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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88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8.22 23:35
조회
348
추천
2
글자
12쪽

7.니들이 왜 거기서 나와.

DUMMY

“무슨 짓이냐. 이분이 누군지 알고!”

“부인,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날선 시종의 말에도 사내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윈나, 괜찮아.”


잠시 머뭇거리던 여인이 윈나를 만류했다. 예상치 못한 그녀에 행동에 당황한 윈나가 열을 올렸다.


“마님 이 사람이 누군 줄 알고요.”

“성전에서 몇 번 뵌 것 같아, 맞죠?”


사내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가보시면 알 겁니다.”


사내가 다시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인이 그를 놓칠까 황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따라갔다. 윈나도 하는 수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뒤를 쫓았다.


결혼을 하고 줄곧 하울드에 살아지만 낯선 길이었다. 방향을 보아 성전으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미로 같은 길을 지나 좁은 계단을 내려가는데, 물소리가 들렸다. 계단 끝에 들어서 고개를 돌리니 하울드를 지나는 하천이 보였다. 머리 위로는 하천을 잇는 여러 다리들 중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필리아님. 오셨군요”


일행의 뒤에서 여사제가 모습을 들어냈다.


“메라 사제님이셨군요.”


필리아는 긴 터널 끝에 빛을 만난 것 같았다. 요사이 아이들과 함께 성전을 드나들며 메라 사제와 제법 친분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반란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메라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 바..반란이요? 누가 그런 짓을.”


윈나가 놀라 말을 버벅거렸다. 놀란 것은 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반란이란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으나 곁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확실하지 않지만 베르크가 주도하는 것 같습니다.”

“마님 당장 돌아가서 프레이드님께 알려야 합니다.”


윈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늦었습니다.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필리아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아이들은 필이아를 바라보며 눈만 깜박거렸다.


“벌써 댁에 병사를 보냈을 겁니다. 프레이드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마을을 떠나 계세요. 몸을 의지할 곳이 있습니까?”


메라는 상황이 급박한지 말을 빨리했다.


“아···프레게이트! 아니지. 프레게이트는 너무멀고 카왈드! 마님 카왈드에 숙부님이 계시잖아요.”


윈나가 기억을 더듬어 적당한 곳을 찾아냈다. 필리아는 아직까지 정신이 없는지 입을 때지 못하고 윈나를 바라보고 고개만 끄떡였다.


“이 길을 따라가면 눈에 띄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사제님, 돌아가야 합니다.”


사내가 다가와 메라를 재촉했다.


“죄송합니다.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서, 필리아님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메라가 다가와 필리아의 손을 한번 감싸 쥐고는 뒤돌아서 사내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윈나가 우두커니 서있는 필리아를 이끌었다. 습하고 컴컴한 길이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몇 차례 지나가는 쥐를 빼면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어느새 시야를 가로막던 건물들이 사라지고 넓은 초지가 모습을 들어냈다. 지평선 위로 솟은 산맥을 보아 마을의 북쪽이었다.


“마님, 카왈드는 이쪽으로 가야 해요.”


필리아는 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 어딘가에 프레이드가 있다고 생각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되겠어. 프레이드를 만나서 직접 전해야겠어.”

“안돼요. 너무 위험해요!”


윈나가 기겁을 하며 돌아섰을 때 필리아는 벌써 산을 향에 걷고 있었다. 아빠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아이들은 신이 나 있었다.



같은 시간, 프레이드의 저택 앞으로 한 노인 다가왔다. 대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병사는 그의 모습에 의구심을 가졌다. 굽은 허리에 추리한 모습은 귀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저택에 볼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

“이것 좀 보게. 프레이드님이 전해주라고 하더군.”


노인이 돌돌 말린 편지를 들어 보였다. 프레이드라는 말에 병사는 호기심을 보였다.


“이리 주게.”

“여기 있소.”


노인이 다가와 편지를 내밀었다. 병사가 그의 손에서 편지를 가져가자, 그 뒤로 날이 선 단검이 보였다. 아차 하는 마음에 병사가 서둘러 허리를 틀었지만 거리가 가까워 피하지 못했다.


“젠장.”


