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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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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176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5.29 08:20
조회
39
추천
2
글자
12쪽

52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그렇다면 너도 아사르군더니움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


그래서 약간의 희망을 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해보는데,


“있겠냐?”


위즈가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자신이 묶여있다는 건 생각도 안 하는 걸까.


“말했잖아. 리나 보기가 부끄러워서라도 안 들어갈 거라고.”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은 없어? 너도 고통받았다며. 제대로 대가 치르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 복수해야지.”

“복수? 그래. 복수해야지.”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하고 있어.”


가문에 있던 이들은 모두 대가를 치렀다.

남은 건 원로들과 손잡고 위즈를 몰아붙이도록 도왔던 아사르군더니움 뿐.


“포기해. 나한테 입단 권유하던 너희 군단장도 못 죽, 아니 못 박살 내서 아직도 화나니까.”

“지금 전군에 명령이 내려왔어.”


- 변수는 죽이고 요정은 잡아라.


“차라리 저 요정을 바치고 우리 군에 들어오는 게 더 나을 텐데?”

“그러면 하나만 묻지.”

“뭔데? 말해 봐.”

“넌 와이바누스에서 이름 있는 마법사였어. 아까 싸울 때도 보니까 내가 지금까지 만난 마법사들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고.”


이 숲에서 만난 이들 중 처음으로 위즈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했다.

개개의 능력이 뛰어난 탓도 있지만,

테르막시아의 지휘 능력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통솔력도 적이지만 인정해. 그런데 왜 조장이지?”

“무슨 소리야?”

“보통 실력 있는 이들을 데려가면 좀 괜찮은 계급이나 직책을 주잖아. 넌 왜 겨우 조장이지? 더 큰 조직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텐데?”

“그······.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대답은 해야겠지만, 너무 더러운 이야기라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내가 대신 대답하지. 너, 들어오자마자 권력다툼에 휘말렸지?”


능력 있는 이를 기용하려는 이들과 능력 있는 이를 배제하려는 이들.

가문에 있을 때부터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런 게 아니······.”

“아니긴. 문서 다 봤어.”

“어?”

“내가 습격한 간부가 갖고 있더라. 위험인물들은 특수조에 집어넣어 나를 상대하도록 하라고.”


- 상기에 명시된 인원은 이후 아사르군더니움 상위계급을 위협할 위험이 있음.

- 특수조 설립 시 특수조에 배치.

- 공을 세운 이는 무리시켜 스스로 자멸토록 유도.


“너희는 그냥, 눈꼴 시리다는 이유로 나한테 죽도록 등 떠밀린 거야.”


예상은 했다.

특수조를 만드는 것도

특수조에 배치할 인원을 숲에 있던 병력으로 채우는 거야 당연하다 싶지만

모인 병사들의 공통점이 너무 뚜렷했다.


공은 세웠으나 권력다툼에 밀려 좌천된 이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야. 아사르군더니움도 만들어진 지 꽤 됐지, 아마?”


다른 병사들이 뒤에서 수군대고

리나를 붙잡던 병사도 충격받았는지 힘이 살짝 빠진다.


“복수하라고 해서 너희가 복수 대상이라 했더니 아무 말 못 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고통받지 않았냐고 설득하더니 정작 가장 부조리한 건 너희였고.”


그 여유로운 얼굴에 오히려 테르막시아가 묶인 것 같다.


“차라리 와이바누스에 있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데.”


적어도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지는 않았을 거다.


“전 세계와 싸워도 상관없어. 너와 달리, 난 동료가 있거든.”

“동료 의식은 있나 보네? 너희 간부들은 안 그런 모양이지만.”

“그건 돌아가서 우리가 해결할 문제야.”


말로 해결하든, 힘으로 해결하든, 끝은 봐야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아무 의미 없을 텐데.”

“왜? 권력을 가진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거야?”

“내가 말 안 해도 직접 깎아내리네.”


위즈가 비웃는다.


“그런 얘기가 아니야. 너희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제가 뭐지?”

“전제가 뭐냐니?”

“첫째. 나한테서 성공적으로 도망친다. 리나와 함께. 그래야 공을 세워 더 큰 목소리로 항의할 수 있겠지.”

