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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쇼 님의 서재입니다.

인생역전 재벌가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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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0:03
최근연재일 :
2024.07.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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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34

작성
24.05.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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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글자
11쪽

2화 앞으로 많이 바빠지겠어요.

DUMMY

2화 앞으로 많이 바빠지겠어요.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희주가 없었다면 굉장한 혼돈에 빠져 있었겠지만, 일본에서의 3일은 하나의 생각만을 남겼다.


[앞으로 내 인생은 장희주와 함께 한다.]


나 역시 6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오랜 삶을 통해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한 가지.


그건 바로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거다.

언제나 모든 관계가 다 좋을 수는 없다.

때로는 세상과 맞서기도 해야 했고, 비굴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런 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

그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줄 온전한 내 편.

그런 상황에서 온전한 내 편 하나 없다는 건 너무도 끔찍한 인생이었다.

지난 생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순전히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장희주였어···.’


잊고 있었던 감정들.

다시 젊었을 시절로 돌아가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오기 시작했다.


‘언제였을까···.나 설레였던게···.’


3일간 희주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지난 외로웠던 시간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매력이 넘치는 희주.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프러포즈를 준비했던 건데.


‘지금의 감정을 꼭 잊지 말자!’


굳은 다짐과 함께 돌아온 나의 젊은 시절.

이제는 새로운 한선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

수많은 회사원들이 오고 가는 거리를 지나 도착한 건물.

고개를 들어 빌딩을 바라보았다.

당시엔 많은 회사가 모여있던 서울 중심에 위치한 (주)은성의 본사.

그곳의 6층에 내가 근무할 경영 지원 본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차분히 들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파티션들 사이로 익숙한 공간이 나타났다.


[기획 담당 2팀]


처음으로 팀장을 맡았던 팀이 바로 지금 보이는 기획 담당 팀이었다.

은성 그룹이 탄생한 이래 가장 빠르게 승진한 사원.

최연소 팀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회사에서 거는 기대가 상당했었다.

무려 입사한 지 7년 만에 맡게 된 책임자의 자리.

직급은 과장급이었지만, 다른 차장급이 맡고 있는 팀장이라는 직책을 받았었다.


‘그 만큼 열정이 아주 넘쳐났지 아주···.’


넘치는 열정만큼이나 넘치던 부하 직원들의 한숨.

팀원들이 가장 싫어하고 기피하는 열정 넘치던 직장 상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다.


정시 출근 시간이 30분 남은 지금.

내가 근무하던 2팀의 인원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왜냐고.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직원은 아침부터 한 소리 듣고 시작했었으니까.

1990년 흔하게 넘치고 넘쳤던 꼰대 마인드의 상사.

난 그 중 최상급의 꼰대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가장 앞에 있던 신 대리를 필두로 연이어 인사가 들려왔다.

인사와 함께 느껴지는 사무실의 분위기는 아주 삭막했다.


‘이때는 진짜 상종하기 싫은 상사였으니까···.’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젊은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같은 팀원들로서는 죽을 맛이었겠지.

거기에 성격 역시 좋지 않았으니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다.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는 날에는 기본 30분은 싫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으니 긴장을 안 할 수 없었을 거다.


“책상 위에 보고서 올려놨습니다.”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말 전에 요청한 보고서를 주말 내 다 해놓은 모양이었다.


“네, 확인할게요.”


오랜만에 보는 서류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류를 보니 예전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은성 마트 확장 계획안]


‘그래 지금이 이 시기였지···!’


은성 유통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기였던 지금.

곧 있을 국가적 재난을 극복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당시 IMF로 인해 타격을 안 받은 기업이 없었기에 나 또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던 기억이 생생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아무도 모르잖아?’


아직은 국가적으로 쉬쉬하는 상황.

하지만 올해 말 우리나라는 힘든 시간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은성 유통을 맡고 있던 장현수 회장 아니 지금은 부회장님이 미국의 월마트를 보고 시작했던 사업인 은성 마트.

회원제 마트의 시초격이었던 은성마트의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점포를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은성 백화점에 비하면 구멍가게였던 은성 마트가 이때를 기점으로 훨훨 날아오르는데···.’


은성에게 있어서 굉장한 위기였던 시기.

난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엔 그저 들러리였다면 이제는 달랐다.


“앞으로 많이 바빠지겠어요.”


내 말에 가뜩이나 조용하던 사무실이 일순간 멈춘 거 같은 느낌이었다.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다니던 시기였다.

거기에 처음으로 맡은 팀이었으니, 얼마나 팀원들을 못 살게 굴었던가.

그동안 날 경험해본 팀원들은 내색은 안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또 시작이다.’


‘엄마, 오늘도 밤늦게 들어갈 거 같아···.’


‘아, 진짜 퇴사하고 싶다···.’


새로운 한 주부터 시작한 첫 마디가 바빠지겠다라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을 때,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업무 시작 전에 커피 한 잔씩 마시고 시작하시죠.”


업무 시간에 화장실도 잘 가지 않았던 팀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랬기에 탕비실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눈치를 보던 2팀에 업무 시작 전 모닝 커피라는 말이 낯설었던 팀원들이었다..


“네, 제가 준비할게요!”


