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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골드 무한으로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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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3.05.10 16:49
최근연재일 :
2023.06.17 14: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985
추천수 :
898
글자수 :
157,454

작성
23.06.01 21:40
조회
831
추천
30
글자
11쪽

18. 성장.

DUMMY

**


난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일을 시켰다.

다 돈을 풀기 위한 핑계였다.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당장 어디에 쓸 수도 없는 돈이지만, 사람들은 일하고 받는 일당에 행복해했다.

원래 돈이란 원래 것이지 않던가.

가지고만 있어도 배부르고 등 따신.


‘그동안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못 받기도 했지.’

「마을 사람 대부분이 고아에 빈민 출신이잖아요.」


제임스가 구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자신을 구원해준 제임스에 대해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개척 마을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야 되겠나.

사람이라면 꿈과 희망이 있어야지.

그게 안 되더라도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건 내게 상식이었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들도 신명 나게 일한다.

지금 마을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들의 얼굴에는 전보다 진한 미소가 한가득했다.

당연하겠지만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돌아갈 대가는 없었다.


‘이 마을에는 그런 사람이 없네.’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조막손으로 일을 돕잖아요.」

‘애들까지 일 시킬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 세상이 그렇잖아요.」


그런 아이들에게도 적게나마 일당을 지급했다.

영지민에게 줄 돈은 실버만으로도 충분했다.


1실버는 순은 30g으로 한화로 따지면 대략 20,000원가량 했다.

일당 치르기에 딱 적당한 화폐였다.


**


자경단을 제외한 남자들은 흑목을 벌목하고 여자들은 도요에서 그릇을 만들고 질그릇을 구웠다.

또 대장간 옆에 만든 공방에서 미늘 갑옷을 생산했다.

미늘 갑옷의 경우, 마을에서 사용하는 게 다지만, 꾸준히 제작하고 있었다.

식량도 호미와 곡괭이, 쇠스랑 등을 보급해 효율을 올려 이전보다 적은 일손으로 같은 생산량을 냈다.

그렇다 보니 마을에 노는 사람 없이 바삐 움직였다.


나도 바빴다.

내가 벌인 일, 마을 사람들이 실수하거나 궁금한 것을 물어오면 내가 해결해야 했다.

아리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었다.

또 시간 날 때마다 마을을 벗어나 지반을 다지며 도로를 넓혔다.

아직은 그렇다 할 만큼 눈에 띌 성과는 없었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수련할 시간이 부족해져, 해가 진 후 대장간 한쪽에서 수련을 몰아서 했다.


「열넷! 열넷! 열넷!」

“인마! 열넷만 몇 번이야, 대체!”

「아직 다 끌어내지 않았어요! 더할 수 있다고요! 봐요! 목소리에 힘이 남았잖아요!」


덜컹!

아이고, 죽겠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려 가만히 서 있지도 못하겠다.


「앉지 말아요. 움직이면서 근육 풀어요.」

‘... 나 지금 쉬려는 거 아니거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력을 원활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육체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체력을 키웠다.

이제 과거의 삐쩍 마른 카르멘은 없었다.

또 지반을 다지며 익숙하지 않은 대지 능력을 사용하면서 충분히 능력에도 익숙해졌다.

그동안 미뤄둔 성장을 이제는 시작해도 될 때였다.


「미뤄두긴 무슨, 솔직히 능력이 안 된 거잖아요.」

‘팩트로 패는 거 아니라고 했다. 이 존마나.’

「존마나? 존마나? 지금 저보고 존만이라고 했어요? 아, 그러네. 맞네. 존마니.」


잔뜩 흥분했는지 양손을 허리에 척 올리고 쏘아붙이던 녀석이 갑자기 썩소를 지어 보인다.

뭐지? 이 불안함은?


‘왜, 왜 그렇게 봐?’

「마스터 거기요. 손가락 두 마디. 딱 저만 하던데요?」


손가락 두 마디? 뭐가 너만 해?

이 녀석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근데 녀석의 시선이 내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 인마! 누가?’

