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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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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91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8.01 03:40
조회
742
추천
6
글자
13쪽

1.이번 과거도 글렀나?

DUMMY

학이불사즉망. 사이불···


밤이 늦도록 김신의 침소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온 김신의 아버지 김득의 귀에 글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집까지 바래다주던 친구는 놀라워했다.


“자네 아들은 정말 열심히구만.”


친구의 진심 어린 칭찬에도 김득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저리 열심히 하는데도 학문의 성취가 느리니 답답하고 미안할 따름이네.”


김신은 머리가 둔하여 배움이 느렸다. 하나를 알면 둘을 잃어버리니 늘 안쓰러운 마음이 따랐다. 친구를 돌려보낸 김득이 아들의 침소 앞을 서성였다.


“신이 안에 있느냐?”


“예 아버지 오셨습니까.”


김신이 밖으로 나와 정중히 아버지를 맞았다. 아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밤늦도록 열심히구나. 읽다 보면 반드시 외울 수 있을 것이다.”


“예. 아버지 정진하겠습니다.”


김신도 자신이 재능이 없는 것을 알았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은 벌써 끝내고도 남았을 책을 자신은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다. 이리 하여도 돌아서면 잃어버리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과거길에 올랐지만 역시나 낙방이었다. 그러나 김신은 포기할 줄 몰랐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또다시 과거길에 올랐다.


“학이불사즉망. 사이···사이···”


“사이불학즉태!”


개똥이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아 맞구나. 사이불학즉태. 허허”


양반 체면에 자존심 상할 만도 하지만 김신은 태연하게 웃어넘겼다. 그 모습이 사람 좋아 보이기도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이고, 골백번도 더 외우시던 것 아닙니까.”


개똥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쓸었고 이번 과거도 글렀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놈아. 잠시 헛갈린 것이다.”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개똥이 콧방귀를 꿨다. 개똥은 과거길이 탐탁지 않았다. 얼마 전에 들어온 시월이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이 때도 자신과 잘 맞았고 청초하고 조신한 것이 딱 자신의 배필이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돌쇠가 먼저 시월이를 채갈까 마음이 답답했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김신은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깐 쉬어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글을 읽었다.


“개똥아. 이번에 들어온 시월이 어떠더냐.”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오자 개똥 깜짝 놀랐다.


“예? 시.시월이요?”


시월이라는 말에 배짱 좋던 개똥이 멍청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 너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버지께 말씀드려 대려 온 것이다. 너도 이제 혼기가 차지 않았더냐.”


“도련님, 참말이죠?”


개똥이 김신의 두 손을 잡았다. 어두웠던 낯빛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돌아가는 대로 날을 잡아보자.”


개똥은 기운이 넘치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도련님. 얼른 가시죠. 갈 길이 멀지 않습니까.”


그런 개똥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김신이 웃으며 개똥을 따랐다.


“허허. 그래 가자.”


개똥이 의기양양 산길을 올랐다. 김신은 걸으면 서도 아쉬운 듯 책을 몇 번 더 훑어보고는 품에 넣었다.


어디선가 여인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김신과 개똥이 서둘러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산적 둘이 여인을 희롱하고 있었다.


김신과 개똥이 산적의 뒤를 덮쳤다. 김신은 땅에 떨어진 몽둥이를 주워 산적을 때렸다. 싸움 꽤나 했던 개똥은 다른 산적의 뒷덜미를 잡고 바닥에 내쳤다.


엎어진 산적이 들고 있던 짧은 칼을 개똥에게 휘둘렀다. 엉덩이를 뒤로 빼 칼을 피해 낸 개똥이 다리를 뻗어 칼을 찼다. 쥐고 있던 칼이 날아가 땅에 박혔고 또다시 뻗은 개똥의 발이 가슴팍을 때렸다. 산적이 뒤로 나자빠지자 여인이 몽둥이로 산적의 면상을 때렸다.


“산적이 더 있습니다.”


여인의 다급한 말에 매질을 하던 김신이 몽둥이를 버렸다.


“낭자 걸을 수 있겠소?”


