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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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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67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8.08 20:50
조회
431
추천
6
글자
12쪽

3.내귀에 캔디

DUMMY

“당신이 김신인가?”


오두막에 들어간 병사들이 김신이 정리한 자료를 끄집어내 수레에 옮겼다.


“그렇소. 이게 무슨 짓이오?”


공들여 정리한 자료를 빼앗아 가니 화가 치밀었다. 병사를 말리려 다가섰지만 유약한 김신이 당해 낼 리 만무했다. 병사가 칼을 뽑아 김신의 목덜미에 들이댔다. 예리한 칼날에 베어 피가 묻어났다. 겁을 먹은 김신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그만둬!”


크리스의 화살이 칼을 든 병사를 겨냥했다. 호기롭게 외쳤지만 시위를 당긴 팔은 파르르 떨려왔다.


“이 자식이···가문의 표시가 보지 않느냐? 반역을 저지를 셈이냐?”


갑옷에 새겨진 독수리와 산 모양은 산맥 밑의 마을 하울드를 다스리는 귀족의 표식이었다.


상황이 점차 파국으로 치달았다. 주위에 몰려있던 산맥 사람들이 반역이라는 소리에 겁을 먹고 크리스를 말류 했다. 소란에 밖으로 나온 리사는 병사들과 대치한 크리스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크리스 활을 내려라. 난 괜찮다.”


김신이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크리스를 타일렀다. 잠시 망설이던 크리스가 선택지가 없는 것을 깨닫고 활을 내렸다.


“흥, 건방진 놈. 둘 다 포박해라.”


“이보시오. 아직 어려서 뭘 모르고 그런 것이니 아이는 풀어주시오.”


“시끄럽다. 그건 가서 따져 보면 될 일이다.”


병사가 다가와 김신과 크리스의 팔을 포승줄로 묶고 마을로 향했다. 리사는 그 모습 보고 실신해 버렸다.


병사들에게 잡혀가는 이유를 물었으나 입을 다물라며 엄포를 놓을 뿐이었다. 포승줄에 묶인 크리스를 보니 어깨가 무거웠다. 그래.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지 않던가.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옮겼다.


잠시도 쉬지 않고 병사들을 따라 걷다 보니 해가 지기도 전에 마을에 다다랐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병사들을 보곤 거리를 두고 피해 갔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거리가 한적 해지더니 같은 갑옷을 입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뒤로는 잘 가꿔진 정원과 웅장한 저택이 보였다.


선두에 선 병사가 손인사를 하며 입구로 들어섰다. 아름다운 정원과 화려한 저택의 모습은 잡혀온 입장에선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통닭 다리를 뜯어낸 바브르가 두툼하게 붙어있는 살코기를 뜯었다. 최고의 재료만을 엄선해 만든 요리가 맛이 좋을 만도 한데, 바브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마치 고무라도 씹는 듯 언짢은 표정으로 보좌관을 불렀다.


“알레드 아직 재원 확보는 멀었나?”


“예. 아직입니다.


“아무래도 세금을 올려야겠어.”


바브르는 불과 일주일 전 했던 세금 인상을 잊어버린 듯 보였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어떻게 든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래. 왕국에서 원하는데 어쩌겠나. 이번 전쟁만 잘 치르면 우리 에게도 기회가 있겠지. 언제까지 촌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예.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서재로 돌아온 보좌관 알레드는 머리가 복잡했다.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전쟁이다. 거기에 무리한 전쟁자금까지 요구하니 재정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골치가 아팠다. 왕국, 왕국만 외치는 무능한 영주 바브르는 그를 더욱 속 터지게 했다.


“알레드님 김신이라는 자를 잡아왔습니다. 자료도 모두 회수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알레드가 서재를 나와 별채로 향했다. 전쟁이 준비되는 와중에 석연치 않은 소문을 들었다. 수상한 자가 체이스산맥의 지형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하울드는 전쟁터와는 거리가 먼 곳이지만 그러한 정보를 정체도 알 수 없는 놈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별체에 들어선 알레드가 테이블 위에 가득 쌓여 있는 종이를 들여 올렸다. 처음 보는 문자가 그득했다. 간혹 지형으로 보이는 그림을 빼곤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종이를 살피던 알레드가 병사를 불렀다.