“그거야 우리가······.”

“둘째. 너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아무래도 이기지 않는 이상 돌아갈 방법은 없을 테니까. 이겨야 내부를 고치든 말든 할 테고.”


위즈 말대로 아사르군더니움 본부는 피를 흘리면서까지 이들을 도울 생각이 없다.

전쟁에서 이기면 돌아갈 수 있도록 협상하거나

군을 재정비해 북쪽 산맥까지 호라 황군의 포위를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둘 다 불가능하네.”

“왜?”

“첫 번째. 너희는 날 이길 수 없어. 아니, 내게서 살아남을 수 없어.”

“허세 한번 거창하네. 지금 그렇게 묶였으면서.”


정작 그렇게 말한 테르막시아도 위즈의 말을 허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너희는 엘렌 성을 함락시킬 수 없어. 만약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엘렌을 함락시킨다고 해도, 주위를 포위한 호라 황군은 절대 이길 수 없지.”

“왜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았다면 너희 계획은 진작 성공했을 거 아니야.”


사전에 엘렌 각 지역의 성에 사람을 보내고, 정해진 날에 성의 지휘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엘렌 성의 협력자였던 테 살베니움의 원로들은 위즈가 처리해버렸다.

그러니 차선책으로 저들은 군대를 보내 빠르게 엘렌 성만 직접 함락시키려 했다.


“보통 군단 하나면 웬만한 성은 함락시키고 남을 거야. 하지만 너희는?”

“너만 없었어도 금방 끝났을 거야. 너 하나 때문에 군단이 둘로 나뉘었······.”

“나 하나도 제대로 대처 못 했으면서,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야?”


하물며 군단장이라도 제대로 된 놈이었으면, 라는 말에 병사 몇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는 엘렌을 포위하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했겠지만,”


- 블라스투스 테 살베니움. 위자드리아누스 테 살베니움.

- 그 형제 때문에 내 목이 날아가게 둘 수는 없어.


“너희는 그저 모루와 망치 사이에 놓인, 가련한 쇳덩이일 뿐이야.”


‘허세다.’


의기양양한 위즈를 보며 테르막시아가 속으로 외친다.


‘다른 말들은 몰라도, 이건 허세야.’


시간이 지나면서 좁은 곳에 갇힌 엘렌 성 병력은 그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

위즈도 지금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리나를 인질로 잡히고 자신도 묶여 공격도 못 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저렇게 싸우며 저렇게 말하는 건,


‘자신에게 각인이라도 거는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급한 상황에 눈동자가 조금도 떨리지 않을 리가.

어쩌면 그저 미친놈일 수도 있고.


“아무리 열심히 그렇게 생각해도, 결국 우리에게 모두 몰살당할 거야.”


주먹을 움켜쥐며 외친다.


“우리는 위대하신 분께서 이끄시는 군대다. 너희 따위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어떻게 이기려고? 병사 하나하나가 성벽에 박치기라도 하게?”

“아니, 너를 죽이고 요정을 제물로 바친다.”


위즈가 기분 나쁘게 웃는다.


“저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고? 리나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너희 마음에 들지 않는 출신이라고 해서 그게 죄가 되나?”


그 말에 테르막시아가 손을 내젓는다.


“우리도 그렇게 막장은 아니야. 그저 승리를 위한 제물일 뿐이지.”

“그게 역겹다는 거야.”


갑자기 위즈의 눈에서 빛이 다시 나기 시작한다.


“이유야 어쨌든 승리를 위해서 죄 없는 아이를 제물로 사용하는데, 그 승리에 가치는 없어.”

“위대한 군대에 그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해.”

“위대? 위대한 군대?”


갑자기 위즈의 눈이 빛나더니 사슬도 잇따라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치챈 병사가

테르막시아를 방패벽 뒤로 끌고 가며 외친다.


“모두 물러나!”


마 엘구룬으로 만든 사슬이 그대로 깨지며 사방팔방으로 튀고

몇몇 병사는 파편에 맞아 상처 입는다.

