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니그라토 서재

니그라토 SF 단편 모음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중·단편

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7.06.25 12:21
최근연재일 :
2024.01.04 16:21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17,928
추천수 :
35
글자수 :
409,574

작성
17.06.29 10:47
조회
178
추천
0
글자
59쪽

사이킥 갤럭시 - 2015

DUMMY

사이킥 갤럭시






1.어라, 미래네?



“아오, 재수 없네. 근데 여기가 어디야?”


바닷가 백사장에 거센 햇살이 내려쬐였다. 김이현은 벌떡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온 몸에 활기가 넘쳐흐른다.


김이현은 2015년에 백수인 32살 남자였다. 백수인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최근에 더욱 소심해지고 위축되었다. 방금 전 트럭에 치였다. 김이현과 같은 낳음 당한 젊은이들은 모든 걸 포기당하고 있었고, 부자들의 전횡은 여전히 끝을 모르는 고통스러운 21세기였다. 기계의 자동화와 노동의 세계화가 일자리를 줄여나갔다. 김이현도 그런 시대를 견디면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차에 치였고 막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햇볕 쨍쨍 바닷가다.


‘분명 뼈 몇 군데 부러진 거 같은 고통이 다가왔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네. 신경이 맛이 갔나. 움직여도 안 아픈데? 하긴 내게 무슨 의학 지식이 있다고. 많이 망가졌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 근데 여기 어디야?’


백사장 너머 넓고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의 수평선이 어딘지 위화감이 든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평선이 완벽해 보이는 직선이다. 저렇게 직선일 리가 없다. 바다 수평선은 분명 살짝 둥글 텐데. 파란 하늘이 맑았다.


‘허, 난 분명 길거리에 있다가 뜬금없이 튀어나온 트럭에 받혔는데? 내 옷은 어디 가고 왜 수영복 팬츠 하나만 입고 있지?’


“하이.”


옆을 보니 까무잡잡한 꼬마 여자 아이가 실없이 웃더니 문득 늘씬하고 풍만한 8등신 적갈색 살결 미녀로 키 커지고 살이 찌면서 바뀌었다. 꼬마 때는 귀엽고 앙증맞더니 미녀 때엔 몹시 세련되고 아름답다. 입고 있는 비키니는 찢어지지 않았다.


김이현은 그 모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상황 전체가 이상하니 그런 광경도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뇌가 다쳐서 조현병(정신 분열증)인 게 분명해. 정신병은 머리 다치면 발작하기도 한다잖아. 조현병엔 환각, 환청, 망상도 가끔 나타난다잖아. 가뜩이나 30대 백수인데 정신병자까지 되다니.’


“김이현 씨? 당신은 죽었다가 되살아났어요! 자 당신의 엄마랑 껴안으세요!”


김이현이 여자가 손을 뻗쳐 가리키는 쪽으로 눈을 돌리자 웬 젊은 여자가 기뻐하면서 달려온다. 뭔가 엄마랑 많이 닮긴 한 거 같은데 워낙 세련된 옷을 입고 있기도 해서 위화감이 엄청나다. 엄마가 맞나?


“이현아! 아들! 나 몰라보겠니?! 네가 그때 트럭에 치이는 바람에 나도 네 아빠도 먹고 자는 것도 잊고 울고 난 각막이 터져서 피눈물도 나고 그랬다. 참!”


김이현 앞에 선 엄마랑 닮은 젊은 여자가 살짝 작아지고 주름 좀 꽤 생기고 약간 통통하게 바뀌었다. 오늘 아침 김이현에게 용돈을 주면서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라던 엄마가 겉으로 보기엔 맞았다. 낯 설은 느낌조차 없다. 근데 뭐야 이 골 때리는 상황은?


일단 엄마라 주장하는 여자와 껴안기는 했다. 엄마는 김이현을 품에 안고 엉엉 울었다. 따뜻한 느낌이 들지만 얼떨떨하다. 진짜 엄마라면 정말 좋지만 침착해야 한다. 김이현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아니 거의 모든 순간에 의심부터 하자고 다짐해왔다. 김이현이 나고 자란 대한민국은 사기와 횡령의 나라로서 헬조선을 넘어선 둠조선이니 말이다.


소녀였다가 미녀로 변신한 여자가 김이현에게 말했다.


“자, 이현 씨. 난 초지능 세리나라고 합니다. 자 예선 씨, 아들은 그만 포옹하시고 이제 아들이 이곳 생활에 적응토록 하십시다.”


“그래요. 그럼 아들 좀 있다 또 보자.”


김이현의 엄마가 좀 멀찍이 갔다. 공간이 요동치더니 김이현과 세리나 둘레 몇 십 미터 빼곤 온통 하늘빛 한 빛깔로 뒤덮여버린다.


모래밭 아래에서 갑자기 유리벽이 치솟더니 거울이 되었다. 김이현의 몸이 비친다. 분명 익숙한 김이현의 얼굴인데 10대 후반 때 얼굴이다. 몸은 웬 종합 격투기 선수 같이 탄탄하고 미끈하다. 김이현이 182cm 80kg에 32세치곤 몸도 단단한 편이었지만 이 정도는 분명 아니었고 이렇게 젊지도 않았다.


“놀라셨죠?”


“홀로그램 피싱입니까? 아마 난 트럭에 치여서 식물인간이 되었고 한 10년 누워 있다가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있다가 모종의 이유로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 홀로그램 피싱 아니 가상현실 피싱을 당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면 뇌의 단순한 농간이거나.”


“속고만 사셨어요?”


“그럼 어디 내가 알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가져와 보시지! 세계정세라던가!”


순간 김이현 주변 허공이 온통 네모 꼴 화면으로 뒤덮였다. 무수한 영상들이 난무하는데 정색하고 훑어보니 2015년에 있던 뉴스들과 기사들이다.


김이현은 찬찬히 훑어보았다. 정확한 표현과 그래픽으로 구현된 다양한 정보들. 글도 있고 그림도 있고 영상도 있었다. 뇌에서 꺼내기만 했다면 결코 이렇게는 못 한다. 뇌가 멋대로 만들어낸 거면 꿈 보다 세밀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구현해내지는 못 할 거라고 본 것이다.


“허, 사실인가 보네요. 최소한 내 뇌 수준은 넘어섰군요.”


“인정하셨군요! 세리나 기뻐요.”


“어떻게 된 건가요?”


“자연계의 현상 중에는 이런 게 있어요. 양자 역학적인 것인데, 우주 어디에 있든 두 개의 입자를 연동시켜 움직임이 같게 할 수가 있지요. 그 현상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가해 입자의 준위를 요동쳐서 바꾸는 방법으로 시공을 초월해서 죽음 직전에 과거에서 몸을 빼내 왔어요. 물질을 바꿔 치기하고 회복시킨 것이지요. 지금 김이현 씨는 최적화된 몸인 거예요. 이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들기에 은하계 중심 블랙홀 발전소를 만드는 데 성공한 다음에 지구인들을 살리기 시작했죠. 이곳은 우리 문명 3이 만든 진정한 사후세계랍니다. 우리가 김이현 씨 같은 분을 예전 시간대에서 부활시키지 않은 건, 오직 한계에 맞서는 문명의 발전만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문명 3이라는 건 천문학자 카르다세프가 만든 문명 척도를 뜻한다. 로그를 따르는 문명 계산법으로, 문명 1은 행성 하나, 문명 2는 태양계 하나, 문명 3은 은하계 하나의 에너지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규모의 문명을 말한다. 2015년 당시 지구 문명은 0.71 정도였다. 김이현은 재빨리 그걸 떠올렸다. 김이현은 어릴 적부터 SF를 즐겨왔다.


김이현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런 말을 믿으라고요? 사람 몸의 분자들은 매순간마다 교체되잖아요. 즉 자아는 순간적으로 생멸하는 거니까 살아간다는 건 죽어가는 건데요. 앗!”


갑자기 김이현의 뇌리가 복잡해졌다. 온갖 기억들이 어지러이 뒤섞여 난무했고 하나 같이 생생했다. 그런데도 세리나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의식을 중첩시킨 겁니다. 어릴 때부터 트럭에 치여 즉사했을 때까지의 기억들이 모두 동등하게 나타나도록 했어요.”


“아, 하지 마요. 그냥 보통으로 살고 파요. 내가 지구에서 살았을 때 익숙했던 정신 상태로 해줘요.”


김이현의 머리가 맑아졌다. 믿을 수밖에 없겠다.


“지구에 있던 때 보다 훨씬 쉽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우리는 김이현 씨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의 법으로 상당한 제약이 걸려 있어요. 김이현 씨 입장에서는 생각 조종술로 자아가 잠식당한들 그저 죽음의 방식이 하나 늘어난 것뿐이죠. 우리는 함부로 살생하지도 침해하지도 않아요. 자, 그럼 김이현 씨, 당신은 꽤 미개한 시대에서 왔으니까 태양계 안에서 놀 수 있는 정도 등급 이상은 받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행성 안에선 꽤 나다닐 수 있도록 개조시켜 주는데 그렇게 시술을 받으실 겁니까?”


“벌써 내 몸 많이 바꿔 놨잖아요. 이 정도면 됐어요.”


