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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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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179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5.25 07:20
조회
37
추천
1
글자
12쪽

48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다, 당신들 누구야?+”


리나가 외치는 소리에 병사들이 당황한 채 서로만 보니

유일하게 정신 차리고 있던 테르막시아가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당황하지 마. 변수랑 마주친 것도 아니고.”


리나가 던진 돌을 받고는 딱딱하게 말한다.


“전투 준비.”

“알겠습니다!”

“+뭐, 뭐야? 당신들 누구냐니까?+”


리나의 물음에는 신경 쓰지 않고, 일제히 리나를 둘러싸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요정 목소리를 듣고 놈이 올 수도 있어. 바로 복귀할 준비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곧 보초를 서던 이들도 모인다.

리나는 자신을 무시하는 적들을 보고 살짝 화가 나, 크레센타에서 쓰던 말투로 외친다.


“+소속을 밝히세요! 당신들은 누구예요?+”


그 어투에 테르막시아가 손에 있던 돌을 리나 머리 바로 위쪽으로 던진다.

돌은 나무에 박히고, 잔뜩 웅크린 리나를 보며 테르막시아가 말한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잘 알지 않아?+”


테르막시아가 크레센타 말로 말하자 리나가 깜짝 놀란다.


“+우리말을 할 줄 알아요?+”

“+응. 당신도 우리가 누구인지 알 텐데?+”


리나가 아니길 바라는 표정으로 조심히 답한다.


“+······아사르군더니움?+”

“+정확해.+”


테르막시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웃자 리나의 얼굴이 하얘진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린다.


“+내가 왜 여기에 있죠?+”

“+변수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기에 잡아 왔어.+”

“+변수?+”


리나가 미간을 좁히며 묻자 테르막시아가 제대로 얘기해준다.


“+우리는 너희를 다르게 불러. 일종의 암호명이지. 당신은 ‘요정’, 그리고 당신과 같이 지내던 그 마법사는 ‘변수.’+”

“+요정······.+”


전에 위즈가 요정 어쩌고 했던 게 생각난다.

그럼 위즈는 리나가 요정이라고 불리던 걸 알고 있었다는 걸까.


“+위즈는 왜 변수죠?+”

“+우리 계획에서 가장 큰 변수니까.+”

“+계획?+”

“+그래.+”


테르막시아가 짐에서 장갑을 꺼내며 다른 병사들처럼 전투 준비를 한다.

검은 가죽 장갑의 손등 부분에 쇠로 된 뭔가가 달려있다.


“+엘렌을 점령하고, 호라를 점령하고,+”


계속 무뚝뚝했던 테르막시아의 목소리가 조금씩 격양된다.


“+온 세상을 점령해서 당신과 같이 배가 부른 이들을 처단하고 핍박받던 이들의 세상을 오게 하는 위대하신 분의 원대한 계획.+”


마지막 말에서 신앙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테르막시아가 손가락으로 리나를 가리킨다.


“+당신도 이 계획의 일부야.+”

“+나를 가지고 크레센타와 협상을 하려고?+”

“+그래. 당신 정도면, 아니 당신만큼 크레센타의 협조를 끌어낼 가장 좋은 열쇠는 없으니까.+”


예상대로 역시 리나는 제물이었다.


“+그런데 위즈가 방해했군요. 그래서 변수인 거고.+”


그래도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런 리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한다.


“+안 울어?+”

“+네?+”

“+아까 우리한테서 도망칠 때처럼 울지 않냐고. 팔은 그렇게 떨면서 말이야.+”


리나가 오른손으로 떨리는 왼팔을 움켜쥔다.


“+울 수 없으니까요.+”

“+왜?+”

“+위즈가 근처에 있으면 몰라도, 내가 혼자 있다면 나는 절대 울면 안 되니까. 그럴 책임이 있는 위치이니까요.+”


위치. 책임.

주위에서 계속 강요하던 것들.

적어도 나중에 협상 제물이 될 때,

잡혀서 아이처럼 울었다는 소리는 안 퍼졌으면 한다.


“+역시,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


평소에는 그저 무뚝뚝하던 테르막시아가 평범하게 화를 낸다.