위즈가 테르막시아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자

주위 병사들이 물러나라고 소리만 칠 뿐, 어떻게 대처하지 못한다.


“너희가 위대한 군대라고?”


서슬 퍼런 위즈의 모습에도 테르막시아는 침 한 번 삼키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그래. 우리는 핍박받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 싸우는 정의의 군대다.”

“핍박받는 이들을 대신해 싸운다는 게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야. 핍박받는 이들의 세상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위에 있던 이들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것.”

“아아, 그래서, 핍박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바꾸겠다는 거네?”


테르막시아는 물러나지 않는다.


“일부러 비꼬지 마.”

“비꼬다니, 사실이잖아.”


테르막시아 바로 앞에서 멈춘다.


“핍박받는 사람을 새로 만들려는 것뿐이잖아.”


프레그를 내려봤듯이, 같은 위치에서 테르막시아를 내려본다.


“그것이 정의라면, 우린 얼마든지 같은 짓을 저지를 거야.”

“정의 같은 소리 하지 마. 과정이 뒤틀렸는데 결과가 바를 리 없어.”


프레그와 만났을 때처럼, 바짝 붙어서 내려다본다.

눈에서 나는 빛이 싸울 때보다 더 밝다.


“경고한다! 물러나!”

“아니,”


병사들이 공격하려고 하자 테르막시아가 손짓으로 물러나라고 하고는

뒤로 한 발짝 크게 빠진다.


“그래, 어떻게 보면 이건 정의가 아닐지도 몰라.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고.”

“순순히 인정하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물어보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위즈가 눈살을 찌푸린다.


“내, 아니 우리 아사르군더니움의 목표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왜 내게서 해답을 묻지? 그 많은 수가 모여도 정답을 찾아낼 머리가 안 되는 건가?”

“현자는 어린아이에게 답을 구한다고 하지.”


슬슬 다른 병사들도 지쳐간다.


“나한테 정의가 아니니, 역겹니 하는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분명 넌 답을 알고 있겠지?”


왜 데려가지 않고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나 싶어 병사 몇이 속으로 툴툴댄다.

차라리 끌고 가지는.


“애초에 당신들과는 지향점부터가 달라 좋은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피해야 할 길은 알겠는데.”

“그래? 뭔데?”

“자신은 희생할 생각도 없으면서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행동.”


물론 데려가려 한다고 해서 변수가 곱게 따라올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기 계속 있어 봤자 변하는 건 없을 터.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라.”


뭐가 맘에 들었는지 살짝 웃는다.


“그래, 뭐. 너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아쉽네.”


그리고 병사들에게 말한다.


“모두, 복귀 준비하도록.”

“복귀 말입니까?”

“그래. 놈들을 잡았으니까 복귀해야지.”


그리고 뒤로 돌아 걷다가 다시 몸을 틀어 위즈에게 말한다.


“너도 같이 가줘야겠어. 성 앞에서 너를 공개 처형하면 성안에 있는 놈들도 아마 항복하겠지?”

“드디어 정신을 놔버렸나?”


곱게 따라가 줄 것 같으냐면서 뒤에 있는 병사들을 먼저 해치우려고 자세를 잡는데

나무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내가 왜 계속 말을 걸려고 했을 것 같아?”

“위치 확인 완료. 다른 조 불러.”

“이쪽이다! 빨리 모여!”


아사르군더니움 군이 나무 사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물론 너 혼자라면 이 많은 병력도 다 죽이고 가겠지만, 과연 요정 앞에서 그럴 수 있을까?”

“설마, 일부러 시간을?”

“맞아. 아까 말했잖아. 너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라고.”


테르막시아는 특정 중대에 소속된 특수조의 조장이다.

당연히 다른 중대에도 특수조는 있고, 테르막시아의 중대만 요정을 봤을 리도 없다.

애초에 순찰대원과의 연락이 끊기는 곳을 찾아서 위즈를 추적했으니.


“변수와 요정 확인.”

“위험인물이 여기 있다! 전투 준비해!”

“무기 챙겨!”


주위가 꽉 차고도 계속 병력이 몰려든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려들자 자연스레 포위망도 좁혀진다.


“자, 어떻게 할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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