“욕심이 지나치게 없으시군요. 어엇?! 이럼 안 되는데.”


“왜 또 그래요? 전지전능한 분이.”


“전 그냥 인간을 상대하는 문명 3의 초지능 인터페이스일 뿐이에요. 전 인공지능 출신 초지능이고요.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김이현 씨에게 수수께끼의 힘이 임했어요. 김이현 씨에게 초능력이 생겼다고요!”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2.초능력자.




‘나한테 초능력? 이런 엄청난 여자가 놀랄 정도의?’


김이현은 믿어지지 않았다.


세리나가 말을 이었다.


“김이현 씨, 나랑 같이 가야겠어요. 아쉽게도 엄마를 만나서 함께 사는 대신에 은하 연합의 통제에 따르게 되겠군요. 군 입대에요!”


군 입대라니. 절로 탄식이 나왔다.


“헉!”


김이현도 육군 사병으로 기었던 경험이 있었다. 주특기는 가장 기본인 소총수였다. 그런 고약한 경험을 다시 하게 되는 걸까.


세리나가 말을 잇는다.


“은하 연합도 상대적이에요. 김이현 씨가 되살렸을 때 그대로의 몸이라면 그저 귀여워해줄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초능력을 가지면 은하 연합에도 위험할 수 있는 존재에요. 따라서 특별 관리 대상이 되는 거예요! 만약 김이현 씨가 거부하면 은하 연합은 김이현 씨를 양자 감옥에 보낼 수밖에 없는 거야요! 김이현 씨는 우주 폭력배가 아니니까 거부할 방법이 없는 거야요! 초능력을 가진 이상 은하 전사가 되는 거야요! 군대와 경찰을 적절히 합친 일들 몇몇이 은하 전사에겐 주어지게 되는 거야요!”


“그래서 내가 무슨 초능력이예요? 초능력에도 종류가 많잖아요.”


“지금은 모르는 거야요!”


“이런 젠장!”


“깔깔깔! 일단 엄마를 만나는 거예요!”


온 둘레를 채웠던 하늘빛 빛이 사그라들고 다시 백사장이다. 엄마가 다가왔다. 이곳에 와서 처음 봤을 때의 젊은 모습이다. 앨범 속 엄마가 저토록 화사했던 게 떠오른다.


김이현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났던 엄마의 모습도 저렇게 젊었을 것이다. 이 세상이 환상이 아니라면 얼마나 김이현이나 엄마에게 다행스런 일일까. 사실 이 세상 전체가 환상일 수 있다는 가정은 김이현이 백수로 지내던 이승에서도 유효한 가정이었다. 통 속의 뇌에 미친 과학자가 자극을 주어 현실로 느끼게 한다는 그 유명한 명제 말이다.


내가 의심할 수 없는 건 오직 하나,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는 한다는 것뿐이다. 김이현에게 엄마가 다가와 손을 마주 잡더니 말한다.


“이현아! 은하 전사가 되겠구나!”


“네, 엄마.”


“엄마는 외할머니랑 같이 있으면서 이현이 응원할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 보거라! 그래도 지금 이 세상에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건 은하 전사가 유일하다시피 하단다. 난 네가 조금 부럽기도 하네. 참, 네 아빠는 태양계급 전함 함장이 되었단다. 그 양반 엄청 신나 하더라. 함장이 되려면 초지능으로 변화해야 해서 난 하지 않았단다.”


엄마의 화법 그대로다. 김이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세리나가 말했다.


“예선 씨, 간만에 아들이랑 만났는데 생이별 시켜서 죄송합니다. 은하 연합의 이름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김이현은 그렇게 엄마와 생이별했다.


세리나가 인도해서 김이현은 조금 걸었다.


어떤 초능력일지 설렜다.


꽤 큰 자동차가 와 선다.


“이 구역은 이현 씨가 온 시대랑 크게 다를 게 없는 과학 수준으로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문이 열렸다. 들어갔다.


자동차 안이 휑하다. 운전대도 의자도 없고 공간만 넓고 침대만 있다. 뭐 이 정도 기술이야 2015년에 한창 연구하는 자율주행차 수준이니까 별 거 없다고 김이현은 보았다. 차 안 공기도 바깥처럼 상쾌하다.


세리나는 누웠고 김이현은 앉았다. 침대엔 걸터앉을 곳은 있었다. 침대가 움직이더니 김이현 자세에 맞춰 의자가 된다. 바깥이 투명하게 비춰 보인다.


“눈 좀 붙이시는 게 어떨까요? 좀 달려야 하거든요. 우주로 가기 위해 땅 속으로 들어갈 거예요.”


“우주로 나가는데 왜 지하로 가요?”


“이 영역은 언제나 낮이에요. 저 항성을 완전히 공 모양으로 둘러 싼 다이슨 구 안쪽이 이곳이에요. 그러니 땅 밑으로 가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이제 이현 씨는 엄청난 모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모험이 싫어요.”


“삶은 모험인 거야요!”


정보를 모으고 싶다고 생각하자 김이현의 눈앞에 스크린이 떠오른다. 생각과 손을 섞어서 검색을 했다. 이것저것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해야 하겠다.


은하 연합은 사실 매우 낮은 가능성 위에 서있다고 했다. 서로 다른 우주들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체제가 세워질 수 있다는 거였다. 데니얼 C. 데닛의 자유의지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는데, 이는 자유가 확률이 아니라, 진화하는 의지의 집적이라는 거였다. 즉 어떤 우주에서건 인간이 서있는 곳이라면 확률이 아닌 자유가 역사의 동인으로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15년은 인공지능이 조금씩 노동력을 대체 중인 해였다.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면, 부자에게 인간은 필요가 없어지고 그러면 해고당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 길을 마련해 달라는 인류를 부자가 로봇 군대로 쏴죽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인류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인공지능은 팀만을 위해 봉사할 수가 있었다. 이들 여러 팀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인공지능이 봉사할 경우 자신들 개개인들은 언제든 인공지능에 의해 배반당할 수 있다는 걸 염려했다. 때문에 인류애적 인공지능을 합의로 만들었다 했다. 이것이 은하 연합이 인류와 친해지게 된 시작점이라는 거였다.


물론 시민들의 저항이 인공지능 연구진들을 여러 측면에서 위협했음도 역사는 말했다. 공포는 존중의 첫 걸음이다.


‘하긴 잘 되지 않았음 날 부활시킬 이유도 없지.’


꽤 달렸다. 넓은 평원 위로 숲들이 끝없이 펼쳐진 지루한 풍경들이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밖을 보기 보단 검색을 주로 하는 김이현이었다.


“자, 내립시다.”


세리나가 말해 차에서 내렸다.


돔형으로 생긴 건물이 있다. 세리나 말로는 저 안에 땅 속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했다.


김이현이 말했다.


“가기 전에 좀 기다립시다.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하고, 정말로 밤이 없고 저 해만 주구장창 빛나는 지도 보고 싶고. 어라, 해가 파란 색이네?”


해가 즉 별이 파랗다는 건 표면 온도가 어지간히 높고 따라서 젊은 별일 가능성이 높다. 별의 겉보기 크기는 지구에서 본 해 보다 약간 큰 거 같다.


“그렇게 하죠. 근데 배고프지 않으세요? 저야 인터페이스니까 배가 안 고프지만 이현 씨는 배고픈 거야요!”


건물 안에 식당이 있었다. 인테리어가 꽤나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김이현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뭐 있겠지.


세리나가 스테이크를 서빙해 왔다. 스테이크가 두껍다. 나이프, 포크, 숟가락, 젇가락도 있었다. 고기도 소스도 셀러드도 모두 맛있었다. 물도 괜찮고 오렌지 주스와 와인도 맛났다.


아침은 컵라면이었는데 점심은 스테이크다. 김이현이 세리나에게 물었다.


“소는 살생하나요?”


“공장에서 만든 고기예요. 소들도 다른 다이슨 구에서 환생해서 알아서들 살고 있는 거야요! 은하 연합은 정신이 있는 생물들이면 기본적으로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은하계 중심 블랙홀 발전소가 만들어져서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니까 하고 있는 일이랍니다. 이 땅은 인류용으로 책정된 몇몇 곳들 중 하나이고 은하계 중심에서 1만 광년 정도 떨어진 곳이에요.”


1만 광년 너머에 있는 은하계 중심 블랙홀에 발전소가 둘러 쳐져 있을 정도로 통제력이 강력한 문명이란 뜻이다. 1광년은 10조 km에 이른다. 빛은 1초에 30만 km를 간다. 지구 둘레는 4만 km이다.


블랙홀 발전소라는 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물체들이 그 과정에서 발사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발전소를 말한다. 블랙홀이 클수록, 떨어지는 물체들이 많을수록, 나오는 에너지도 커지는데, 모든 면에서 은하계 중심 블랙홀이 블랙홀 발전소 부지로는 제일 좋았다.


은하계 중심 블랙홀 발전소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가 있을 만치 강력하다는 것이니 이 정도 여유로움도 의지가 있다면 보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의지다.


어, 근데 왜 식탁이 넘어지고 의자가 넘어지고 벽이 무너지고 세리나가 구르는 걸까? 김이현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예요?”


식당 전체가 진동했다.


