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쫀쪼니매냐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대통령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쫀쪼니매냐
그림/삽화
나대령
작품등록일 :
2024.03.13 19:00
최근연재일 :
2024.04.10 19:3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446
추천수 :
26
글자수 :
73,945

작성
24.03.15 18:30
조회
118
추천
4
글자
7쪽

3. 음주운전 (1)

DUMMY

3. 음주운전


“여기는 종로 경찰서 앞입니다. 음주사고 피의자 윤 씨가 곧 검찰에 송치될 텐데요···.”


기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TV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다.


“민우영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음주운전 사고 처벌 강화법이 적용될 첫 번째 사건이라, 많은 기자들과 인파가 몰려있습니다.”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던 남자는 긴장된 표정으로 TV를 주시했다.


민우영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그의 옷매무새를 정돈해 주던 남자였다.


남자의 뒤로는 수많은 전공서적과 법전 그리고 넓은 책상 위 명패가 보였다.


[교수 송치성]


교수실로 보이는 곳에서 그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교수님, 저··· 윤지나 조교입니다! 중간고사 시험지 다 걷어왔습니다!”


학과 조교로 보이는 한 여성이 얼굴만 빠끔히 들이밀곤 말했다.


“교수님···?”


“두고 가요.”


송치성의 차가운 말투에 기가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윤지나 조교가 들어왔다.


시험지를 내려두다 TV 속 기자의 목소리에 시선이 끌려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야··· 처벌이 강화된다 해도 저렇게 범죄를 저지르네요···.”


송치성은 말없이 윤지나를 노려봤다.


그러고는 혼잣말하듯 몇 마디 툭 던졌다.


“범죄를 저지를 땐 형량을 계산하지 않지.”


움찔했던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 감격스러운 듯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도 그럴 것이 송치성 교수는 누구와도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윤지나는 자신도 모르게 옆 소파에 몸을 앉혔다.


송치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형량이 1년이든, 10년이든 범죄를 저지를 놈들은 저지르지. 대신 징역을 살아줄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녀는 송치성 교수와의 대화에 신난 듯 말했다.


“그런데 법이 너무 갑작스럽게 바뀐 거 아녜요? 엄벌하는 건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형까지는···”


송치성 교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일 끝났으면 나가봐요.”


“네···.”


윤지나 조교는 쭈뼛거리며 교수실을 빠져나왔다.


조심히 문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후, 괜한 말을 했나···.”


송치성 교수는 마른 세수를 한 뒤 책상 위 신문을 노려보았다.


<법 개정 후 첫 음주운전 사망 사고. 피해자는 5살 여자아이.>


송치성은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무의식적으로 움켜쥔 신문지처럼.


“음주 사고 피의자 윤 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송치성은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피의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마되었다.


맨 얼굴이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다.


“이번 음주 사고 처벌 강화로 인해 모자나 마스크 등으로 외모를 가릴 수 없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에게만 적용된 법인데요, 추후 머그샷도 공개될 예정이며, 생년월일과 이름은 물론 주소와 직장 등 상세한 신상정보가 공개됩니다.”


피의자는 얼굴을 가릴 수 없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조차 연행하는 형사에 의해 묵살되었다.


형사는 피의자의 뒤통수를 거칠게 잡아 올렸다.


“이거 인권 침해야! 경찰이 폭력을 쓴다!”


피의자의 분노가 커질수록 카메라 셔터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해당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이슈 유튜버들도 뒤늦게 달려왔다.


“얘들아! 저 범죄자가 하는 말 들었냐? 인권 침해란다 인권 침해!”


“쟤는 진짜 죽을 때까지 깜빵에서 썩어야 해. 안 그러냐?”


어느새 현장은 유튜버들과 기자들,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 * *


민우영 대통령도 흡족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각하. 첫 해외순방 차량 대기 중입니다. 공항까지 한 시간 소요될 것 같습니다.”


민우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기 전에 어디 좀 들릅시다.”


“저··· 각하. 이동 일정이나 장소는 미리 고지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각하께서 저런 곳엘···.”


“나도 알아요. 그냥 앞에서 조촐하게 담화 좀 하려고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말릴 수 없었다.


