무기를 만들 계획은 없어졌지만, 대략적인 지식은 머릿속에 박아 넣을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예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연하게도 좋은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의 대장장이와 그 대장장이가 두드릴 레어한 광석이 필요했다. ‘주예나’라는 재능 덩어리가 있으니 뛰어난 실력의 대장장이는 준비 되었고, 다행스럽게 레어한 광석은 몇 가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 선택과목 수업에서 나를 흘겨볼 때는 주예나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주예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마음이 밝고 따뜻한 친구였다. 조금 소심한 부분도 있었지만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언제나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그녀의 장점이었다.


주예나를 보고 있자면, 늦여름 오후 5시에 천천히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 나도 모르게 전염되는 그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고 싶다는 꿈까지 갖고 있어, 지금보다 높은 경지를 원하는 향상심까지 갖추고 있었다. 주예나는 스토커같이 음침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 견실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런 예나를 한 순간이라도 스토커로 의심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조금 특이한 부분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특이할 지도 모른다.


“진혁아!”

“어. 왜?”

“나도 너처럼 카리스마 있고 남자다워 지고 싶어! 어떻게 하면 될까?”

“..뭐? 내가?”

“응. 저번에도 막 너 보자마자 나 괴롭히려던 애들이 도망 갔잖아.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지만 주예나는 이상한 부분에서 묘한 구석이 있었다.


“어.. 아카데미 섬의 뒷골목을 주먹 하나로 제압하고 싶다는 뜻이야?”

“헉! 아니! 그건 못할 것 같은데.. 아, 그럼 진혁이 너처럼 문신 해볼까?”

“하는 건 자유지만 그걸 한다고 남자다워 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애초에 너 왜 그런걸 고집하는 거야?”

“대장장이는 남자다워야 멋있거든! 덥수룩한 수염에 우락부락한 근육, 열기 때문에 다 상해버린 머리 결, 술에 찌든 눈빛, 튀어나온 배까지..!”

“어..?”


뭔가 이상하다. 헤벌레하며 양 손을 모으고 망상을 늘어 놓는 예나에게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루 종일 망치 두드리다가 새벽 늦게 집에 돌아와서 술독이 잔뜩 오른 말투로 잠든 아내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어이, 당장 술 가져와.’”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예나야.”


그녀의 말처럼 변한 주예나를 상상하니,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듣고 있자니 정정하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양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고 예나의 반짝이는 시선과 마주한다.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다.


일종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 이 아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에 끔찍하게 변한 예나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


저번 회차에서 주예나의 얼굴은 비밀에 싸여 있었는데, 혹시 이런 이유 때문에 헤파이스 공업이 예나가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감췄던 걸까.


“예나야.. 그런 망나니가 세상에 어디 있어. 너무 잘못된 사례를 예로 든 게 아닐까.”

“우리 할아버지인데?”

“어쩐지..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 야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게 굉장히 와일드한 매력이 있던 분이셨네.”

“그치? 그치?”


노련함을 발휘해 탈룰라 상황을 무마시켰다. 미묘하게 생생했던 예나의 묘사가 이유가 있었구나. 직접 봤으니까 저렇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던 거였어.


“근데 예나야 그.. 대장장이는 외모보다 어떤 무기를 만드느냐가 ‘멋있음’을 좌우하지 않을까?”

“아! 진혁이 네 말 들으니까 그것도 그러네. 실력도 없이 겉멋만 들면 꼴불견이잖아.”


다행이다. 어떻게든 예나의 고삐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제 막 친해지고 있던 사이지만 나는 예나가 망나니가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학식으로 나온 돈까스의 마지막 조각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예나도 얼추 다 먹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무기 탐구 동아리는 아직 둘 뿐이야?”

“응. 이상하게 지원자가 없더라구. 아직 나랑 부장님 밖에 없어.”


나는 예나가 소속되어 있는 ‘무기 탐구 동아리’의 근황을 물었다. 저번 회차에 내가 일반학부를 졸업하기까지 루드벤 아카데미에서 크고 작은 사건 몇 개가 터졌다.


나의 기억에 의하면, 올해 루드벤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 가장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무기 탐구 동아리였다. 사건 자체는 간단했다. 무기 탐구 동아리 부실이 폭발한 것이다.