칼에 맞은 병사가 신음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곁에 있던 병사가 황급히 검을 뽑았고 단검이 박힌 병사가 괴로운 듯 옆구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 어느새 허리를 세운 노인이 엷은 미소를 보였다. 분노한 병사의 검이 노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노인이 상처임을 병사를 방패막이로 세우고 다른 한 손으로 그가 차고 있던 검을 뽑아냈다.


병사가 빠르게 손목을 돌려 검의 궤적을 바꿨다. 노인은 이 모든 것 예상이라도 한 듯, 가볍게 고개를 젖혀 피해냈다. 노인이 들고 있던 검이 병사 머리를 날린 것도 같은 순간이었다.


털썩-


머리를 잃은 병사의 몸이 앞으로 쏟아졌다. 단도가 박힌 병사도 웅크린 채 쓰러져 있었다. 손을 들어 노인이 수신호를 보내자 숨어있던 병사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병사들이 은밀하게 저택으로 들어섰고 노인은 뭔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조용하던 저택에서 울음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노인은 무엇이 신이 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뒤늦게 저택에 들어선 노인에게 병사가 다가와 보고했다.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귀찮게 됐군.”


노인이 미간을 좁히며 홀 안에 모여 있는 시종들을 살폈다. 그중에 하나가 노인을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마울드.”


자연스레 마울드의 시선도 그에게 끌렸다. 프레이드의 집사였다.


“부인과 아이들은 어디 있지?”

“이클레아도 급했군. 미친 노인네까지 끼어 들이다니.”


마울드의 위압적인 질문에도 집사는 다른 이야기를 하며 비아냥거렸다. 턱을 쓸던 마울드가 뒤춤에서 단검을 빼들고 만지작거렸다.


“나도 놀아 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군.”

“이 미친 살인···”


마울드가 집사를 향해 팔을 휘두르자, 미간에 단검이 틀어박힌 집사가 뒤로 넘어갔다. 말을 다 끝내지 못한 집사의 입이 벌어져있었다.


“자, 다음···”



떙-땡-땡-


성전의 예배 종이 울리자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거리에 모습을 들어냈다. 이들은 크게 둘로 나누어졌다. 한쪽은 산과 뱀이 그려진 이클레아 가문의 깃발을 들었고 다른 한쪽은 산과 망치가 그려진 위그 가문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작게 보면 갑옷의 형태와 문양도 조금씩 달랐지만 둘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규모가 어림잡아 백여 명은 넘어 보였다.


“도니가 후방을 맡아 줄 거네. 프레이드쪽은 어떻게 됐나?”

“믿을 만한 자를 보냈네. 지금쯤 상황이 마무리됐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아렉의 걱정 섞인 질문에 베르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차분한 태도에도 아렉은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어찌어찌 병력을 맞추긴 했으나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차라리 도니처럼 후방을 맡겠다고 나섰다면 나을지도 몰랐다. 사실상 후방은 공격보다는 퇴로를 차단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력의 약세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이는 추후에 영지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척척척-


기사들의 발소리가 길 위에서 잠든 거지들의 잠을 깨웠다. 그중에는 혼자 산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크리스도 있었다. 눈을 떠보니 무장한 기사들이 자신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놀란 크리스는 벽을 등지고 바싹 움츠러들었다. 기사들의 비장한 표정이 마치 전쟁터를 출전하는 것 같았다.


모두 영주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택이 싸움터가 될 것이 뻔했다. 아직 선생님이 저택 안에서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기사들의 뒤를 쫓았다.



“개똥아”


정원수 옆으로 고개를 내민 김신이 개똥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대문 앞으로 수레가 보였다. 혹여 기회를 놓칠까 뜬눈으로 밤을 새운 김신이었다.


“으으음···부족해요···더 주세요···”


개똥이 잠꼬대를 해대며 입맛을 다셨다. 태평한 소리에 화가 난 김신이 개똥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딱-


머리를 감싸 쥔 개똥이 영문을 모른 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가 대문을 통과해 저택으로 향했다. 천장을 뒤덮은 천막 탓에 내용물이 보이지 않았지만 꽤나 많은 양을 실어 나르는 듯했다.


