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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골드 무한으로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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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3.05.10 16:49
최근연재일 :
2023.06.17 14: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984
추천수 :
898
글자수 :
157,454

작성
23.05.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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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 본격적인 개척 마을 생활.

DUMMY

한참을 작업하는데 아리가 옆에서 쫑알거린다.


「마스터, 심심해요.」


마수 사냥도 아니고, 도축하는 일.

녀석 입장에서는 지루했나 보다.


‘드라마라도 봐.’


처음엔 내가 잘 때 야금야금 마력을 써가며 몰래 TV를 보고 컴퓨터를 만진 아리였다.

나중에는 스마트폰까지 섭렵하더라.

아마 최강인으로 47년을 살아온 나보다 아리 녀석이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을 더 많이 봤을 것이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일일이 다 기억하면 불편하지 않냐?’

「불편할 게 뭐가 있어요. 오히려 좋죠. 그리고 정령은 마스터처럼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랍니다.」


아, 이 까불거리는 녀석, 어떻게 혼내주지?

아! 그게 있었지!


‘그런 녀석이 왜 생명체를 죽이지 못해? 완벽하다면서?’


정령인 아리는 스스로 의지로 생명체를 죽일 수 없었다.

대신 계약자인 나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무기가 되어 움직일 때는 열외였다.

물론 직접적인 위해는 가하지 못하더라도 간접적인 위해는 가할 수 있었다.

가령 발밑에 구덩이를 판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구덩이에 빠져 발목을 접지르고 목이 부러지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모든 정령이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아리는 그랬다.


「어허, 그건 인과율 때문이라고요! 이렇게 완벽한 제가 아무나 막 죽이고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

‘인과율은 개뿔, 어디 있어 보이는 말 가져다 붙이기는.’


솔직히 아리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놀리는 보람이 없지.


‘그래서 난, 영혼만 다른 세상에 넘어왔냐? 이게 네가 말한 인과율이냐?’

「그러게요? 마스터는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러서 이런 시련을 받는 걸까요?」

‘죄? 인마, 아주 저주를 해라. 저주를.’


역시 말로는 못 당하겠다.

나쁜 녀석.


**


내가 마을에 오고 10일이 지나자 드디어 불어난 물살이 줄기 시작했다.

강폭이 이전의 절반으로 줄었을 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봤자 400m 안짝이지만.

더불어 떠내려오는 마수의 수도 거의 줄었다.

이쯤 되니 떠내려올 놈 다 떠내려오고 대피할 놈들 다 대피한 듯했다.


“무슨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린 건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닌가 봐요?”

“우리도 잘 몰라. 여기 정착하고 이제 세 번째라 그냥 기회를 살린 거지. 그래도 지난 두 번은 이번처럼 길진 않았어.”


27살, 달튼의 말이었다.

참고로 마을의 주인인 제임스 자작이 가문에서 나오며 데리고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곳 개척 마을은 주민들이 전부 젊었다.

달튼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몇 없을 정도였다.

이 세계 자체가 그런지, 이 마을만 유독 그런지 모르겠지만, 꼬라지를 보면 평균 수명이 40대는 안 넘을 것 같다.


「마스터, 오래 사셔야 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한국에서도 47살에 죽었잖아요. 그것도 노총각으로.」

‘죽긴!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데. 그리고 내가 무슨 총각이야? 결혼만 안 했지. 할 건 다···.’


버럭 소리치긴 했지만, 아리의 말에 반박을 못 하겠다.

한국에서는 평균 수명의 절반 조금 넘게 살았다.

이거 조금 억울한데?


그래서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두 번 사는 인생, 이번 생은 한국 평균 수명 이상을 살아야겠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강해야겠지.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근데 세상천지에 마수와 짐승, 전쟁과 전염병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힘내요. 제가 도울게요.」


녀석이 어깨를 토닥이는데 왜 기분 나쁘지?

그냥 내가 삐뚤어진 탓이겠지?


‘...그래, 고~맙다.’


**


마수 건지기도 모두 끝난 상황, 마을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마을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마을 투어 좀 해보기로 결정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일에 자리를 비워 마을이 한가했다.

