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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A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왕, SSS급 헌터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코노미A
작품등록일 :
2019.04.15 23:03
최근연재일 :
2019.05.11 00: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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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0
추천수 :
650
글자수 :
191,599

작성
19.04.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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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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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3쪽

0. 운명의 시작

DUMMY

하아압!


대륙 최고의 소드마스터 제임스.

그의 의지가 담긴 혼신의 일격.

공간마저 베어버릴 만한 은빛 검강이 마왕을 향해 작열했다.


콰앙!

크아아악!!


공간이 떠나갈 듯한 굉음이 일어난 것도 잠시.

공동을 덮고 있던 칠흑의 운무가 서서히 옅어지고.


“쿨럭···내 다시 돌아오는 날, 네 놈들을······”


삼류 신파극 같은 대사와 함께, 환영처럼 사라지는 마왕.


“······드디어 해냈다! 내···내가···마왕을 쓰러트렸어!!”

“흐흑. 이게 꿈은 아니겠죠···? 제임스! 역시 해낼 줄 알았어요!”


마왕을 쓰러트린 대륙 최강의 검사 제임스를 축하하는 동료들.

그리고 처참히 죽은 동료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애도의 눈빛을 나타내는 영웅의 무리.


귀환 포탈이 열리고,

죽은 동료의 주검을 이끌고 영웅 일당이 사라진 탑의 최정상 보스룸.


“······”


잠시 동안의 적막함이 흐른 뒤.


“·········갔나?”


마왕의 시체가 사라진 핏자국이 만연한 바닥.

붉은색 눈동자와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인영.

영웅일당에게 당해 사라졌던 마왕이 지친기색으로 홀연히 나타났다.


“정말···끝이 오긴 오는 거냐······”


무려 600년이었다.


광활한 마계의 동쪽 지배자 제1 마왕(魔王) 칼루스.

그가 마신의 제안에 넘어가, 이 좁은 탑 안에 갇혀 있던 시간.


* * *


600년 전.


다른 4대 마왕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편안히 권력을 누리던 때.

마왕 칼루스는 몇 년 째 마신에 대한 도전이 한창이었다.


“씨발···안 되는 건가···”


초대마신을 상징하는 외날개의 육망성이 그려진 마신전 「판데모니움」.

신전의 한쪽 구석에는 처참한 모습으로 처박힌 칼루스가 붉은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그런 그를 평온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마신(魔神).

그는 잠시 동안의 생각 끝에, 뭔가를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아주··· 오랜 옛날에···”

“·········?”


느닷없는 옛날이야기.


“초대 마신께서도 너처럼 마왕인 시절이 있었단다.”


동화책 속 이야기를 꺼내듯, 핏빛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강대한 마력, 최고의 육신. 이 모든 것을 이뤘음에도 그는 만족함을 느끼지 못했지. 그런 그는 신을 넘어서고자 수많은 세월을 노력했지만, 결국 신과 같아질 수 없었단다. 허나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그는 피조물의 굴레를 벗어나 한 가지 경지(境地)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뜸 ‘초대 마신록’의 내용을 풀어 놓는 마신.

마신의 신전 가장 안쪽 벽면에는 초대마신의 일대기가 벽화형식으로 각인되 있었다.

홀로 수많은 신들과 전쟁을 벌이는 초대마신의 모습이 담긴 장황한 벽화.


“그거 다 뻥 아니에요?”

“진짜다 이놈아!!”


칼루스는 마신의 노망을 의심했으나, 잘못 대답했다가 또 다시 쳐 맞을까봐 잠자코 있었다.


“흠흠. 그것이 바로 「신격」 이라 이름 붙인 지고한 경지이자,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신격?”

“그래. 나 또한 마신의 이름을 받은 자로서, 그 힘을 계승했지. 흠흠···네가 한 가지 임무만 착실히 수행 한다면······이 권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


칼루스는 마신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3년간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를 향해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던 마신.


“······”

“···내 계속해서 너를 지켜보았다. 힘은 합당한 자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법. 너라면 괜찮을 것 같구나.”

“······”

“그,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단다. 그저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얻고 싶은 것을 얻어 가면 될 뿐. 어찌되었든 네가 정한 삶의 목적은 최고가 되는 것 아니냐? 신격을 얻게 되면 너는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게다.”

“······사기 아니죠?”


마신의 눈썹이 움찔 덜렸다.


“사기······ 이놈아! 내가 명색이 마신이다! 너한테 사기처서 내가 얻을게 뭐가 있겠냐!!”

