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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골드 무한으로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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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3.05.10 16:49
최근연재일 :
2023.06.17 14: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983
추천수 :
898
글자수 :
157,454

작성
23.06.15 14:30
조회
510
추천
23
글자
11쪽

28. 에이프 대장간.

DUMMY

**


동굴에서 나왔을 때는 어느새 해가 충전이었다.

상단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어차피 그런 계약이니까.’


미련 없이 에이프 요새로 향했다.

보수가 한창인 에이프 요새는 성문 경비도 없었다.

지난 홍수가 대단하긴 했나 보다.


‘마스크 괜히 썼나?’

「유비무환이죠.」


혹여 카르멘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곤란했다.

물론 없겠지만.

조금 걸으니 익숙한 건물들이 나타났다.

덕분에 여태 떠오르지 않았던 새로운 기억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썩 좋은 기억은 아니네.’

「이곳에서 좋은 기억이 있을 수 없죠. 노예였잖아요.」


카르멘의 기억에 따라 성채 뒤로 이동했다.

그럴수록 더 많은 기억이 마구 뒤엉켜 떠올랐다.

그리고 막 코너를 돌았을 때.

퍽!


“이 멍청한 새끼야! 너 이제 이거 어쩔 거야!”


자신보다 한참 어린 노예를 폭행 중인 사내.


「욜라!」


카르멘의 기억에도 있던 사내, 수습 대장장이 욜라였다.

그리고 카르멘을 가장 많이 괴롭힌 녀석이기도 했다.

카르멘에게 욜라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척살 대상일 뿐이었다.

그만큼 카르멘이 품고 있는 녀석에 대한 앙심은 거대했다.


「어린 나이에 당한 시련이었잖아요.」


“죄송합니다.”

“욜라! 그만하고 들어와! 노예가 다 그렇지. 뭘 그렇게까지 괴롭혀!”

“네! 들어가요. 하여튼 노예라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다 멍청해서는! 캭! 퉤!”


녀석은 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노예 소년의 머리에 누런 가래침을 뱉고는 대장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노예 소년은 울음을 꾹 참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퍼런 멍으로 엉망인 얼굴과 절뚝이며 걷는 모습 때문인지, 욜라를 봤기 때문인지, 잊고 있던 기억들이 물밀듯 떠올랐다.

문제라면 그게 내게 없던 PTSD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일 테다.

몸에서 일어난 본능적인 거부감에 나도 모르게 대장간 입장을 주저할 정도였다.


‘하, 씨발. 다음에도 이러면 안 되는데.’


내 의지가 아닌, 카르멘의 기억에 휘둘리는 육체에 절로 욕이 나왔다.

이러다 내가 모르는 기억 속 트라우마 때문에 곤욕을 치를 수도 있었다.

통제에 벗어난 몸을 통제하기 위해 마력을 돌렸다.

긴장과 식은땀으로 범벅이 됐던 육체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불쾌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진정하자. 진정하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진열된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내 등장을 어떻게 알았는지 안에서 욜라가 귀신같이 튀어나왔다.


“어서 오세요, 손님!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말없이 진열된 장비들을 살폈다.


‘형편없군.’

「이런 무기로 마수와 싸우는 병사들이 대단하네요.」


타키모어 공방 거리에서도 느낀 거지만, 금속의 질 자체가 지구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엉망이었다.


「마법 화로 문제 아닐까요?」

‘화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또 모르는 거죠.」


아리와 대화 중이라 내가 말이 없자 욜라가 적극적으로 물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 검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요새 병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무기로 기사님들도 보조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할버드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마음에 안 드신다면 따로 주문도 받습니다. 30년 경력의 명장, 아라타로 님이 만든 장비는 서로 사려고 할 정도로···. 다만 고가입니다.”


입심 하나는 끝내주는 게 까딱 잘못했다간 홀려서 살뻔했다.


“다 형편없어서 그러는데, 이 대장간에서 만든 물건은 다 이 정도 수준이야? 그 명장 아라타로의 물건은 여기 없어?”

“네?”


품에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탁! 촤라락!

열린 입구로 쏟아진 누런 금화에 욜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만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 있다면 가져와 봐. 맘에 들면 살지도 모르니.”

“아···. 잠시만요. 패, 패터슨 님!!”


당황한 욜라가 패터슨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순간 안쪽에서 노예 소년의 모습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묵묵히 철괴를 날랐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하지만 누구도 노예 소년을 신경 쓰지 않았다.


「노예는 말 알아듣는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카르멘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그가 노예에서 탈출한 이후 빙의된 걸 축복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리, 이따 카르멘 노예 문서 남아있나 찾아봐.’

