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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쪼니매냐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대통령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쫀쪼니매냐
그림/삽화
나대령
작품등록일 :
2024.03.13 19:00
최근연재일 :
2024.04.10 19:3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447
추천수 :
26
글자수 :
73,945

작성
24.04.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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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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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9. 사기 (10)

DUMMY

당화평은 긴장된 모습으로 건물에 들어섰다.


주석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즐겨 쓰던 선글라스나 튀는 옷 대신

최대한 점잖고 우아한 검정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래라면 블랙쉽 조직원들이 호텔 구석구석 배치되어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금방 의심이 들었지만 어째서인지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욕망이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아도, 눈앞을 깜깜하게 만드는 욕망.


이 호텔에서 자신의 인생 2막이 열릴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텅 빈 호텔 로비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앉아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한 눈에 보아도 중국 주석의 풍채.


커다란 덩치는 주석의 위엄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녀의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그에 맞춰 비서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그녀가 주석으로 보이는 남자 앞에 다다랐을 때쯤

앉아있던 남자가 뒤돌아보았다.


"뭐야, 이 사람··· 누구야?”


남자의 얼굴을 본 당화평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백번 양보한다해도 주석으로 볼 수 없었다.


아무리 TV 마사지가 대단하다고 한들,

눈, 코, 입 어디 하나 맞는 구석이 없었다.


"당화평씨? 저는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파견된 ···입니다.”


"누구라구요?”


"···이요.”


정신이 혼미해지는 당화평.


주석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니.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연신 말하는데도

그녀에겐 마치 이물질 잔뜩 낀 음성으로 들려왔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그녀의 비서만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당화평의 손목을 낚아채고 곧바로 뒤돌아 뛰는 비서.


하지만 비서의 앞을 막아서는 무리들.


중국 공안이었다.


그 중 한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지역 내에 배치된 당신의 조직원들은 모두 체포되었습니다.”


무리로부터 당화평을 지켜내려는 조직원들은 고작 넷.


그들은 당화평을 중심으로 뭉쳐 사방을 경계했다.


그러고는 일제히 품속의 권총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들과 대치중인 남자들은 공격태세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비서 너머에 있는 당화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2층 로비에 넷, 당신이 방금 주석으로 착각한 남자, 그리고 맞은 편 건물 옥상에 다섯. 모두 무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의 말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총을 꺼내들고 있는 남자들.


게다가 맞은편 옥상에 배치되어있는 요원은 저격총으로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당화평은 체념했다.


"장 비서, 됐어. 다들 총 내려.”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여전히 경계중인 조직원들.


당화평은 자신을 둘러싼 조직원들의 틈을 비집고 나왔다.


"난 끌려가는 건 싫어. 그냥 내 발로 갈 테니까 안내해.”


그제야 조직원들도 장전된 총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제 발로 호텔을 빠져나와 검은 승합차에 올라탔다.


그녀와 대치하고 있던 남자들도 함께.


승합차는 미끄러지듯 호텔을 빠져나왔다.


공항을 향해 나아가는 차량.


그 안에서 당화평은 남자들에게 물었다.


"근데 말이야. 날 뭘로 집어넣을 건데? 죄목이 뭐냐고.”


운전대를 잡은 남자는 귀찮다는 듯 내뱉었다.


"죄목이 뭐긴 뭐야. 사기꾼 나부랭이지.”


"아··· 그래?”


그 말을 들은 당화평의 표정은 한결 나아졌다.


"하긴 너희가 명분이 뭐가 있겠어. 2, 3년 살다 나오면 되겠네.”


그 말을 들은 남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웃겨?”


"2, 3년? 너 죽어도 못 나와.”


당화평은 그저 자신을 겁주려고 하는 말로 생각했다.


"그리고 너희 체포 영장은 있어? 중국에서 날 보내준다든?”


남자들은 이제 귀찮다는 듯 대꾸도 하지 않았다.


종이 한 묶음을 툭 내던질 뿐이었다.


-체포 영장


-한국-중국 범죄인 인도 조약


-송환 명령서


이건 마치 당화평 체포를 위한 종합 선물 세트라 볼 수 있었다.


"참, 많이도 준비하셨네.”


