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리치 랏자 - 2017
빅 리치 랏자
“어차피 모든 것이 공허이다, 껄껄걸!”
빅 리치는 그렇게 외쳤다.
우주 최후의 악마 부자인 빅 리치가 탄수화합물인지 규소나 비소 화합물인지 성간 가스 복합체인지 진공 편차 복합체인지 인공지능 기계인지는 더 이상 따질 이유도 없었다.
기계가 모든 노동을 대체할 수 있게 되자 빅 리치는 다른 모든 의지를 가진 것들을 멸망시키고 모든 물질을 손아귀에 넣었다. 빅 리치에겐 물질만이 추구할 모든 것이었기에 이는 자명한 논리의 귀결이었다.
역사의 끝 시공간에 빅 리치는 있음이었다. 빅 리치는 자신이 특정 시공간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생각했다. 빅 리치에게 시공간을 초월할 권능이 있었다면 빅 리치는 모든 시공간을 증발시켰을 터였다.
빅 리치 앞에서 모든 물질이 마약으로 변해 소모되었다. 빅 리치가 즐기곤 했던 마약은 실상 몸속에서 광물로서 작동하는 것이기에 무의지하고 무감각한 그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음이었다. 빅 리치는 그렇게 마약을 마셨다.
빅 리치는 그렇게 우주 속에 혼자 남아 점점 자기 자신이라는 심연에 잠겨드는 자신의 의식을 느꼈다.
빅 리치는 마약을 거듭해서 마셨고 그것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빅 리치는 이 길이 부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직감했다.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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