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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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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902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9.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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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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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2.악몽

DUMMY

“이게 누구야. 크리스 아니냐!”


베른이 화들짝 놀랬다.


“돌아왔구나!”


베른이 반가운 표정으로 크리스와 인사를 나눴다.


“루크와 리사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다행이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나요? 집에 안 계셨어요.”

“그렇지, 산맥사람들 대부분 집을 떠나서 함께 있어. 너랑 김씨가 떠난 후에 병사들이 몰려왔거든, 귀찮은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해서 다 같이 저쪽으로 이동했어.”


베른이 왔던 길을 가리켰다. 일행의 시선이 자연스레 둘의 대화에 솔렸다.


“근데 저들은 누구냐?”


베른이 낯선 일행이 신경 쓰였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음에서 함께 온 일행이에요. 나쁜 분들은 아니에요. 그보다 먼저 집으로 가야 해요. 선생님이 다쳤어요.”


베른이 그제야 쓰러져 있는 김신을 발견했다.


“아니, 김씨야? 어쩌다 이리 된 거야.”


베른이 김신을 살폈다. 얼굴이 창백한 게 대충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저씨 우선 집으로 가요. 가면서 말해 드릴 게요.”

“그래, 어서 가자.”


크리스의 재촉에 베른이 앞장서 길을 안내했고 일행들이 뒤를 따랐다. 노숙은 피했다는 생각에 일행들의 걸음이 가벼웠다.


앞서가는 베른과 크리스가 그간의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크리스는 감옥에 갇혔다가 몰래 빠져나왔다고 짧게 요약했다.


“뭐? 몰래 빠져나왔다고 풀려난 게 아니고?”


베른이 머리를 짚었다. 물론 얌전히 있는다고 풀어줄 놈들은 아니지만, 탈옥을 했으니 마을에 얼굴 들고 돌아다니기는 힘든 일이었다.


“예, 영주 저택으로 병사들이 쳐들어왔어요. 그 틈에 빠져나왔어요.”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아마도 다른 가문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 같아요.”


베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산맥으로 병사들이 들어온 것도 그렇고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도 그렇고 자꾸 마을이 시끄러워지는 것 같았다.


희미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산 중턱에 움푹 들어간 지형으로 집 몇 채가 세워져 있었다. 멀리서는 눈에 띄지 않아 찾아 내기 어려운 위치였다.


집 앞에 나와서 베른을 기다리던 헤나가 다가오는 일행 속에서 크리스를 발견했다.


“아저씨 나와보세요! 크리스가 와요!”


헐레벌떡 달려간 헤나가 루크의 집문을 두드렸다. 벌컥 문이 열리고 루크와 리사가 튀어나왔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다가오는 일행들 앞에서 베른이 손을 흔들었다. 크리스가 루크와 리사를 발견하고 한 걸음에 달려가 품에 안겼다.


“크리스! 이게 꿈은 아니겠지.”


크리스가족 서로 끌어안고 한바탕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고 있던 베른도 눈물이 고이는지 안 보이게 눈 주위를 매만졌다.


어느새 산맥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가족 상봉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산맥사람들의 시선은 일행에게도 돌아갔다. 낯선 일행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눈치였다. 무엇보다 갑옷을 입고 있는 왈드와 빈에게 시선이 쏟아졌다.


기쁨에 젖어 있던 크리스가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채고 일행들을 소개했다. 루크와 리사에게 대강 정황을 설명하고 일행들을 함께 도망쳐 나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루크와 리사는 김신의 모습에 놀라 서둘러 일행을 집안으로 드렸다. 하지만 마을 사람 몇은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이가. 김씨가 쓸데없이 산을 기록하는 통에 일어난 일 아닌가.”

“그러게 말이네. 혹까지 달고 왔으니 이거 참···”


일행 모두 루크의 집으로 들어 간 뒤에도 산맥사람들의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집으로 들어선 개똥이 김신을 한편에 눕혔고 리사가 상처 부위를 소독했다. 알렌과 셸리는 화로 위에 있는 수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치 빠른 리사가 수프를 그릇에 담아 모두에게 나눠줬다. 감자와 허브로 맛을 낸 단순한 수프였다. 그럼에도 일행들은 배가 고팠는지 금세 그릇을 비웠다.