“조건이 너무 좋은데···”


물끄러미···


“·········망할놈······그래 솔직히 말하마. 넌 나의 ‘후계자’가 되는 거란다. 난 후임자를 찾을 수 있어서 좋고, 넌 힘을 얻어서 좋고. 그럼 된 거 아니겠느냐? 말이 후계자지 주어진 의무도 없다. 다만 너 또한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누군가에게 이 권능을 계승하기만 하면 되는 게야.”

“휴······역시 꿍꿍이가 있었어. 세상에 공짜라는 건 없는 게 맞아.”

“야 이놈아!! 이 정도면 거저 주는 거지!! 에잇··· 됐다. 때려 치자! 안 한다는 놈 붙잡을 생각 없다.”


분에 찬 듯 씩씩거리던 마신은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아니···뭐 누가 안하겠다고 했나···거참 나이도 많으신 분이 성격 급하시네.”


씨익.

걸어가는 마신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결국.

마왕 칼루스는 많은 고민들은 뒤로 한 채 마신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멈추었던 수레바퀴는 다시금 힘차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 * *


마성 「팔라티노」

100층의 탑으로 이루어진 부유성.

‘탑’은 오랜 세월동안 여러 차원의 인간계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신이 말한 조건은 아주 간단했다.


인간계를 관리하는 마성의 관리자로서 임무를 다 할 것.

아주 쉬웠다.

단지···

‘천년’이라는 기간만 뺀다면···


“분명 원래 의무기간이 천년이었을 거야······속았어······시발······”


초장부터 3천년의 기간을 꺼낸 마신의 발언에, 칼루스는 대경실색하며, 흥정에 나섰다. 결국 마신이 못 이기는 척 1천년으로 합의를 봤다.


“생긴 것부터가 사짜 느낌 나는 양반이더니···휴···애들이 말릴 때 그만뒀어야 됐는데······”

“흠흠. 자네 진짜 가는 건가?”


그제야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3대 마왕들을 돌아본 칼루스.


“어어. 언제까지 약해빠진 너네와 투닥 거리 할 수 도 없고, 그냥 갈련다.”

“자네···가 간다니까 참 아쉽···구만.”


기쁨 가득한 얼굴로 아쉽다는 말을 내뱉는 서쪽의 마왕 안젤로(Angelo).


"입 바른 소리 하지마 임마. 니가 제일 좋아할만한 일이잔아.”

“하하. 섭섭하게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와 내가 함께한 마생이 몇 년인데.”


‘호랑말코 같은 새끼. 나이도 제일 어린 게 끝까지 반말이네.’


그랬다. 마계를 대표하는 4대 마왕 중 칼루스의 나이는 이제 겨우 천살을 넘었고, 나머지 3명의 마왕은 마생 중 중장년에 들어선 3천살 대의 나이였다.


“말썽 피우지말고, 나 돌아올 때 까지 얌전히들 있으라고.”


끝까지 남의 속 긁어먹는 말만 내뱉은 칼루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팔라티노로 이동하기 위한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갔다!!”

“저 후레자식이 드디어 갔구나!!”


마왕의 체면도 잊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는 3명의 마왕들.

그들의 춤사위에는 그동안 칼루스에게 당한 모진 수모에 대한 ‘한(恨)’이 서려있었다.


*


‘탑’ 생활의 첫 백년은 그럭저럭 할 만 했다.

정상까지 올라온 인간 영웅들과 싸우며, 악의 화신처럼 길길이 날뛰다 죽은 듯 사라지는.

가끔 지루할 때면, 탑의 하층부로 내려가 인간인척 하며, 영웅들과 같이 탑을 오르기도 했다.


허나 2백년이 지나갈 즘, 매번 반복되는 일상 속에, 그는 지쳐만 갔다.

아니 사실 마신에게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도, 그의 정신은 매우 피폐한 상태였다.


마족이 오랜 마생 동안 미치지 않고, 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삶의 목적성’.

최고의 힘을 추구한다는 그의 목적이, 마신 앞에서 오랜 시간 좌절돼 왔기 때문에

그의 정신은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힘에 대한 갈망도, 피의 광기도 잊혀진지 오래.

이성의 끈을 놓기 일보직전.

생존에 대한 본능이었을까.

허공을 헤매던 그의 사고에 떠오른 무언가.


* * *


칼루스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좋았어. 계획은 완벽해.”


칼루스가 탑에 들어온 것도 어느 덧 60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영감도 다 이해할 거야. 애초에 천년이나 이 좁은 곳에 있으라는 것 자체가 부당 계약이라고!”