“그자를 데려와라.”


별채의 지하로 내려간 병사가 김신을 끌고 와 알레드 앞에 꿇어 앉혔다.


“그대인가? 체우스산맥의 지형을 자료로 정리한다는 자가?”


“지형만을 기록한 것은 아니고 평소 보고 느낀 것을 모두 적은 것입니다.”


“누가 너에게 그런 걸 시켰지? 이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께서는 너에게 그런 일을 지시한 적이 없는데.”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권력을 가진 자와 말을 섞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것도 기회일지 모른다. 그래, 위나라의 자공은 세치의 혀로 오나라를 멸망시키지 않던가.


“누가 시킨 것이 아니고 혹여 필요할지 몰라 적은 것뿐입니다.”


“천한 놈이 주재도 모르는 놈이구나. 체우스산맥 넘어 로는 라돈왕국의 적인 호네브라스의 땅인 것을 모르는가? 니놈의 용모를 보니 그들의 첩자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구나.”


실제로 체우스산맥은 라돈과 호네브라스을 갈라놓는 국경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하울드에서 산맥을 넘어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껏 누구도 이곳에서 산맥을 넘어본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쪽으로 갈수록 강력한 몬스터가 살고 곳곳이 깎아지른 절벽이라 정상을 구경한 이도 없었다. 산맥의 끝자락이면 모를까 산맥의 중앙에 위치한 하울드에서는 불가능한 소리였다. 그것은 적국인 호네브라스 또한 같은 입장이었다.


김신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억지스러운 주장이라며 따지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와 말싸움을 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기에 달리 말했다.


“먹고 살 것을 찾아 대륙을 떠돌다 산맥에 정착한 것뿐입니다. 호네브라스 불한당 같은 놈들의 첩자는 아닙니다.”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다는 말은 더욱 의심을 살 수 있기에 거짓을 둘러댔다. 대륙에 떠돌며 사는 부족 중에는 김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이도 있다고 들었기에 그렇게 둘러댔다.


“그럼 이것은 왜 이렇게 쓰인 것이냐. 내용을 감추기 위해서 암호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글을 몰라 그리 적은 것뿐입니다. 미천하지만 오히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을 모두 전해 드리고 싶은 것이 제 심정입니다.”


“그래? 한번 읽어 보거라.”


종이를 받아 든 김신이 생각을 정리했다. 종이에 담긴 내용을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크리스의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여 기쁘다는 것과 루크의 팔이 잘 아물었다는 소소한 이야기였다. 무릇 왕은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자를 재상으로 삼는다. 공자 역시 그 때문에 군주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대륙을 떠돌지 않던가. 김신은 다른 내용을 이야기했다.


“동쪽계곡에 값비싼 살루르바가 자랐는데 크로니울프가 도사리니 채집이 원활하지 않았다. 계곡은 기후가 적절해 해마다 살루르바가 자라니 몬스터를 쫓아내고 풀을 제거해 일대를 잘 관리한다면 수확량이 배는 늘어날 것인데 아쉬운 일이다.”


김신의 이야기를 듣던 알레드는 흥미로운 듯 턱을 매만졌다. 살루브바는 알레드 역시 잘 아는 약초였다. 그것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가격이 비싸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알레드가 정신을 차린 듯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이것도 읽어 보거라.”


“계곡에서 북쪽 방향으로 오백보, 평평하는 땅이 있어 개간을 하면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약초를 기를 수 있을지 모르나 이지역은 고블린들이 산다 하니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정말 산맥에 그런 땅이 있느냐?”