“개똥아, 수레가 들어왔다. 수레가 빠져나갈 때 몰래 들어가자.”

“예? 예.”


개똥이 이마를 문지르며 아직 잠이 떨 깬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 대문 앞에 경비병들이 갑자기 소란스러웠다.


“비상! 비상이다!” “전원 전투 준비!”


밖에 있던 병사들이 뛰어 들어와 대문을 걸어 잠갔다. 쇠창살로 된 대문 사이로 몰려오는 병사들이 것이 보였다. 모두 갑옷을 두르고 완전 무장을 한 자들이었다.


“무슨 일 낫습니까?”


놀란 개똥이 고개를 내밀었다. 몰려오는 병사들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지 자꾸 눈을 비볐다. 어느새 저택 안에서도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대문 앞에 멈춰 선 병력이들 사이에서 전쟁 선포가 들려왔다.


“영주 바브르는 들어라! 그대의 탐욕과 무능함에 하울드는 지금 존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 가문들은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오늘 그대를 심판해 하울드의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낭독을 마친 병사가 베르크의 눈치를 살폈다. 포고문이 짧을수록 좋다는 말에 대충 둘러댔지만 막상 하고 보니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베르크가 그만하면 됐다는 듯 손을 저었다.


챙-

“돌격하라!”

와-


검은 뽑아든 베르크가 시작을 알렸다. 형식만 갖춘 짧은 낭송은 말만 선전포고지 기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방패를 들어 올린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대문으로 내달렸다. 수레를 몰던 마부도 함성소리에 놀라 수레를 버리고 어딘가로 내달렸다.


꽝-


철창을 사이로 병사들이 충돌했고 곧 방패를 피해 검을 찔러 넣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졌고 힘을 이기지 못한 대문이 흔들리며 안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입구를 지키는 병력이 배나 차이가 났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아직 저택에 흩어져 있는 영주군이 다 모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후퇴! 저택으로 후퇴한다!”


전세가 기울자 빠르게 전선을 저택으로 바꿨다. 병사들이 후퇴하자 대문이 넘어지며 미쳐 피하지 못한 영주군 둘이 깔려 죽었다. 전선이 뚫리자 가문 연합군이 쏟아져 들어왔고 도망치는 영주군을 향해 활을 쏘아 댔다.


후퇴하던 영주군 하나가 등에 화살이 박힌 체 그대로 꼬꾸라졌다. 기세 좋게 뒤를 쫓던 연합군 하나는 정원수 뒤에서 튀어나온 영주군의 검에 목이 떨어졌다. 저택 위로 올라선 영주군도 연합군을 저지하기 위해 활을 쏘아 대자 연합군의 진격이 주춤해졌다.


궁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연합군 몇이 정원으로 뛰어들었다. 그중 하나가 정원 안에서 김신일행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랐다. 김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적이 아니요!”


김신이 손을 내저으며 부인했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신의 머리 위로 칼이 떨어졌다. 곁에 있던 개똥이 재빨리 김신을 밀쳤다. 병사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개똥의 발차기 병사의 복부를 때렸다.


퉁-


묵직한 통증을 느낀 병사가 복부를 부여잡았다.


“아이고, 내 다리”


개똥이 다리를 감싸줬고 죽는소리를 했다. 미처 병사의 갑옷을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병사가 검을 들어 올리자 김신이 그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방향을 잃은 병사의 검이 허공을 맴돌았다. 다툼을 벌이는 둘 사이로 개똥이 다가와 병사의 면상을 들이 받았다. 코피가 터진 병사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개똥아. 수레로 가자.”


김신이 마부가 없는 수레를 가리켰다. 마침 주위에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고 병 장기 소리에 놀란 말만 뒷걸음치고 있었다.


김신이 정원을 뛰어나와 재빨리 수레를 향해 달려갔다. 개똥은 다리가 아픈지 절뚝거리며 뒤따랐다. 먼저 수레에 도착한 김신이 마부석에 올라 수레를 돌렸다. 뒤늦게 도착한 개똥도 수레에 타려는데, 수레 안쪽에 숨어있는 병사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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