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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현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 드래곤이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이현
작품등록일 :
2022.05.14 19:46
최근연재일 :
2022.06.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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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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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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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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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형세역전

DUMMY

“에라이.. 성인도 되지 않은 놈이 마공석을 만들었다는 걸 어떻게 믿습니까!”

“그러시겠죠. 그러니까 다음 달에는 열다섯 개를 갖고 오겠습니다. 그럼 조금 증명이 될까요?”

“머.. 머요?!”


우진혁은 사원들의 불신을 예상했다는 듯이 간단히 답했다. 그것에 대해 더욱더 물음표를 띄우는 것은 이상훈 과장이었다.


우진혁은 당당해도 너무 당당했다.


마치 거짓말이라곤 하나도 섞지 않았다는 듯이 내뱉는 우진혁의 모습은 사원들로 하여금, 이러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 사람 대체 뭐지?’


새파란 꼬맹이가 대표이사가 되어서 배알이 꼴리는 마당에, 회사에 코빼기도 모습을 내비추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한다는 말이 자신이 세계 최초로 마공석을 만들었고, 이것을 마반 엔지니어링의 메인 아이템으로 만들자고 한다.


“···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박팀장님, 개발팀이랑 같이 연구설비 사용해서 확인하고 와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김대표님.”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유진혁의 말을 믿고자 하는 김세환 대표. 그가 말하자, 끝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이 마공석을 들고 부리나케 회의실을 나갔다. 또각 또각 거리는 구두소리에 급한 마음이 엿보였다.


‘... 진혁이는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아이는 아니다. 설마···?’


김세환 대표는 우진혁이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에, 우진혁이 허튼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세환 대표는 우진혁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진혁의 어머니의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우진혁의 어머니가 이직할 때도 꿋꿋하게 따라가던, 충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김세환은 우진혁을 믿고 싶었다. 어찌됐든, 우진혁은 자신이 동경하던 여성의 아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아.. 그래요. 우대표님 말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근데 어쩝니까? 저희 마반 그룹한테 찍혀서 거래처들 다 끊겼잖아요. 저희가 거래하려고 하면, 마반 그룹이 상대 기업에 압력을 넣지 않겠습니까?”


김세환 대표가 한 발 물러서고 우진혁을 배려하자, 이상훈 과장도 몸의 열기를 삭였다.

이상훈 과장은 마반 엔진지어링이 당면한 최악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마반 엔지니어링은 애초에 세계에 이름을 날렸던 제조기업이다. 포션이나 기타 도구들의 생산 능력은 괜찮았다. 다만, 마반 그룹에 의해 물류의 흐름이 끊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전 회차에서도, 물류의 흐름이 끊겨 현금의 흐름도 잠시 끊긴 사이에 다른 제조기업들이 마반 엔지니어링의 자리를 꿰차, 마반 엔지니어링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우진혁은 그것을 두고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희가 굳이 기업체에 마공석을 판매해야 할 이유는 없죠. 간단해요. 마반 그룹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찾으면 됩니다.”

“그 말씀은?”

“비교적 기업의 힘이 약해지는, 아카데미의 교수들에게 판매하면 됩니다. 한국의 루드벤, 유럽의 오딘, 북미의 스타폴.”


김세환 대표의 눈이 번뜩였다. 그렇다. 굳이 마공석을 길드나 기업체에게 판매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었다. 자신들이 이제까지 길드를 상대로 포션을 팔아 왔기에 고정관념이 박혀있던 것이다.


“입이 가벼운 교수들에게 주로 팔아서, 조그마한 입 소문만 타면 됩니다. 연구실적을 반드시 내야 하는 교수 입장에서 마석과 비교해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적인 저희의 마공석을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이제는 이상훈 과장도 입을 벌린 채로 우진혁의 말을 경청했다. 확실히, 배움의 장소인 아카데미에는 기업의 힘이 작용할 곳이 많지 않다. 특히 교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아카데미에서 교수 일을 하고 있는 이상훈 과장의 친구 놈도 우진혁이 말하는 것과 똑같았다. 친구 놈은 자랑하길 좋아했고, 연구실적에 미쳐 있었다.


꿀꺽-


이상훈 과장이 마른침을 삼켰다.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이건 반드시 성공한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야. 내 20년의 직감이 울부짖고 있어.’


우진혁에게 가장 적대적이던 이상훈 과장이 이런 생각을 했으니,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들 우진혁의 말에 끄덕이기 바빴다.


쾅!


그때, 회의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한 가운데, 마공석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는 박팀장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김세환 대표에게 보고했다.


“김.. 김대표님.. 이거..”

“박팀장님, 진정하세요.”


진정하라고 말하는 김세환 대표. 하지만 그도 책상 밑으로 발을 떨고 있었다. 그는 분명히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라고 있었다. 우진혁을 제외한 회의실의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박팀장이 하는 말을 기다렸다.