사건 이후에 아카데미 사무국은 폭발에 일조한 생도 두 명을 퇴학시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사무국은 동아리 부실의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해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이유를 붙였다.


원래 같았다면 나는 이 사건에 큰 관여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가장 중요한 폭발의 원인이 뭔지 모르고 인명피해는 발생했지만 누군가가 죽었던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니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예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아예 지원자가 없다고?”

“그래서 조금 쓸쓸해.. 부장님이 4학년이라 바쁜데도 불구하고 자주 오시긴 하는데 아무래도 시끌벅적한 게 좋잖아?”


예나는 무기 탐구 동아리의 2명뿐인 부원 중 하나였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번 회차에서 예나가 이 사건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퇴학을 당하는 수순까지 밟았다는 뜻이다. 이제야 아카데미 일반학부에서 4년간 공부할 동안 예나를 보지 못했던 것이 이해가 갔다.


어쩐지 같은 학부에서 공부하는데 얼굴 한 번 못 볼 리가 없었다. 아마 예나는 이대로 무기 탐구 동아리 부실이 폭발 한 뒤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할 것이다. 실제로 저번 회차에 매스컴의 인터뷰에서 주예나가 ‘아카데미를 다니긴 했지만 이유가 있어서 나오게 되었다.’ 라고 답하기도 했으니.


허나 나는 예나가 순순히 퇴학을 당하도록 놔둘 생각은 없었다.


아카데미 사무국의 발표는 ‘두 명의 생도는 동아리 부실의 폭발을 일조하였다.’ 라고 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주예나라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폭발에 일조할 거라고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더군다나 당시에 아카데미 사무국이 급하게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도 있고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기에, 나는 무기 탐구 동아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장님은 어떤 분이셔?”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조금 어두운 분위기이긴 한데 착한 분이셔.”

“이름이 아마.. 김.. 무성 맞나?”

“응!”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특이사항은 그다지 없다고 봐도 되겠지. 일단 예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었다. 다만, 아직도 세세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사건까지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어찌됐든 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슬슬 원인 파악에 나서야 한다.


이럴 때 해결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건의 바깥에서 원인 파악이 힘들다면,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 들면 그만이다.


“나도 가입할 수 있지? 그 동아리?”

“어! 진혁아 너 오게? 에헤헤 잘 됐다. 입부 신청서 이따가 바로 갖다 줄게! 아마 부장님도 쿨 하게 허락할걸?”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예나. 마치 꼬리를 마구 흔드는 대형 견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고맙다.”

“참, 그때 말했던 전투 실습은 어떻게 됐어? 난 일반학부니까 그런 거 좀 궁금하더라.”

“아.. 그거? 스읍..”


슬슬 일어나려 했지만 화제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전투 실습은 전투부 생도들의 필수과목 중 하나였다. 과목의 내용은 말 그대로 전투를 연습하는 수업이었다. 상대는 주로 루드벤 아카데미가 준비한 마물들이거나 레갸르의 상자로 만들어진 환영이라고 들었다.


다만, 조금 별난 것이 있다면 개인vs마물이 아닌, 팀vs마물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영웅 포화 시대니까 영웅간의 협력 전투가 중요하잖아. 그래서 혼자 마물이랑 북치고 장구치는 게 아니라 3명이 팀을 이루어서 마물을 상대하라고 하더라.”

“아 정말? 그럼 팀 멤버가 엄청 중요하지 않아? 멤버끼리 합도 좋아야 할 것 같은데. 잘 맞는 팀원을 만나면 좋겠다.”

“그치. 아무래도 1년 동안 듣는 수업이니까. 그렇지 않아도 당장 어제 정해지긴 했어. 정해지긴 했는데..”

“했는데?”


어제 첫 전투 실습 수업에서 루드벤 아카데미 입학시험 점수를 바탕으로 팀이 짜여졌다. 아카데미 사무국은 각 팀의 평균 점수를 맞추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입학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입학 시험 점수가 낮았기에 고득점 생도 한 명, 평균점 생도 한 명과 팀이 되었다. 헌데 그 팀에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조금 껄끄러운 사람이랑 팀원이 되어버려서 말이지.”

“껄끄러운 사람들? 그게 누군데?”

“그.. 있어. 고양이 좋아하는, 고양이 같은 사람.. ”


당장 어제의 일이라 지금도 생생히 기억났다. 팀이 정해지고 처음으로 팀원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이 말이다.