대통령을 태운 차량과 경호 차량, 오토바이 등 거대한 규모의 행진이 거리로 쏟아졌다.


민우영의 변덕으로 생긴 일정이었기에 기자와 유튜버 피해자 가족들은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


종로 경찰서 앞은 피의자가 송치된 뒤에도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와 유튜버들로 북적거렸다.


“야야, 저거 대통령 차 아니야?”


기자 중 누군가 소리쳤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한곳을 바라봤다.


경찰서로 들어서는 의전차량. 그 옆으로 늘어선 경호 인력들.


종로 경찰서의 경찰들은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을,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수습하려 했다.


다들 어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몸은 이미 의전차량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가, 각, 각가가, 각하!”


민우영은 뒷좌석 창문을 조금 내린 채로 말했다.


“불쑥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잠깐만 비켜주시죠?”


민우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들은 호각을 불며 길을 텄다.


차에서 내린 민우영은 자연스럽게 포토라인에 섰다.


“민우영 대통령님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해외 순방을 위해 출국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취소된 건가요?”


기자들은 뜻밖의 특종에 질문을 쏟아냈다.


“순방이 취소된 건 아닙니다. 그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 전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멈출 줄 모르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음주 운전 처벌 강화법에 따라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민우영의 말을 끊고 기자가 질문했다.


“피의자는 5살 여자아이를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자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우영은 소리쳤다.


“목숨 값은 하나의 목숨으로 갚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범죄자의 목숨과 선량한 시민의 목숨은 가치가 다릅니다.”


카메라 플래시도 멈춘 시간 속에서 군중은 민우영의 입을 바라보았다.


“범죄 피의자의 재산을 몰수하고! 사형을 구형하고! 피의자의 가족들까지 그 죄를 치러야합니다!”


민우영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울분을 토해냈다.


“언제까지 피해자가 법을 향해 빌어야합니까!

언제까지 피해자는 용서치 못할 범죄자를···.“


민우영은 울먹임을 참고 말을 이어갔다.


“판사가 용서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합니까!”


이내 숨을 가다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법을 심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법의 허들을 높이는 것으로 범죄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고, 누구에게나 두려운 존재여야 합니다. 법을 얕보지 않고,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라야 말로 안전한 나라입니다.”


죽은 아이의 엄마는 정적을 깨고 울음을 터뜨렸다.


민우영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마지막 말을 이어갔다.


“채 꽃피우지 못한 다섯 살 여자아이의 넋을, 현명한 판결이 위로해주길 바랍니다.”


뉴스를 보던 송치성 교수도 눈물을 터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대통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 윤지나 (3) 24.04.10 10 0 7쪽
22 22. 윤지나 (2) 24.04.07 14 0 7쪽
21 21. 윤지나 (1) 24.04.06 18 0 7쪽
20 20. 그 후 24.04.05 26 0 7쪽
19 19. 사기 (10) +1 24.04.04 28 0 9쪽
18 18. 사기 (9) +1 24.04.03 30 1 7쪽
17 17. 사기 (8) +1 24.03.31 35 0 7쪽
16 16. 사기 (7) 24.03.30 34 0 7쪽
15 15. 사기 (6) +1 24.03.29 41 0 7쪽
14 14. 민우영 (4) +3 24.03.28 37 0 7쪽
13 13. 민우영 (3) 24.03.27 38 0 7쪽
12 12. 민우영 (2) 24.03.24 44 0 8쪽
11 11. 민우영 (1) 24.03.23 61 0 8쪽
10 10. 사기 (5) 24.03.22 65 1 7쪽
9 9. 사기 (4) 24.03.21 69 1 7쪽
8 8. 사기 (3) 24.03.20 77 1 7쪽
7 7. 사기 (2) 24.03.19 88 2 7쪽
6 6. 사기 (1) 24.03.18 102 2 8쪽
5 5. 음주운전 (3) 24.03.17 101 3 7쪽
4 4. 음주운전 (2) 24.03.16 105 3 7쪽
» 3. 음주운전 (1) +2 24.03.15 119 4 7쪽
2 2. 당선 24.03.14 119 4 7쪽
1 1. 대한민국 2.0 +2 24.03.13 186 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