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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A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왕, SSS급 헌터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코노미A
작품등록일 :
2019.04.15 23:03
최근연재일 :
2019.05.11 00: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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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27
추천수 :
650
글자수 :
191,599

작성
19.04.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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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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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3쪽

1. 격변하는 세계

DUMMY

2020년 7월


“김현우 이 자식 또 어딜 나간거야?!”


쾅!


인상 쓴 얼굴로, 책상을 내리치는 경영지원팀 박 팀장.

순간 숨소리마저 잦아드는 사무실.


“아아 박 팀장, 내가 미리 말 못했네. 오늘 우리 무역팀이 일손이 좀 부족해서 말이야. 김현우 씨 검수 작업 좀 보냈네. 나이를 먹다보니 깜박깜박 한단 말이야. 하하.”


1년 선배인 한 팀장의 대답에, 박 팀장은 이를 갈았다.


“아니, 선배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팀원을···.”

"어허! 자네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이젠 선배고 뭐고 보이는거 없나보지? 이사람 말하는 것 좀 보게나. 남? 자네랑 나랑 17년이야 17년! 같은 회사 직원끼리 바쁘면 돕고 살아야지. 뭘 그리 따지나!”


한 팀장의 변명과는 달리, 일손이 없다는 무역팀 직원들은 시원한 사무실 내에서 한적하게 인터넷 쇼핑이나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경기도 용인. 기흥 IC 인근의 ‘H 물류창고’


“시발···더럽다 더러워.”


현우는 녹색 공장잠바를 입고, 영하 24도의 냉동 창고 안에서 박스를 정리하는, 일명 ‘까데기’를 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 또 와서 저러고 있네."


물류창고 직원 아주머니들의 수군거림이 들린다.

하도 자주오다보니, 이젠 사무실 동료들보다 이 아주머니들이 더 친근하다.


“아니 똥 싼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나. 더러운 세상··· 때려 치던가 해야지.”


이유야 뻔했다.

그놈의 짬밥.

현우가 속한 경영지원팀의 팀장이 무역팀 팀장보다 짬에서 밀렸다. 우두머리가 약하면, 이리저리 끌려 다녀야 되는 게 현실이었다.


일 잘하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참으로 이기적인 세상.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 직장의 법도였다.


* * *


그가 이 세계에 온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차원의 통로 속에 던져 지고, 육신이 한줌의 가루가 되어 흩날리던 마지막 순간.

그가 다시 눈을 뜬 곳은 뇌사상태에 빠진 6살 난 어린 인간의 몸 안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잠시 당황 했지만 몸이 회복되는 기간 동안 생각을 정리한 그는 새롭게 주어진 인간의 생을 온전히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마력’과 ‘이능’이 허락되지 않은 세계.

정확히 말하자면, 마나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인간의 육신이 이를 허락받지 않았다.

그리하여, ‘과학’이라는 실용학문이 발달한 세상.


기나긴 마계에서의 생에 비하면 짧은 ‘20년’ 이라는 시간.

허나 ‘피의 투쟁’뿐인 마계의 생활에 비해, 성장기 인간의 20년은 너무나도 다채로웠다.

그가 또 하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깊이 자각하고, 애착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현재 시각 오후 8시]


밀리는 고속도로를 뚫고 사무실로 복귀한 현우는 매우 지친기색이었다.


“팀장님 다녀왔습니다.”

“너 뭐하는 새끼야?”


대뜸 노발대발하는 박 팀장의 음성에 현우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직감했다.


“한 팀장님이 검수 작업 지원 나가야된다고 하셔서···끝내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니가 무역팀이야? 뭘 그렇게 잘난 듯이 떠들어 이 새끼야. 그럼 무역팀으로 가 임마. 너 하나 때문에 퇴근 못하고 있는 우리 팀 애들 안보여?”


사무실 내에 남아 있는 것은 경영지원팀 뿐이었다.

무역팀 자리에는 이미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뇨. 팀장님 한 팀장님이 팀장님께 말씀 하셨다고 들어서···”

“입 안 다물어! 내가 변명하지 말랬지!!”


쾅!


거칠게 책상을 내리치는 박 팀장.


절레절레


억울함에 한마디 내 뱉으려는 찰나, 현우는 박 팀장의 뒷편에 앉아 있던 지민의 사인에 입을 다물었다.


외투를 잡아챈 박 팀장이 사무실을 나가고.


“현우 씨 고생했어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팀장님도 화풀이할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요.”