“+자, 어떻게 할래? 기절······.+”

“저, 조장님.”


테르막시아가 고개를 홱 돌리자 신병이 쭈뼛거리면서 묻는다.


“그, 데려가기 전에 하나만 물어봐 주시면 안 됩니까?”

“뭔데? 아니, 뭔데?”

“마법사랑 지낼 때 크레센타 말로 대화했는지 호라 말로 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테르막시아가 그 신병을 노려보고

다른 병사들은 그 신병을 속으로 잔뜩 패고 있을 때

리나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요정 입에서 나온 호라 말에 모두가 놀라며 돌아본다.


“처음에는 위즈가 나에게 맞춰 크레센타 말로 대화했지만, 내가 호라 말을 배워 호라 말로 대화했습니다.”


살짝 어눌해도 유창한 호라 말에 병사 몇이 입을 벌린다.


“호라 말을 할 줄 아네?”

“배웠다고 했잖아요.”

“원래 조금 할 줄 알았어? 호라로 오는 배에서 따로 배웠거나, 아니면 갇혀 사는 동안 공부한 건가?”


고개를 젓는다.


“여기서 처음 배웠어요.”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이렇게까지 말을 한다고?”


테르막시아의 이에서 뭔가 갈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면, 배운 건 호라 말뿐이야?”

“네?”

“마법 같은 건 안 배웠냐고.”

“저기, 조장님.”


가장 나이 많은 병사가 조심히 입을 연다.


“저희 빨리 복귀해야 하지 않습니까?”

“가만히 있어.”


리나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한다.

리나도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본다.


“이왕 잡은 거, 우리가 정보도 캐내면 공을 세울 수 있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다른 병사들도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리나에게 대놓고 증오를 표출하는 테르막시아와 달리

병사들은 리나가 깨어난 순간부터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아까부터 온 사방에서 이상한 기운이라도 풍기는 것 같은데.’


그래서 다시 물어본다.


“그렇지만, 조장님. 아무래도······.”

“조용히 하라니까!”


테르막시아의 호통에 말을 끝맺지 못하고 도망쳐 온 곳을 향해 눈을 살짝 돌린다.

불길한 기운이 그곳에서 오는 건 아니지만, 왠지 이 기운이 놈을 불러올 것 같다.


같이 보초를 서는 병사들에게 눈짓만 했는데도 똑같이 두려웠는지

다들 알아듣고 주위를 더 경계한다.


“그래서, 마법은 배웠다는 거야?”


테르막시아가 목소리를 높이자 리나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숨겨야 할 것 같다.


“그래? 의외인데.”

“왜 의외죠?”

“놈의 성격상 당연히 마법을 가르쳤을 줄 알았거든.”


리나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는다.


“놈이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당신도 도구로 썼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위즈는 날 도구로 쓰지 않아요.”


도구로 쓰려고 했으면 아사르군더니움보다 먼저 리나를 데려가

호라 정부와 협상을 시도했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보호하기보다는 위협하는 방식으로.


‘물론 잘 대해주는 것도 계획일 수 있지만,’


리나를 잘 대해줬다는 거로 자신의 죄를 씻어달라고 황제에게 요구할 수도 있고,

리나는 모르는 실험을 리나에게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래도 위즈가 자신을 도구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리나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테르막시아는 계속 시비를 걸듯 말한다.


“그럼 마법사로 키워서 같이 싸우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려고 한 건가?”

“아니에요. 위즈는 그런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다면, 미끼?”

“그런 게 아니에요.”


꼬박꼬박 부정해도 테르막시아는 제대로 안 듣고 계속 말한다.


“그래. 놈이 당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한 거지?”

“아니라고 전 말했습니다. 위즈는 내 정체를 몰라요.”

“당신이라는 달콤한 과일에 우리가 꼬여 들도록······.”

“아니라니까!”


결국 화가 난 리나가 소리를 지르자 테르막시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손 손등으로 리나의 뺨을 올려친다.


“소리만 지르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 역겨운, 어?”


아플까 봐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데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왼쪽 뺨을 부여잡고 눈을 살짝 뜨는데,


“어?”