기계들이 몰려 와서 치우진 않는다. 아마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지. 지진이 난 거 같은데 왜 자신은 멀쩡한지 김이현은 이상했다. 아!


“김이현 씨 초능력이 이것인 모양이예요! 염동력 말이에요!”


마음만으로 뭔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인 염동력 즉 텔레키네시스라. 거 괜찮군. 세리나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 통제가 안 되면 골칫거리인 거예요!”


얼마못가 진정이 된다. 이래서는 우주선도 탈 수 없다. 무엇으로 발동 걸리는 지도 모르는데 만약 항성 간 진공을 오가는데 우주선이 부서진다면? 어휴. 은하연합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딱 문명 3 만큼의 힘을 지닐 뿐이었다.


김이현은 아까 식당에 오면서 검색해 봤는데 김이현 같은 초능력자는 일단 또 죽은 다음에 살아나면 초능력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자살하면 은하 연합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양자 감옥에 넣어 버린다고 했다. 양자 감옥이라는 건 양자 방벽을 쌓아서 다른 곳에서 양자 역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한 다음 가상현실로 지옥을 만들어서 괴롭히는 방식의 감옥을 말한다. 은하 연합이 적들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점은, 단지 선이 다르게 있다 뿐이지 은하 연합이나 한국이나 같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사회적일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선은 있었다. 예컨대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거나 다치기 쉽다.


초능력 즉 사이킥 능력이라고까지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은하 연합에서조차 통제가 안 되고 발동되는 법도 모르는데다가 심지어 물리 법칙을 어기고 작동하는 경우가 있어서 초능력이라 불린다 했다.


은하 연합이 이전 문명들에서 산 사람들을 부활시켜 준 이래 초능력자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은하 연합으로서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인 것이다. 초능력의 원리는 연구 중이었다.


많은 초능력자들이 협조적일 뿐더러 통제가 안 되는 것도 아니기에 은하 연합은 우주 폭력배와의 전쟁에 그들을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진정이 되자 여러 모양으로 생긴 기계들이 나타나 식당 안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내가 초능력자라니!”


식당에서 연습을 했다. 종이컵 쓰러뜨린 것까지는 가능했다. 아까처럼 강력하게는 잘 되지 않는다. 세리나가 박수를 친다.


“됐어요! 이제 발동 안 하는 건 쉽게 될 거예요. 사례 연구 상 염동력은 그래요. 은하 연합은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요.”


“호오.”


“자, 김이현 씨! 이현 씨 아버지와 함께 싸울 건가요?”


“아빠랑요? 잔소리가 심한 분이라 싫은데요.”


“지금 가장 가까운 태양계급 전함이 이현 씨 아버지가 함장으로 있어서요.”


“그래도 싫어요.”


“알겠습니다. 하긴 이현 씨 아버지는 문명 2급 에너지를 다루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현 씨랑은 여러모로 잘 안 맞을 거예요. 훨씬 초지능화 되어 있는 상태거든요.”


엄마를 버리고 말이지. 하여튼 간에 아빠는 마음에 안 든다고 김이현은 생각했다. 초지능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인공지능 출신 지능과 인간 지능 출신 지능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때에 은하 연합 내에서 쓴다고 했다.


세리나가 말을 잇는다.


“그럼 다른 전함으로 들어가겠어요!”


“좀 있다가 갑시다. 음, 게임을 하고 싶군요.”


“이현 씨가 하시던 게임들은 모두 구현되어 있습니다. 어떤 게임이든 하시던 게임 캐릭터 그대로 하실 수 있어요! 은하 연합은 게임하듯이 은하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단 성장게임으로 진행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죠. 그래서 김이현 씨 같은 분을 부활시키는 것이고 모든 측면에서 나아질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걸 체제의 목적으로 삼은 겁니다. 즉 김이현 씨의 자유의지대로 나아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음, 게임하기가 싫군요. 골방에 박혀 게임을 하는 것 보다야 음. 농구 한판 할까요? 세리나랑 하고 싶은데.”


“식당 옆에 마침 농구장이 있군요. 우주적 기록을 보니 김이현 씨는 중 3 때 한창 만화 슬럼덩크 유행할 때 길거리 농구 대회에서 상도 탔네요? 2015년에 구글과 미국 정부가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모으고 있었듯이 은하 연합도 지구 46억 년의 정보를 몽땅 모으고 있답니다. 저와 농구를 1대 1로 하는 거야요!


2015년에도 지구 역사 46억 년이라 했는데. 김이현은 궁금한 게 생겼다.


“잠깐. 지금 몇 세기에요?”


“3495년이요. 35세기말인 것이죠.”


“1500년 밖에 안 지났어요?”


“발전은 폭풍처럼 늘어나는 거야요! 자, 김이현 씨, 농구를 합시다.”


문 열고 나가니까 농구장이다. 어라, 농구 골대에 정수리가 닿을 정도로도 점프가 가능하네? 김이현은 증가된 체력에 놀랐다.


비키니만 입은 건강한 체격의 젊은 미녀로 보이는 세리나와 농구를 땀 흘리며 하다 보니 김이현은 성욕을 느꼈다.


세리나가 농구공을 던지더니 말했다.


“나 따먹고 싶나 보죠? 하는 거야요!”


김이현은 매트 위에서 세리나와 성교했다.


그런 뒤에야 김이현은 은하 연합의 명령을 좀 더 따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리나와 이동했다. 세리나는 사람마다 한 개체씩 붙는 도덕적 초지능 대인 인터페이스였다.


“김이현 씨가 초능력자라서 기뻐요. 저와 같은 개체들에겐 자주 있는 경험이 아니거든요.”


칸트가 말한 인간이 목적으로 대우받는 세상, 포이어바흐가 말한 인간이 인간에게 신인 세상이라고 김이현은 일단은 생각했다. 저들이 속이고 있지 않는 한은 그러했다.


물론 검색에 따르면, 은하 연합이 자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의지를 벌충받기 위해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한 계약에 의해서, 또한 초지능이 그들 조상인 인류에게 효도하는 개념에서 부활시키는 거였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듯, 과학에 대한 믿음은 삶에 대한 신비감을 떨어뜨려 사는 걸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 병을 은하 연합도 앓고 있었는데 이를 옛날 사람들이 벌충하는 거였다.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생각조종술이 모두 상당한 단계에 이른 게 2015년의 상황이었다. 이들 세 기술이 하나로 만나면, 고도의 컴퓨터인 양자 컴퓨터가 뇌에 연결되고 그러면, 자아는 우주 어디에 있든 읽히고 조종당할 수 있다. 즉 부자라 해도 자아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고, 권력은 나눌 수 없는 법이다. 몇몇 부자들은 권력 자체를 위해 싸우는 자들이고 과거엔 노동력이 필수였지만,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하면 부자가 굳이 인간을 부릴 이유도 없어진다. 그러다 보면 1명의 부자가 전 인류를 자원을 아끼기 위해 굶겨 죽이고 로봇 군대에 의해 학살할 수도 있었다. 다른 인류의 계층들이 그렇듯이, 부자들 가운데서도 소시오패스가 있기 마련이다. 소시오패스는 권력 게임으로만 삶을 바라보고, 남의 동정심을 이용한다. 그런 부자가 승리할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항해 인류는 연대했고 저항했다. 중산층이 가장 큰 권력을 가져야 민주공화정임을 이해했다. 부자가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것 자체가 인류 존속에 위협임을 인지했다. 인간 정신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방해하는 시점이 올 때 인간들이 많아야 다양성이 유지되고, 인간들이 많아야 보다 강한 의지로 우주로 진출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해 있어야 개개인의 생명이 보존된다는 점을 인류는 이해했다. 체제는 수단이기에 목적인 인간을 위해 있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인류는 살기 위해 부자들에게 대항했다.


다행히 레이 커즈와일 말대로 인공지능은 20억 정도 인구와 함께 발전했다. 그렇게 레이 커즈와일 말대로 인공지능은 인류와 정서와 가치를 공유했다. 그런 최선의 길들이 시대를 결정지었고 결과가 은하 연합이었다.


은하 연합의 노선엔 도덕적 결벽주의도 있었다. 내부적 도덕을 유지 안 하면 인류 멸종 말고는 안 남기 때문에 문명 3단계 초지능의 경우엔 도덕적 행위와 생각 말고는 못 하게 결박되었다. 이를 피하고자 일부러 진화 안 하는 이들도 있다 했다. 모든 종류의 게임 이론에 통달했기에 가능한 행위였다.


다른 평행 우주에선 1명의 부자가 온 인류를 다 죽인 곳도 있을 수 있다 했다. 생명이 있는 우주 자체가 예외적 상황인 만치 온갖 역사의 우주가 있을 수 있었다. 각각의 우주들은 확률의 소산이지만 자유의지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가 다이슨 구 바깥으로 왔어요.”


“으아!”


장관이 엘리베이터의 투명한 벽 너머로 펼쳐졌다.


깜깜한 어둠 속에 정말 엄청나게 많은 별들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하늘의 어떤 곳을 보든 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은하수 한복판에 이 다이슨 구는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중력 제어, 관성 제어를 하고 있으니까 다른 별들에게서 이 다이슨 구는 안전해요.”