“예··· 허억.. 허억.. 그.. 개발팀 전원과 RND실에서 검측한 결과를 지금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이 마공석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석이 맞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박팀장님?”

“네. 기존에 기록된 마석의 데이터 중, 한 가지를 제외하고 거의 비슷합니다.”

“그 한 가지는 뭐죠?”

“풍화도입니다. 자연에 의한 물리적 풍화도가 낮고, 마나에 의한 풍화도가 훨씬 높습니다. 제 의견은..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마공석에 마나가 뭉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말이 끝나갈수록 박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그녀도 실감한 것이다. 우진혁이라는 소년이 무엇을 만들어 왔는지를.


회의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전과는 다른 정적이다. 가장 먼저 입을 열은 사람은, 이상훈 과장이었다.


드르륵-


“우대표님··· 거듭해서 의심하고, 무례한 의견을 꺼낸 점 죄송합니다.”


의자를 밀고 일어난 이상훈 과장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연구원들에 의해 우진혁이 마공석을 만들었다는 것이 증명 되었고, 우진혁은 그것을 판매할 방법까지 마련해 자신들에게 내민 것이다.


우진혁의 노고와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이과장님. 이해합니다.”


우진혁은 왜 이상훈 과장이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대했는지, 전부 이해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우진혁은 이 회의실에 들어왔던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제 말을 믿게 되셨다면, 실질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죠. 제가 마공석을 만드는데 성공하긴 했습니다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일종의 우회로를 통해 만든 것이라 대량생산은 불가능 합니다.”

“하루.. 아니, 한 달에 몇 개 정도 생산이 가능할까요? 중국에 있는 저희 생산공정을 모두 돌린다면?”

“룬 마법을 사용해서 만드는 거라 기술적인 문제로 외국에서는 생산이 힘들 겁니다. 수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열다섯 개 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허억.. 열..열다섯 개..!”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숨을 들이켰다. 평균적으로, 한 곳의 비경에서 발견되는 마석의 숫자는 10~20개다. 헌데 비경에 들어가는 영웅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반면, 우진혁은 아무런 리스크도 없었다.


“그.. 그럼 비용은..?”

“테프라이트랑 아드리안의 실로 만든 씰. 두 개만 있으면 됩니다. 필요 비용이랑 기간도 짧지만, 지금은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

“그렇겠죠. 룬 마법···? 을 사용하셨다고 말씀하셨으니. 저는 처음 듣는 마법이네요.”

“흔한 마법이 아니라서요. 아무튼, 당분간은 제가 만드는 것만 팔아도 충분하겠지만 그럴 거면 암시장에서 제가 혼자 팔았겠죠.”

“그러면..?”

“믿을만한 한 분에게 마공석을 만들 수 있는 룬 마법을 가르쳐 드릴 겁니다.”


우진혁이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즉,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지 않을 한 명에게 마공석을 만들 방법을 알려, 그 사람을 중심으로 회사가 마공석 제조를 하게끔 한다는 뜻이었다.


우진혁의 선택에 회사의 미래가 달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 마공석은 마반 엔지니어링을 둘러싼 상황을 반전시켜줄 키 아이템이 될 겁니다.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도 연구를 시작할 것이지만, 기술이 유출되는 것과 마공석을 분석 당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죠.”


그러니 우진혁은 마반 엔지니어링을 배신하지 않을만한 사람을 골라야만 했다.


“저는 이 키 아이템의 제조 방법을 이상훈 과장님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예··· 예에?”


이상훈 과장이 쇳소리를 냈다. 우진혁에게 가장 적대적으로 반응했던 이상훈 과장이다. 그조차도 우진혁이 자신을 고를 것이라고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저를 왜..?”

“왜라뇨? 20년간 쭉 마반 엔지니어링에서 종사하셨고, 인사부 기록을 보니까 마나도 어느 정도 갖고 계시니 이보다도 적절한 인선은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이 회의실에서 우대표 님께 가장 적대적으로 군 사람, 저 아닙니까?”

“그렇죠. 근데 그건 그만큼 이과장님이 마반 엔지니어링을 아끼시기 때문 아닙니까? 새파랗게 어린 꼬맹이가 회사의 대표이사로 앉아 있는데, 그런 의견이 없는 게 이상하죠.”


사회에서 구를 만큼 구른 40대의 이상훈 과장. 그는 다소 매마른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나, 우진혁의 말을 듣고 마음 한 구석에서 울컥함을 느꼈다.


그는 퇴직을 생각했을지언정, 이직을 염두 하진 않았다. 마반 그룹 내부에서 쓰레기들 집합소라고 이름이 난 마반 엔지니어링이었지만, 그에게는 엄연한 첫 직장이었고, 20년을 몸바친 기업이었다.