「네, 마스터.」


혹여 남아있다면 확실히 제거할 생각이었다.


“최고의 물건을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40대의 중년 패터슨, 대장간의 2인자로 욜라가 명장이라 사기 친 아라타로의 제자였다.

참고로 욜라는 패터슨 밑에서 대장장이 일을 배우고 있지만, 패터슨 밑에는 그 말고도 하다치라는 수습 대장장이가 하나 더 있었다.

대장장이로서 능력은 하다치가 더 좋았다.

대신 욜라는 아까처럼 입심이 좋아 호구 잡아 물건을 파는 데 능력이 좋았다.


“여기 있는 형편 없는 물건 말고, 이만한 값어치의 물건 없습니까?”


찰랑!

다시 한번 가볍게 풀어헤친 주머니, 당장 보이는 것만 해도 100골드가 넘었다.


“어, 잠시만···.”


당황한 패터슨이 주머니를 쏟아 그 안의 골드를 새기 바빴다.


「뭘 그리 열심히 세고 그래. 200골드뿐인데.」


아리의 말처럼 200골드가 들어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욜라를 낚기 위한 미끼.

욜라가 카르멘을 괴롭혔다지만, 이 세계에서 노예에게 인권을 바라기는 요원했다.

그래서 미끼를 투척한 거였다.

내게 이만한 돈이 있으니, 제발 뒤치기라도 하라는.


“흠흠, 어떤 장비를 원하십니까? 무기, 방어구,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바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무슨 자신감인지 패터슨은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무기, 종류는 필요 없습니다.”

“욜라, 가서 그것 가지고 와.”

“그거라면, 설마 그거요?”

“시끄럽고 어서!”


「녀석들, 그 할버드를 가져오려나 본데요?」

‘부서지지 않았어?’


욜라가 2m가 넘는 할버드를 가지고 나왔다.

예상과 다르게 할버드는 멀쩡했다.


‘이건 예상 밖인데?’


200골드 값어치의 물건은 아니지만, 쓸데없이 돈을 쓰게 됐다.


「쓸데없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일단 유물이잖아요. 고대 제련술에 대해서 조금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리고 이거, 카르멘이 아는 것과 달라요. 언제 이런 걸 꼬불쳐 둔거죠?」

‘그래?’


돈자랑 계획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200골드쯤 버려도 뭐.」

‘버리긴 왜 버리냐?’


아리가 다시 챙겨오면 됐다.


「마스터! 저 막 도둑질하고 그런 정령 아니에요!」

‘내가 아는 게 어디 한두 개인 줄 알아?’

「쳇, 안 통하네.」


“한 달 전, 코에이 외곽에서 발견한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입니다.”

「조셉도 코에이 유적에 대한 말한 적 있어요.」


언제 또 유적이 발견됐데.

죽일 생각만 해서 그런지 대충 흘려들은 것 같다.

난 신중히 할버드를 살폈다.


“괜찮군요. 음, 오러도 잘 통하고요.”


자루부터 날까지 황금빛 마력이 코팅됐다.

아직 2성, 원래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리히텐베르크 상처가 마력의 소통을 도와 이를 가능케 했다.


“하하하. 젊은 기사님이셨군요.”

“좋은 할버드군요. 사겠습니다.”

“유물이 좋은 주인을 만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패터슨이 만족한 얼굴로 주머니를 챙기려 했다.


“하지만 아시죠?”

“네? 무엇을 말입니까?”

“아무리 유물이라지만, 이게 200골드까지 받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요.”


아무리 유물이라도 할버드, 기사들이 선호하는 무기가 아니었다.

때문에 그 가치는 검보다 밑에 형성됐다.


“크흠···. 120골드면 되겠습니까?”


정가가 80골드쯤 될 것이다.

그럼에도 120골드를 부른 건, 20골드는 대장간의 이익으로 잡을 거고, 그 나머지 20골드는 패터슨이 남겨 먹을 생각인 것 같다.

나쁜 계획은 아니다만, 내가 20골드나 손해 볼 필요는 없지.


“120골드라. 제가 듣기로 그 전에 이와 비슷한 유물을 확보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주시면 안 됩니까?”

“비슷한 유물이라면, 이미 파괴된 상태인데요.”

“상관없습니다. 그거라도 주십시오.”

“뭐, 알겠습니다.”


잠시 후 노예 소년이 나무 상자 하나를 낑낑거리며 가지고 나왔다.


“여기 5골드 추가로 드릴 테니, 저 노예도 같이 주시죠.”

“이 노예를 말씀입니까?”