“예. 괜찮습니다.”


-투두두툭


산 위에서 날아온 화살이 주위에 떨어졌다.


“잡아라!”


놀란 일행이 허겁지겁 산길을 내 달렸다. 김신은 여인의 손을 잡고 앞서 달렸고 개똥이 뒤따라 달려왔다.


-푹


화살 한 대가 개똥의 허벅지에 틀어박혔다. 중심을 잃은 개똥이 풀썩 주저앉았다. 앞서가던 김신이 몸을 돌렸다. 개똥을 일으켜 세웠지만 두 걸음을 체 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개똥아 힘을 내거라!”


김신이 다급하게 개똥을 부르며 다그쳤다. 개똥이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었다.


“안되겠습니다. 먼저 가십쇼.”


“무슨 소리냐. 이놈아!”


계속해서 개똥을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자신보다 큰 개똥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얼른 가쇼!”


개똥이 김신을 밀치며 소리쳤다. 체념한 듯 주저앉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하지 않으면 바보 같은 김신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찌나 세게 밀었는지 김신이 자빠졌고 여인이 김신을 잡아끌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신이 눈시울을 붉히며 여인과 함께 내달렸다.


어렵게 몸을 일으킨 개똥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장가도 못 들고 죽는다는 생각하니 서러웠다. 그렇다고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잘한 것이라 마음을 다 잡았다.


산적들이 기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개똥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크게 숨을 들이 마신 개똥이 결심한 듯 눈을 감았다.


‘도련님 멀리멀리 가쇼.’


“저쪽이다!”


개똥이 뛰어나가려던 찰나, 기척까지 다가섰던 도적들이 김신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긴장이 풀린 개똥이 허물어졌다. 말을 듣지 않은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오늘따라 김신이 더욱 바보처럼 느껴졌다. 김신은 맘이 여리고 모질지 못했다. 개똥은 그런 김신이 늘 답답했다.


‘도련님···’


김신은 정신없이 비탈길을 내려갔다. 계획은 없었다. 멀리 가지 못하고 주위에서 개똥을 지켜보았다. 궁지에 몰린 개똥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뛰어나갔다. 다행히 산적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쫓아왔다.


-툭툭툭


화살이 날아와 주위로 떨어졌다. 여기저기 화살 박히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했다. 김신은 죽기 살기로 달려나갔다. 비탈길의 경사가 심했지만 속도를 줄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중심은 잃은 김신이 고꾸라지며 비탈길을 굴렀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정신이 혼미했다. 무언가 부딪치며 별이 번쩍거렸고 결국 정신을 잃어버렸다.


깨어난 곳은 낯선 모습의 집안이었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집과 집안에 놓인 아궁이, 자신을 덥고 있는 모피 또한 익숙하지 않은 그림이었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외모는 무엇보다 김신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서학을 전파하던 이방인들의 모습과 흡사했던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방인들의 말과도 달랐다.


“여기가 어디요?”


몸을 일으키는데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당장 밖으로 나가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


사내가 나를 눕히며 말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걱정하는 듯 보였다. 사내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음식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고맙소.”


허기가 졌는지 음식이 입에 맞았다. 생소한 향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문밖에 서있는 꼬마 아이가 김신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부인이 돌아서자 꼬마가 잽싸게 문을 닫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손짓을 해가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과거시험에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답답해서 누워있는 것이 편지 않았다. 하지만 상한 몸이 낫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날 어렵게 몸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나갔다. 부인이 말렸지만 김신은 고집을 피웠다. 허리의 통증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누워있는 것이 더한 고통이었다. 그러나 밖을 나섰던 김신은 이색적인 풍경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나무며 풀, 산, 어디를 보아도 도망치던 산과 같은 것이 없었다. 도통 이곳이 어디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을 터놓을 곳도 없었다.


상실감에 빠져 며칠간 멍하게 지냈다. 그간 알아낸 것은 겨우 그들은 이름 정도였다. 고향에 계신 부모형제, 친구, 개똥 모두 그리웠다.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밖으로 나서는 루크를 따라나섰다. 루크도 김신을 집안으로 들여보내려 했지만 김신은 고개를 저었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며 꿋꿋하게 루크를 따라 산에 올랐다.