「누구긴요. 마스터죠.」

‘이건 아직 내 몸이 다 성장하지 않아서···. 하여튼! 사람 약점 가지고 놀리는 거 아니야!’

「정령 키 가지고 놀리는 거 아니에요!」


미안하다.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먼저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이 몸뚱이의 이차성징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이차성징이 끝나면 이전 최강인의 그것처럼 우람해질 테니, 걱정하지 않았다.

근데 싸늘하다.

따가운 시선이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아리였다.

아무래도 아직 화가 안 풀린 모양이다.

이번엔 뭐라고 하려는 건지 불안하다.


「쓸데도 없는 거 커서 뭐해요? 쯧쯧.」


이건 모함이다.

다 과거, 최강인 시절 이야기란 말이다.

이 세계에서 내 청춘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여기선 다를 거다.

아니, 달라야만 했다.

선명하게 의지를 다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정신 산만하게 하지 말고. 지금 진짜 중요한 순간이야.’

「넵!」


아리도 장난을 끝내고 얌전히 주변을 지켰다.

그런 아리 덕분에 난 안심하고 마력홀을 살필 수 있었다.

마력홀에 마력이 충분히 쌓였다.

마력홀 주위를 도는 1개의 위성에도 마력이 가득 찼다.

이제 2성에 도전할 때였다.

제임스와 달튼은 없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아리가 대장간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성장할 준비가 끝났다.


**


한 달, 제임스 자작이 마차 30대와 30명의 용병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왔다.

평소보다 용병의 수가 10명 많았다.

지킬 것이 많아지니 용병을 더 많이 고용한 것이다.

마차에 실린 건 전부 철괴였다.


「아, 그렇다고 이렇게 많을 필요 없는데.」

‘괜히 돈을 줬나?’


아리의 말처럼 이렇게 많을 필요 없었다.


‘설마 전부 검을 만들라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게 목적일까요?」

‘그럼, 내 쪽에서 더 무서운데.’


자작의 목적이 그거라면 내 쪽에서 두렵다.

여튼 철괴만 가득하고 식량은 없었다.

식량은 추수가 끝난 후 가격이 더 내려가면 사겠다고 했다.

아직 마을에 식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현명한 판단이었다.


“검에 대해선 무슨 말 없던가요?”

“유적에 대한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타키모어에 외부 용병들이 하나둘 보이더구나.”


유적은 이 세계에서는 로또와 같았다.

당장 제임스 자작이 이번에 검을 통해 벌어들인 돈만 당장 2,000골드에 육박했다.

이는 남작 영지의 반년 수익과 맞먹었다.


“문제 될 건 없어 보이던가요?”

“왜 걱정이냐?”

“그보다는 용병들이 몰려와 마을에 해코지할까 걱정입니다.”

“그 부분은 좀 더 조심해야지.”


남작도 걱정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도기는 어떻던가요?”

“이게 진짜더구나. 이 신비한 푸른 빛에 많은 가문에서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난번에는 영지의 방계 귀족들과 행정관의 부인들에게 선보였고, 이번에는 정식으로 주변 영지의 귀족 부인들을 초청해 선보였다.


“푸른 도기를요?”

“그래, 신비로운 하늘빛을 담았다고 찬사가 끊이지 않았지. 이번에 알았는데, 이게 아르카디아 제국의 귀족들을 상징하던 색이라고 하더구나.”


귀족들을 상징하는 색?

푸른 피, 뭐 그런 건가?


“그런 게 있었습니까?”

“하하하. 나야 모르지. 다들 그러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뭔지 몰라도 귀족 부인들에게 통했다니, 대박 조짐이네요.”


「염료가 코발트에요. 쳇, 구하기 쉽지 않은데.」

‘네가 구할 수 없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귀한 금속인가 보네. 제국 시절에도 쉽게 구할 수 없었을 만큼.’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구리나 니첼을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견되곤 하니까요.」

‘당장 구하기 힘들면 보관하고 있던 건 없어?’

「소실된 공간에 있어요.」


사라진 정령 공간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님을 알지만, 지금 당장 필요하다니 어쩔 수 있나.

찾아보는 수밖에.


