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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골드 무한으로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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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3.05.10 16:49
최근연재일 :
2023.06.17 14:3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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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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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
글자수 :
157,454

작성
23.05.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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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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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6. 제임스 자작의 사정.

DUMMY

제임스 자작은 오랜만에 타키모아 성에 방문했다.


“2년 만인가?”


2년 전 영지 개척을 위해 떠난 후 처음이었으니 그 정도 됐다.

외성을 지나 들어선 거리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개척 마을 클레이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는 언제고 이런 영지를 만들겠다 다짐했다.


“조금 들뜨신 것 같습니다.”

“내 표정이 그렇더냐?”

“네. 주군.”


제임스는 칼튼의 말에 표정을 다듬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성을 지나 영주관에 도착하자 다시 풀렸다.

무려 2년 만에 만난 어머니인 백작 부인 때문이었다.


“저 왔습니다.”

“어서 오너라. 안아보자, 아들.”


긴말 없이 품에 안아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뭉클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눈물을 보이는 흉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어머니의 품에서 풀려난 제임스가 백작에게 인사했다.


“오느라 고생했다.”

“아닙니다.”


무뚝뚝한 타키모어 백작의 말에도 제임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가족과 따뜻한 저녁을 마지막으로 첫날이 지나갔다.

이튿날 이웃 영지에 벌어진 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장남 제프리 남작과 차남 제이크 남작이 영주관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오.”

“근데 네가 무슨 일이냐? 떠날 때는 다신 안 볼 것처럼 하고 떠나더니.”


2년 전, 100명이 넘는 인원을 이끌고 흑림으로 떠났던 제임스였다.

당시 제임스의 두 형인 제프리와 제이크는 그가 떠나는 걸 두고 도망자라고 비꼬았다.

제임스는 그런 시선을 묵묵히 참아냈다.

이후 영지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마수 개척에 몰두했다.

가끔 필요한 물자가 있어 세 기사가 번갈아 가며 영지를 방문할 때 이 둘의 소소한 방해가 있었다고 들었다.

식량에 밀 대신 모래를 넣는다거나, 부산물의 가격을 후려친다거나 하는 정말 쪼잔한 장난이었지만, 참아야 했다.

마수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백작 부인이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이런 사소한 방해가 자경단, 더 나아가 개척 마을 주민의 사기를 꺾는 건 당연했다.

이를 잊지 않은 제임스는 오늘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형님들, 우리 정정당당히 경쟁합시다.”

“정정당당? 갑자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둘째 제이크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빙글빙글 웃었다.

이에 평소라면 물러났을 제임스지만, 이제는 달랐다.

개척 마을을 이끌며 자신 하나만 믿고 따르는 200명의 책임질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책임감은 그를 이전과 다르게 만들었다.


“내 기사들이 올 때마다 형님들이 뒤에서 협잡을 꾸미는 거 다 압니다. 그만합시다.”

“흥, 네 기사들이 그러던? 내가 네 일 방해 한다고? 어디서 근본도 없는 놈들의 말을 듣고 형제들을 의심해? 네가 그러고도 귀족이야!”


한껏 찌푸려진 장남 제프리의 말에서는 자신의 충성스러운 기사를 무시하는 말이 고스란히 담겼다.


“형님, 참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게 굳이 영지에 관심 갖게 하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새끼가!”


제이크의 뒤에 있던 기사 둘이 검에 손을 가져갔다.

이는 제프리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모습을 본 제임스가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다섯 사람의 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마스터에 거의 근접한 기사의 기세는 고작 3, 4성급 기사가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형님, 나 왕도 정치판에서 15년을 구르며 제 2기사단장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압니까?”

“.... 이 새끼, 이거 안 멈춰!”

제이크가 제임스의 기세를 버티며 힘겹게 말했다.

물론 제임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런 것도 못 버티는 양반이었소? 하긴, 중앙 정치판이 어떤 곳인지 가봤어야 알지. 고작 동부 변방의 귀족 나부랭이일 뿐이오. 형님들은.”

“....뭐 인마? 고작 중앙에 있었다는 이유로 우릴 무시해! 그러니 네가 안 되는 거야!”