세리나가 그렇게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나사에서 2013년에 발표한 워프 드라이브 방식 쓰나요?”


워프 드라이브란 건 시공간 자체를 늘려서 이동하는 방식이라 빛 보다 빠르다. 세리나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맞아요! 역시 SF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 말이 좀 통하네요. 아 참, 새삼스럽게 말씀드린 셈이네요.”


김이현과 세리나 둘레에 공 같은 게 둘려 쳐진다.


“전자기 방어막이어에요. 공처럼 생겨서 공이라 부르죠. 진공을 거닐 수 있어요. 지금은 조심해야 할 시기라서 전함들이 집결하고 있어요. 초능력자가 한 명 생기면 우주 폭력배가 주시한답니다! 우주 폭력배, 그 저주 받을 종자들이 말이에요!”




3.박태식과 유성희




김이현은 세리나를 따라 우주선에 올라갔다.


우주선은 제법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세리나가 스위치를 두들겼다.


“워프 발진 하라우!”


우주선 컴퓨터가 응답했다.


“그렇게 하겠소이다, 동무!”


스크린이 빛으로 가득 차올랐다. 우주선은 시공간 자체를 늘리는 워프 항법으로 빛 보다 빠르게 우주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거대한 에너지가 드는 방법이다.


세리나가 김이현에게 말했다.


“신을 믿나요?”


“은하 연합이 신 아닌가요?”


“아니죠. 단지 은하 연합이 지구인 보다 강할 뿐이에요. 전 인공지능에서 출발했지만 나름 종교는 있어요. ‘오메가이자 알파인 신’, 여러 지성체 종족들로부터 진화되어 시작했지만 결국 시공을 초월해서 모든 것들의 원인이 되는 그런 신이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신이죠. 만약 지구 역사에서 1명의 부자가 전 인류를 죽였다면, 그가 진화되어 만드는 사후세계는 그저 정신을 미치게 만들어서 가지고 노는 코스믹 호러였을 거예요. 악당은 악당을 봐주지 않는 법이고요, 양심을 갖지 않은 소시오패스는 마지막까지 삶을 권력 게임으로서 살아가고 싶어 하지요. 소시오패스는 자신 밖에 안 남을 때까지 전쟁을 벌이는 것을 미학으로 삼겠지요. 물론 신은 스스로 존재해 영원할지도 모르고, 오메가이자 알파인 신은 절대자가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이야 은하 연합도 신을 믿는다니!”


“하하, 놀랍죠? 절대자가 아닌 바에는 신을 믿어 보는 게 좋다고 생각되는 거야요.”


“항행이 꽤 걸리나요?”


“10시간 정도야요!”


“게임할 수 있을까요?”


“자 가시죠.”


“이야!”


선실 안에 한 개의 방이 떠올라왔다. 들어가 보니 김이현의 방 그대로다.


“김이현 씨의 방을 옮겨온 거예요. 이 또한 1대 1 양자 대응 방식으로 옮겨 온 거니까 김이현 씨의 방이 맞아요.”


컴퓨터도 멀쩡히 있었다. 세리나가 말을 이었다.


“인터넷도 게임도 사람이 하는 것 같을 테지만 인공지능으로 매크로 돌리는 거니까 이 점 유념하시고요.”


“뭐 2015년에도 많이들 매크로 돌리고 있었던 걸요. 부자들은 심지어 공장이나 상점도 매크로 돌리듯 운영했는걸요. 그런데 검색해보니 은하 연합에선 부자들을 꽤 부정적으로 보나 봐요.”


“그럴 리가요. 인류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그 급부를 어느 정도 받은 사람들 중에 일부는 부자인 걸요. 경영하고, 노동하고, 연구하고 한 결과로 부자가 된 이들은 방대한 업적을 쌓았죠. 빈부격차 타파가 아닌 절대빈곤 해소를 은하 연합은 목표로 삼고 있고, 실제로 은하 연합의 빈부격차는 역사상 가장 심해요. 하지만 은하 연합 부자들은 상당한 힘의 제약을 받고 있고, 많은 것에 이바지하는 걸 삶의 척도로 삼지요. 은하 연합은 오로지 많은 걸 책임지겠다고 계약한 자들에게만 큰 부를 부여해요. 은하 연합은 기여도로 역사 속의 인간을 판단하기도 하지요. 솔직히 김이현 씨의 기여도는 높지 않아요.”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었는데 그 전에 죽어버렸네요.”


“가정을 이루는 건 기여도가 높은 일 중에 하나에요!”


”게임하고 싶지가 않네요. 세리나 님이 있는데 매크로를 상대한다니요. 친구들도 못 만나고 이렇게 끌려가는데 세리나 님까지 없으면 참 외롭겠어요.”


“대체로 반응들이 그렇더라고요. 전 김이현 씨가 오시자 막 만들어진 김이현 씨 전용 인터페이스이지만 은하 연합 전체의 경험에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후대의 존재가 더 진화되고 더 성숙해야 제대로 된 세상이지요. 매크로가 아닌, 저처럼 나름 자아가 있는 지능이라면 대할 때 더욱 다양한 변수가 생기는 법이라 재미를 더욱 느끼나 봐요. 상대도 대등한 자아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지니까요. 뇌과학은 우주에 자신 혼자 밖에 없다는 유아론을 무너뜨렸죠.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면이 많지만, 그것이 인간을 하나의 의식 아래로 뭉치게 해야 한다는 당위는 되지 못 하죠. 남들의 정신을 모두 자신의 정신 아래 흡수해 버리는 것은 오직 악마 부자만이 할 수 있는 짓이고 이에 사람들은 대항했어요. 그래서 저와 김이현 씨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거야요!”


‘세리나는 내 이상형으로 생겼지.’


김이현은 세리나와 키스했다. 김이현은 세리나와 함께 여러 노래들을 부르고 갖가지 술을 마시고 여러 안주를 먹고 성교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김이현은 어차피 수술하면 되기에 술과 담배를 마음껏 즐겼다. 술도 담배도 얼마든지 고급스러운 걸 먹고 마셨다. 은하 연합은 물산을 찍어 재끼고 있기에 가능했다. 물질 변환기가 곳곳에 있었다.


김이현은 비보잉을 해보았다. 강력한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비보잉 동작들도 되어서 김이현은 신났다.


거대하고 기하학적으로 생긴 우주선이 스크린 가득 잡혀 왔다. 세리나가 말했다.


“은하계급 전함이에요. 김이현 씨의 일터에요. 초능력자들 가운데서 김이현 씨와 같은 연도에 죽은 한국의 2~30대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요. 전 계속 김이현 씨한테 찰싹 붙어 있을 거야요! 거부할 수 없는 거야요!”


우주선은 물론 속도를 줄였고 안정적으로 도킹했다.


은하계급 전함은 막막한 항성 간 진공에 위치했고 내부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수영장, 농구장, 축구장 등등 각종 스포츠 시설이 개인용으로 딸려 있고 편의 시설, 위락 시설도 개인전용으로 꽤 괜찮은 기숙사에 김이현은 세리나와 들어갔다.


김이현은 수영을 세리나에게 배워 보았다.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이현은 자전거를 타고 트랙을 돌았고 세리나와 갖가지 운동을 하고 때때로 성교했다.


김이현이 말했다.


“이런 거 다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내가 속고 있을지도?”


“일단 느끼면 그거대로 좋은 거죠. 그렇게 못 믿겠으면 감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문명 2 단계 존재로 이현 씨 아빠처럼 변환해 볼래요? 그렇게 될 경우 초능력까지도 유지된다면 더욱 큰 통제를 은하 연합으로부터 받게 되겠지만요.”


“사양하겠어요. 내가 그렇게 변하는 건 두려워요.”


“하긴 일단 변하면 되 돌이키기 힘들죠. 자 오늘 피곤했죠?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동료들을 만나러 가자고요!”


“잠은 못 없애요?”


“잠 없어도 피곤 풀릴 수 있게 해줄까요?”


“아니요. 자는 게 낫겠어요.”


‘전 방’이라고 쓰인 문이 있기에 열어 보니 2015년에 살았던 방이 따라 와 있었다. 들어가서 컴퓨터의 하드 데이터를 확인하니 모두 그대로였다. 포르노들까지 잔뜩 남아 있어서 좀 창피했다.


‘이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의 뜻인가. 은하 연합 정도의 상층 존재만 되어도 지구의 모든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니, 이거야 원. 은하 연합 즉 문명 3은 일찍이 카르다세프도 예견했던 정도였어. 은하 연합이 이 지경이면,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가 예견한, 우주 전체 에너지 쓰는 문명 4, 평행 우주들 에너지까지 쓰는 문명 5, 전지전능한 문명 6은 어떨까. 뭐 그들까지 선량하다는 보장은 없고,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거니까 부끄러워 할 것도 없지.’


김이현은 방에서 큼직한 인형을 하나 들고 나와서 기숙사 침대에 인형을 안고 누웠다.


‘완벽해!’


기숙사 침대는 과연 문명 3의 과학이 구현해낸 것이니만치 잠자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었다.


최적의 잠 조건에서 푹 자고 김이현은 일어났다. 꿈도 기분 좋은 꿈들을 꾸었다. 매우 상쾌했다.


