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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쪼니매냐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대통령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쫀쪼니매냐
그림/삽화
나대령
작품등록일 :
2024.03.13 19:00
최근연재일 :
2024.04.10 19:3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489
추천수 :
26
글자수 :
73,945

작성
24.04.10 19:30
조회
11
추천
0
글자
7쪽

23. 윤지나 (3)

DUMMY

“대··· 대통령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현 상황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빨랐기에.


"네, 다시 뵙네요."


민우영은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불 꺼진 의원 사무실에 서있는 세 사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저··· 저는 왜 부르신 거죠?"


민우영은 대답대신 의자 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쭈뼛거리며 의자에 앉은 윤지나.


맞은편엔 민우영이 앉았다.


시민 토론회에서 만나긴 했어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이 신기했던 윤지나는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색한 기류를 걷어낸 건 민우영이었다.


"토론회 때 하셨던 말씀, 사실입니까?"


"어··· 어떤 거요?"


"녹음 파일이요."


윤지나는 역린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네···."


"그 녹음파일,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 * *


송치성의 녹음본을 모두 듣고 난 뒤,

사무실은 고요했다.


이번에도 침묵을 깬 건 민우영.


"누가 들어도 송치성 목소리, 확실하네요."


"네··· 제가 그 날 교수실에서 녹음한 거예요."


"그 녹음파일, 세상에 공개해도 되겠습니까?"


윤지나는 당황스러웠다.


녹음 파일을 공개한다면,

민우영에게도 큰 피해가 올 수 있는 상황.


그녀는 따지듯 물었다.


"왜요? 이걸 공개하면 대통령도 무사하지 못해요."


"압니다."


민우영은 이미 모든 걸 체념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꼭두각시 대통령은···."


그의 한숨은 달빛에 비친 테이블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러고는 최우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모두 털어냈다.


윤지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도 그럴 것이, 계획된 대통령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기 때문.


"왜 송치성 교수님은 직접 대통령이 되지 않은 거죠?"


"저도 그게 궁금해서 물은 적이 있었어요."


민우영은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간 듯,

멍한 눈으로 송치성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나는 오래된 버릇들이 너무 많다. 이미 검게 칠해진 스케치북···. 이 상태에서 대권에 도전해봤자 인기도, 카리스마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럴 바엔 새하얀 스케치북에 다시 그려내는 것이 낫지."


냉철하고도 정확한 판단.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택받지 못하고,

아무리 못난 사람도 대통령감이라는 이유로 선택을 받는다.


그것을 가르는 건 인기와 카리스마.


언제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던 송치성에겐 없던 것.


대중에게 공감하고,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정치.


그것을 태어난 직후부터 민우영에게 교육시켰다.


목소리, 키, 몸무게, 버릇, 습관, 근육량과 눈빛 등

송치성의 철저한 관리로 완성시켰다.


"눈매나 키, 체형은 어쩔 수 없어서 수술을 받았어요."


담담하게 고백하는 민우영과 달리,

윤지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본인 의사도 없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 민우영.

다시 한 번 윤지나에게 말했다.


"그 녹음 파일, 공개합시다."


그녀는 의아한 듯 대답했다.


"그런데 이 녹음 파일이 왜 필요하죠? 그만두고 싶으시면 직접 세상에 공개하면 되지 않나요?"


"그러면 그저 자백이 될 뿐이죠."


윤지나의 머릿속을 스쳐간 문장.


"자백만으로는 범죄를 입증할 수 없다···."


민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게다가 역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저를 교육했던 장소의 물건들도 모두 불태운 터라, 딱히 증거랄 게 없거든요."


"그래도 분명 대통령께서는 증거를 만들 기회가 있으셨을 거예요."


"송치성이 얼마나 철두철미한 사람입니까."


민우영과 윤지나 모두 송치성의 제자다.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 윤지나도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민우영은 사무실 내부를 쭉 둘러보며 말했다.