‘아리 네가 더 발품을 팔아야지.’

「알겠어요.」


이제 자작도 온 만큼 본격적으로 마을 주변을 돌아다녀 볼 계획이다.

2성에 오른 지금, 아리와 함께라면 어지간한 위협에 싸워 이기진 못해도 도망칠 자신은 있었다.


“원한다면 마차 20대 분량 그 이상을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푸른 도기는 약속하기 힘듭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 그것까지 부탁하긴 염치없구나. 아, 마침 왕실에 인연이 있어 왕께 이번 도기를 진상하기로 했다.”

“왕실에 진상할 것이라면 역시 푸른 도기만 한 게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가장 좋은 물건으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왕실 제 2기사단장을 역임했던 만큼 인맥이 없진 않은 것 같다.

이를 통해 왕실에 진상만 할 수 있다면 중앙 귀족들 사이에서도 이 푸른 도기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이다.

궁중 파티에 사용되면 더 좋고.


「마침 곧 연말이잖아요.」

‘곧이라고 하기엔···.’


이제 막 가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느린 속도를 생각하면 지금 만들 도기가 연말까지 왕실에 도착할지 장담하긴 힘들었다.


‘근데 여기도 연말 행사 같은 걸 하나?’

「저야 모르죠?」


뭐, 물어보면 알겠지.

그렇다고 대놓고 묻지 않고 은근히 돌려서 물었다.


“연말 왕실 연회 전까지 도착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네요.”

“그렇구나. 그땐 중앙의 모든 귀족들이 연회에 참석할 테니. 푸른 자기를 선보이기엔 최적의 시기가 되겠어.”


왕실의 연말 연회가 진짜 있긴 있나 보다.

바빠지겠네.


“참, 자작님, 내일 돌아가기로 한 용병들을 마을에서 고용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용병들을?”


철괴 운송을 위해 고용한 서른 명의 용병들을 이대로 돌려보내는 건 손해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어차피 한 달 후 도기를 가지고 타키모어로 향할 때를 생각하면 그전까지 마을 주변 마수를 정리하는데 고용하는 것도 나을 것 같았다.

그에 대해서 건의하니.


“흐음, 넌 모르겠지만, 개척 마을 운송은 편도라 운송 비용이 다른 곳보다 1.5배는 비싸다. 이것도 가문의 힘을 빌려 그런 것이지, 보통은 2배 이상 부르는 곳도 많다. 아마 한 달 계약을 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다 도둑놈들뿐이군요.」

‘아니지, 다시 돌아가는 걸 생각하면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일도 못 하고 시간을 버리는 건데.’


돌아가는 길에 마수 사냥도 겸한다면 결코 손해만은 아닐 테지만, 용병이 남의 사정까지 생각하는 족속은 아니니까.


“돈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전부 대겠습니다.”

“네가? 내 영지의 일을 어찌 너에게 맡기겠느냐. 그냥 내가 대겠다.”


말을 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진짜 귀족의 기세가 느껴졌다.


“이번에 받은 대금이면 용병 의뢰비 치르고도 남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검과 도기 판매 대금의 50%를 받았다.

애초 자작에게 내 목숨값이라고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작이 염치 불고하고 절반만 받겠다고 했다.

그래서 1,000골드가 넘는 자금이 생겼다.


“절 살리는데 자작님의 포션이 큰 역할을 했지만, 자경단원들이 떠내려가는 저를 발견해 구하지 않았다면 살아날 수 없었을 겁니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알겠다. 늘 도움만 받는구나.”


자작의 얼굴이 그제야 펴졌다.

그렇게 돌아가기 위해 짐을 꾸리던 용병들을 한 달간 장기 고용하게 됐다.

이제 돈 받은 만큼 열심히 굴러야 할 것이다.

혹시 아나, 능력 되면 이곳에서 중하게 쓸지.


「그걸 저들이 원하긴 할까요?」

‘안 원하려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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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성장. 23.06.01 832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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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제임스 자작의 사정. 23.05.30 846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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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가짜 유적. 23.05.24 976 26 12쪽
11 11. 성급했던 제안. 23.05.23 981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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