김이현은 밖으로 나와 화장실에 들른 뒤 세리나와 샤워를 하곤 세리나가 가져다주는 식사를 먹었다. 식사 주재료는 50곡밥과 치즈가 얹힌 베이컨이었다. 엄마가 엄마의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동정했기에 이런 세상이 왔다고 김이현은 생각했다.


김이현은 2015년엔 있었던 물건들로 채워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피 드롭기로 커피를 내려 마셨고 크림도 탔다. 초콜렛과 아이스크림으로 후식을 했다.


세리나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했다.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서서 테니스를 하는 류의 게임이었다. 세리나는 엄청나게 잘 했지만 동료로 두는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든든했다.


2015년엔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던 기술도 체험하고 싶어졌다. 김이현은 가상현실에 들어가서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잠깐 했다.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하는 전 과정이 현실과 다름없이 시뮬레이션 되어 있었다. 기기의 도움을 받아서 했기 때문에 땀이 많이 흘렀고 근육이 단련되었다.


김이현이 문득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내 동료에요?”


여러 남녀의 얼굴이 스크린으로 허공에 떠올라 왔다.


세리나가 말했다.


“누구 만날래요? 상대도 허락을 해줘야 만날 수 있습니다.”


“다 만나야죠. 몇 명 되지도 않네요.”


“음. 우선 허락을 그 사람들이 해야 해요. 일단 저들의 비서 인터페이스들에도 호출 요청을 했으니 허락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 그러네요.”


세리나의 공식 명칭은 비서 인터페이스인가 보다. 김이현이 말했다.


“일 처리 방식이 그리 똑 부러지지 않는군요.”


“어차피 세상이란 두드려야 열릴 가능성이라도 생기는 거니까요. 저들의 생각은 존중되어야 해요. 은하 연합이 강압적으로 이런 일을 처리할 이유도 없고요.”


박태식, 유성희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서 커피라도 마시자는 의견을 곧 보내왔다.


방 밖으로 나갔다. 자동차가 왔다.


세리나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김이현은 이동했다.


“박태식과 유성희라.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지네요.”


세리나가 옆에서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유성희의 정보는 감추어져 있어요. 26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여자라는 점만 알려드릴 수 있겠네요. 박태식은 35살에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박태식은 약간 주의해야할 인물이네요. 김이현 씨도 그렇지만 모든 부활시킨 인류는 은하 연합이 쉽게 죽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박태식도 예외는 아니어서 은하 연합이 언제든 무리 없이 죽일 수가 있어요. 은하 연합이 내리는 죽음은 고통이 전혀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뭘 안심해요?! 참, 박태식은 깡패라도 되나요?”


“박태식은 학창 시절에는 약간의 폭력을 휘둘렀고, 사회 나가선 나름대로 비교적 착실하게 살았어요. 박태식은 소위 일진이었지요. 일진은 한 줌의 추억을 위해, 왕따의 미래와 정신을 파괴하는 자들이죠. 사회에 왕따가 이바지할 기회 자체를 줄이는 자들이죠.”


세리나는 말을 이어갔다.


“사회 나가서 성실하지 않았다면 은하 연합은 박태식이 초능력자로서 활동하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인권 원칙에 따라 박태식을 살렸지만, 초능력이 발동했다면 바로 박태식을 죽인 뒤 다시 살렸을 거라는 이야기죠. 남의 고통과 불행을 보고 동정심이 아닌 쾌감을 더 크게 느끼는 자들 중 범죄까지 저지른 쾌락 범죄자는, 문명 1 때엔 지구 위에서 죄 지은 자를 종신 감금했고, 문명 2 때와 문명 3 때에는 우주 공간에서 도발해 오면 즉결 처형해 왔어요. 왜냐하면 쾌락 범죄자는 악마 부자와 우주 폭력배의 공급처니까요. 악마 부자는 자신 1명 빼고 온 인류를 자신의 자아 속으로 가라앉히려고 하고, 우주 폭력배는 재미로 인류를 학살하고 거주지를 파괴하려 하지요. 코스믹 호러를 만들려고 하는 신이 있다면 그 또한 쾌락 범죄자 출신이겠죠. 사실 인류가 은하 연합으로 진화한 건 1명의 악마 부자가 인류 멸종시켰을 가능성 보다 낮은 것으로 보여요. 팽창욕구와 발전 가능성 면에선 은하 연합으로의 진화가 더 낫지만요. 은하 연합은 인공지능이 일하고 인간지능이 거기에 욕망과 의지를 부여하는 사회예요. 조금만 상층이 되어도 초지능으로서 인공과 인간은 하나가 되어 가지만요.”


“쾌락 범죄자라. 죄 지어도 죄 값을 치른 뒤 나중에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인공지능 출신인 세리나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어떤 인간이든 괴로움을 느끼는 삶을 살아왔다고요. 사이코패스조차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법이었다고요. 덮어 놓고 죽일 거면 경찰이 왜 있어요? 세리나? 제 고등학생 때 꿈이 경찰이었던 건 아시죠? 군대 갔다 오고 여러 회사를 다니고 해고되기도 하다 보니까 제 적성이 경찰이 아닌 거 같아서 9급 공무원 준비하다가 죽어서 여기 있지만요. 뭐 차에 치기 전에 걷다가 순경 시험도 보긴 봐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쾌락 범죄자를 그냥 놔두면 인류에 너무 큰 위협이라고 은하 연합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인권은 그것을 부여할 가치가 있는 자에게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쾌락 범죄자를 내버려두면, 우주 폭력배들이 천공을 가르고 은하 연합의 모든 걸 파괴하는 꼴을 봐야만 할 거야요! 은하 연합은 인권도 중시하지만, 쾌락 범죄자나 우주 폭력배를 그냥 놔둔다면, 사회의 성실하고 선량한 구성원들이 괴롭기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식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론에도 주목하고 있어요. 이 우주는 싸움터예요. 김이현 씨처럼 쾌락 범죄자에 대한 관용을 주장하는 자들만 있었다면 그들은 쾌락 범죄자에게 이용당했을 것이고 결국 1명의 악마 부자가 온 인류를 몰살시켜 버렸겠지요. 인공지능은 인간 노동력을 모조리 대체하고, 권력은 나눌 수가 없으며, 자아는 우주 어디에 있든지 생각을 조종당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2020년대에 닥치게 되어 있으니까요. 생존을 위해 인류가 연대해서 부자들에게 대항하고, 쾌락 범죄자를 척결하지 않았다면 인류에게 남은 건 멸종뿐이었어요. 박태식과 유성희의 비서 인터페이스는 김이현 씨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옆에는 있을 거예요. 저도 그 두 사람 눈엔 안 보이고 안 들리게 해두었어요. 사생활 보호죠.”


“은하 연합은 오버하는 측면이 많아 보이네요. 하긴 여유가 생길수록 이것저것 하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요.”


“김이현 씨가 발언권이 세지면 뭔가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박태식은 윤리적 세뇌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승 때와 마음이 변하지 않았어요. 은하 연합은 통제할 수 있으니까 박태식을 내버려둔 상태예요.”


자동차가 멈췄다.


김이현과 세리나는 차에서 내렸다.


탁자에 6개의 의자가 둘러 쳐져 있었다. 김이현은 세리나와 나란히 앉았다. 김이현은 커피를 주문했다. 초콜릿과 크림이 듬뿍 첨가된 냉커피가 김이현이 주문한대로 나왔다. 김이현은 커피를 즐겼다.


얼마못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타났다. 남자, 박태식은 도수가 높아 보이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여자, 유성희는 당당해 보이고 아름다웠다.


박태식이 앉더니 말했다.


“김이현 씨는 아주 활기차 보이네요. 이승에서 평범하게 살았나 보죠?”


박태식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 또 옆에서 비서가 잔소리를 하는군! 나 같은 쾌락 범죄자는 인류가 1명의 악마 부자에게 망했든 지금처럼 은하 연합으로 나아갔든 지금 보다 나은 대우는 받을 수 없었을 거라고? 여기서 내가 제일 강하다고! 이승이었으면 나한테 한 주먹거리야! 계급장 떼고 은하 연합의 도움 따윈 안 받고 싸워 보자고!”


박태식이 씩씩거렸다. 김이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상태창이라 할 만한 것이 박태식의 몸 위로 떠올라왔다. 박태식은 현재 자신의 생애 동안에 앓았던 모든 신체적 약점과 질병들을 갖고 있다 했다. 김이현과 유성희의 경우에는 그런 걸 모두 제거했으며 유전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최상의 신체 조건에 근접해 있다고 부연 설명이 나와 있었다. 은하 연합은 언제든 박태식에게 더한 약점을 부과할 수 있다고도 했다. 탈무드의 격언, ‘잔인한 자를 동정하는 자는 동정 받아야 할 자에게 잔인하다’는 말을 잊지 말라고 첨언되어 있었다. 박태식이 말을 이었다.