“맛이 좋군. 좀 더 줄 수 있겠소?”


개똥이 양이 모자란지 빈 그릇을 들고 입맛을 다셨다.


“어쩌죠, 그게 단데.”


리사가 빈 냄비를 보며 말했다. 먹을 것을 더 내주고 싶었지만 한동안 마을에 내려가지 못해 식료품이 떨어진 상태였다.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크리스가 잡혀가는 통에 손을 놓고 있었다.


개똥이 허기를 잊을 생각으로 구석이 자리를 잡고 얼른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개똥이 코를 골았다. 아무 데서나 잘 자는 개똥이었다. 다음으로는 알렌과 셸리가 잠들었다.


아이들을 잠이 들자 필리아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병사들 중에 남편이 있다는 말에 루크와 리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불편하신 줄 알아요. 하지만 남편을 꼭 찾아야 해요.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세요. 날이 밝는 데로 떠날게요.


필리아의 사정을 딱했지만 이곳의 위치를 아는 자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제가 근처까지 바래다 드릴 게요. 대신 이곳에서 본 것은 이야기하지 마세요.”

“아니다. 내가 바래다주마.”


루크가 나섰다. 크리스가 다시 위험에 처할까 겁이 난 것이다. 필리아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며 약속을 했고 이들의 대화가 마무리됐다.


모두가 잠든 새벽 김신이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니 장이 꼬인 것처럼 복구에 통증이 몰려왔다. 잠시 침상에 걸터앉아 심호흡을 했다. 주위에 일행들이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익숙한 담요와 물건들을 보고 어렴풋이 루크의 집임을 짐작했다. 갈증이 느껴졌다.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걸어가 물을 찾아 마셨다.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검에서 빛이 쏟아져 나가는 순간 힘이란 힘은 모조리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다시 떠 올리니 지금도 빈혈이 오는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전에 느꼈던 기운이 몸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건가?’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해보려 했지만 개똥의 코 고는 소리에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새벽에 찬 공기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집 옆으로 보이는 평평한 바위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몸이 덩 빈 것 같았다.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한동안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조금씩 주위를 맴도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천천히 몸 안으로 가져왔다.


전처럼 쉽게 기운이 모이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지자 어렵게 모았던 기운이 밖으로 흩어져 버렸다. 허탈한 마을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했다.


어느 정도 기운이 모이자, 이제는 집중력이 떨어져도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기운을 모으는 것도 수월 해졌다. 기운이 차곡차곡 쌓이고 가장 먼저 복부의 통증이 사라졌다. 다음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감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을 채우자, 주위에 펼쳐 친 풍경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집안에 있는 동료들의 숨소리와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수까지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도사가 되면 앉은 자리에서 백리를 내다본다고 하던데, 딱 이걸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흥미롭고 신기한 일이었다. 풀숲에 숨어 잠이 든 산짐승과 먹이를 찾아 헤매는 몬스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주위의 지형을 익히며 현재 위치를 파악해냈다. 그리고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갔다. 기존에 머물던 집과 병사들이 있을 만한 계곡, 거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았다. 그 지역 밖으로는 느껴지는 감각이 희미했다.


인기척이 없었다. 병사의 흔적을 찾아 정신을 집중했지만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기운도 충분히 쌓여 더 이상 모이지 않았다. 그만 눈을 뜨려는 데 계곡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으윽.”


몸을 뒤척이던 마울드가 신음을 토하며 꿈에서 깨어났다. 악몽에 시달렸는지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젠장 천하에 마울드가 악몽이라니.’


번쩍이는 빛이 덮쳐오고 몸이 부셔지는 꿈이었다. 그의 신음을 들은 병사가 곧 막사로 뛰어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마울드님.”

“신경 쓸 것 없다.”