그러던 중 하튼과 자경단 무리를 발견했다.

그들은 창과 검, 방패를 들고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튼, 사냥 가시나 봐요.”

“강물에 마수 시체만 떠내려오는 게 아니거든. 수색 나간 단원들 말로는 숲에서 아울베어의 발자국을 봤다고 해서.”


아울베어, 부엉이 대가리가 달린 곰이다.

팔에 깃털이 달렸지만 날진 못한다. 무거워서.

근데 카르멘의 기억에 따르면 이 녀석들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에이프 요새에서 지내며 실물도 몇 번 봤다.

비록 먹어 보진 못했지만.


“저도 갑니까?”

“그 몸으로 어딜, 됐다. 창도 안 들어 봤을 녀석이.”

“그건 아닌데···.”

「시끄러워요. 지금은 몸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요!」


하긴, 그동안 마수 도축하는 것도 본 양반이 이렇게 말했다는 건, 아직 비루한 덩치인 내가 저들 눈에는 미덥지 못하단 거겠지.

그러니 아직은 보호가 필요해 보인 것일 테고.

하튼과 자경단이 멀어져갔다.


‘헌터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 우러러봤는지 말해줄 수도 없고.’

「우러러? 우러러! 저 우러요. 엉엉엉.」


이 녀석이!


**


이번에 안 건데, 달튼과 하튼, 칼튼은 모두 3성에 오른 어엿한 기사였다.

그리고 이들을 지도한 제임스 자작은 6성급 기사였다.

마스터를 목전에 둔 최상급 엑스퍼트는 아스판 왕국에도 몇 명 없을 정도의 강자였다.

그는 왕실 제 2기사단장까지 역임했을 정도로 따르는 기사가 많았지만, 모든 걸 버리고 이곳 흑림에 정착했다.

자신만의 영지를 만들기 위해였다.

무엇보다 그는 이를 위해 5년 가까운 시간 준비했다.

먼저 자질이 있는 고아들을 모아 훈련 시켰다.

그게 지금 자경단원이었다.

그런 만큼 자경단원이 제임스 자작에게 보이는 충성심은 남달랐다.


‘고아만 거둔 건 이런 이유에서일까?’

「그럴지도요.」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다들 각자의 일을 하는 게 보였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도 머리에 카사바가 가득 든 광주리를 이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엄연한 마을의 주민, 일손이 부족한 개척 마을에서 놀고먹을 수는 없었다.

마을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능력을 보여야 했다.

카사바를 캐는 것보다 현재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리, 나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할 텐데. 내가 잘하는 게 뭘까?”

「카르멘의 기억도 있고, 저도 있고. 일단 무기를 수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절 키운다고 고물상도 털었고 대장간에서도 몇 달 있었잖아요.」


처음 아리를 얻었을 때, 정령하면 친화력이라는 생각에 아리와 친해지기 위해 일부러 금속을 먹이고, 대장간에 들어가 몇 달 일을 배운 적 있었다.

하지만 아리와 대화가 가능해지며 이런 일이 아리와 친화력을 키우는 데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바로 나왔다.


‘그때 내가 배운 게 거의 없지만, 카르멘은 다르지.’


크고 작은 심부름부터 급할 때는 장비 수리와 제작에도 참여했다.

대장간 노예로 5년, 볼 것 보고 배울 것 다 배웠다.

이게 다 그가 천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아리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참고로 대지 정령인 아리의 힘이면 특별한 장비 없이도 무뎌진 검날이나 뭉뚝해진 창촉 같은 것도 수리할 수 있었다.

뿐인가 검과 창 같은 단순한 형태의 무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었다.

정작 문제는 내 마력이었다.

지금의 비루한 마력으로 몇 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것뿐인가?’

「당장은요. 그래도 마스터가 성장할수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니, 어서 힘을 회복해요. 우리.」


아리가 곁에 있다는 게 큰 힘이 됐다.


‘그래, 하자.’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잊어버린 기억을 찾았다고 해야 하는데, 이거 핑계가 궁색했다.

