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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물어요.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태어나버림
작품등록일 :
2021.11.03 19:09
최근연재일 :
2021.11.07 18:4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2
추천수 :
5
글자수 :
94,402

작성
21.11.0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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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사람에게 달려 들어요(3).

DUMMY

마부석에 벙찌게 앉아있던 노년의 남성도 그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굳은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저게 대체 뭔가?"


이윽고 꺼낸 말이 저게 전부였다.


샤이먼은 운전석 문을 열어젖히다가, 사리 분별을 하다못해 몸을 내던지고 돌진하는 운전수의 태도에 당황했다.

과하게 약을 했다고 치기에 무언가···, 무언가 취한 모습보다 공격적이었다.


샤이먼은 두 손으로 스틱의 양쪽 끄트머리를 붙잡고, 운전수의 아가리에 들이대 물어뜯는 것 제지하고 있었다.

살짝 힘에 부치면서도 샤이먼은 생각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었다. 역시 이상했다. 무언가 상당히 잘못된다는 걸, 이제서야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두 남성이 실랑이하는 광경을 멍청하게 구경할 수 없었던 포피는 젖은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안타깝게도 사람 한 명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을 밝히는 상가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샤이먼은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인간임은 분명한데, 인간답지 않은 남성의 행동에 샤이먼은 적지 않은 폭력을 휘둘러야만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선빵이 필수이기는 한데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그만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가 아닌가?


아니, 솔직히 말해서 무뢰배한테 총기를 들이댄 것만으로도 폭력성을 보였는데 그 이상 포피한테 안 좋은 모습을 연출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걸 제하더라도 그 이유가 가장 컸기 때문에 샤이먼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었다.

그러니 밀릴 수밖에···.


샤이먼이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 도움의 손길을 마땅히 청할 때가 없단 걸 깨달은 포피가 짐짓 심각해졌다.

대체 저 남성은 샤이먼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 난 건지 모르지만, 일단 신고부터 해야 한다는 것 머릿속에 가득 찼다.


하여 포피는 멈춘 차량에 눈길을 돌리고는, 불현듯 대시보드에 부착된 무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젖은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포피는 나름대로 진중했다.


그녀가 차량으로 다가서려 하자, 마부석에 앉아 있던 노년의 남성이 번뜩 정신을 차렸는지 후다닥 내려왔다. 두 마리의 숫말이 주인을 바라보고는 다시금 크르릉- 콧김을 뿜어댔다.


노년의 남성이 포피를 붙잡고는 중얼거렸다.


"아가씨, 가까이 가면 위험해. 괜한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딴에 걱정돼서 하는 소리겠지만, 포피에게 현재 상황으로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위치 가문의 후원을 받아 무사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수습기관을 거치고 있는데 가문의 장남이 돌연 부상을 당했다···?


상당히 안 좋은 결말로 치달을 수 있었다.


그 가문의 장남이 후원자의 아들이고, 교육 자금을 대주고 있었던 자작 가문의 영애와 데이트를 하다가 사달이 났다는데··· 어느 아버지가 좋아할까?

위치 가문의 주치의로 채용하려 했거늘, 백작 부인을 노린 거냐면 충분히 방방 뛰고 남을 상황이었다. 하물면 나라도 그러겠는데?


해서 어떻게든 수도로 무사 귀환 해야만 했다. 바보처럼 멀뚱히 지켜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포피는 노년의 남성을 단호히 쳐내며 말했다.


"괜찮아요.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서요."


그러면서 기어코 차량으로 다가가는 그녀의 인기척에, 운전수를 막고 있던 샤이먼이 포피가 나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

하늘에 빗줄기가 우수수 쏟아지는 터라 의상실에서 환복했던 보라색 드레스는 진작 젖었다.

샤이먼이 미간을 찌푸렸다.


"만두, 언제 나왔어?"


작은 체구에 얇은 쉬폰 드레스가 한가득 물기를 머금은 터라, 남들보다 퍽 안쓰럽게 보였다. 너무 여릿하게 보였으니까.


그러나 샤이먼의 심정은 별로 고려치 않은 포피는 그의 질문에 응수하기보다는, 차창 너머로 대시보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샤이먼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들어가. 이틀 후에 출근이잖아. 이봐, 할아범!"