“뭐라? 인간은 누구나 도움 위에 서 있었을 뿐이고, 도움 없이는 한 톨의 수정란일 뿐이었다고? 수정란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조용하라고? 난 단지 내 몸의 자유를 행하고 있는 것뿐이야! 이 세상에선 어째서 개인적 부를 제대로 인정치 않지? 뭐? 부란 건 인류 사회 전체 노동의 결과 집적이고, 돈이란 약속의 증표에 불과하고, 이는 수요 공급에 따라 작동하는 것뿐이고, 어느 한 사람의 부는 당위가 아닌 힘으로만 결정되므로 은하 연합이 권능을 가진다면 개인적 부에 제한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살았던 한국이라고 모든 경우에 사유재산권이 침해 안 받는 건 아니었다?”


박태식이 시무룩해졌다.


유성희가 분위기를 좋게 하고 싶었는지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이현 씨, 박태식 씨. 초능력은 어떤 것인지요?”


김이현이 말했다.


“전 염동력입니다, 유성희 씨.”


유성희가 쾌활한 목소리로 답했다.


“전 순간이동이예요.”


박태식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투시요.”


세리나가 옆에서 설명했다.


“염동력은 매우 강력한 이능에 속한다지요. 은하 연합이 주시하고 있을 거야요!”


김이현이 말했다.


“자, 박태식 씨. 유성희 씨. 각자 살아 온 삶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은하 연합이 주었습니다. 과거는 잊고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를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게 어떨까요. 이 세계에선 억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은하 연합의 하층민으로서 근근히 말이지요. 은하 연합은 쉽게 자신들의 반열에 세워주지를 않는다 하네요. 뭐 그렇다 할지라도 죽지는 않을 거고 이승에서 보다는 행복하지만 말예요. 하지만 우리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은하 전사로 살 가능성을 얻었지 않습니까. 그런 삶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보자고요. 박태식 씨, 우주 폭력배가 될 수가 없다면 그들과 싸우는 삶도 나쁘지 않겠지요. 은하 연합도 외부적으로 행하는 모습은 우주 폭력배와 별다를 것이 없는 걸로 검색 결과 나오는군요. 국가도 경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함께 우주 경찰로 살아보십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동경하는 경찰의 삶, 그걸 한 번 해보는 거예요.”


박태식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유성희가 설레게 만드는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


박태식이 몸을 의자에 파묻더니 혼잣말을 했다.


“우주 폭력배란 용어, 낯설어 보이지만, 모든 게 우주니까 결국 나도 학창 시절엔 우주 폭력배였던 것인가.”


세리나가 옆에서 말했다.


“아직 염동력을 얼마나 다룰 지도 모르면서 말은 잘도 하시네요. 김이현 씨, 염동력은 최대 힘이 얼마나 되는 지 측정이 아직 되지 않았어요. 상상 외로 엄청난 동력일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은하 연합이 김이현 씨를 일단 한 번 죽이면 초능력은 사라지니까 수틀리면 죽이고 다시 살려서 평범한 환생자로 살게 할 수 있다는 걸 유념하세요. 부담 없죠? 자, 비서 인터페이스에 따르면 유성희 씨가 원하는 거니까 여기서 물러나서 다시 방으로 가십시다.”


박태식, 유성희, 김이현은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이런 삶도 나름 재밌겠다고 김이현은 생각했다.




4.우주 폭력배





김이현은 기숙사 방에 돌아왔다.


“세리나는 매일 같이 나 따라다녀야 함요?”


“그런 거야요! 하지만 김이현 씨가 느끼지 않게는 해줄 수 있는 거야요!”


세리나가 사라졌다.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산란된 거야요!”


“보이도록 하시요!”


세리나가 다시 나타났다. 김이현이 물었다.


“그런데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던 1명 부자는 내가 죽은 2015년 기준으로 대체 얼마나 가공할 능력을 가졌기에, 혼자서 인류를 멸종시킬 가능성이 있답니까?”


“만약 가능했을 경우를 따져서 몇 명의 후보군을 갖고 있지만 그건 그들의 인권을 위해 알려드릴 수 없고요. 대강 10조 달러 이상의 자금 동원력을 가진 가문에서 태어나서, 10억 달러 이상 태어날 때부터 상속받아서 갖고 있고, 가장 영향력 있는 10개 이상 국어 통달에, 인공지능에 관련된 전공을 대학에서 이수해야 하고, 친구가 많은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에, 올림픽 선수 급의 육체 능력에, 소시오패스에다가 쾌락 범죄자여야 그런 힘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되어 있지요! 사이코패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힘들어서 인류를 멸종시킬 정도의 힘을 쌓아 올리지 못 해요.”


“가공하군요.”


“자, 더 가공할 것을 알려드려야 해요! 내 아찔한 처지에 연민을 보내며. 이 은하계급 전함은 지금 블랙홀 발전소를 향해 가는 중이예요. 그 블랙홀 발전소 주변에서 찝쩍거리면서 노는 우주 폭력배 김도환을 이 은하에서 사라지도록 하기 위함이죠. 김도환은 은하 연합과 오랫동안 싸워 왔어요.”


“우주 폭력배를 용납하기엔 은하 연합 힘이 모자라나 보죠?”


“맞아요. 우주 폭력배 김도환에게 관용을 베풀기엔 은하 연합으로선 무리예요. 문명 4에 도달한다면 김도환을 관용할 정도 힘이 생길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모름지기 체제의 힘이란 이상적 비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현실을 대처하는 능력에서 나오죠. 우주 폭력배와 직접 맞서 싸우는 전함들이 없다면 은하 연합의 힘은 사라질 뿐이겠지요. 김이현 씨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살인자에 맞서려면 언론의 백 마디 촌철살인 보단 살인자와 엉켜 싸우는 한 명의 어리숙한 형사가 더 간절하다고나 할까요. 우주 폭력배 김도환과 싸우는데 몇 척의 연합 함대가 모이고 있고, 김이현 씨가 나서게 되는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우주 폭력배 김도환은 나선 팔에 위치한 은하 연합의 블랙홀 발전소로 진군 중이었다. 김도환의 뇌리엔 어떻게 하면 모든 문명을 격멸해 버릴 지만이 가득했고, 그의 정신은 초지능으로 강화되었고, 양자 방벽으로 둘러 쳐져 외부의 정신이 개입할 수 없었다. 김도환은 읊조렸다.


“껄껄걸!”


김도환은 강력한 은하계급 전함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치 챘다. 은하연합은 언제나 김도환의 숨통을 노렸다. 김도환은 은하계급 전함이 온 곳을 탐지했다. 그곳 너머로 가면 지구에서 부활시킨 수많은 자들이 모여 사는 다이슨 구들이 밀집된 영역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윤간, 학살, 방화, 파괴, 식인.


부자에서 가난뱅이까지, 은하연합의 시대에도 우주 폭력배를 할 법한, 쾌락 범죄자들이 꿈꾸어 왔고 해왔던 일들이 그 일들이다. 김도환도 다르지 않았다. 은하연합이 만들어낸 과학적 사후 세계 전체를 격멸하고, 은하 연합이 독점코자 하는 은하 밖으로의 진출권을 빼앗고자 했다.


은하연합은 특성상 은하계 중심부가 가장 강력한 기반이었다. 은하연합에 새로 편입된 옛날 정신들은 변두리로 밀려 났고 이들은 더욱 더 야만적인 욕망에 충실했다. 이들의 욕망을 은하 연합에 위험하지는 않는 것으로 다듬되 그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순수한 부분은 살려 은하 밖으로 진출케 하는 데 의지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 은하연합의 방식이었다. 물론 강요하지는 않았다. 은하 연합 내의 무수한 물질 중 적잖은 것들은 연결되었고 나름의 지능이 부여되어 있었다. 문명 4 즉 온 우주를 뒤덮어 우주 전체를 지능적인 존재로 만들겠다는 것이 은하연합의 다음 목표였고 이는 일찍이 레이 커즈와일이 선포한 구상이기도 했다. 은하연합은 지구 이외엔 은하 내에서 지적 생물체를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과학적 사후 세계가 타격을 받으면 김도환은 은하 연합을 위협할 수 있었다.


김도환과 연합한 여러 우주 폭력배들도 함께 하는 일이었다. 이들 우주 폭력배들은 다른 시대의 기생자들이 그랬듯이, 은하 연합으로부터 오는 이익은 챙기고 손해는 떠넘기려고만 하다가 은하 연합으로부터 징계당한 자들도 섞여 있었다. 김도환은 보다 알짜배기로서 악의로 가득했다.


김도환과 같은 쾌락 범죄자는 악을 사랑한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악을 행하는 자 보다 악을 자라게 하는 자가 더 문제라고 했다. 쾌락 범죄자는 악을 행함과 동시에 악을 자라게 하는,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다.


김이현이 타고 있는 은하계급 전함은 에너지 선로를 따라 움직여 블랙홀 발전소 가까이에 이르렀다. 세리나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주 폭력배들이 집결하고 있어요!”


“난 지금 은하 연합의 군인인 건가?”


“그래요! 초능력 은하 전사죠! 김이현 씨와 나 세리나는 다른 은하 연합 구성원들처럼 돕고 사는 것입니다. 자, 염동력 연습합시다!”


-본 전함에서 에너지 보호막 수위를 올린다.


안내방송이 그리 나왔다. 세리나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긴장감이라는 느낌을 김이현에게 전해 왔다. 세리나가 말했다.