가장 바깥쪽에 앉아 있던 여사원이 벌떡 일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기획 담당 2팀의 막내 사원이자 은성 그룹의 셋째딸 장희주가 바로 그녀였다.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기획 2팀에 들어온 지 이제 9개월 차.

아직 팀원들 아무도 그녀가 재벌인지 모르고 있었다.

나 역시 과거에는 그녀의 정체를 몰랐었다.

결혼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알게 된 그녀의 집안에 많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름다움이 흘러넘치던 그녀의 얼굴로 수많은 남자 사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희주였다.


‘우선은 희주를 포함한 우리 팀부터 시작이야.’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 간단한 세상의 이치를 이제야 알게 된 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



커피와 함께 시작한 업무.

월요일 오전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야 사내 식당이 있었지만, 지금은 바깥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시기였다.


당시 모든 직장인들의 최대 난제.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점심 먹고 합시다.”


내 말에 팀원들이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안성민 과장이 조용히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팀장님, 오늘도 제육이죠?”


“오늘도요?”


제육이라.

기억났다. 회사 앞 정말 끝내주게 맛있었던 제육집이.

당시 1시간이던 점심시간에 가장 가까우면서 맛이 좋았던 제육집에 거의 매일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맛도 맛이었지만,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었던 최고의 식사였던 제육 정식.

지금 생각하면 나 혼자만 생각했던 메뉴가 아닐 수 없었다.


“주말에 안 드셨으니···.”


“아닙니다. 이제 저희 돌아가면서 메뉴를 정하기로 하죠.”


“···네?” 


“매번 제육만 먹으면 질리잖아요? 오늘은 희주씨 드시고 싶은 것 부터 먹으러 가죠.”


팀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무슨 상황인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으로 거의 반강요로 먹어왔던 점심이었다.

당시의 점심은 응당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던 점심이 이제 자유롭게 바뀐 거다.


“으음···. 전 오늘 평양냉면이 먹고 싶습니다.”


잠시의 고민 후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장희주.

그동안 얼마나 제육이 먹기 싫었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미안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좋네요. 날씨도 슬슬 더워지는데 오늘 점심은 냉면으로 가죠!”


“예에!”


평소 냉면을 즐겨 먹었던 희주는 기쁨의 소리를 질렀고.

다른 직원들의 얼굴도 조금은 환하게 바껴 있었다.


“요 앞에 기가 막힌 냉면집이 있습니다. 어서 가시죠.”


회사를 나오자 점심을 먹으로 나온 회사원들로 거리가 붐비고 있었다.

다들 무슨 할 말들이 많은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는 모습들.


‘이런 소소한 것들도 모르고 살아왔다니···.’


기억 속에 전혀 없는 장면들을 보니, 그 동안 얼마나 주변을 안 돌봐왔는지 알 수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회사와 승진 말고는 모두 관심 밖이었다.

그랬기에 같은 팀원들의 정보도 잘 모르고 있었다.


“신 대리는 집이 어디야?”


걸으면서 먼저 질문을 건네보았다.

질문을 받은 신 대리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전 목동에 삽니다. 저번에 한번 말씀 드렸습니다.”


“아, 그랬나? 미안해. 내가 기억력이 나빠서···.”


“재무 숫자 하나도 다 기억하시지 않습니까?”


“하하, 그건 업무고···.”


뒤에서 따라오던 팀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기 시작한다.


‘팀장님 오늘 이상하지?’


안성민 과장의 눈으로 말하자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유진호 대리.

언제 다시 본 모습을 보일지 아직은 불안한 유진호 대리였다.

경영 지원팀에서 가장 빡센 일을 맡고 있는 기획 2팀에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장희주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미모가 더욱 돋보이게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장희주.

그녀의 눈은 앞에 있는 한선호 팀장을 향해있었다.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나온 냉면집.

간판은 90년대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허름한 모습이었다.


[우래옥(又來屋)]


점심 시간이라 수 많은 회사원으로 붐비는 식당이었다.

잠시의 대기를 거쳐 자리를 잡고 평양 냉면을 맛 볼 수 있었다.


“와,진짜 너무 맛있는데요?”


“너무 담백하고 깊은 맛!”


팀원들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고.

말 없이 냉면을 먹고 있는 희주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와,진작 먹으러 올 걸 그랬습니다. 너무 좋은데요?”


“하하,그러게요. 다들 잘 먹네요.”


“전 여기 처음 와봤는데 최고네요.”


안성민 과장의 말에 희주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엄청 유명한 곳인데 여기를 처음 와봤어요?”


“그럼, 난 점심에 언제나 제육 아니면 김치째개였거든···.”


난 안성민 과장의 말을 이어서 희주에게 한마디 보탰다.


“희주씨 덕에 진짜 맛있는 냉면을 다 먹어보네요.”


씩 웃는 날 보고는 그녀 역시 씨익 웃어보이고.

난 그런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점심 메뉴 선택도 좋은 회사원의 덕목이라 알고 있습니다.”


“네?하하하하!”


“어우,희주씨 이제 후임 받아도 되겠어. 베테랑이야 아주!”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에 팀원들의 얼굴이 오전보다 훨씬 좋아보인다.

화기애애한 점심 식사의 분위기.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은성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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