결국 뒤에 멀뚱히 서 있는 할아범을 부르는 샤이먼이, 미친 운전수를 상대하고 있었기에 손발이 자유롭지 못했다.

해서 대신 들여보내려고 할 찰나, 포피가 두 입술을 뗐다.


"무전기가 있어. 일단 신고부터 넣을게."


포피가 차창 너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터라 허리를 살짝 숙였었다. 상체를 꼿꼿이 핀 그녀가 샤이먼을 상대하고 있는 미친놈을 등진 채, 너무 과감하게 운전석 안으로 들어갔다.


고작해야 다섯 걸음 남짓한 거리에서 미친놈을 피해 차량 내부로 들어가는 게 용감하다 해야 할지··· 무모하다 해야 할지 샤이먼은 헷갈릴 지경이었다.

다만 그녀의 홀딱 젖은 모습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런 개 같은···. 너 때문에 레스토랑 예약 시간도 놓치게 생겼잖아."


한 차례 곤두박질친 기분에 스틱을 물어뜯는 미친놈을 코앞에서 감상해야 하니, 더 이상 소극적인 태도로 대해줄 수만은 없었다.

스틱을 물어뜯는 와중에서 잇새 사이로 질질 흐르는 것이 침인지, 빗물인지 분간이 안 되는 지라 찜찜함은 배였다.

결국 기분이 두 번 잡친 샤이먼은 무릎치기로 미친놈의 복부를 가격한 뒤, 물어뜯고 있는 스틱을 우측으로 휘둘렀다.


동그란 포물선과 함께 나가떨어진 미친놈이 차디찬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노년의 남성이 손뼉을 쳤다.


"진작 그렇게 좀 하지. 젊은 청년, 당하는 줄 알았잖혀."


입이 뚫리면 아무 말이라도 내뱉는다고···, 샤이먼은 거기에 서서 대체 뭐하냐고 따지고픈 마음이 불끈 솟았지만 참았다. 중년의 나이 정도만 된다면 손님을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쏘아붙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마차를 끈 이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할아범이었다. 무릎을 쭉쭉 펴고 달릴 수 있겠으나, 장시간 달리기 어려워 보이는 할아범···.


'우후, 말을 말자. 나 도와주다가 하늘나라로 가면 그게 더 재수 없으니까.'


샤이먼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곧잘 운전석에 앉아있는 포피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주파수 번호를 맞추기 위해 버튼을 누르지만, 안타깝게도 엔진이 꺼져버린 차량에 무전기가 잡힐 일이 없었다.

한 마디로 서에 신고 접수하여 출동을 요청할 수 없다는 소리와 같았다.


'이런.'


포피가 미련하게 손끝으로 몇 번이나 번호를 누르다가 멈추었다. 안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시도하는 것만큼 우매한 짓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존재했다.


"안돼."


포피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차량 내부에서 나왔다.

이미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젖은 판국에 마차 내부로 빨리 들어가라고 다그치기에, 머쓱한 꼬락서니가 분명했다.

샤이먼은 그녀의 몰골에 심란한 내색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만두, 대체 왜―."


그 순간 서프라이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반 남성이라도 묵직한 복부 타격과 함께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수준의 통증이라면 몸부림치고 남았을 터인데···. 이 괴물 같은 인간은 어림도 없는지 바닥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초점이 맞지도 않은 흰 동공으로 포피와 샤이먼을 노려보더니, 또다시 매섭게 달려들었다.

포피는 짐짓 놀라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한 손에 들고 있는 스틱을 미친놈의 목울대에 풀 스윙으로 내려찍은 샤이먼이 중얼거렸다.


"제발 작작 좀 해라."


싱겁게 나가떨어진 미친놈이 다시 한 번 바닥에 쓰러졌고, 샤이먼은 이로써 정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포피가 보는 눈앞에서 결국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놈이 이렇게 달려드는데.


샤이먼이 고개를 돌려 포피를 바라보자, 그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짐짓 두려운 기색이 만연한 듯한 그녀의 두 눈동자에 움찔했다.


역시 심했나···? 아, X발. 이래서 술 처먹고, 약 처먹은 인간이랑 부딪치고 싶지 않은 건데.

포피의 두 눈에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어렴풋이 내비치는 것 같아 샤이먼은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 찰나였다.