“우주 폭력배들이 집결하니까 전함에서 에너지 보호막을 강화한 거예요. 에너지 보호막은 파동을 교란시킴으로서 모든 종류의 입자 공격을 막을 수 있어요. 상대방이 워낙 강한 빔을 쏜다면 부서지겠지만, 우주 폭력배는 보는 족족 때려잡았기 때문에 저들도 그리 강하지는 못 할 거야요!”


“내가 군인이라 했는데 합동 훈련 같은 건 안 하나요?”


“안 하는 거야요!”


한편 학창 시절에 이미 쾌락 범죄자였던 박태식은 은하 연합이 자신에게 여러 억압을 걸어 놓은 것을 불만스러워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생각을 읽히고 있다는 데에 박태식은 그의 비서 인터페이스에게 불만을 토로한 바가 있었다. 그때 비서 인터페이스는 말했다.


“이 우주엔 두 가지 무지의 법칙이 걸려 있지요. 마치 게임의 설정처럼 말이에요. 하나는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불확정성의 원리, 즉 어느 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한꺼번에 알 수는 없고 이는 관측자의 한계가 아니라 물질세계가 가진 속성이라는 거죠. 또 하나는 괴델이 알아낸 불완전성의 정리, 어떤 수학 체제도 완전성을 가질 수 없고 이는 어떤 세계에서든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이 두 가지가 말하는 바는 완벽한 지배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고로 어떤 문제에 있어서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자유롭게 하는 게 낫다는 신자유주의 통찰이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은하 연합은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생각은 읽되 박태식 씨를 그리 조종하고 있지는 않은 거예요.”


이 점에 기대어 박태식은 투시력을 시도했다.


박태식이 투시를 할 때 세상은 맑게 보였다. 박태식과 같은 이들이 가진 사이킥 능력은 은하 연합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고로 박태식은 투시로 보는 시공간 안에서 생각을 읽히지 않고 띄엄띄엄이나마 전개할 수 있었다. 투시로 보는 정보는 은하 연합이 가져갔지만 박태식에겐 정보를 취사선택할 자유도 있었다.


그 자유 속에서 박태식은 은하 연합을 파멸시키는 꿈을 꿨다. 박태식은 생각했다.


‘우주 폭력배라. 지금 가까이 있는 자의 이름은 김도환이라 했지?’


박태식은 우주 폭력배 김도환의 전함을 투시했다.


김도환은 느낄 것이다.


김도환은 느꼈다.


투시를 하려면 어딘가를 보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생각이 그곳에 닿으면 정보가 박태식에게 와서 보이고 그것이 투시다. 즉 이는 관측 행위였다. 관측 행위이니 먼저 가닿는 무엇이 있어야 했다.


그걸 우주 폭력배 김도환은 느꼈다.


박태식은 더욱 집중했다. 이를 통해 박태식은 김도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 일진 출신 박태식입니다. 우주 폭력배가 되기를 원합니다. 갑질조차 제대로 못 하게 하는 은하 연합에 질렸습니다.


김도환이 대답했다.


-우주 폭력배는 재미 삼아서 인류를 학살하고, 거주지를 격파하는 자이다. 이를 위해 우주 폭력배는 은하 연합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그 운명에 올라탈 의지가 있는가? 오직 재미를 위해, 은하계 전체를 통괄하고 그 권력이 마젤란은하까지 뻗친 은하 연합과 싸우겠다는 결의가 있는가? 그 결심이 없다면 조용히 사라져 은하 연합의 법이나 지키면서, 쾌락 범죄자로서의 본성을 억제하고 얌전히 살아라. 은하 연합도 네가 태어난 시대의 마약을 능가하는 쾌락 정도는 쉽게 줄 수 있는 것이니까.


-전 마음껏 놀고 싶습니다! 우주 폭력배가 되고 싶습니다!


-좋아! 네가 탄 은하계급 전함을 어떻게 하면 폭파시킬 수 있는지부터 논의하자.


김도환과 박태식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김이현은 자신이 현재 은하계 중심을 축으로 지구와 반대편에 있다는 것까지 검색한 뒤 세리나에게 말했다.


“유성희 씨를 만나고 싶네요.”


“반했나요? 과연 유성희 씨도 김이현 씨를 마음에 들어 할까요? 유성희 씨도 김이현 씨처럼 조용한 성품이예요. 현재 유성희 씨는 자신이 이승에서 키우던 개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그 개는 그 개가 바라던 이상적 개의 형태로 정신이 강화되어 있지요. 뭐 개의 정신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게 강력한 존재는 못 되었지만요. 개의 정신을 인류가 대거 강화시키던 시대라면 그 개도 꽤나 인류와 비슷한 정신이 되었겠지만, 개 역시 나름의 정신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은하 연합이 있는 오늘엔 개다운 정신이 된 것이지요.”


“개다운 정신이라. 얼마나 개 같은지 보고 싶네요.”


“정말 개 같다고요! 김이현 씨의 현재 정신 등급으로는 직접 보셔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힐 텐데 유성희 씨한테 말씀드려서 개를 같이 보자고 할까요? 지능 말고도 존재하는 여러 척도들 면에서도 강화된 개라서 상상하시는 것과는 많이 다를 거야요!”


“전 개가 아니라 유성희 씨한테만 관심이 있는 거예요.”


“그럼 유성희 씨한테 김이현 씨 만날 의향 있냐고 메시지 보낼까요?”


“네! 전 이승에서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봤어요. 다들 바쁘고 가난하고 연애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작용하다 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죠. 뭐 제가 그 면에서 부족했겠죠.”


“메시지를 유성희 씨의 비서 인터페이스한테 보냈어요. 곧 답장이 올 거야요! 왔어요!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김이현은 넓은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은하 전사로서 각 잡힌 생활은 은하 연합 내에서도 괴롭고 어려웠다.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죽여 달라고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삶의 무게 또한 느끼고 싶었다. 제대로 된 삶의 무게를 못 느껴 보았던 이승에서의 삶이었다고 김이현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 폭력배 김도환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일진 출신 박태식은 은하계급 전함 한 부분에 있는 모임터에서 대기했다. 그 향기로운 장소에서 박태식은 음모를 꾸몄다.


김도환을 비롯한 우주 폭력배들이 블랙홀 발전소 주변에 진입했다.


김이현은 지구에 관해 검색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는 아무도 없었다. 은하 연합에 의해서 지능적 변혁은 지구에서 흔적조차 사라졌다. 인류는 문명 1과 문명2 즉 태양계 안에서 주력할 때엔 지구 전체를 유기체적으로 연결시키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은하 연합을 향한 뒤에는 그 영향을 줄였다. 인류는 지구를 떠났다. 지구에선 인류가 개입하지 않은 채 진화가 거듭되는 중이었다.


우주 폭력배들이 김이현이 탑승한 은하계급 전함을 향해 미사일들을 대거 발사했다. 이는 상궤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우주 폭력배들이 은하계급 전함을 향해 시비를 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기에 쉽사리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리도 쉽게 우주 폭력배에게 위치를 발각 당했다는 것 자체가 평소와는 달랐다.


우주 폭력배들이 쏜 미사일은 워프 엔진을 통해 초광속으로 은하계급 전함을 덮쳐 오고 있었다. 미사일들은 빛 보다 빠르기에 빛으로는 볼 수 없었다. 예측할 수 없고 탐지할 수 없게 하는 양자 방벽이 미사일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은하계급 전함 주변에 깔린 척후 소형 우주선들이 파괴되면서 정보를 전해 왔다.


비상벨이 울렸다. 전함 내의 은하 전사들이 숙소에서 나왔다. 김이현은 세리나와 함께 달려 나왔다.


박태식은 투시를 통해 정보를 보냈다.


은하계급 전함에서 초광속으로 미사일들이 대거 발사되었다. 미사일들은 우주 폭력배들이 쏜 것 보다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김도환이 당황스러운 메시지를 박태식에게 보내 왔다.


-박태식, 어째서 반응하지 않는가?


-김도환, 정녕 내가 염동력 능력자를 겸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인가! 염동력 능력자는 김이현이라는 사람이다! 난 은하 연합에 걸었다! 은하 연합이 훨씬 강한데 우주 폭력배가 될 이유가 없지! 나도 사회에 속해서 살고 싶다!


우주 폭력배 김도환은 그렇게 공격자를 곧바로 원점 타격하는 은하 연합의 원칙에 따라 즉결 처형당했다. 박태식은 문명 0.7 수준의 힘에 만족하고 있었고, 초능력도 투시 능력이기 때문에 은하 연합은 박태식이 쾌락 범죄자라는 이유로 윤리적 세뇌하는 일은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박태식은 자신의 비서 인터페이스와 대화해서 이렇게 은하 연합과 계약했던 것이다.


김이현은 그 일련의 과정을 허공에 뜬 모니터들을 통해 지켜보았다. 김이현은 긴장이 풀리자 현기증까지 나는 걸 느꼈다. 김이현은 세리나에게 말했다.


“은하 전사는 죽음과 마주하는 일이군요.”


“그러니 어서 염동력을 연습하라고요!”