산에 오른 루크는 도끼를 들고 나무를 했다. 김신은 그의 곁에서 나무를 나르며 일을 도왔다. 그리고 틈틈이 궁금한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배웠다.


“$#@@$”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싶은 요상한 소리가 튀어나왔고 김신이 어설프게 따라 했다. 그런 김신의 모습에 루크는 무언가 알려주려는 듯 이런저런 말을 계속했다.


열흘이 지나자 몸은 회복되어 걷고 뛰는 것이 자유로웠다. 그때부터는 도끼를 들고 루크를 따라 나무를 했다. 대가도 없이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아 서다. 물론 생전 해본 적이 없는 도끼질이 어색하고 쉽지 않았다.


루크는 김신의 어색한 도끼질에 웃음이 나왔다. 노동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듯 보였다. 평소 자세와 분위기가 귀한 집의 자제 같은데 어쩌다 이런 산중에 쓰러져 있던 것인지 의문이었다. 본인 또한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몸이 회복되면 돌아갈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마땅히 오갈 곳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를 산중에서 쫓아내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끼질은 익숙해졌다. 하지만 말을 배우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날이 저물면 그날 배운 것들 것 잃어버리지 않으려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은 더해갔다. 그럴수록 김신은 마음은 다 잡았다.


‘욕속부달, 조급하면 오히려 미치지 못한다. 수없이 외우던 말이 아니더냐.’


배움이 느려 항상 조급한 마음이 따랐다. 친구들이 먼저 학문에 통달했을 때, 먼저 벼슬길에 올랐을 때, 이런 조급함은 오히려 학문의 몰입을 방해했다. 그때마다 김신은 욕속부달을 되뇌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차분한 마음으로 배움에 집중했다. 마음이 가라앉자 많은 것들이 보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도 익숙해졌다. 어색했던 도끼질도 조금씩 자세를 잡아갔다. 좀처럼 숨이 차지 않는 것이 체력이 좋아지는 것도 느껴졌다. 여전히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크리스가 활을 들고 주위를 뛰어다녔다. 크리스는 루크의 아들이다. 얼마 전 루크는 크리스에게 활을 만들어줬다. 새로운 장난감을 실험해 보고 싶었는지 이곳저곳에 화살을 날렸다.


달려나가던 크리스가 목표물을 정한 듯 활을 들어 올렸다. 그리 좋은 활은 아니었으나 아이가 가지고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글공부에 지칠 때면 활터에 나갔기에 조금은 활에 대해 알고 있었다.


-틱


나무를 빗겨 맞은 화살이 땅에 떨어졌다. 당기는 힘은 나쁘지 않았지만 중심이 흔들리니 표적에 맞을 리가 만무했다. 몇 번의 시도에도 화살이 빗나가자 표적이 문제라는 듯 다른 목표물을 찾아 나섰다.


루크가 크리스를 불렀다.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이 걱정된 것이다. 그 소리를 못 들은 것인지 크리스가 태연하게 숲을 돌아다녔다. 괜찮은 표적을 발견한 듯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정신이 팔려 있던 리오의 뒤로 숲 풀이 들썩거렸다.


“크리스 도망쳐!”


루크가 소리쳤다. 다급한 외침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크리스가 기척을 느끼고 루크를 향해 뛰었다. 뒤이어 숲 풀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뛰어나왔다. 괴이한 모습이었다. 늑대와 같은 몸에 물소 같은 뿔, 날카로운 이는 더 없이 사나워 보였다.


늑대가 크리스의 뒤를 덮치려는 찰나 어느새 달려온 루크가 크리스를 밀쳐내고 늑대와 뒤엉켰다. 넘어진 크리스가 활을 떨어뜨렸고 화살이 땅에 나뒹굴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크리스는 늑대와 뒤엉킨 루크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몰라 몸을 떨었다.


뒤늦게 달려온 김신이 잽싸게 활을 들고 화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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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종이에 담아라! 21.08.04 51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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