“정말 나와 정치질까지 하고 싶은 거요? 그러다 내가 이 타키모어 영지에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오? 형님, 정치질은 두 형님끼리만 하세요. 난 빼고. 안 그럼, 영지 개척이고 뭐고 타키모어 영지 먼저 집어삼킬지 모르니. 솔직히 형님들 자질이 영주감이라고 하긴 많이 부족한 게 사실 아니오?”

“....”


누구는 편협했고, 누구는 잔인했다.

동부의 패자인 타키모어 백작가를 품을 만한 자질은 아니었다.


“못하는 게 아니오. 괜히 가족들 피 보는 게 싫어 안 하는 거지. 그러니 내 새끼들을 건들지 맙시다. 제발 부탁이오.”


그 말을 끝으로 제임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그가 나간 후, 응접실 사람들은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아직 그가 남기고 간 기세의 후폭풍마저 감당하지 못했던 탓이다.


**


지난밤, 제임스의 부탁을 받은 백작 부인은 타키모어의 방계와 행정관 부인들을 모아 놓고 티파티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제임스가 가지고 온 자기였다.


“카피에님, 이게 다 뭡니까?”

“응? 이거? 내 아들이 이번에 와서 선물한 도자기야. 예쁘지?”

“네, 이처럼 푸른 자기는 처음 봐요. 무척 아름다워요.”


방계 귀족 여인의 말을 시작으로 너도나도 자기에 대해 떠들었다.


“이쪽 물건이 제임스가 이번에 발굴한 유물이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이건 이 유물을 바탕으로 우리 아들이 만들어낸 물건이고.”

“유물이 아니라 직접 만들었다고요?”

“그렇다니까. 어때 예쁘지?”

“네, 청명한 하늘의 빛을 담은 것 같아 욕심이 나네요. 그런데 이걸 정말 만들었다는 거죠?”

“호호호. 내 아들이지만, 검술도 그렇고, 학문도 그렇고. 정말 능력이 좋은 것 같아.”


한편, 백작의 집무실에선.


“주군, 이 검은 대체 뭡니까?”


타키모어 가문의 흑랑 기사단의 단장, 하인즈가 나서 물었다.


“제임스 녀석이 발굴한 유물이라고 하더군.”

“흑림에서 말입니까?”

“그래.”

“코에이도 그렇고 흑림도 그렇고, 요즘 국경 부근에 유적이 자주 발굴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타키모어 영지와 인접한 코에이라는 영지의 대균열 부근에서 또 하나의 유적이 발굴되어 화제였다.

이로 인해 백작의 두 아들도 그곳에 다녀와야 했다.

유물 구매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이 검을 구매해 기사단에게 지급했으면 하는데, 어떤가?”

“유물이라면 상당히 비쌀 텐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20골드라면 가능하지 않겠나?”

“2, 20골드 말입니까? 아무리 제임스가 아들이라지만, 너무 후려치는 것 아닙니까?”


흑랑 기사단장 하인즈의 말에 백작이 피식 웃었다.


“내가 꺼낸 말이 아니야. 제임스 녀석이 꺼낸 말이지. 마침 오는군.”


백작이 말을 마치자 집무실 문이 열리며 제임스가 들어왔다.

그는 집무실에 모여있는 영지 행정관과 하인즈 기사단장에게 인사했다.


“다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가문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제임스였다.


**


한 달이 지나 제임스 자작이 돌아왔다.

갈 때는 스무 자루의 검만 가지고 간 것 같은데, 올 때는 스무 대의 마차를 끌고 왔다.

대부분 마을에서 사용할 생필품이었고, 마지막 다섯 대는 내가 요청한 철괴였다.

앞으로도 철은 많이 사용될 것이기에 일단 많이 주문했다.

나중엔 아리의 정령 공간의 철괴를 사용할 생각이기에 철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문제라면 구매한 철괴보다 많은 철물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솔직히 일반인들은 우리가 철을 얼마나 썼는지 알 도리가 없죠.」


아리의 말처럼 마을 사람들은 내가 철을 구입했다는 건 알아도 그 양이 얼마인지, 또 얼마나 썼는지 관심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마을에서 제대로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자작과 달튼 세 형제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일로 바쁜 그들이 철괴 양을 계산할 것도 아니고, 만약 알아도 적당히 넘어갈 것이다.