역시 기억 상실은 무리수였던가?


「뭘 고민해요. 저기 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살짝 박고, 기억을 찾았다고 하세요.」

“멍청아, 그게 통하겠냐?”


그런데 그게 정말 통했습니다.


“정말이야? 네가 대장장이 밑에서 일했다는 게?”

“아, 네.”

“이야, 이 혹이 큰일 했네.”


달튼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더니 잔뜩 흥분했다.

그러며 이마에 난 커다란 혹을 쓱쓱 문지른다.


어딜 만져! 아파 죽겠는데!

아오, 살짝만 박을걸.


「까딱 잘못했으면 진짜 기억 잃었을지도 몰라요.」

‘인마 장난하냐?’

「박기는 마스터가 박아놓고 왜 저한테 화풀이에요?」

‘네가 낸 아이디어잖아!’


머릿속에서 아리와 싸우고 있는 사이, 달튼이 열심히 영지 사정을 떠들었다.

처음부터 개척 마을에 대장장이가 없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제임스 자작의 가문에서 보내준 수련 대장장이가 개척 마을의 불안한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야반도주해 지금 이 꼴이라고 했다.

때문에 매번 무기 수리를 위해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고 했다.


“우리도 부담이 커. 그래서 매번 몸을 사리가 된다니까.”

“이제 무기 수리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그럼 고맙지. 덕분에 다시 개척을 진행할 수 있겠다. 봐서 알겠지만, 이곳 개척 마을이 왕실에서 인정한 자작님의 영지거든.”

“자작님 영지치고는···.”

“하하하. 사정이 있어. 원래 자작님이 타키모어 변경백의 4남이야. 알지, 타키모어 백작가라고.”


카르멘의 기억에 타키모어 백작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노예가 되기 전 기억 대부분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5년을 오지인 에이프 요새에서 노예로 산 것도 크게 한몫했다.

그 기간 그는 한 번도 에이프 요새를 벗어난 적 없었다.

그런 만큼 그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한정적이었다.


「설마 자작의 가문이 원수 가문인 건 아니겠죠?」

‘그것만은 아니어야지.’


무조건 그래야 했다.

만약 원수 가문이라면 은인인 자작을 죽여야 할지도 몰랐다.


“쉽게 말하면 흑림, 이곳을 개척한 만큼 그 영역이 전부가 자작님의 영지가 되는 거지.”


이미 왕이 허락한 것이라는데, 내가 이곳 사정을 정확히 모르니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달튼은 당연히 알겠거니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만 든다.


‘아무리 그래도 흑림이라면 마경과 인접해서 위험한 장소인데, 이곳에 영지를 만들 계획을 세우다니.’


달튼 이야기만 들으면 이미 수많은 가문이 시도해서 실패했다고 하는데,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하다니, 자작의 의지가 대단한 것 같다.

물론 그를 따라온 지금의 마을 주민들의 결의도 대단하고.


「그만큼 마을 사람들에게 신임받는 귀족인가 보죠. 제임스 자작이.」

‘그런가?’


아리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원래 개척 영지가 다 이런 식이니까.”

“그래도 흑림인데.”


에이프 요새에 있으며 흑림의 위험성에 대해 떠드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여긴 렌트리 강이 있잖아.”


마경과 아스판 왕국 사이에 흐르는 렌트리 강은 거대한 강이다.

당장 에이프 협곡만 해도 그 너비가 100m가 넘었고, 이곳 개척 마을을 흐르는 렌트리 강의 경우 강폭이 넓은 곳은 400m 가까이 됐다.

아무리 마수라도 이런 강물에 휩쓸리면 죽었다.

렌트리 강이 천연 방벽 역할을 했다.

물론 소수가 살아남아 넘어올 순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강변의 감시탑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아, 네.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자작, 제임스는 그때 한번 얼굴 보고 더 본 적 없다.

내가 강에서 마수를 건질 때도 그는 다른 자경단을 이끌고 흑림을 정찰하며 마수를 사냥해서 만날 일이 없었다.

여튼 며칠 지켜본 바로는 귀족치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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