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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골드 무한으로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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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3.05.10 16:49
최근연재일 :
2023.06.17 14: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986
추천수 :
898
글자수 :
157,454

작성
23.06.05 21:40
조회
760
추천
29
글자
12쪽

20. 타키모어 성.

DUMMY

**


마을을 출발해 7일, 타키모어 백작령의 주도 타키모어 성에 도착했다.

타우렌이 이끄는 30대의 마차와 함께였다.

마차에는 코발트블루의 청명한 푸른 빛의 도기가 가득했다.

특히 왕실에 진상할 물건에는 아스판 왕실을 상징하는 실버 드래곤을 은으로 새겨넣기까지 했다.

아리가 정말 고생했다.


검문 검색은 가문 직계 찬스로 간단하게 패스하고 입성했다.

덕분에 신분증이 없는 나도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

이내 펼쳐진 성내의 모습은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본 도시의 모습이었다.

카르멘의 기억에도 어렴풋이 몇몇 영지의 모습이 남아있었지만,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타키모어 성이 일대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인가요?”

“그래, 왕국 동부에서 가장 번성한 영지지. 봐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놀랍지 않으냐?”


제임스 자작이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래, 가문의 영지인 만큼 자랑스럽긴 하겠지.

하지만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 30층 아파트는 기본이요, 100층 건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거대 도시에서 살다 온 나였다.

게이트 사태 이후 인구 과밀로 문제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서울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은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그런 서울과 비교하면.


‘시골이지.’

「심심하네요. 자극이 없어요. 자극이.」

‘무슨 정령이 자극을 찾아? 너 자연에서 온 존재 아니냐?’

「왜요? 정령은 자극적인 거 좋아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사람이 왜 그렇게 편협해요? 편견에 갇혀 살지 말아요! 제발!」


그렇다고 귀에다 대고 소리칠 건 없잖아.

난 다시 아리를 머리 위로 올렸다.


“손 볼 곳이 많네요.”

“손 봐?”


내 말에 자작이 반응했다.

도시는 크지만, 생활상은 클레이 마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내가 온 이후 클레이 마을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 됐다.


“바닥은 대로를 제외하면 진흙 아니면 자갈이군요. 그릇은 대부분 나무고 질그릇도 더러 보이지만, 영지 물건만 못하고요.”

“뭐, 그렇지.”


이후 몇 마디 더 했더니, 제임스 자작이 입을 다문다.

난 주변을 살피며 영주관으로 향했다.

제임스가 다가가자 내성문을 지키던 기사가 우렁차게 경례한다.

이어 힘차게 깃발을 흔들고는 성문을 연다.

그들 나름대로 직계를 환영하는 방식인가 보다.


“저는 그냥 수행원인 겁니다.”


어차피 난 떠날 사람, 앞으로 내가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단히 일렀다.

그 부분은 제임스도 동의했다.


“물론이다.”


내성 앞에는 제임스의 부모인 타키모어 백작과 백작 부인이 마중 나와 있었다.


‘위의 세 형제와는 어머니가 다르다고 했지?’

「본처가 셋째를 낳고 죽었다고 했으니까요.」


그 때문인지 현 백작 부인은 제임스의 어머니로 제임스의 독립을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사전에 작위 계승 관련한 트러블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이미 자작 작위가 있는데, 작위 계승 문제로 싸울 이유가 있나?’

「그러니 더 위험하죠. 제임스는 자력으로 능력을 증명했잖아요.」


아리의 말을 들으니 바로 이해됐다.


‘제임스도 이런 시선을 안다는 거네.’

「그러니 적극적으로 영지를 개척하는 거겠죠. 이 영지에는 관심 없다는 표현으로.」


이건 친모인 백작 부인도 같은 마음인지 제임스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었다.

참고로 제임스에게는 1남 1녀의 자식이 있었다.

연년생인 둘은 현재 아스판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으며 부인은 사별한 것으로 안다.

물론 내가 더 내밀한 사정까지는 알 필요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내가 제임스에게 잘 보일 목적이었다면 어떻게든 파악하려 노력했겠지만, 이제는 빚도 청산했겠다, 언제 떠나도 떠날 사람이라 거리낄 것이 없었다.


‘필요하다면 신분증 정도?’

「예비로 몇 개 만들어 두자고요.」


별채에 들어서니 칼튼이 수행원들이 묶을 방을 배정해주었다.

칼튼은 비록 작지만, 내겐 독방으로 배정해주었다.

방에서 하루를 쉬며 7일간의 여정으로 묵은 피로를 씻어냈다.

아침이 되자 칼튼이 찾아왔다.


“카인, 공방 거리에 가고 싶다고 했지?”

“네, 지금 가나요?”