‘자작이 날 마인으로 생각하는 이상은.’

「대지의 힘을 다룬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철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겠죠?」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하려고.’

「그런가요? 전 아닐 것 같은데.」


그날 저녁 제임스가 날 불렀다.

식탁은 전에 없는 진수성찬이었다.

타키모어에서 가져온 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것 같다.


“달튼에게 말 들었다. 새로운 형태의 갑옷을 만들어 자경단에 보급했다고. 덕분에 부상도 덜하다고 만족해하더구나.”

“자경단에게 필요해 보여서 준비했습니다.”

“고맙구나.”

“저 편하자고 한 일입니다. 은혜는 자작님께만 받은 게 아니라서요.”


진심이기도 하지만, 자작이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공짜로 한 일도 아니었다.

갑옷 하나에 하급 마정석 하나를 받았다.

그리고 난 일을 도운 마을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한 달 일한 삯으로 100실버 씩 주었다.

은화 100개는 1골드와 그 가치가 같았다.


“네가 오고 마을이 더 안전해진 것 같아 널 살린 게 올해 가장 잘한 일인 것 같구나.”

“앞으로도 그 마음 변치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건 네가 곁에서 지켜보거라. 참, 받아라. 검 한 자루에 20골드, 다 해서 400골드에 넘겼다. 그리고 내 몫의 세 자루와 철괴 55골드를 제외한 300골드다.”


그가 건넨 건 자그마한 상자, 열어보니 3개의 마석이 들어 있었다.

무려 상급 마석이었다.


「이거 오랜만에 보네요. 근데 이거 하나가 2억이라니, 지구에 두고 온 마정석이 너무도 아쉽네요.」


마석 광산도 존재하는 세상에서 마석의 가치가 지구보다 높은 이유는 마석이 마법진의 필수 재료이기 때문이었다.

1서클 라이트 마법진을 새긴 하급 아이템이 10골드를 훌쩍 넘길 정도로 그 부가가치가 높았다.

그렇기에 마석 광산은 왕실과 해당 영지가 5:5로 관리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분쟁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지만, 이유가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다 돈이 목적이죠.」

‘돈이 뭐라고.’

「최고죠!」


그래, 돈이 최고다 인마.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다 날 위해서 한 일인데. 그런데 널 노예로 다룬 놈들은 이런 네 능력도 몰랐던 것이냐?”

“...”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이 궁색해졌다.

내가 말을 하지 않자 자작이 급히 말을 이었다.


“난처할 수 있는 질문을 생각 없이 뱉었구나.”

“난처할 만한 질문은 아닙니다. 그저 노예 시절에는 제게 이런 능력이 없었다는 걸 말해야 하는데, 이 말을 누가 믿을 수 있나 싶어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이 전에는 없었다?”

“네, 이곳에서 깨어난 이후 제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카르멘 입장에서는 내가 그의 몸에 빙의한 이후 생긴 능력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카르멘이 죽고 없지만.


“검에 대해 별말 없던가요?”

“많았지. 다들 이런 검을 어디서 구했냐고 야단이더구나. 그래서 이미 입을 맞춘 대로 흑림에 묻힌 유적을 하나 발굴했다고 적당히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서운하진 않고?”


내가 앞으로 대장장이 일을 할 거라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기에 전혀 아쉬울 일은 없었다.

다만.


“전혀요. 오히려 흑림에 유적이 발굴됐다고 사람들이 모여들까 걱정입니다.”


소문이 나더라도 자작의 힘이 어느 정도 받쳐주면 좋을 텐데.

너무 서두른 감이 있었다.

속도 조절을 할 수 없다면 이쪽에서 속도를 올리는 수밖에.


「어떻게요?」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 당장 부족한 병력을 대신해 용병을 사도 되는 거잖아.’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러려고 돈을 쓰는 거고.


“이제 무엇을 할 생각이냐.”

“이 공터를 활용할 생각입니다.”

“알아서 해보아라.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자작의 허락이 떨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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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제임스 자작의 사정. 23.05.30 845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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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가짜 유적. 23.05.24 976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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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자작과 식사. 23.05.19 1,041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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