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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A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왕, SSS급 헌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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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A
작품등록일 :
2019.04.15 23:03
최근연재일 :
2019.05.11 00:28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198
추천수 :
650
글자수 :
191,599

작성
19.04.17 11:05
조회
1,452
추천
22
글자
12쪽

2. 던전 사고 (3)

DUMMY

현우의 눈동자에 비친 여동생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제사의 제물로 바쳐지듯 제단위에 매달려 있는 그녀.

천장으로부터 내려온 쇠사슬이 그녀의 가녀린 손바닥을 무참히 꿰뚫어 있었고,

그로인해 흐른 피는 온 몸을 적시고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고통에 몸부림치다 기절한 듯, 일그러진 동생의 얼굴.

그 참혹한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뒤틀어진 미적 감각 속에 고결함까지 나타내는 듯 했다.


똑.똑.똑.


아영의 발끝에서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울렸다.


“아영아······”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는 현우의 동공은 일말의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그에게만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짜잔! 오빠 생일 선물이야! 내가 직접 만든 목도리!! 무, 물론 내가 도..돈이 부족해서 직접 만든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저, 정성······’


어릴 적부터 유독 엄살이 심한 아이였다. 몸이 약해 가족 모두의 걱정과 관심 속에 자라나면서도, 항상 뭔가를 스스로 이루고 싶어 했던 여동생.


그런 동생의 고운 양손은 피로 물들어있고,

가녀린 어깨는 아직도 고통 속에 신음하듯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현우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이 칼로 저미는 듯 아파왔다.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들어 동생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 네놈이 그렇게 함부로 행동할 처지가 아닐 텐데?···크큭···”


푹!


“아아악!!!!”

“······!!!”


사제의 커다란 손이 아영의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잠시 기절해 있던 아영은 또 다시 느껴지는 크나큰 고통에 몸부림쳤다.


투둑.


그 순간 현우의 내면에서 실낱같이 유지되던 무언가가 끊어져 나갔다.


“으······으아아아악!!!!!!”


지옥의 야차(夜叉)처럼 무참히 일그러지는 현우의 얼굴.


쩌적!

콰쾅!!


후두두둑.


그의 고함소리와 함께 발산된 무형의 기세가 공동전체를 울리며 외벽을 박살냈다.

부서진 천장으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암석들.


환야를 소환하면서 그의 마력은 이미 고갈난지 오래였지만, 그의 지독한 분노는 영혼 속에 잠재된 ‘마기’를 폭발시켰다.


사제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늪.

그 안을 가득 채운 것은 타오르는 붉은색의 마기.

수천만의 마족 중에서도, 고유색의 마기를 가진 것은 오로지 4대 마왕뿐이었다.


“······네, 네가 어찌 대주교님의 신성력을···!”


현우의 마기를 보고 경악하는 사제.


현우는 동생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네놈들이 무얼 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차가운 분노 속에, 회한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


“네놈의 신 또한 신격을 가진 존재일 터······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초대마신의 신격은, 대대로 '마신'이란 이름으로 계승되어 왔지만, 계승이 거듭될수록 약화되어가는 것이 현실. 그 약화된 마신조차 현우에게는 까마득한 경지였다.


“허나.”


그의 눈동자에 붉은 귀기가 서렸다.


“이제 그런 건 상관없다.”


서걱.

끄아아아악!!!!


유형화된 마기의 칼날이 아영을 유린하던 사제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이 세계에······내가······이 마왕 칼루스가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네놈들의 가장 큰 실책이 될 것이다.”


파지직!!


그의 광오한 발언에 분노하듯 신의 제단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의 곁에 있던 환야는 침음을 삼켰다.

오랜 시간 칼루스와 함께한 환야도, 이처럼 진심으로 분노하는 그를 본 것은 과거에 딱 한번 뿐이다.


그리고 그날 밤, 서쪽을 지배하던 마왕 ‘카이어’를 비롯한 그의 3대 봉신가는 마계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수많은 마족들도, 그의 영토도, 풀 한포기 남기지 못하고 무참히 불타올랐다. 그 참혹한 대지위에 홀로 서 있는 마왕.