“응. 준비 다 하면 나와.”

“네.”


내가 가려는 곳은 공방 거리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의 상점, 특히 골동품 가게를 방문할 생각이었다.

혹시 아나.


‘상점의 어느 창고에 보물이 굴러다닐지.’

「그건 너무 흔한 클리셰 아닌가요?」

‘그래서 자신 없어? 아니다. 아무리 너라고 보물을 알아보는···.’

「지금 도발하는 거죠? 훗! 금속 정령, 아리에게 그런 도발은 안 통해요. 하지만 뭐, 마스터가 원하신다면 찾아는 보죠.」


검지를 좌우로 까딱이는 걸 어디서 봤더라?

옛날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러나저러나 녀석의 저 거만한 표정은 어디서 보고 배운 건지.

쪼그만한 녀석이 하니 그냥 귀엽기만 했다.


「뭐에요? 기분 나빠!」

‘갑자기 왜?’

「도발도 안 통하고, 며칠 전부터 왜 그래요? 재미없게?」


뾰로통한 얼굴이다.


‘며칠 전 불현듯 깨달았지. 네가 믿을 존재라고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걸. 그래서 너의 모든 장난을 너그럽게 받아주기로 했어. 어때? 느껴져? 이 마스터의 넓은 아량이?’

「뭐래? 재미없게.」

‘너도 그렇지만, 나도 그래. 이 세상에 믿을 존재는 너밖에 없어.’

「갑자기 이런 식의 고백은 저로서도 조금 불쾌해요?」


뭐지, 이 녀석?

내 고백이 그렇게 갑작스러웠나?

여튼 입술을 삐죽이는 녀석을 어깨에 올리고 칼튼을 따라 공방 거리로 향했다.

칼튼의 뒤를 따라 내성을 나서자 바삐 움직이는 영지민들이 보였다.

그들로 인해 성은 아침부터 활기찼다.


「그들이에요. 용병단 마오리. 그들이 마스터를 쫓고 있어요.」

‘엿들을 수 있겠어?’

「검을 찬 이상 저들은 제 손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금속을 지닌 상태에서 그 누구라도 아리의 눈과 귀를 피할 순 없었다.

내가 칼튼을 따라 움직이는 사이, 아리는 조심스럽게 분신 하나를 그들 사이로 보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영지가 왕국의 경계였지. 흑목 숲이 저기 언덕 너머까지 있었다고 하더군. 지금 영주님이 소영주 시절 이야기지만, 그땐 모든 게 부족했어. 우리 부모님도 당시···.”


칼튼이 자랑스럽게 하는 말, 남작령을 백작령으로 성장시킨 타키모어 백작 관련 이야기는 이미 제임스와 달튼에게 지겹도록 들었던 이야기다.

지금 제임스가 하는 일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오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현 타키모어 백작이 제임스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마치 젊은 시절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면서.


공방 거리는 아침부터 후끈했다.

탕탕탕!

골목을 울리는 망치 소리를 들으며 가까운 대장간부터 들렀다.

점원이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어떤 것을 찾으십니까?”

“일단 살펴보고 필요하면 부르겠다.”

“네, 그러십시오. 기사님.”


기사 칼튼의 말에 점원이 멀찍이 물러섰다.

난 진열된 도검을 살폈다.


「아쉽네요. 아쉬워.」

‘상태가 다들 좀 그렇지?’


아리의 주인이 되며 나도 알게 모르게 금속을 다루는 능력이 늘었다.

당연히 검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겨보는 것만으로도 검의 상태를 알아볼 정도로 눈썰미도 생겼다.

최근에는 대지의 능력까지 다루게 되며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균형도 잘 맞고 다듬새도 나무랄 데가 없는데, 전체적으로 철이 좀 물러요. 합금 기술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네요.」

‘유적에서 발굴된 것들과 비교하면 기술이 후퇴한 건가?’

「그건 드워프 기술이라잖아요.」

‘그 모든 걸 드워프가 만들었을 리 없지. 정말 특별한 게 아닌 이상 인간 대장장이가 만들었을 거야.’

「하긴 그렇겠네요. 아무리 제국이라도 드워프제를 일반 병사에게까지 뿌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뿐인가?

유적에서 발굴되는 대부분 장비에는 미스릴 같은 마력 금속이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기량의 기사가 아리의 검과 여기 있는 검을 들고 싸우면 무조건 아리의 검을 든 기사가 이길 것이다.

그만큼 이 세계의 합금 기술은 떨어졌다.

아마 그것에는 폐쇄적인 도제 방식이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그건 현대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금속 정령 아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다 파악했어요. 이만 돌아가요.」


내가 첫 번째 대장간을 구경하는 사이, 공방 거리의 모든 대장간을 살펴보고 돌아온 아리가 돌아가자고 말했다.