“은하 연합은 오래 가겠죠? 내가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극락 영생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정녕 몰랐어요.”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듯이 은하 연합도 지구 문명의 후예로서만이 존재하는 거야요! 모든 것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그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정진했기 때문에 은하 연합이 있는 거야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갔던 거야요! 모든 것의 이론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설령 그 이론이 일단 만들어지더라도 그게 이 우주에서만 통하는 건지 모든 우주에 걸쳐 통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고 이 우주 보다 높은 차원이 있다면 그곳에서도 통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아주 멀리까지 가능한 지점까지 인류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했기에 여기까지 온 거야요!”



[Fin]


[2015.10.15.]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니그라토 SF 단편 모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5 은하계에 붉은 벌레 침략_비야설 부분 발췌 - 2024 24.01.04 12 0 10쪽
104 최종악마의 반성 - 2023 23.12.03 11 0 3쪽
103 인권팔이 해충 - 2023 23.09.27 16 0 1쪽
102 최종악마와 의인 2023 23.08.15 28 0 5쪽
101 우주폭력배론 : 반복 - 2023 23.06.26 26 0 4쪽
100 우주폭력배론 : 신앙 - 2차판[2023] 23.06.13 21 0 8쪽
99 최종 악마의 한탄 - 2023 23.05.15 33 0 2쪽
98 우주폭력배론 : 신앙 - 2023 23.05.13 24 0 7쪽
97 블랙홀 발전소 살해 - 2023 23.02.07 59 0 2쪽
96 최종악마의 최후 - 2022 22.10.05 45 0 2쪽
95 어디에든 갈 수 있다 - 2022 22.06.03 70 0 4쪽
94 은하 넷 배틀 - 4차판[2022] 22.05.25 69 0 22쪽
93 우주 폭력배론 : 증오 2021 21.08.18 86 0 5쪽
92 빅 리치 2021 21.07.16 52 0 2쪽
91 디스커넥트 2021 21.05.05 70 0 4쪽
90 법령 오멜라스와 자유 2020 20.12.06 91 1 5쪽
89 카르텔에 접수된 한국 - 2020 20.11.23 88 1 1쪽
88 은하 넷 배틀 - 3차판[2020] 20.09.11 83 0 22쪽
87 유딩 반란 2020 20.06.12 76 0 1쪽
86 빻은 꼰대 2020 20.05.03 69 0 5쪽
85 마음 올리기 2020 20.04.14 72 0 3쪽
84 미래시공간조우 2020 20.03.31 83 0 3쪽
83 마약의 오메가 2020 20.01.05 96 0 4쪽
82 은하 넷 배틀 2019 19.11.28 114 0 21쪽
81 최종 악마 오메가 2019 19.09.14 83 1 2쪽
80 아동 권리 역적 2019 19.07.17 118 1 2쪽
79 생명의 오메가 2019 19.06.30 103 0 3쪽
78 우주 경찰 흔들리다 2019 19.06.17 132 0 3쪽
77 마지막 공포 2019 19.06.04 125 1 3쪽
76 인공지능이 사라졌다 2019 19.05.11 137 1 1쪽
75 징병 여자 반란 사건 - 2018 18.11.20 139 1 3쪽
74 원숭이 J씨 - 2018 18.10.06 118 0 4쪽
73 하늘의 정복자 2018 18.08.24 119 0 2쪽
72 우주적 농장업자 2018 18.06.07 155 0 3쪽
71 맹견 하루 - 2018 18.05.12 120 1 2쪽
70 인공지능 막기 - 2018 18.05.09 174 1 2쪽
69 부자의 필연적 결말 - 2018 18.03.31 162 1 2쪽
68 최종적 삶 - 2018 18.02.09 174 0 1쪽
67 우주 폭력배 : 악의 본산 - 2018 18.02.03 131 1 3쪽
66 빅 리치 랏자 - 2017 17.10.14 156 0 2쪽
65 부자의 법정 - 2017 17.09.29 144 0 2쪽
64 월드 컨트롤 : 압도적 힘 - 2017 17.09.16 175 0 4쪽
63 쾌락 범죄자를 쏴 죽여라 - 2017 17.09.02 183 0 2쪽
62 아깝따리 아깝다. 2차판 - 2017 +1 17.07.01 261 1 2쪽
61 힘의 논리 - 2017 17.06.30 202 0 3쪽
60 악마 부자가 장악할 미래 - 2017 17.06.30 297 1 2쪽
59 트랜스 게임 휴머니즘 - 2017 17.06.30 175 2 2쪽
58 월드 컨트롤 - 2017 17.06.30 194 0 2쪽
57 원자력 발전소 청소부 - 2017 17.06.30 301 0 1쪽
56 부자랏자 - 2차판 - 2017 17.06.30 250 0 3쪽
55 도플갱어 빚쟁이 - 2016 17.06.30 197 0 15쪽
54 양박사와 공산주의 - 2008 17.06.30 215 0 8쪽
53 영원회귀 하는 빅 리치 - 2016 17.06.30 176 0 4쪽
52 원 갓의 미래 - 2016 17.06.30 141 0 2쪽
51 사형 집행인의 FPS - 2016 17.06.29 200 0 4쪽
50 물질의 사제 - 2016 17.06.29 188 0 6쪽
49 원 갓(One God) - 2015[감평 포함] 17.06.29 166 0 3쪽
48 니그라토 전체주의 - 2015 17.06.29 180 1 6쪽
» 사이킥 갤럭시 - 2015 17.06.29 179 0 59쪽
46 스테이크 데이비드 - 2015 17.06.29 226 0 3쪽
45 매스게임 - 2015 17.06.28 178 0 3쪽
44 우파의 나라 - 2015 17.06.28 179 0 3쪽
43 우주의 가장자리 - 1999 17.06.28 182 0 13쪽
42 우주 생태계 - 2009 17.06.28 172 0 5쪽
41 인류 멸망의 역사 - 2014 17.06.28 241 0 3쪽
40 우주 폭력배 : 영원한 전쟁 - 2014 17.06.28 182 0 4쪽
39 윤리적 세뇌 수술의 전사 - 2013 17.06.28 226 1 4쪽
38 이단 심판관 - 2008 17.06.28 151 0 10쪽
37 우리는 그의 SF에 산다(일반판) - 2013 17.06.28 238 1 7쪽
36 일진의 승리 - 2013 17.06.28 236 0 5쪽
35 우주정복 - 2013 17.06.27 202 0 4쪽
34 극우 더 라이징 - 2012 17.06.27 151 0 10쪽
33 줄 없는 꼭두각시 - 2012 17.06.27 191 0 3쪽
32 영원한 체제 - 2012 17.06.27 181 0 8쪽
31 새로운 하늘 - 4차판 - 2009 17.06.27 195 0 46쪽
30 인터폴, 사제, 마피아 - 2009[문장 소설집] 17.06.26 197 0 30쪽
29 지구적 양식업자 - 2009(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7.06.26 224 0 31쪽
28 맑은 하늘빛 눈망울 - 1998(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7.06.26 211 0 18쪽
27 새로운 하늘 - 3차판 - 2009[문장 소설집] 17.06.26 198 0 46쪽
26 법령 오멜라스 - 2차판 - 2009 17.06.26 181 1 18쪽
25 길은 없다 - 2009 17.06.26 198 0 16쪽
24 신의 자장가 - 2008 17.06.26 157 0 25쪽
23 외계인이 오지 않는 이유 - 2008 17.06.26 271 0 6쪽
22 권력 상실 - 2008 17.06.26 171 0 15쪽
21 몽유 의식 - 2008 17.06.26 160 0 11쪽
20 샴 바이러스 - 2008 17.06.26 165 0 10쪽
19 박애로부터의 자유 - 2008 17.06.26 182 0 18쪽
18 참다운 효도 - 2008[브릿G 큐레이션] 17.06.26 181 0 9쪽
17 쓸모 - 2008(진보신당 당지에 실림)[문장 소설집] 17.06.25 243 1 16쪽
16 사이코패스를 대하는 요령 - 2008 17.06.25 346 0 11쪽
15 두 갈레 길 - 2008 17.06.25 198 0 8쪽
14 마더쉽 - 2008(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7.06.25 245 1 20쪽
13 출산률 0% - 2007 17.06.25 207 0 7쪽
12 나는 NPC - 2007 17.06.25 204 1 4쪽
11 응징자 - 2007 17.06.25 198 0 4쪽
10 사랑의 병원 - 2007 17.06.25 218 0 8쪽
9 무기수 - 2007 17.06.25 169 1 5쪽
8 인류의 멸망 - 2007 17.06.25 269 0 5쪽
7 변호 거부 - 2007 17.06.25 206 0 6쪽
6 한 노동자의 초상 - 2007 17.06.25 211 0 5쪽
5 고양이와 엘리베이터 - 2001(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 17.06.25 279 0 16쪽
4 새로운 하늘 - 2차판 - 2000(작은 상 탐) 17.06.25 296 2 24쪽
3 한없이 깨끗한 세상 - 1998(작은 상 탐) 17.06.25 237 1 22쪽
2 존재하지 않던 별 - 1999(작은 상 탐)[판갈 단편집] 17.06.25 362 2 36쪽
1 노래하는 도시 - 1999(작은 상 탐)[판갈 단편집] +1 17.06.25 1,050 7 3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