****





루드벤 아카데미의 전투 실습 수업은 섬의 북부에서 이루어진다. 나도 여기까지 깊숙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섬의 북부는 ‘잘 관리된 밀림’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전투부 1,500명은 15개의 반으로 나뉘어졌고, 내가 속한 A반의 첫 전투 실습 수업이 바로 오늘이었다. 우리는 그 밀림 앞의 공터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들 앞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놓여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생도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인서, 신성태, 유주희, 하지윤 등 익숙한 얼굴들이 조금 있었다. 특히 하지윤, 신성태는 모르는 생도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놈들이다.


저들의 부모들이 유명한 것도 있었지만 저 둘은 각각 1학년 수석과 차석이었다. 지금도 그 둘을 중심으로 생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하지윤은 자신 주위에 몰린 생도들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은데 반해 신성태는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생도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있었다. 시원한 미남형 얼굴에 저런 성격이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둘은 확실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헌데 대비라고 한다면, 내 쪽도 대비되긴 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주변에 사람의 그림자조차 얼씬거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다른 생도들이 나를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쪽 구석의 생도들이 문신이 어쩌고, 변태가 어쩌고, 야쿠자가 어쩌고 하는데 최근 아카데미에서 도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양이다. 참나 어디서 그런 말뼈다귀 같은 놈이 나온 건지 원.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진혁!”

“오 베텔라 너도 있었구나?”


저 멀리서 베텔라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아무리 봐도 짧은 갈색 머리가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한국어가 영어처럼 만국 공통어로 되어서 이탈리아 사람인 베텔라도 한국어를 잘 사용했다.


“야 팀 기대되네. 같은 팀 됐으면 좋겠다 진혁아. 네 입학 점수가 높아서 힘드려나?”

“글쎄. 까봐야 알겠지? 근데 나 점수 개판인데? 거의 꼴등일걸?”

“에헤이~ 매일매일 체력단련실에서 살고 있는 네가?”


-띠링


베텔라의 말에 반박하려는 순간, 앞 쪽 스크린이 소리와 함께 켜졌다. 그곳에는 아카데미가 짠 팀의 명단과 입학시험의 등수가 적혀 있었다.


“오! 떴다. 어디보자.. 우진혁 우진혁 우진..혁?”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내 이름을 발견했다.


하지윤(1등)

아마네 시즈쿠(412등)

우진혁(1,500등)


문득,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루드벤 아카데미에 고고한 학처럼 군림하는 하지윤.


그녀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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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마령 22.06.13 28 1 12쪽
23 23화 저주 22.06.12 35 1 12쪽
22 22화 전투 실습 (3) 22.06.12 33 1 13쪽
21 21화 전투 실습 (2) 22.06.11 38 1 13쪽
20 20화 전투 실습 (1) +1 22.06.11 38 1 14쪽
19 19화 껄끄러운 사람 22.06.10 43 1 13쪽
18 18화 의심을 샀을 때 해결하는 방법 22.06.09 43 1 13쪽
» 17화 사건의 전조 22.06.06 48 1 13쪽
16 16화 심봤다 22.06.05 51 1 13쪽
15 15화 스토커가 붙어서 22.06.04 50 1 13쪽
14 14화 재회의 맛 22.06.02 53 1 15쪽
13 13화 심층세계 +2 22.05.31 58 3 13쪽
12 12화 하지윤 +1 22.05.28 58 1 12쪽
11 11화 합격 +1 22.05.27 60 1 13쪽
10 10화 불합격과 합격 그 어딘가 +1 22.05.24 62 2 13쪽
9 9화 못 먹어도 고 +1 22.05.23 65 3 14쪽
8 8화 길랑이를 줍다 +1 22.05.20 69 3 13쪽
7 7화 천향산의 호랑이 (3) +2 22.05.20 73 2 12쪽
6 6화 천향산의 호랑이 (2) +1 22.05.19 85 2 12쪽
5 5화 천향산의 호랑이 (1) +1 22.05.18 101 3 14쪽
4 4화 형세역전 +1 22.05.17 113 5 13쪽
3 3화 벌 준비를 하다 +2 22.05.16 139 7 13쪽
2 2화 금제와 맹약 +1 22.05.15 166 10 14쪽
1 1화 회귀하다 +2 22.05.14 25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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