"제 전화, 대통령실 내부를 송치성이 매일같이 감시합니다. 녹음기 같은 건 절대 설치할 수 없죠. 설치한다 해도 금방 들킬 테고요."


그러고는 녹음 파일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윤지나는 민우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그만두는 거요."


"제가 뭘 할 수 있는 게···."


이미 전의를 상실한 민우영.

그런 그에게 윤지나는 쏘아대듯 밀어붙였다.


"국민들이 뽑아준 대통령이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나요?"


"국민들이 뽑아준 건 송치성 교수의 공약 때문에···."


"어쨌든 지금 대통령은 민우영 대통령이잖아요. 송치성이 아니라!"


윤지나는 감정이 격해져 언성을 높였다.


최우수도 그녀의 무례한 태도에 별 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 그만두면, 말 그대로 꼭두각시 대통령이예요. 하지만 아직 임기가 남아있어요. 진짜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는 임기."


민우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무기력했던 자신과는 정반대의 모습인 윤지나.


40년간 자신을 조여 왔던 목줄이 윤지나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민우영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고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결과가 어떻든 제 임기가 끝나는 날, 저는 그 녹음파일과 함께 자수하겠습니다."


"남은 기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녹음 파일은 필요 없을 수도 있어요!"


"아닙니다. 설령 제 역할을 다한다 해도 제가 꼭두각시였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그 파일은 꼭, 지우지 말아주세요."


윤지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의자를 밀어내고 일어선 민우영.


천천히 출구를 향해 걸으며 최우수에게 말했다.


"내일 정안당 의원님들, 모두 만날 겁니다. 준비해주세요."


"예, 각하."


사무실에 덩그러니 놓인 윤지나는 민우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 윤지나씨는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네···."


쿵.


문이 닫혔다.


달빛 비추는 테이블 위 명패.


[정안당 국회의원 정동찬]


* * *


다음날, 정안당 의원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수군거렸다.


"갑자기 우리를 왜 보자고···."


"그러게, 언제 우릴 신경 쓰셨다고."


"자자, 다들 조용히 합시다. 들리겠어요."


그 앞을 지나던 송치성이 정안당 의원들을 발견했다.


자신을 따르던 비서관 중 한명에게 물었다.


"저게 다 뭡니까."


"아, 각하께서 정안당 의원들을 소집하셨습니다."


"정안당?"


대통령실 문이 열리고, 하나 둘씩 안으로 들어갔다.


민우영은 두 팔을 벌리고 환영했다.


"의원님들. 바쁘신데 모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각하···."


예상치 못한 환대에 다들 어색한 표정만 지어보였다.


민우영은 뻘쭘하게 서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한명 한명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선 앉으시죠. 부탁드릴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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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윤지나 (2) 24.04.07 15 0 7쪽
21 21. 윤지나 (1) 24.04.06 19 0 7쪽
20 20. 그 후 24.04.05 27 0 7쪽
19 19. 사기 (10) +1 24.04.04 30 0 9쪽
18 18. 사기 (9) +1 24.04.03 31 1 7쪽
17 17. 사기 (8) +1 24.03.31 37 0 7쪽
16 16. 사기 (7) 24.03.30 35 0 7쪽
15 15. 사기 (6) +1 24.03.29 43 0 7쪽
14 14. 민우영 (4) +3 24.03.28 38 0 7쪽
13 13. 민우영 (3) 24.03.27 39 0 7쪽
12 12. 민우영 (2) 24.03.24 46 0 8쪽
11 11. 민우영 (1) 24.03.23 64 0 8쪽
10 10. 사기 (5) 24.03.22 67 1 7쪽
9 9. 사기 (4) 24.03.21 71 1 7쪽
8 8. 사기 (3) 24.03.20 79 1 7쪽
7 7. 사기 (2) 24.03.19 90 2 7쪽
6 6. 사기 (1) 24.03.18 104 2 8쪽
5 5. 음주운전 (3) 24.03.17 103 3 7쪽
4 4. 음주운전 (2) 24.03.16 10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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