나도 더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우린 단검 하나 사서 대장간을 나왔다.


“벌써 가게? 왜?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

“제 검을 보고도 그러세요?”


자작과 그의 세 기사는 유적의 비밀을 공유했다.

그런 만큼 유적에서 출토된 검이 내가 제작한 것이라는 걸 안다.


“하긴, 네 검이 넘사벽이긴 하지. 물론 유물과 비교할 순 없지만.”


「아니, 이 싸람이! 누가 그걸 못 만들어서 안 만드나! 감당 못 할 보물이라 안 만들지.」


아리가 발끈했지만, 그건 아리 혼자만의 화풀이였다.

어차피 칼튼은 아리의 말을 듣지 못했다.


‘떠나기 전에 화끈하게 보여주자.’

「물론이죠. 두고 봐요.」


칼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녀석 자존심에 아티팩트까지 만드는 건 아니겠지?

미스릴 같은 마력 금속만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진 않던데.

뭐가 됐던 그 결과물이 기대됐다.


“포션은 어디 파나요?”

“포션도 사게? 비쌀 텐데.”

“하하하. 제가 남는 게 돈밖에 없어서요.”

“하긴, 유적 출토물 판매 정산금을 일부를 받았다고 했지? 알았다. 가자.”


이후 칼튼을 이끌고 타키모어의 상점가 전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원하는 클리셰는 벌어지지 않았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가?’

「네?」

‘그렇잖아. 벼락 맞고 다른 사람 몸에 빙의해 이 세계에 떨어진 게 보통 일이야? 딱 소설이나 애니 속 주인공 포지션이잖아. 내가.’

「그래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어, 아닌 것 같아?’

「히로인이 없잖아요. 히로인이! 그리고 무슨 주인공이 대머리에 배 나온 아저씨야? 저처럼 귀여운 정령이라면 또 몰라도.」

‘그 와중이 윙크하며 손가락 v하는 건 자의식과잉 아니냐?’

「저 정도 귀여운 정령은 그래도 돼요.」


뀨! 헹! 뿌잉! 뀽!

지랄한다. 지랄을.

혼자서 이상한 포즈로 빙구미를 마구 발산 중인 아리를 내버려 두고 칼튼과 함께 백작령에서 가장 맛있다는 식당을 찾았다.

종일 수고한 칼튼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까?

돈값을 한다고, 비싼 만큼 맛도 좋았다.


「만족하신 것 같네요?」

‘이 세상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어. 자극적인 음식 너무 좋아.’

「향신료 범벅인 것 같던데, 흥!」


마을은 향신료와 소금 등 식재료가 너무 부족했다.

자작과 식사가 아니라면 매번 심심한 음식을 먹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거야. 그동안 이 자극적인 맛이 너무 그리웠거든.’

「잡철과 미스릴의 차이 정도 되려나?」


아리가 혼자 꿍얼거리는데, 묘하게 설득력 있었다.


‘그래! 그거야!’

「에이, 그래도 이 식당이 미스릴 급은 아니죠! 어디 비교할 게 없어, 미스릴을. 절대 안 돼요!」

‘그래도 미슐랭 원 스타급은 되는 것 같다.’

「아냐, 아니라고요! 미스릴을 이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금속이라고요! 이런 시골 영지의 흔해 빠진 식당이 아니라!」

‘유일무이는 개뿔, 그 뭐냐? 금에도 철에도 미지의 금속 있다며?’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음식 맛에 대한 평가를 금속에 비유하고 있자니, 조금 웃겼다.

거기에 잔뜩 흥분에서 방방 뛰는 아리를 보니 더 그랬다.

미스릴이 뭐라고.

이미 다른 마력 금속의 흔적도 찾았으면서.


‘돌아갈 때, 조미료 잔뜩 사 가야겠어.’

「의욕이 넘치시네요.」

‘당연하지. 근데 어디 암염 광산 없냐?’

「알아볼까요?」

‘아직 시간 많으니, 천천히 알아보자.’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카인.”

“저도 좋은 식당 소개받아 맛있게 즐겼어요.”


식당을 나와 다시 영주관으로 향했다.


‘마리오 용병단은?’

「칼튼 때문에 더는 접근하지 않을 것 같아요.」


백작령에서 기사를 건드릴 간 큰 용병은 없을 터였다.


‘아쉽게 됐네.’

「그러게요. 다음 기회가 있겠죠.?」


놈들이 포기할 것 같지 않으니,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아니면 내가 기회를 만들어줘도 됐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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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타키모어 성. 23.06.05 761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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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제임스 자작의 사정. 23.05.30 846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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