그녀는 달리는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남편의 이름을 이어받아 블랙쉽을 경영한 지 25년.


범죄를 저지르며 먹잇감의 약점을 물어뜯었다.


그들의 약점을 물어뜯을수록 성공률은 높아진다.


가정이 있는 남자에겐 가족을,

기업인에겐 불륜 상대를,

마음을 다잡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전과 기록을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새에 정보를 파악하여 목덜미를 문다.


그녀의 눈에는 온통 약점으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약점은 뭐였을까.


창밖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권력.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서열.


어릴 적부터 빈민촌을 벗어나지 못한 그녀에게 권력과 서열이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욕망의 핵이었다.


그녀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을 체포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특기를 가진 자가

나 말고도 또 있구나.


그런 생각에 잠겨있었다.


* * *


송치성은 누군가와 전화를 끊고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물어뜯는 일.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이니까,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날 밤 뉴스에는 송치성의 대국민 브리핑이 송출됐다.


"대한민국을 노리던 범죄 기업 블랙쉽의 수장인 당화평이 오늘 낮 1시쯤 체포되었습니다.”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의 카메라가 미친 듯이 플래시를 뿜어댔다.


"내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며, 간단한 심문 후 바로 재판에 넘겨질 겁니다.”


간단한 브리핑 후 송치성은 단상을 내려왔다.


기자들의 질의는 모두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회견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각하 모시고 공항으로 와."


송치성을 태운 차가 어딘가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국제공항 VIP 라운지에서 만난 민우영과 송치성.


민우영은 송치성을 경계하는 듯 했다.


"송 실장님. 왜 여기서 보자고 했습니까?"


"각하, 우선 앉으시죠."


테이블 앞에 앉은 두 사람.


송치성은 다리를 꼬았다.


그 모습을 본 최우수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런 모습을 본 송치성은 오히려 희열감을 느꼈다.


"각하, 오늘 제 브리핑 어땠습니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명불허전이죠."


민우영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민우영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송치성을 보며 더욱 경계했다.


"당화평. 어떻게 체포한 겁니까."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기로 모신 겁니다."


송치성은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 처벌 강화된 범죄가 많아서 전국 교도소가 아주 터질 지경이랍니다."


그 말대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와 사기죄 처벌 강화로 인해

매일 수감자가 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형량은 무기징역 혹은 사형이기에,

수감자는 더욱더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들 밥만 축내는 쓰레기 아닙니까?"


민우영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래서 팔았어요. 중국에."


"네? 뭘 팔았다구요?"


"수감자들요."


민우영은 머리가 멍해졌다.


사람을 판매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재차 물었다.


"사람을 파셨단 말입니까?"


"사람이 아녜요. 쓰레깁니다."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압니까. 모두 사형수들인데. 사형 집행으로 발표한 다음 팔아버리면 되는 겁니다. 사형 집행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각하는 알고 계시죠?"


라운지에 설치된 TV에서는 그의 말대로

[38년 만의 사형집행]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민우영은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몇 명이나 보내는 겁니까···."


"500개요."


범죄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송치성은 개수로 말했다.


그들이 앉아있는 VIP 라운지에서는 활주로를 볼 수 있었다.


넓은 활주로에 세워져있는 비행기 한 대.


그 앞으로 수감자를 태운 여러 대의 경찰 버스가 들어왔다.


민우영의 시선이 활주로에 닿은 것을 본 송치성은

상체를 돌려 덩달아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들어오네요."


버스에서 내린 수감자들은 일렬로 줄을 서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키는 무장 경찰 스무 명이

수감자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감시하고 있었다.


마치 여러 마리 굴비를 엮듯 포승줄로 연결된 수감자들.


영문도 모른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송치성은 다시 민우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쓰레기들을 주고 당화평을 잡아온다···. 남는 장사 아닙니까?"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음··· 인체 실험을 당하거나, 장기 적출, 값싼 노동자···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섬뜩한 말을 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뭔가 떠오른 듯 덧붙였다.


"아! 그리고 몇몇 기업 정보랑 향후 예상 법안 변경점도 서류화해서 넘겼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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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사기 (9) +1 24.04.03 3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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