돌연 멀뚱히 지켜보고 있는 할아범과 포피가 동시에 외쳤다.


"뒤에―!"


그 고함 소리에 샤이먼은 잽싸게 자신의 뒤를 바라봤고, 바닥에 나가떨어졌던 미친놈이 어느새 일어나 샤이먼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피한 그가 스틱을 양손에 쥔 채 백핸드로 미친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우둑-소리와 함께 미친놈은 세 번째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 정도면 일어서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근데도 일어선다.


그 기괴한 광경에 샤이먼은 물론이거니와 포피와 할아범도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미친놈은 바닥에서 비척비척 일어서더니 자신의 뒤통수에 실금을 남긴 샤이먼을 향해 지치지도 않고 돌진한다.


형체는 인간, 하지만 보이는 행동은 비정상일 정도로 괴이하게 짝이 없으니 '인간'이라 하기도 어려웠다.

그 완벽한 사실에 당도하자마자 샤이먼은 허리춤에 착용한 신형 리볼버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방아쇠를 당긴 그는 미친놈의 왼발에 조종했다.

타탕―!


주륵주륵 쏟아지는 빗줄기에 파묻히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총성이 울리고···.

미친놈의 왼발에 실탄이 박힌 동시에 구멍이 뚫렸다. 빗물에 휩쓸리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양의 혈흔이 줄줄줄- 새어 나오지만 중심을 못 잡아 비틀거릴 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걷고 있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인간이 아니다.


엄청난 총성 소리에 마차를 달려있던 숫말 두 마리가 날뛰기 시작했다. 마차를 운영하는 주인, 할아범은 어떻게든 두 마리의 숫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급히 고삐를 쥐었다.


샤이먼은 이제 왼발이 날아가 천천히 다가서는 괴물 놈을 향해 가차 없이 스틱을 휘둘러 가슴과 복부를 타격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틀거리며 온전히 받아들일 뿐,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내장 기관에 손상을 입었음은 분명한데 어째서 행동을 멈추지 않는가?

샤이먼은 나름대로 상당히 심각한 고찰을 하고 있었다.


포피도 으레 마찬가지인 터라 안절부절못했다.

무언가 잘못된다는 사실쯤이야 인지했고, 저 괴물 같은 놈은 대체 정체가 뭔지 알아내기 위한 추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백날 생각해봤자 현재로서 해답을 찾을 수 없을 터이니, 포피는 주변을 둘러보며 손에 쥘 수 있는 사물이나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개를 두세 번 흔들며 주위를 살펴봤을 때쯤,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로 시선이 떨어졌다.

실탄에 맞고도 비척비척 걷고 있는 괴물 놈에게 많은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걸, 포피도 예상한 바였다.


허나 불난 집을 구경하는 것 마냥, 멀뚱멀뚱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

포피는 재빠르게 한쪽 하이힐을 벗고는, 샤이먼이 상대하고 있는 괴물 놈의 뒤통수를 묵직하게 내리꽂았다.


날카로운 구두 굽에, 괴물 놈의 뒤통수가 움푹 패이는 동시에 뽀각!- 소리까지 들렸다.

이윽고 뒤통수가 작살이 난 괴물 놈은 바닥에서 무너져 내렸고, 샤이먼과 포피는 동시에 행동을 멈추고는 쓰러진 괴물 새끼를 지켜보았다.

엄청나게 짧다면 짧을 수 있는 20초 끝에, 괴물 놈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단 걸 확인한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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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그딴 생명체(2). 21.11.04 6 0 12쪽
11 5, 그딴 생명체(1). 21.11.04 6 0 12쪽
» 4, 사람에게 달려 들어요(3). 21.11.04 8 0 11쪽
9 4, 사람에게 달려 들어요(2). 21.11.04 6 0 11쪽
8 4, 사람에게 달려 들어요(1). 21.11.04 9 0 12쪽
7 3, 전파(3). 21.11.03 8 0 12쪽
6 3, 전파(2). 21.11.03 8 0 11쪽
5 3, 전파(1). 21.11.03 8 1 12쪽
4 2, 시초(2). 21.11.03 7 1 12쪽
3 2, 시초(1). 21.11.03 8 1 11쪽
2 1, 물의 도시(2). 21.11.03 9 1 12쪽
1 1, 물의 도시(1). +1 21.11.03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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