검은 기운이 나와 리나의 얼굴 한쪽을 보호한다.

그리고 장갑 손등 부분은 검은 연기가 나더니 바로 부식된다.


“조장님!”

“괜찮으십니까?”


병사들이 리나에게 무기를 겨눈 채 외치고, 테르막시아는 급히 장갑을 벗어 던진다.

리나도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검은 기운을 본다.


‘루미?’


전혀 상관없는데도 어째서인지 루미가 떠오른다.

테르막시아의 손등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살짝 붉게 변했지만,

아직도 연기를 내는 장갑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편이다.


“뭐? 마법을 안 배웠다고?”


얼얼한 손등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말한다.


-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 대체 뭘 말하는 거야? 강을 넘어 공격하다니?


“당신은 너무나 고귀해서 거짓말도 밥 먹듯 하나 봐?”

“아니, 나도 이건 처음······.”


테르막시아가 끝까지 듣지 않고 반대쪽 손으로 목을 조르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은 기운이 나와 남은 장갑도 부식되기 전에 급히 손을 당긴다.


“이게······.”

“잠깐만! 나도 이게 뭔지 몰라요!”


리나가 검은 기운을 치우려고 손을 막 휘젓는데

테르막시아와 달리 손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나 리나가 공격하려는 건가 싶어 테르막시아는 병사들 뒤쪽으로 살짝 물러난다.


‘뭐지? 놈의 마력과는 전혀 다른데?’


요정을 잡으러 갈 때 놈의 마력은 충분히 흡수했고, 어떤 느낌인지도 파악했다.

그런데 지금 요정에게서 나오는 마력은

놈의 기묘하고 어딘가 일그러진 느낌을 주는 마력과 전혀 다르다.


‘놈이 요정에게 방어마법 같은 걸 심어뒀는데 요정의 마력과 섞여 변질한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비슷한 점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저 검은 기운이 풍기는 느낌은 ‘자연’을, ‘세상’을 연상시킨다.


‘요정도 정말 모르는 것 같은데.’


머리가 살짝 식자 그제야 리나 얼굴이 보인다.


“조장님. 아무래도 공격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나이 많은 병사가 조용히 말한다.


“응. 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그 얘기가 아닙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말한다.


“요정을 공격하려 할 때마다 불길한 게 더 가까워집니다.”

“내가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했잖아.”


테르막시아가 이를 악물고 노려보지만, 병사는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끝까지 한다.


“숨기고 말고 할 게 아닙니다. 지금 다른 병사들도 두려워하고 있잖습니까.”


그 말에 다른 병사들을 보자 정말로 얼굴에 두려움이 서려 있다.


“제 말을 들으십시오, 조장님.”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한다.


“여기서 더 하면, 분노가 우릴 덮칠 겁니다.”

“분노? 놈이 온다는 거야?”


고개를 젓는다.


“더,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입니다. 우리가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 말입니다.”

“그 고차원적인 게 대체 뭔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저도 한낱 인간이잖습니까.”

“그럼 뭐, 동화에 나오는 헤즈라 같은 존재들이란 말이야?”


나이 많은 병사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지금은 요정을 데리고 빨리 복귀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테르막시아가 가늘게 뜬 눈으로 병사를 보다가 내뱉듯 말한다.


“이래서 학자들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

“조장님도 학자 출신인 거 잊지 마십시오.”


주먹을 움켜쥔다.


‘이제야 만났는데.’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주위에 조금 더 집중하니 병사가 말한 대로 불길한 기운이 숲 여기저기에서 뻗어온다.


‘놈의 마법이 아니야. 이건,’


문득 호라에 대한 소문 하나가 떠올랐다.


- 시간이 보호하는 호라 제국에 함부로 창칼을 들이밀지 마라.

- 시간이 아끼는 이들을 함부로 위협하지 마라.

- 시간의 분노가 평생 그 뒤를 쫓을 것이니.


‘시간의 분노.’


말도 안 되는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포가 주위에 짙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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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 21.05.24 41 1 12쪽
47 46화 21.05.23 39 1 11쪽
46 45화 21.05.23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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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21.05.15 4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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