현재 그 후임마왕인 ‘안젤로’가 칼루스만 봐도 긴장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환야는 고민에 빠졌다.


“환야.”

“······!”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곳에서 나는 인간일 뿐··· 인간으로서의 기준을 어길 생각은 없다. 단지······ 앞으로 나는 인간으로서의 전쟁을 할 것이다.”


‘으음······’


그런 현우의 심중을 헤아려 보던 환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둘만의 호흡.

환야는 사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이미 물오른 기호지세.

그 기세를 따지지 않더라도 사제의 능력으로는 환야를 막아설 수 없었다.


솨아아아


“으아아아악!!..제발!!”


까드득 까드득

끄아아아아!!!


······

···

털석.


* * *


1500년 전. 마계 ‘귀둔산’

모든 마수들이 죽을 때가 되면 제 스스로 돌아간다는 안식의 처소.

마계 동북부의 위치한 귀둔산에는, 마수들의 안식을 지키는 마수의 제왕이 있었다.

태초의 야수를 닮았다고 칭송 받던 ‘환야’는 어느 날 한 마족의 방문을 받았다.

그 당시, 칼루스는 신입 마왕으로서, 마계 전역의 왕들을 찾아다니며 굴복시키는 정복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뭐야? 개새끼? 아니 무슨 개가 왕이야?”


칼루스의 당시 나이 530살. 환야의 나이가 3천살이 넘어가던 때였다.


“크르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가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개가 말도 해!? 오호··· 너 마음에 들었다. 걸어 다니는 것도 지겨운 참인데 잘됐네.”

“······”


어이를 상실해 대꾸할 생각도 못한 환야는 조용히 기세를 일으켰다.


“어어? 어디서 개새끼가 주인도 못 알아보고!”


‘니가 언제부터 내 주인이었단 말이냐....’


손을 탈탈 털며 몸을 푸는 칼루스.

“일단 맞고 시작하자. 역시 개는 개 패듯이 패야 정상이지.”


싸가지 없는 어린 마족에게 화가 난 환야는, 귀둔산 전체를 울리는 강대한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것은 칼루스와의 1500년 생활 중 처음이자 마지막 반항이었다.


“어우 승차감 좋네. 흐흐··· 가자! 다음은 북부다!”


그 날렵하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불어 터진 찐빵 같은 환야의 얼굴.

둘의 기묘한 정복 여행이 시작되었다.


* * *


던전에 출현한 최초의 지성체.

그의 최후를 지켜본 헌터 일행은 충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특히나 하린의 충격은 더했다.

던전 안에서 유일한 A급 헌터인 그녀만이, 현우가 내뿜는 마기의 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현우는 아영에게 다가갔다.


아영의 손바닥을 뚫어놓은 사슬을 조심스레 잘라낸 현우는 넝마가 된 수트 자켓을 벗어 아영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아기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안아든 채 일행들을 향해 걸어갔다.


터벅터벅

흔들림을 느꼈는지 슬며시 눈을 뜨는 아영.


“······오빠···?”

“그래 오빠야. 많이 아팠지?”

“오빠가······여길 어떻게······흐흑···흐아앙!”

“괜찮아, 괜찮아···이제 오빠가 있으니까 아무 걱정마.”


현우는 긴장이 풀린 듯 서글프게 울기 시작하는 동생을 묵묵히 안아주었다.

울다 지쳐 잠든 동생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현우.

그 경건한 모습을 깨기가 어려웠던지,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저기···당신은 대체 누구시죠···?”


두근두근


헌터 일행을 대표한 정하린은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현우를 향해 말을 건넸다.

현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 들어온 홍조 띤 얼굴의 그녀.


‘아······’


현우와 눈을 마주한 하린은 그의 눈동자에서 붉게 일렁이는 물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애정을 느꼈다.


“저는 아영이 친오빠 되는 김현우라고 합니다.”

“아!”


헌터들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들 끄덕였다.

그러나 정작 질문을 건넨 하린은, 현우의 눈빛 속에서 느껴지는 먹먹한 감정에 심취 한듯 멍하니 서있었다.


“저기···”

“······네? 아 네!”