마울드가 몸을 일으켰다. 한쪽 팔이 붕대에 둘둘 감겨 있었다. 김신과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였다. 서둘러 몸을 뺏지만 완벽히 피하지 못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튀어 오른 파편을 머리에 맞아 잠깐이지만 의식도 잃어버렸다. 다행히 뒤늦게 도착한 병사들과 합류해 치료를 받았지만 당분간은 한 팔로 생활해야 했다.


“아직 시간이 이릅니다. 더 쉬십시오.”

“프레이드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야겠다. 죽었다면 필리아도 필요 없으니.”


도망쳐 버린 필리아를 찾는 것보다 프레이드의 흔적을 찾는 것이 쉬워 보였다. 마울드가 막사 밖으로 나오자 서둘러 병사들이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십여 명의 병사들이 그를 따랐고 프레이드와 그의 병사들이 향했던 계곡으로 걸어갔다.



새벽닭이 우는소리에 프레이드가 눈을 떴다. 정신을 잃고 쓰러 진지 꼬박 하루 만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후퇴할 생각이 없었던 프레이드는 미련 없이 싸웠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쏟아내다 보니 날이 밝을 때까지 살아있었다. 그때까지 그의 손에 죽은 베어울프가 열 마리가 넘었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면 아무리 프레이드가 했다 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멀쩡한 곳을 하나도 없었다.


끝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날이 밝자, 거짓말처럼 베어울프들이 다시 산 위로 올라갔다.


살았다는 생각보다.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혹여나 살아있을지 모를 병사들을 찾아 계곡으로 내려갔고 긴장이 풀려서 인 그만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갑옷이 너덜너덜 온통 피범벅이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프레이드가 터벅터벅 계곡으로 걸어갔다. 계곡 앞에 도착해 머리를 처박고 벌꺽벌꺽 물을 마셨다. 그마저도 힘에 겨웠는지 옆으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프레이드를 향해 다가왔다. 자신의 병사들 일지도 모른다 생각한 프레이드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고개를 돌렸다. 갑옷을 입은 병사는 맞았지만 자신의 병사들은 아니었다.


“이런 모습으로 보게 되다니, 역시 인생은 모르는 거야.”


마울드가 널브러진 프레이드를 보고 비아냥거렸다.


“마울드, 네가 왜 여기 있지?”


프레이드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뭐, 그렇게 됐네. 드래곤없는 굴에 와이번이 왕이라고 하지 않던가.”


마울드는 자신의 말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보였다.


“최악이군.”

“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고맙군.”


병사들이 다가와 검을 뽑았지만 프레이드는 저항할 생각이 없는 듯 눈을 감았다. 마울드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프레이드의 모습이 조금 아쉬웠다.


“필리아를 데려오지 못해 미안하네, 가는 길이 좀 외롭겠군.”


잊고 있었던 그녀의 이름에 프레이드가 눈을 번쩍 떴다. 마침 병사의 검이 프레이드 목으로 떨어졌다. 프레이드가 재빨리 몸을 뒤집었다. 검이 맨땅을 때렸고 프레이드의 재빠른 동작에 병사들이 당황했다.


“필리아는 어떻게 됐지?”


몸을 일으킨 프레이드가 꾸부정하게 자세로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마울드가 머리를 짚으며 특유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내가 말실수를 했군.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가시게.”


병사의 검이 프레이드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프레이드가 몸을 옆으로 기울여 피해 내고는 병사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서있기도 힘들어 보였던 그가 믿기 어려운 몸놀림을 보였다.


퍽-


반대편에서 날아온 병사의 발길질이 프레이드의 옆구리를 때렸다.


“윽.”


결국 프레이드가 무릎을 꺾고 주저앉았다. 이젠 정말 힘을 다한 듯 보였다. 마울드가 단검을 빼 들고 프레이드에게 다가갔다.


“그럼, 이제 끝내 볼까.”

“프레이드!”


계곡 건너편에서 필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울드의 시선이 계곡 너머로 향했다. 필리아 서있었다. 그 옆으로 김신이 단검을 들고 있었다. 광체를 내뿜는 단검이 금방이라도 빛을 쏟아 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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