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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쪼니매냐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대통령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쫀쪼니매냐
그림/삽화
나대령
작품등록일 :
2024.03.13 19:00
최근연재일 :
2024.04.10 19:3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448
추천수 :
26
글자수 :
73,945

작성
24.03.13 19:04
조회
186
추천
4
글자
7쪽

1. 대한민국 2.0

DUMMY

“피고 최동식은 피해자 임현지 외 2명에게 투자를 명목으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혔으며, 이는 전형적인 사기 범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피고 최동식의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이라는 점이 참작되어···.”


법정의 차가운 공기 사이로 판결문이 울려 퍼졌다. 범죄자에게 한없이 자비로운 나라 대한민국. 하지만 그 말도 10년 전의 넋두리일 뿐이었다.


“주문. 피고인 최동식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사기 피의자가 울분을 토하며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진짜, 진짜로···. 너무 감사합니다! 나 살았어···.”


재판이 끝난 후 사기 피의자 최동식을 기소한 검사에게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초범임에도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은 역시, 그 법안 때문인가요?”


“최 씨가 발생시킨 사기 피해액이 8억 원인데요, 무기징역 판결을 인정하시나요?”


난처한 표정으로 검사는 입을 열었다.


“판결을 존중합니다. 8억 원이라는 돈은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특히나 서민들에게는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뚫고 검사는 말을 이어갔다.


“누군가는 사기 피해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가정이 파탄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범죄 피의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항소를 준비하시는 건가요?”


검사는 질문한 기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대한민국 2.0에 걸맞은 판결을 기대하며 항소를 준비하겠습니다. 금액의 크기가 아닌,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뒤,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힐 때쯤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피해액 8억. 사기 피의자 최씨 사형 확정.>


2034년, 대한민국에선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1. 대한민국 2.0


시간을 거슬러 민우영 대통령이 후보자 신분이었던 대한민국.


경제 위기, 국민 간의 갈등, 높아지는 범죄율.

불합리한 상황의 연속은 오랫동안 짓눌려있던 대한민국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범죄자가 떳떳하고, 잘 사는 세상. 차이를 두고 차별을 만드는 정치인들. 더 이상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민 후보는 사전 예측에서 큰 차이로 밀리고 있었다. 선거 전 마지막 유세였기에 막판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유세를 보러 온 시민들 역시 시큰둥한 반응으로 지켜보았다.


“저의 정치 인생을 걸고 승부수를 던지겠습니다. 제가 내세웠던 모든 선거 공약을 이 자리에서 전면 백지화하겠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기자들의 카메라는 터질 듯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큰 기대 없이 듣고 있던 시민들 역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 하나의 공약을 이 자리에서 발표하겠습니다.”


후보자의 발언에 어안이 벙벙해진 선거 캠프 참모진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대한민국 2.0. 제가 당선되는 그날부터 시작됩니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게 뭔데!”


“경제, 안보, 외교, 교육, 문화 등등. 다 잘해보겠다며 양손 가득 공약을 들고서 당선된 대통령들. 그중 하나도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민 후보의 마이크 소리가 퍼져나갈수록 카메라 셔터 소리도 잦아들었다.


“저는 단 하나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는 손에 들려있던 플라스틱 생수통을 비틀며 말했다.


“이 나라의 범죄자들을 모두, 씨가 마를 때까지 쥐어짜겠습니다.”


민 후보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군중들을 향해 검은 옷의 남자들이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손에 웬 종이를 쥐여 주었다.


“읽어보세요. 새로운 공약 포스터입니다.”


혼란스러워진 와중 선거 캠프 참모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민 후보를 향해 달려갔다.


“이··· 이 사람들은 다 뭐예요? 공약을 바꾼다는 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아니, 후보님 저희랑 상의도 없이 무슨 짓입니까! 이런 건 계획에 없었잖아요!”


혼란스러워진 유세 현장 속 민 후보는 그들의 표정을 찬찬히 살핀 뒤 말했다.


“기존에 배포된 공약 포스터 싹 다 수거하고 이걸로 갑니다. 이게 내 계획이에요. 박 교수랑 얘기가 안됐나 보네?”


넋 나간 표정의 참모진을 뒤로한 채 민 후보는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참모 중 한 사람이 새로 배포된 공약 포스터를 주워 들고 말했다.


“아니···. 이게 뭐야···?”


참모진과 동시에 공약을 다 읽은 시민들이 하나 둘 소리쳤다.


“이야···. 이 양반 일내겠는데?”


“이 쒸···. 진짜, 이게 가능해?”


“이게 되기만 하면 난··· 난 진짜 저 사람 찍는다.”


선거 캠프 참모들이 정신을 차린 뒤 주위를 둘러보자 전에 없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민우영! 민우영! 민우영!”


아직도 상황 파악하느라 정신없는 참모들과 달리 그들의 노트북에서는 민 후보자와 관련된 기사들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 기호 3번 민우영 공약]


대한민국 2.0 법 개정안


- 인간 기대 수명의 증가에 따라 범죄의 형량도 새롭게 개편한다.


- 음주 관련 사고는 심신 미약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중처벌한다.


- 사기 관련 범죄는 금전 피해를 넘어, 생의 의지를 상실케하므로 살인 미수부터 최대 살인죄로 취급한다.


- 경찰과 군인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 3회 경고 후 실탄 사격을 허용한다.


- 살인자의 경우, 자신의 재산과 직계가족의 재산을 국가에 반납한다.


-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한다.


- 성 관련 범죄자의 물리적 거세를 허용한다.


- 수감자의 의식주에 세금을 소비하지 않는다.


[위 공약 외에 당선 후 추가적인 법 개정이 있을 수 있음.]


* * *


인터넷과 각종 방송에서는 새로 발표된 공약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자극적인 공약에 언론들도 앞다퉈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대통령 후보 민우영 파격 공약 발표.>


<민우영 후보자 공약. 제2의 범죄와의 전쟁되나...>


<이 시각 사전 예측. 예상 깬 민 후보의 독주.>


민우영 후보의 새 공약 발표 후 판세는 단숨에 뒤바뀌었다.


"뉴스 속보입니다. 민우영 대통령 후보의 파격 공약 발표 후 선거 판세가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민우영 후보의 당선이 결정될 경우,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후 최초의 기호 3번 대통령이 되는 건데요. 과연 이변이..."


투표 당일 저녁, 개표 방송에서는 민우영 후보에게 일찌감치 당선 확정 마크를 새겼다.


결과는 최종 득표율 71%


그동안 국민들에게 쌓여있던 울분이, 범죄에 대한 혐오가, 국가에 대한 불신이

민우영 후보의 득표율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자극적이고, 급진적인 공약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국민 여론이라는 파도에 삼켜졌다.


그렇게 2034년 대한민국에는

마흔 살의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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