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오멜라스와 자유 2020
법령 오멜라스와 자유
난 찰스 맨슨이라는 연쇄 살인마이자 사교 지도자였던 자를 최근에 알았다. 찰스 맨슨은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다(I'm nobody.)라고 했다.
나나 그러한 자들이나 생활은 그리 다르지 않다. 나나 그러한 자들이나 지표면 위에서 증강 현실을 이용한 남루한 일상을 이어간다. 다만 내겐 그것을 바라고 무언가 얻으려 하면 언제든 남들 앞에 직접 서거나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권리가 있을 뿐이다.
인류 연합(UP, United People)은 인간에게 세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세포 기반 인간은 인공 자궁 공장에서 생산되었고 로봇이 키웠다. 정보 사념 기반 인간들도 있어서 인공지능 속에서 태어났고 세포 기반 인간과 동등한 마음과 권리를 누렸다. 난 세포 기반 인간이다.
내 어린 시절은 풍요롭고 전원적이었지만 실체와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가상현실 속에서 벌어졌던 일일 뿐이었다. 그때 내가 생각하고 언행 했던 모든 추억은 인류 연합의 서버에 모두 기록되었다. 인간의 인격 패턴은 생후 만 11개월 때까지 80%가 정해지기 마련이었다. 즉 그때 남들을 이용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괴롭히는 걸 쾌락 원리로 아는 자들에겐 감형 없는 종신형이 내려져 남들 앞에 서거나 지구를 떠날 수가 없도록 했던 것이다.
이를 가혹하다면서 어슐러 르귄의 SF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처럼 이를 거부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상주의자들도 있었다. 이 같은 PC적 시도를 인류 연합은 단호하게 거부하곤 했다.
이 같이 ‘법령 오멜라스’라 이름 붙여진 영아기 때부터의 감형 없는 종신형 제도를 통해 우주 폭력배와 초지능 단일체를 막아야 한다고 초지능 연결 사회인 인류 연합은 주장했다.
우주 폭력배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지구를 끝낼 수 있는 힘과 의도가 있었고, 초지능 단일체는 인류 사회를 들이마셔 단 하나의 의지로 추락해 있는 존재를 뜻한다. 그 두 모두는 남의 입장과 의지를 고려하지 않는 마음과 언행의 총체로서 지독한 이기주의였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평온하고 나태한 일상을 인류 연합이 관용하는 이유는 남이 강요할 때 이는 의지가 제약되고 타율 아래 놓이는 걸 뜻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소비자라는 것에 인류 연합은 주목했다. 인간의 소비를 충족시키는 것은 인류 연합 산업의 가장 가시적인 목표로 간주되었다. 인간은 특정 순간에 개인일 가능성이 있었고,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 모든 개인은 ‘신 앞에서의 단독자’였다. 신 앞에서 인간은 모두 다름없이 평등하기에 인류 연합의 정부는 최소한이어야 했다. 선의라도 이는 타의라고 인류 연합은 말하고 있는 셈이었다.
타의의 강조는 수령의 독재를 부를 수 있었고, 수령 독재는 마인드 컨트롤이 없던 옛날에나 독재로 끝났지 인류 연합의 시대엔 초지능 단일체로 끝날 밖에 없었고 이는 1명을 제외한 모두의 실질적 죽음을 뜻했고 최종 1인에게도 영원한 단조로운 삶이라는 형벌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바를 의미할 뿐이었다.
난 인류 연합 이전의 시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하는 것이다. 장정일이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소설에서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회상의 시대였다.
권태를 느끼곤 하는 현실은 내게 자살 충동을 들게 한다. 앞으로도 최소한 긴 세월동안 난 권태를 누릴 것이다. 자살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인류 연합은 신의 뜻에서 찾았다. 인류 연합은 나 같은 실업자에게 취업과 출세를 강요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자살을 내가 선택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부덕의 결과로 여겼다.
신은 세상을 허용했고 관용한다. 신이 가장 높은 곳에 있기에 인간은 황제를 세우지 않고 법 아래 평등하게 놓이며 신이 불가지한 의미를 내려주기에 자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인류 연합은 공식 사이트에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인류 연합은 신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불가지론이었다.
인류 연합이 세울지도 모르는, 모든 사건과 존재가 부활하는 오메가 포인트의 찬란한 순간에 찰스 맨슨이 영원히 고통 받기를 난 바랐다. 찰스 맨슨은 우주 폭력배나 초지능 단일체처럼 자유주의를 침해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자유주의는 인류 연합의 도덕률이었다.
[20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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