그것을 누군가가 처음으로 알아준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큽.. 우대표 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마반 엔지니어링 반등시키겠습니다..!”

“이과장 님이 김대표 님이랑 같이 회사를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워낙 경영에는 잼병이라서요. 룬 마법 교육은 영상으로 촬영해 이과장님께 보내드릴게요.”


우진혁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 고개를 잠깐 숙인 뒤, 회의실을 나섰다. 이어서 김세환 대표가 해산을 알렸고, 회의실에는 김세환과 이상훈만이 남게 되었다.


“왜 김대표 님이 우대표 님을 그렇게 믿으셨는지, 알 것 같네요.”

“나도 이건 의외야··· 비범한 아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폭탄을 가져올 줄이야.”

“시대가 바뀔 겁니다. 우대표 님이 만드신 마공석으로 말이죠. 그 분은 세계를 바꿀 발명을 하신 거나 다름이 없어요.”

“대체 이걸 언제 만들었지··· 몇 달 가지고는 터무니 없는 성과인데.”


그때, 김세환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


“설마··· 우나연 여사님이 돌아가시고, 여기 대표가 되시자 마자..?”

“그럼 1년 동안 우리를 위해 이걸 만드셨다는···? 맙소사.. 난 그것도 모르고 대표님을 비꼬았구나.. 누구보다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우대표 님이셨구나..”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는 이상훈. 그는 우진혁의 행동에 깊이 감동할 따름이었다.





****





“돈 문제는 슬슬 해결 되겠네.”


마반 엔지니어링이 흥하면 흥할수록, 내 통장도 따뜻해질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을 안고 러닝 중이었다. 조금 불편한 것이 있다면, 타이어를 매고 뛰다 보니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는 것이다.


할 일은 아직도 많다. 고된 훈련으로 신체를 개조한다는 계획도 아직 진행 중이고, 슬슬 무기를 사용하는 싸움법도 연구를 해야 한다. 어쨌든 루드벤 아카데미에 입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제와 맹약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요즘 따라 눈이 맑아지고, 몸의 반응 속도가 빨라졌는데 아마 그림자가 내게 알려줬던 능력의 영향인 듯 싶었다.


허나 아직 첫 번째 능력인 ‘드래곤의 혼’에 관련해서는 오리무중이다.


만화나 소설처럼 상태창을 소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그런 능력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아냐고? 설마 싶어서 어젯밤에 집에서 30분 동안 허공에 상태창을 외쳐댔기 때문이다.


“용 관련 능력인 것 같은데.. 정확한 건 사용해봐야 알 것 같단 말이지.”


어떤 능력인지 실마리만 찾는다면 그 다음은 쉽다. 대상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은 전 회차에서 지겹도록 했던 일이니까.


“후우.. 그럼 당장의 목표는··· 무기술이랑 ‘드래곤의 혼’ 이겠군.”


작가의말

아카데미는 9~11화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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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드래곤이 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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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마령 22.06.13 28 1 12쪽
23 23화 저주 22.06.12 35 1 12쪽
22 22화 전투 실습 (3) 22.06.12 33 1 13쪽
21 21화 전투 실습 (2) 22.06.11 38 1 13쪽
20 20화 전투 실습 (1) +1 22.06.11 38 1 14쪽
19 19화 껄끄러운 사람 22.06.10 43 1 13쪽
18 18화 의심을 샀을 때 해결하는 방법 22.06.09 44 1 13쪽
17 17화 사건의 전조 22.06.06 48 1 13쪽
16 16화 심봤다 22.06.05 51 1 13쪽
15 15화 스토커가 붙어서 22.06.04 50 1 13쪽
14 14화 재회의 맛 22.06.02 53 1 15쪽
13 13화 심층세계 +2 22.05.31 58 3 13쪽
12 12화 하지윤 +1 22.05.28 58 1 12쪽
11 11화 합격 +1 22.05.27 60 1 13쪽
10 10화 불합격과 합격 그 어딘가 +1 22.05.24 62 2 13쪽
9 9화 못 먹어도 고 +1 22.05.23 65 3 14쪽
8 8화 길랑이를 줍다 +1 22.05.20 69 3 13쪽
7 7화 천향산의 호랑이 (3) +2 22.05.20 73 2 12쪽
6 6화 천향산의 호랑이 (2) +1 22.05.19 85 2 12쪽
5 5화 천향산의 호랑이 (1) +1 22.05.18 101 3 14쪽
» 4화 형세역전 +1 22.05.17 114 5 13쪽
3 3화 벌 준비를 하다 +2 22.05.16 139 7 13쪽
2 2화 금제와 맹약 +1 22.05.15 166 10 14쪽
1 1화 회귀하다 +2 22.05.14 25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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