“알죠. 저도 다 아는데···휴···”

“간단히 술 한잔 하고 가실래요?

“아뇨···오늘은 일찍 쉬고 싶네요. 다음에 제가 한잔 살게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지민에게, 현우는 고마움과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 * *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현우는 찬물로 샤워를 한 뒤, 국산맥주 중 가성비 최고인 카프리 한 병을 들이켰다.


캬아


“국산맥주 가격으로 이 풍부한 맛이란···크흑···너 마저 없으면 형은 견딜 수 없을 거야.”


편의점맥주에도 급이 있다.

1천원 후반 대에서 2천원 후반 대 가량의 인공거품 가득 국산맥주.

3천원중반부터 시작하는 수입맥주.

고작 천원차이라 생각하지만, 하루 한 병의 소확행은 필수인 자취생에게 천원은 큰 차이였다.


“벌써 5개월 언저리 지났구나···시간 참 빠르네.”


현우는 딱딱한 옵션 침대에 누워 방 천장을 바라보며 힘겨웠던 독립생활을 떠올렸다.

구로역 인근 6평짜리 오피스텔.

그가 부모님께 받은 유일한 독립자금으로 얻은 500에 45만원 월세방 이었다.


칠흑의 대지를 살아가는 수천만 마족들의 정점.

위대한 4대 마왕 중 제1석을 차지한 그가 이렇게 힘들게 삶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왜 하필···흙수저로······.”


그렇다.

그가 자리 잡은 6살 난 아이의 가정은 가난했다.


대출로 이어가는 삶. 하우스푸어(house pooe) 어떤 말로 표현해야할까?


그래도 성인이 되기 전 까지는 괜찮았다.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부모님과, 두 살 터울의 어여쁜 여동생.

넉넉하진 않지만, 제 때 끼니는 챙겨먹으면서,

마왕 칼루스는 난생처음, 애정이라는 것을 느끼며 자랐다.

대가없이 뭔가를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매우 기쁜 일이었다.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수백 년간 권태로움에 찌들어있던 그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현우의 대학교 졸업식 날.


“현우야 축하한다!”

“네 아버지 감사합니다!”


졸업식 가운과 학사모를 쓴 현우는 학교를 떠나야함에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그래. 네가 올해 나이가 몇이지?”

“나이요? 스물여섯···이지요?”

“어이쿠! 벌써 그렇게 장성했구나! 하하.”

“네···하하하······?”


심상치 않은 분위기. 슬쩍 자리를 피하시는 어머니.

현우의 동물적인 감각은 위험신호를 조금씩 울리기 시작했다.


“네···하하···근데 어떤 이유로······?”


평소에 본적 없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아버지.


“흠흠. 현우야. 네가 이제 성인이 된지도 벌써 6년이나 지났고, 대학교도 졸업 했고. 건장한 청년으로 장성했으니 더 이상 좁은 울타리 안에서 살 이유가 없구나.”

“······예?”

“독립 하거라.”

“아 예···············예??”


시대착오를 일으키듯, 21세기에 울려 퍼지는 아버지의 장엄한 독립선언.


“이 애비는 스무 살 부터 혼자 시작했단다.”

“아니 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원래는 땡전 한 푼 없이 시작해야 하지만. 이 애비가 세대 차이를 감안해서, 월세 보증금 정도는 지원해주마!”


대단한 양보를 하셨다는 듯 뿌듯해 하는 아버지의 표정.

성인이 되면, 스스로 제 구실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가문의 철칙.

이렇게 내 쫓기듯 현우는 타의적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가온 2연타.


[취업대란]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최고의 임금 상승률로 인해 역대급 취업난을 겪고 있었다.


“성실과···열정으로···이 회사의 등대가···”

“네. 37번도 열정이 가득가득···수고했어요. 다음 면접자 들어오세요.”


크윽···


그렇게 수많은 면접 끝에 합격한 회사가 지금의 J 식품 무역 회사였다.

재벌가에서 떨어져 나온 일가가 세운 비상장 회사로, 재무구조는 탄탄해서 월급은 밀리지 않고 나온 다는 게 다행이었다.


덜덜

“···무섭다. 정말 무서워···.”


전직 마왕 출신의 현우는 정말 마음속 깊이 무섭다는 듯 몸서리 쳤다.