산맥은 마을과 거리가 있고 몬스터가 수시로 출몰하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생각해 매번 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김신의 말이 맞다면 조금만 손봐도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아 정확하지 않지만 평평하고 꽤나 넓은 땅이 있었습니다.”


종이에 적혀진 내용은 달랐으나 분명 그런 땅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해본 것 또한 사실이었다. 분명 걸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듣기 좋은 이야기만 했다.


“이것은 무엇이냐.”


어느새 알레드는 김신의 달콤한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종이에 담긴 이야기를 그대로 읽었다.


“체이스 산맥에서 나무를 하는 나무꾼이 68명고 한 해에 하는 나무의 양은 십칠만 지게(1지게=60kg)에 이른다. 이것은 이천 가구가 한 해동안 사용하는 수 있는 양이다. 약초꾼은 23명이며 채집하는 약초는 살루브바, 해독초 페르니, 증진제 프로그가 대부분이다. 채집되는 양은 해마다 달라 산정하기 어렵다.


알레드는 김신의 자료가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당장에 산으로 가 이것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김신의 이야기가 맞는다면 이것을 활용해 영지의 또 다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알레드는 흥분되는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처벌을 미루겠다.”


김신은 한숨 돌렸다 생각했다. 병사가 다가와 다시 김신을 끌고 지하에 내려갔다. 어둡고 습한 지하는 복도 양쪽으로 쇠창살로 이루어진 감옥이 있었다. 김신은 가장 입구 쪽 감옥으로 옮겨졌고 크리스는 그의 맞은편 감옥에 있었다. 다른 감옥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간간이 인기척이 들렸다.


“선생님?! 선생님 괜찮아요?”


쇠창살에 매달린 크리스가 김신을 불렀다. 그가 병사들에게 끌려가자, 혹 고초를 겪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 걱정할 것 없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일을 키운 것 같아요.”


크리스가 흐느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니다.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다 잘 될 것이다.”


언제나 김신을 믿어왔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크리스는 그 말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날이 밝자 알레드는 병사들을 시켜 김신이 말한 장소를 확인하게 했다. 오후가 되어 돌아온 병사들이 정말로 그 같은 장소가 확인했다 말했다. 알레드는 속으로 쾌재 부르며 김신을 불러드렸다.


“노력이 사상하여 처벌을 피할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자료들은 영지에 귀속되어야 한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예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김신이 당연하다는 듯 말을 했다.


“그대가 글을 모른다 했으니 글을 아는 자를 붙여 주겠다. 자료를 모두 번역하도록 하라.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함께 붙잡혀 온 소년도 일을 돕게 해주십시오. 저와 손발이 잘 맞으니 그리하면 일이 금방 끝날 것입니다.”


“그래? 같이 잡혀온 자가 있었나?”


알레드의 말에 김신을 끌고 온 병사가 입을 열었다.


“예. 이자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무기를 겨누어 함께 잡아왔습니다.”


김신이 바로 말을 받았다.


“아직 어려 멋모르고 부린 객기입니다. 아이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자비를 베푸시면 산을 개간하는데 필요한 훌륭한 재원이 될 것입니다.”


“좋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산으로 돌려보내도록 하라.”


“예”


병사는 불만이 가득했으나 김신의 조리는 있는 말에 토를 달리 못하고 낮게 읊조렸다.


“따라오시오.”


알레드가 자리를 빠져나가고 시종이 다가와 김신을 별채의 2층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창고와 같이 쓰이는지 여기저기 잡다한 물건이 널려 있었다. 가운데 자리만 비워져 둥근 탁자와 자신의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던 크리스는 날이 밝아서야 잠이 들었다. 잠에 깨어 보니 김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함 생각이 또다시 엄습했다. 그는 활쏘기를 가르쳐준 스승 이전에 정신적인 스승이었다. 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니 자꾸 눈물이 새어 나왔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복도 안쪽 감옥으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작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 울음을 그친 크리스가 말소리에 집중했다.


“도···도···”


“예? 저말인가요? 누구시죠?”


“도···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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