칼루스는 탑 생활이 500년이 지나가던 때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마성 ‘팔라티노’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50년 주기로 타 차원으로의 이동이 완료되는 순간. 탑의 외부 보호막이 사라지는 때가 있었다.

아마 새로운 세계와 연동하는 과정이 아닐까 예상되는 그 시간.


“시간이 50년이나 있는데···잠깐 놀다온다고 해서 큰일이 나진 않겠지.”


칼루스는 이 탑을 탈출···아니 외, 외출하기로 결정했다.

자발적인 외출. 군부대였다면 바로 영창으로 직행할만한 신나는 생각이었다.


그 동안 탑을 올라오는 인간들을 통해 이야기로만 듣던 그들의 세상.

얼마나 재미난 것들로 가득 차 있을지 그는 매우 기대 됐다.


쿠구구구궁.


탑 전체가 무너질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칼루스는 미리 봐놓았던 23층의 외벽 앞에 서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100층의 탑 중에 가장 외부와 근접해 있는 지점.


두근두근.

칼루스는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핏빛 눈동자에 검붉은 마기가 차오르고, 그 강대한 기운에 주변 공기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는 진동.


조금만 더······

조금만······

···


지금!!


칼루스의 오른팔에 거력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마계 최정상에 군림하는 그의 강대한 육체.

그의 팔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이를 감싸 듯 붉은 마기가 모여들었다.


“환야!”


그의 긴장한 외침 속에, 모아둔 그의 마기 안에서 맹수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하아아압!!

크르르르!!

쾅!!!!


그의 화려한 외출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

그의 혼신을 다한 일격에 외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됐어!”


무너진 외벽 사이로 보이는 탑의 보호막은, 기운을 잃은 듯 점점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막이 사라진 곳에 보이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두움.


‘밤인가? 왜 이렇게 어둡지···?’


경계심이 느껴질 만큼 부자연스러운 풍경이었지만, 탑의 변고를 눈치 챈 마신이 나타날까, 마음이 조급한 칼루스는 공간을 향해 냅다 뛰어 들어갔다.


“에라 모르겠다. 죽기야 하겠냐!!”


뛰쳐나온 가속력에 의해 점점 앞으로 나아가던 칼루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이 탈출한 거성을 바라보았다.


‘응?······뭐, 뭐야?’


불과 2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탑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그저 검은 공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고민해 보려던 찰나,

어디선가 불어온 강한 기류에 칼루스는 떠내려가듯 흐름을 타고 밀려났다.


엄청난 속도로 밀려나는 그의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장면들.

지나치는 그의 눈에 보이는 수많은 ‘블랙홀’에는 각기 다른 형상의 세계가 담겨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서···설마······차원의 통로···?’


허나 그의 의문에 답해줄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점점 더 거세지는 압력 속에 찢겨나가는 그의 육신.


‘크으윽······’


다른 3대 마왕의 합공에도 생채기하나 나지 않던 그의 육신조차, 이 거대한 차원의 흐름 앞에서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듯 무참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끝나는 건가···?’


너무나 허무한 결말. 끝을 예감한 그의 육체가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가고, 그의 영혼을 담은 듯한 붉은 마기만이 넘실거리던 그 때.


그의 영혼 안에서 희미한 실선들이 흘러나오며 무저갱 같은 허공에 하나의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꼭지점을 가진 헥사그램.

그 완전무결한 육망성 안에 그려진 고결한 한쪽 날개.


초대 마신을 상징하는 문양은 완성되기가 무섭게 그의 영혼을 간직한 붉은 마기를 모두 빨아들인 후 차원의 흐름마저 거스르며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이미 정해진 목적지를 찾아가듯.


* * *


칼루스가 차원에 휩쓸려간 직후.


“···주어진 시간이 다 된 건가.”


근심 가득한 눈으로 무너져가는 마성 팔라티노를 응시하는 마신.


“내 대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호재인지 악재인지···”


심란한 듯 마신은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네놈 하기에 달렸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돌아선 마신.

그는 허공을 격하고 저 먼 차원을 응시하며, 지독한 살기를 내뿜었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예고하는 듯한 비장한 표정.


그리고 같은 시각, 마계 중앙지역에 있던 마신의 신전 「판데모니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작가 입니다!

생전 처음 얻게된 ‘소중함’이라는 감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마왕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두달 간 자료도 수집하고 인물도 정리하고 여러가지 준비 끝에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만, 처음인지라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추천’ 과 ‘선호작’ 등록을 꼭꼭 눌러주시면

더욱더 힘내서 성심성의껏 연재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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