가만히 방안에서 숨만 쉬어도 월세 45만원과, 관리비 11만원이 나간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도 의무적으로 4대 보험료를 착취하고,

대한민국에 살기 만해도 주민세 16만원이 나오고, 라면 한 봉지를 사도 세금이 붙는 나라···


최상급 마족시절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쓰러뜨렸던 ‘염화의 마왕’ 보다 ‘돈’이 더 무서웠다.


푸념을 늘어놓던 현우는 불연 듯 달력을 확인했다.


“······!”


현우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애써 부정해 보지만.

아침이 되면 새로운 해가 떠오르듯, 막을 수 없는 것.

앞으로 이틀 뒤면..

지구멸망의 날보다 무서운, ‘월셋날’ 이었다.


“안 돼! 이럴 순 없어!”


절망하던 현우는 잠시 한숨을 돌린 뒤,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어디론가 급히 통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창민이냐?”

“어···? 니가 웬일이냐?”


현우가 통화한 상대는 고등학교 시절 절친했던 친구인 최창민, 최근 여의도 증권사로 입성했다는 소식을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났다.


“사랑스런 친구야, 아니 여의도 넥타이님!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여유 좀 되시면 딱 스무장만 융통···”

“나 짤렸다.”

“그래···짤렸···에?···아. 그래?”

“요즘 금융권도 칼바람 분다. 정부에서 수수료만 대뜸 내리라고 하니···윗대가리 들이 엉덩이가 무거워서, 신입들만 날려 보내더라“

“아···그랬구나···하하··· 시발 야 뭐 별거 있어! 딴 곳 또 알아보면 되지. 기운 내 임마!“



잠시간의 위로 타임이 이어진 후 끊어진 전화.


“휴···지겹다 돈돈돈···”


빌어먹을···최소한 아파트 사는 집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적막한 월세방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중.


현우는 순간 멈칫 했다.


음?!


“뭐···뭐야?”


현우는 주변 공간의 비틀림을 감지했다.

열기에 의해 아지랑이가 일어나듯 일렁거리는 주변 공간.

공간의 이상현상은 비단 현우의 주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전 세계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렬된 퍼즐을 재조립하듯 비틀어지는 공간.


뒤틀린 공간은 천천히 다른 형태로 합을 맞췄다.

아주 찰나의 시간에 이루어진 현상.


현우의 영혼 깊숙이 잠들어 있는 마왕의 감각은, 어렴풋이 이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현우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파자마 차림으로 나온 현우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현우가 느낀 기이한 감각과는 달리,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뭐지······내가 잘못 느낀 건가?”


알 수 없는 답답함.

복잡함 심정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걸음을 내딛었다.


팡!

어어?? 으악!


무의적으로 한걸음을 내딛은 현우는, 자신의 발끝에서 생겨난 반동을 느끼며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뭐야···이거·········마력이···?”


습관적인 그의 발걸음에 자연스레 마력이 감돈다.


인류에게 허락되지 않았으나, 공기처럼 주변에 머무르던 마나들.

무형의 기운이 익숙하게 그의 체내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과학문명세계’의 토대를 뒤흔들만한 거대한 변화.

이러한 세계의 변화를 모든 사람들이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전 세계의 각종 매스컴에서는 연일 새로운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수능력을 가진 ‘각성자’의 출현!]

[‘기’는 역시나 존재했다! 동양무술의 대가 이택종의 ‘기는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 지역에 공간 왜곡현상 발생.]

[정복되지 못한 미지의 땅 ‘남극’ 규모7.8도의 지진 발생-세종기지]


해동검도 대전지부의 유년부 수련장.


“자! 여러분도 이 사범님처럼 열심히 수련하면, 키도 쑥쑥 크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답니다! 알겠지요?”

“네!! 사범님!!”

“좋아요! 자 그럼 일단 사범님 하는 거 보고 잘 따라해 보세요.”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강 사범은 천천히 기본적인 ‘내려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호흡은 짧게, 몸짓은 간결하고 빠르게,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린다 생각하고···’


하아압!


서걱···


잠시 동안의 정적.


“우와아아아아아아!!!!우와!!!!”

어린 아이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검도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사범님 대단해요!!! 우와 벽이 갈라졌어!!!”

“난 빛이 나가는 걸 봤어!!! 만화랑 똑같아!!!”

“······이게···대체···”


망연자실한 표정의 강 사범.

그의 내려치기 방향에 있던 도장 벽이 1m가량 갈라져 있었다.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異) 능력자 ‘각성자’의 발생.

일주일 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공간 이상현상에서, 갑작스럽게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던전 브레이크’.

이 두 가지의 이슈는 현대사회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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