“저희 아영이 치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네 당연하죠! 의료팀!”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린은 현우로부터 아영을 받아들어 의료지원팀에게 치료를 맡겼다.


잠시 후 현우는 간단한 응급조치를 마친 아영을 다시 안아들었다.


“그쪽···김현우 씨는 괜찮으신 건가요? 힘드시면 김아영 씨는 저희가 맡아서 데려갈게요.”

“괜찮습니다.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하린의 도움을 사양한 현우는 지친 발걸음을 들어 던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 * *


찰칵찰칵찰칵


던전에서 나온 현우를 발견한 기자들은 특종을 발견한 듯 연신 플래쉬 세례를 퍼부었다.


- 뉴스 속보 말씀드립니다! 오늘 오전 7시경 사고가 일어난 연천인근 던전에서 첫 귀환자가 나왔습니다!

- 일반인으로 보이는 수트 차림의 사내가 부상자를 안고 나왔습니다! 부상당한 인물은 C급 헌터인 김아영 씨로 추정되며······


“어, 어어??”


현우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압력에 의해 뒤로 밀려나는 기자들.

현우는 기자인파를 가르며, 의료팀 표시가 걸린 군용 텐트로 걸어갔다.


“팀 콘스탄틴 소속 헌터 김아영입니다. 치료 좀 부탁드립니다.”

“어머! 손이!! 이, 이쪽으로 눕혀 주시겠어요? 이쪽에 힐러 좀 불러주세요! 빨리!!”


현우가 아영의 치료를 맡기고 있을 때, 던전 입구에서 정하린을 선두로, 천공과 콘스탄틴 팀원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민간인 저지선까지 넘어서 몰려 있는 기자들을 본 하린은, 능숙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차후에 보도자료 배포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대위님 기자 분들 다 내보내세요.”

“네. 팀장님.”


‘그 사람은 어디에?’


두리번 두리번


먼저나간 현우를 찾던 하린은 의료팀 텐트로부터 걸어 나오는 현우를 발견하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저기요! 잠깐······어? 어어!!”


털썩.


텐트 문을 젖히고 걸어 나온 현우는, 천천히 힘을 잃듯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치 제 할일을 다했다는 듯, 정신을 잃은 현우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그리고 이런 현우의 모습은 대기소에서 안쪽을 주시하던 기자들의 카메라를 통해 전국으로 흘러나갔다.


* * *


화르르.


그에게 익숙한 붉은 하늘과 차가운 대지.

그는 영혼처럼 마계의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마계의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던 현우는 저 멀리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빠르게 다가갔다.


“크하하!!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분들께서 아시면 기뻐하시겠구나!”


기괴한 반인반수의 몸을 한 인영이 홀로 수백의 마족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저놈은······마족이 아니잔아?’


평상시에 있어온 동족끼리의 전쟁으로 생각했던 현우는, 이 세계의 인물이 아닌 듯 보이는 이의 모습에 놀랐다.


“네놈들의 신은 어디 있는 것이냐! 크크···전쟁에 패배한 놈의 세계답게 신이 도망이라도 친 모양이구나!”


실로 광오한 소리였다.

태어날 때부터 전쟁을 일상처럼 해오는 마의 종족 앞에서 도망이라는 단어라니.


그때.


“멈춰라!”


우르릉!


강한 우레와 함께 몇 명의 인물이 하늘로부터 날아들었다.


쾅!


“크윽···이제야 나타나셨구만.”


현우는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저놈들은······’


현우에게 너무나 익숙한 인물들.

그들은 마계의 정점에 군림하는 ‘마왕’의 칭호를 받은 인물들이었다.


“네놈들이 기어코 이 땅에 발을 붙이려 하는구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진노한 음성을 내뱉는 서쪽의 마왕 안젤로,


“호오···약해빠진 세계치고는 제법 기운을 다룰 줄 아는 놈들이구나···허나 그것도 여기서나 통할 일. 위대하신 분들의 수행자인 이 듀이님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침략자.


대화가 오간 것도 잠시.


거대한 기세를 내뿜는 마왕들이 한 걸음을 내딛고.

그렇게 훗날 ‘침략 전쟁’이라 불릴 거대한 전투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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