“보시다시피 짐꾼이 필요해서요.”

“알겠습니다. 뭐, 노예야 다시 사면 되는 일이니까요. 욜라! 가서 노예 문서 가지가 와!”

“네!”

‘아리 따라가.’

「네.」


75골드가 든 주머니를 회수하는 내 손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욜라가 빠르게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허름한 노예 문서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거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신 뿌려둔 떡밥의 냄새를 맡고 목표한 물고기가 찾아오길 바랐다.


「카르멘의 노예 문서 찾아서 마법 화로에 던져 태워버렸어요.」

‘잘했어.’


홍수로 실종된 카르멘의 노예 문서를 여태 가지고 있는 게 조금 소름 끼쳤지만, 잊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 억측은 접었다.


「근데 마스터, 과연 욜라가 물까요?」

‘어. 놈은 그러고도 남아.’


경험이 말해주었다.

놈은 절대 이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


노예 소년을 데리고 나온 건 어디까지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많이 반성했다.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린 가까운 여관으로 들어갔다.

당장 지저분한 아이를 씻기기 위해서였다.

물론 7일간의 여정으로 먼지를 뒤집어쓴 나도.


“일단 오늘은 여기서 쉬자.”


7일 넘게 씻지 못했지만, 이 아이는 그런 나보다 더 지저분했다.

여관 주인도 이런 아이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지만, 팁으로 내놓은 은화 하나에 불만이 쏙 들어갔다.

그러고 보면 카르멘도 노예 시절 한 번도 제대로 씻어 본 적 없다.

있다면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며 대충 씻은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욜라가 우리가 여관에 들어온 걸 확인하고 돌아갔어요.」

‘그래? 제 죽을 자리 하나는 잘 찾네.’

「그러게요.」


욜라는 태생부터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소인배였다.

그런 놈에게 75골드를 내보였으니, 엄청 궁금했을 것이다.

과연 내게 따로 동료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생각 같아서는 놈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버리고 싶지만, 과연 놈에게 그만한 품을 들일만 한 가치가 있냐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마스터, 혼자 깨끗해서는 세상 살기 힘들어요.」

‘내가 깨끗해? 설마. 난 그냥 녀석이 제 꾀에 넘어가는 꼴을 보고 싶은 것뿐이야.’


살면서 내가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다.

깨끗하다고 생각한 적은 더더욱 없고.

난 그저 녀석의 밑바닥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제발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 꼴을 보고 싶었다.


「그런다고 카르멘의 한이 사라질까요?」

‘안 사라지면 또 어때? 내 속이라도 편해지면 그걸로 끝이지.’


다만 앞으로의 여정이 있어 녀석을 오래 괴롭힐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괜히 데리고 다니면서 먹이고 재우느니, 깔끔하게 죽이기로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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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욜라, 복수의 시작. 23.06.16 482 30 11쪽
» 28. 에이프 대장간. +1 23.06.15 511 23 11쪽
27 27. 조세핀 용병단 23.06.14 554 22 12쪽
26 26. 에이프 요새로. +1 23.06.13 607 24 12쪽
25 25. 에이프 요새로. +1 23.06.12 635 23 12쪽
24 24. 마경과 마인의 탄생 비화. 23.06.09 663 33 12쪽
23 23. 마리오 용병단. 23.06.08 684 29 12쪽
22 22. 마리오 용병단. +1 23.06.07 700 30 12쪽
21 21. 빈민가. 23.06.06 726 27 12쪽
20 20. 타키모어 성. 23.06.05 760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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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제임스 자작의 사정. 23.05.31 840 31 12쪽
16 16. 제임스 자작의 사정. 23.05.30 846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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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미스릴. 23.05.26 911 31 12쪽
13 13. 가짜 유적. 23.05.25 904 29 10쪽
12 12. 가짜 유적. 23.05.24 976 26 12쪽
11 11. 성급했던 제안. 23.05.23 981 28 11쪽
10 10. 선물한 검. 23.05.22 1,009 34 12쪽
9 9. 자작과 식사. 23.05.19 1,041 30 11쪽
8 8. 새로운 능력. 23.05.18 1,068 33 11쪽
7 7. 첫 작업. 23.05.17 1,071 31 11쪽
6 6. 본격적인 개척 마을 생활. 23.05.16 1,137 32 12쪽
5 5. 마인. 23.05.15 1,158 34 12쪽
4 4. 마력홀. 23.05.12 1,203 33 12쪽
3 3. 정령의 약속. 23.05.11 1,272 37 12쪽
2 2. 금속 아니, 대지 정령 아리. 23.05.10 1,405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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